활동소식

기타[후기] 페미니즘 입문강좌 -십대를 위한 '다시 만난 세계'

20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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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무료 페미니즘 입문 강좌 <다시 만난 세계>

늘 100명 가까운 수걍생들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되곤 했습니다.

강의를 들으러 오신 분 중에 교복을 입고 온 청소년들도 눈에 띄었고,

강의 소감지에는 '십대인데 페미니즘을 들으러 왔다, 생애 첫 페미니즘 강의라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좋았다'는 글들이 보였습니다.

 

<10대를 위한, 다시 만난 세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기획하였습니다.

민우회에서 처음 열어보는 10대 대상의 강좌.
먼저 SNS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10대들이 강의에서 듣고 싶은 것, 기대하는 것을 확인했어요.

정성껏 쓴 다양한 응답이 들어왔습니다.

 

"페미니즘에 관심 많은데 주변에 이야기하거나 배울 사람이 없어서 혼자 책만 읽거나 트위터만 하고 있어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페미니즘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치부하며 페미니즘에 대한 제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아요.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여성혐오나 차별이 부당하다고 느끼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남자애들이나 선생님들이 하는 성희롱이나 여성혐오 성차별 발언들....싫어하는 반응을 보이면 '너는 왜 농담도 못알아 듣니' 이런식으로 매 수업마다 이얘기를 하시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정말 괴로워요 "

"페미니스트로서 일상에서 한숨 내쉴만한 일들이 정말 많은데요.. '기모찌'를 사용하는 친구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자  "왜 아닌지 설명을 해줘야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갑갑합니다"

 

이 목소리들을 바탕으로 강의를 기획하고 토론 프로그램을 마련 하여

 

 

지난 11월 3일. 금요일 오후 6시

페미니즘 입문강좌 - 10대를 위한 <다시 만난 세계>가 열렸습니다!

 

 

강의장에 무료배포할 페미굿즈와 리플렛, 민우회 소식지들을 정돈해두고 기다렸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배고플 참가자들을 위해 김밥도 마련해 두었어요.

늘 그랬듯이 일반김밥 외에 채식김밥도 따로 ㅎㅎ)

 

 

한 시간이나 먼저 온 첫번째 참가자 분들! 이어 속속 참가자 분들이 도착했습니다.

비치된 굿즈와 소식지들을 주의깊게 챙겨보고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서명도 동참하였어요.

 

 

그리고 6시.  50명 남짓한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교육팀에 일했고, 현재 한국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이며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 소녀들을 위한 페미니즘 입문서>의 공저자이기도 한

김백애라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여성학이나 장애학은 있지만 왜 남성학,비장애학은 없을까요?

남성의 시각, 비장애인의 시각은 우리가 배우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여성주의적 관점이 무엇이며 어째서 중요한지를,

페미니즘 사상의 분류와 간략한 역사를 이야기하고

읽으면 좋은 책과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그리고 뜨거운모둠토론 시간!

 

 

평소 학교에서 만난 성차별 등일상 속 페미니즘 이슈와 유튜버 살인음모와 같은 최근의 사건,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사용 문제까지 다양한 십대 페미니스트들의 깊이있는 이야기가 강의실을 가득 메웠고

 

그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습니다.

강의가 끝나고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그 자리에 함께 한 경향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굿즈를 주의깊게 보고, 비치된 책을 사고, 회원가입을 고민하면서

페미니스트 연대의식이 넘치는 이날의 자리를

쉽게 떠나고 싶지 않아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어요.

 

(소감지에 아쉬운 점을 적어달라는 칸에

대부분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말로 가득할 정도였지요.)

 

 

