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반성폭력[후기] 기획강좌: <성폭력, 입체적으로 읽기> 후기

2018-08-07
조회수 8703

 

지난 6월 12일부터 7월 5일까지(6/12, 6/21, 6/28, 7/5),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기획강좌<성폭력, 입체적으로 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민우특강, 열독, 다시 만난 세계 등 민우회는 매년 대중강의를 진행해왔는데요,

민우회 성폭력상담소에서 성폭력을 주제로 대중강의를 진행한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습니다ㅎㅎ

 

성폭력을 더 복잡하게, 두텁게 이해해보고자 마련했던 기획강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후기로나마 현장을 짧게 전해봅니다!mail

 

 

1강 <'동의'의 감각은 어떻게? : 이성애 연애 각본을 거부한다>_전희경(여성주의 연구활동가)

 


(...) 전반부에서는 특히 ‘성적/자기/결정/권’을 조각조각내서 의문을 제기하던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성적인 것은 무엇인가?자기는 그렇게 투명한 존재인가?결정은 언제나 가능한가?내가 결정 했으면 그것은 곧 권리가 행사된 것인가?이 모든 복잡한 것들을 퉁쳐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묶어서 부르고는, 그것이 이미 권리 그 자체로써 존재하다 누군가에 의해 침해당한다는 식으로 성폭력을 해석할 수 있나? (...) 성폭력 관련 법에 대해서는 법의 언어로 치열한 분석이 따로 필요하고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이 반성폭력 담론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씀이 중요했던 것 같다. 이것도 성폭력인가요? 이건 그럼 성폭력은 아닌가요?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대신 정답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자세를 요구하시기도 했다. 이것은 꼭 성폭력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고자 하는 삶 전반에서 필요한 자세인 것 같다.

 

(...) 후반부 강의의 핵심은 마지막에 말씀하신 것처럼,[동의에 대한 감각 이전에 정의로운 존중,평등의 감각을 상호간에 갖추고] [각본 없는 주관식의 관계]를 만들어가자는 말씀이었던 것 같다. 평등한 관계란 평등한 상태 그 자체가 아니라 평등을 추구하는 지향과 노력의 형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많이 공감도 가고 여러 생각이 많아지는 강의였다. 그 많은 ‘흑역사’들을 역사화 해서 앞으로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말씀도 좋았다. 흑역사에 대해 말씀하실 때마다 선생님 스스로의 흑역사들이 자꾸 떠오르시는 것 같아 재미있었는데, 강의를 듣는 입장에서도 그 때마다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흑역사들이 강의를 더 피부에 와닿게 만들어주었다.

 

강의 내내 강제적 이성애 혹은 (전형적)이성애 연애 각본이라는 말이 쓰이긴 했지만 꼭 ‘이성애’ 연애 관계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시대에 연애라는 말이 상징하는 어떤 정상성과 그에 기반한 역할극은 ‘성소수자’의 연애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성소수자’ 간에도 데이트 성/폭력은 일어나므로, 어떻게든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기서 얻을 것이 있는 셈이다. 내 맘대로 후반부 강의는 이렇게 요약해서 받아들였다. 우리의 연애를 퀴어링!

 

강의를 통해무엇은 동의의고 무엇은 비동의인가, 어디까지가 진정한 동의인가 선을 그어 고정시키려 하기보다는 동의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과 맥락과 권력에 대해 생각하는 삶, 그리고 주관식의 관계를 맺는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그리고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민우회원 물개       


 

2강 <‘성폭력’과 ‘성폭력 아닌 것’ 사이에서 대차게 싸우기: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_문미정(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강사)     

 

 

(선생님에 설명에 맞춰 다들 자기 몸을 써보는 시간!)


