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사회현안[후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2021평등 이어달리기 ['젠더갈등'이 감추는 차별 이어 말하기]

2021-09-14
조회수 22644

안녕하세요?  :) 
오늘은 여러분께 지난 9월 9일(목) 오후 4~5시에 있었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2021 평등이어달리기

['젠더갈등'이 감추는 차별 이어말하기] 후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얘기는 들었는데 2021 평등이어달리기? 그게 뭐지? 라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간단히 안내 드리자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온라인 농성을 기획하였습니다.
9월 1일부터 ~ 9월 17일까지 120여 단체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차별금지법제정의 필요성을 더 많은 시민들께 알려내는 온라인 농성이랍니다. 

 

 

['젠더갈등'이 감추는 차별 이어 말하기]또한 2021평등이어달리기의 온라인 농성 중 하나였는데요.
민우회에서는 어떤 주제로 해당 시간을 함께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페미니즘 백래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본 시간을 여성들의 노동권과 삶을 위협하고 차별과 혐오를 용인하는

정부, 정치권, 언론, 기업 등에 이제는 없어져야 할 우리의 차별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여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평등법이

하루라도 빨리 제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본 온라인 농성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젠더갈등’이 감추는 차별 이어말하기]에서 발언자들이 차별을 행하고 혐오를 방조하는 이들에게 더 이상의 차별과 혐오는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단호하고 선명하게 발언해 주셨습니다. 또한, 오후 4~5시라는 시간은 각자가 소속된 활동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시간대로 참여하기에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50여명 이상의 많은 분들이 시간을 내어 자리를 함께 해주셨답니다.

후기를 적는 자리를 빌어 발언자, 참여자 분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일정 조정이 여의치 않아 본 온라인 농성에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께서도 아쉬운 마음을 표현해 주셨는데요.
조금이나마 그 마음 해소 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발언문 전체를 올려드립니다. 

 

‘젠더갈등’이 감추는 차별 말하기 발언문 우리에게 필요한 건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정부가 아니다!

 

성평등복지팀: 나래

 

 

지난 8월 이미 제작된 지 4년이나 지난 인천 지하철 홍보물 이미지의 손모양이 ‘남성혐오’를 뜻한다는 일부 남성집단의 주장으로 논란이 일자, 행정안전부는 논란에 대한 검토와 숙고 없이 바로 이 이미지를 수정하고 사과문까지 작성하였습니다.

 

일부 남성집단은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인 ‘메갈리아’ 로고의 집게손가락이 홍보물에 사용되었으며, 이 손모양이 한국남성의 성기크기를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들은 페미니즘을 남성 개개인을 공격하는 사상으로 왜곡하고 반발하였고 여성이 사용하는 단어부터 머리모양까지 남성혐오와 연결 지으며 이를 사용하는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방식을 놀이로, 자기효용감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정부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무분별하고 비합리적인 공격을 공적인 여론으로 수렴하며, '남성혐오'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행정안전부의 숙고와 통찰 없는 기계적 대응은 이런 일부 남성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았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통념을 만드는데 일조하였습니다.

 

정부는 페미니즘을 지향으로 삼아 성평등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표명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조성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일말의 고민조차 하지 않으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부는 차별과 혐오에 무지한 채, 이를 방관하거나 부추길 것이 아니라 부조리한 차별과 배제, 혐오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도록, 그 누구도 혐오와 차별을 겪지 않도록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많은 시민들은 차별금지법제정과 함께 정부의 책임 있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볼 것입니다.

 

 

 

‘갈등’이라는 말 뒤에 숨는 무능한 구태정치는 이제 그만!

 

성평등복지팀: 온다

 

지난 7월, 국민의힘 대선주자와 당대표가 연이어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의제로 내세웠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여가부가 그동안 ‘젠더갈등’ 해소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물었고,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를 폐지하고,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 2030세대에서 벌어지는 갈등 요소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꾸준히 반페미니즘 선동을 자신의 정치동력으로 삼아온 이준석 대표가 “대선 후보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은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라며 가세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젠더 문제에 있어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차별이 아닌 ‘갈등’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젠더차별은 여전히 공고합니다. 올해 발표된 ‘성 격차 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156개국 가운데 102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또한 OECD가 남녀 임금 중간값을 이용해 발표한 성별 임금 격차는 2020년 기준 32.5로, OECD 최하위 수준입니다. 한국 사회 페미니스트들은 이 같은 차별구조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데, 반페미니스트 남성들은 그런 페미니스트와 여성들을 공격함으로서 차별구조를 존속시키고 있습니다. 두 집단이 서로 대등한 위치도 아니며, 투쟁하고자 하는 대상과 목적 역시 완전히 다른 이 현상을 어떻게 ‘갈등’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젠더 갈등’이라는 허구의 관념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정치의 목적을 우리는 물어야만 할 것입니다.