이날의 경험에 대해 신소은씨가 장문의 후기를 보내주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때 성폭력 예방 교육으로 '남성을 자극할 수 있는 옷을 입지 말라.' '남성과 단둘이 같은 공간에 있지 말아라.'라는 교육을 받았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했던 성교육이다. 이런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책감을 느끼게 하고 성폭행 가해자를 신고하는 것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고 교육을 받아들이고 몇 년을 살아왔다. 고등학교 이학년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페미니즘을 접했고  성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제야 모순된 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중학교 때 낙태가 죄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다. 가정 시간에는 항상 집게를 피해 도망가는 조작된 영상을 보며 낙태는 생명인 태아를 죽이는 행위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때는 낙태죄가 여성의 기본권을 짓밟는 행위이며 여성만 처벌 받는 다는 엄청난 모순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낙태죄에 대해 토론할 때도 항상 낙태는 나쁘다고 생각하며 내 주장을 펼쳤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페미니즘을 접하고 낙태죄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영상의 진실과 여성의 기본권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고등학생인 지금 ‘맘충,김치녀,앙 기모띠,보적보’ 등등의 말들이 유행하고 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티비 카카오톡 페이스북 같은 sns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성별을 불문하고 공공연하게 사용하고 있다. 페미니즘을 접하고 이런 말들이 불편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한 나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말은 잘못됐으며 여성혐오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런 말들을 불편해해야한다. 견제해야한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내게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깊숙한 이야기를 물어왔을 때 나는 명확하게 얘기할 자신이 없었으며 내 생각을 말 했을 때 너 메갈이야? 남혐이야? 씹선비네 너무 예민하다. 등등의 말들을 들을까봐 지레 겁먹고 외면했다. 그런 나에게는 페미니즘에 대한 언어와 지식이 필요했고 우연히 여초 사이트에서 이 강연을 접하게 되었다.

강사님께서는 학교 재학 시절 읽으셨던 페미니즘에 관한 여러 책들을 추천해주셨다. 미러링을 소재로 한 책부터 문학에서의 여성혐오를 해석한 책 등등 수많은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추천하셨고 덕분에 나의 선배들의 페미니즘에서부터 왜 페미니즘이 필요한지, 어떻게 페미니즘을 실천해야하는지 등등 큰 도움이 되었다.

전래동화의 재해석 시간도 가졌다. 어렸을 때 누구나 읽었을 ‘선녀와 나무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동화를 접했을 때는 나무꾼을 불쌍하게 여기며 선녀를 나무랐지만 강사분과 주변 친구들과 얘기하며 이 동화의 모순된 점과 여성혐오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었다.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15분 정도 주변에 앉아있던 친구들과 일상에서의 여성혐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주변에서 페미니스트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던 내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10대 페미니스트들과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외모 평가를 당한 얘기, 학교에 페미니즘 포스트잇을 붙인 얘기, 그 포스트잇이 훼손당한 얘기 등등 많은 경험들을 공유했고 이 경험은 평소 선비,프로불편러로,꼴페미,메갈 등등으로 불리며 페미니스트로서의 일상에 지쳐가는 나에게 큰 힐링이 되었다. 같은 뜻을 함께하고 행동하는 친구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게 기뻤다.

다시 만난 세계 강연은 나에게 단순히 정보를 알아가는 강연이 아니었다. 내가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을 쌓고 행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앞으로 이런 강연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라며 강연을 주최한 여성 민우회,강사 김백애라 선생님께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마치고 싶다. 덕분에 지친 일상에 큰 힐링이 되었고 페미니스트로서 한 층 성장하게 됐습니다. 이런 좋은 강연을 열어주시고 페미니즘 굿즈들도 제작하여 나누어 주시고 항상 앞장서서 행동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트위터에서도 여러 소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민우회 다시 만난 세계 강연 들었고 지금 너무 행복한 기분이다 생각이 맞는 사람들과 얘기한다는 것 얼마나 좋고 또 중요한 일인지 알아버렸고 이 기분을 경험하기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네.... 너무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과장없이 정말 어떤 변곡점이 될 것 같다 나한테" - @likegirlsspirit

 

"이거 무료로 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좋은 강의였다. 늘 가지고 있던 의문과 불합리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들이, 장소들이 자주 마련되었으면 해서 정기후원도 신청했기도 하고 (사실 이런 활동에 대해서 무지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이 좀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발돋움하지 않을까 싶다"  - @익명 요청

 

 

소감지에 '오늘 강의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칸에 참가자들이 남긴 글들을 정리하며

이 날의 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라는 슬로건처럼

앞으로도 민우회는 십대를 비롯한 다양한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새로이 만날 세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세계를 향해 나가겠습니다!

  

 

+

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가면 안될까요?" "10대가 아니면 못 듣나요?" 와 같은 문의가 많았습니다.

모든 연령이 함께 들을 수 있는 <다시 만난 세계>역시 계속됩니다!

 

지금은 지역을 도는 <다시 만난 세계>가 진행 중인데요.

현재 기획된 강의 중, 여석은 12월 4일(월) 춘천과 12월 5일(화) 원주편만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강의가 계속되길 바라신다면! 후원에 함께 해주세요.

후원하기 >> https://goo.gl/uEvS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