그 동안 몇 번의 자기 방어 훈련을 들은 적이 있다. 주로 두 시간 정도의 강의였으며, 몸을 쓰는 훈련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강좌는 이론 수업 위주였는데, 2시간 동안 무엇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저 내 머릿속엔, 어차피 남성을 근력과 체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고, 어떤 상황에 처하든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과, 잘 소리치는 것, 그리고 열심히 도망가는 것이라는 일정한 코스가 짜여있었다. 그것만이 전부였던 내게, 좀 더 깊이 ‘방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방어의 콘트롤 타워는라는 것.참 쉬운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문장 중에 하나다. 그래서몸과 마음의 지속적인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여기서 방점.딱 찍힘.훈련!훈련이 필요하다.그저 단 한 번의 강의나,두 세 번의 지식과 수많은 깨달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지속적인 노력이 담긴훈련이 필요하다는 것.마음의 훈련도 그렇고 무엇보다 몸의 훈련도 그렇고.자기 몸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참 중요한데, 초중고 의무교육을 지나 더 상의의 교육기관을 거쳐도 여성에게 그럴 기회는 거의 없다시피하니 말이다. 강사님의 말씀에도훈련은 깨달음이 아니라 경험이라 했다. 사견으로는, 권투 헤드기어 쓰고도 상대방에게 얼굴을 정통으로 맞아 별이 반짝인 경험이 있어(더구나 나보다 몸무게도 적게 나가고 말랐고...ㅠㅠ) 자신의 몸과 힘의 경험치를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는 있었다. 도망가려도 발이 빨라야한다. 결국 체력을 키워야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이번 강좌를 통해 느끼는 것은,역시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혼자 하는 싸움이 아니라는 것.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그게 첫 스텝이자 결국 궁극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민우회원 비렴                  


 

 

3강 <성폭력 사건 해결은 어떤 과정, 어떤 의미여야 하는가?: '2차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의 문제>_권김현영(<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공저자)

 

(당일 강의 참가자 분들의 소감지 일부를 전합니다laugh)

 

 “일상 안에서 ‘이름붙이기’가 우리에게 더이상 질문하기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닌가를 생각하게 하는 강의였고,

  페미니스트는 언제나 질문을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2차가해라는 말이 오용되거나 남용될 수 있는, 가해자에 의해 이용될 수 있는 위험의 여지 및 성폭력 해결,

혹은 문제 해결 방안을 생각하면서 법제화 등의 진행이 있었던 지난 기간의 사례 등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는 점.

여러 논점, 사례를 보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2차피해와 관련해서 ‘2차피해를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외의 질문을 상상해본 적이 없는데

'2차피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계속 말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들었을 때, 딱 머릿속에 불이 켜지는 기분이었어요.”

 

 

4강 <피해자라는 성역할: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다시 생각한다>_정희진(<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공저자)

 

(당일 강의 참가자 분들의 소감지 일부를 전합니다laugh)

 

"신자유주의라는 시대 변화 속 페미니즘의 흐름을 이해가 쉽게 설명해주셔서 좋았고

 이 시대에 내가 살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가/피해 개념에 대한 재정립과 함께 이러한 개념에 대해 다층적으로 고민할 필요를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선생님의 강의 스타일에 초반엔 정신없이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 급급했으나 이내 적응되어 조금 모르는 얘기를 하셔도 문맥으로 대강 때려 맞혀 듣고 심지어는 폭소를 터뜨릴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학자’라는 타이틀에 대해 지루하고 뻔한 얘기만 늘어놓을 거란 선입관이 처참히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강의가 끝난 후 선생님은 빠르게 강의장을 벗어나셨고 나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저 분은 천재시구나. 아는 것이 너무 많으셔서 말의 속도가 생각을 따라가질 못 하는구나.’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나는 주제와 관계없이 민우회에서 선생님의 강의 일정이 나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청부터 하는 팬이 되어 있었다. 강의 주제인 <피해자라는 성역할 :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다시 생각한다>에 대한 후기를 쓰라고 했더니 반쯤은 팬레터 같은 글을 써버렸지만 어쩌겠나요? 이것이 정희진 선생님의 강의에 대한 저으 솔쯕헌 심정인 것을요.

 

-민우회원 엘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crying) 4주간 정말 많은 분께서 함께해주셨어요.

좋은 강의해주신 네 분의 강사님과 참가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민우회 성폭력 상담소는 앞으로도

복잡하지만 꼭 필요한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강의를 많이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언젠가 있을!) 다음 기획강좌에서 또 만나요!smi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