 

한편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 세력들은, 젠더차별을 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남성의 권리와 대립·배치된다는 해묵은 ‘갈등의 정치논리’를 의도적으로 확대재생산합니다. ‘남성 역차별’과 ‘무임승차’, ‘젠더갈등’과 같은 담론을 통해 방향 잃은 분노를 조장하고, 이에 기생하여 정치적 이익을 편취코자 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정치는 현재 한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드러나고 있는 차별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보편적인 시민의 권리를 증진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는 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무능합니다.

 

코로나19 재난의 상황은 경제와 노동, 주거, 돌봄과 같은 우리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상존하던 부정의를 드러냈습니다. 이렇듯 사회적 부정의와 불안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고자 하기보다 오히려 조장하고, 책임을 돌릴만한 희생양을 던지는 것으로 응답하는 저열한 정치는 계속해서 고개를 내밀 것입니다. 이러한 정치에 대응하기 위하여,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는 ‘갈등’이 아니라 차별임을 분명하게 정의하고, 차별과 혐오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을 단호하게 제재할 수 있는 기준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그 기준선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젠더 갈등'을 만드는 것은 누구입니까?

 

 

성평등미디어팀: 보라

 

안녕하세요.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 미디어팀 활동가 보라입니다. 저희 성평등 미디어팀은 미디어에 더 많은 페미니즘을 더하기 위해 모니터링 활동, 정책 감시활동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명백한 혐오와 차별을 여성과 남성 간의 ‘젠더 갈등’으로 보도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의 말들을 사실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해 혐오와 차별을 확산시키는 언론에 대해 비판하려고 합니다.

 

‘젠더 갈등’이란 단어 최근 언론에서 많이 보고 계실 텐데요. 표준 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갈등이란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라고 합니다.

 

그럼 언론에서 ‘젠더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사례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상 공격을 보도할 때,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여성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도할 때, ‘집게손가락 논란’을 보도할 때 등이죠. 대체 ‘갈등’은 어디 있는 것일까요? 갈등이 맞긴 한가요?

 

단순히 단어를 잘못 사용한 문제는 아닙니다. 어떠한 사건이 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반응도 저런 반응도 있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자주 본 기사의 형태이죠? 많은 언론들이 혐오와 차별을 이런 프레임으로 보도하면서 혐오와 차별을 마치 경합하는 정당한 의견 중 하나인 것처럼 인정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도쿄올림픽 기간에 안산 선수를 향한 온라인상 공격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분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페미 논란’, ‘젠더 갈등’이라고 커뮤니티의 게시글과 댓글을 퍼나르던 몇몇 언론들은 외신이 이를 ‘온라인 학대’(Online abuse)로 보도하자 그제서야 폭력을 폭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외부의 시선으로 문제를 인지한 것이 부끄럽고 한심할 따름입니다.

 

최근 반복되는 ‘집게손가락 논란’도 비슷합니다.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떤 홍보물에 ‘집게손가락’ 모양이 사용되었고 이것이 ‘남성혐오’이라는 억지 주장이 시작되면, 인터넷 언론을 중심으로 이 주장을 퍼 나르기 시작합니다. 사실은 몇몇 게시물일 뿐이고 이게 왜 ‘남성혐오’냐, 동의하지 않는다는 댓글도 있지만 이는 다루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남성혐오’를 했다는 주장이지만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지는 않습니다. 이제 조금 시간이 지나면 주요 일간지에서도 ‘남성혐오 논란’으로 보도되기 시작합니다. 그럼 해당 기업이나 기관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홍보물을 수정하겠다고 사과하죠.

 

이런 과정에서 언론의 취재나 사실검증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떠한 온라인 의견이 있다더라며 무책임하게 혐오와 차별의 확성기 역할을 할 뿐입니다. 문제는 실체없는 ‘젠더 갈등’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을 ‘갈등’이라 이름 붙여주며 이를 타당한 의견인 것처럼 인정해주는 언론입니다.

 

언론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출입처 삼아 사실검증 없이 보도하는 것을 멈추어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폭력을 그저 ‘갈등’이라고 부르며 독자로 하여금 혐오와 차별을 그저 ‘관람’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젠더 갈등’을 만들어내는 기사가 아니라 현상을 면밀히 분석해 성평등한 사회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언론이 되어야 합니다. 이상입니다.

 

 

노동권 침해하는 백래시, 그러나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여성노동팀: 리오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많은 여성들이 남성중심의 한국사회 구조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페미니즘 리부트가 이루어졌고, 그러면서 여성혐오 또한 자신들의 잣대로 진짜와 가짜 페미니즘을 구분하고, 가짜 페미니스트를 골라 내겠다는 이른바 ‘메갈 사냥’이라는 낙인찍기 방식을 통해 여성들을 공격해왔는데요. 크게 이슈화되었던 사건이 2016년 게임회사 넥슨에서 ‘메갈리아 성우’로 낙인찍힌 노동자를 계약해지했던 사건이 있었고요. 또 2018년 IMC게임즈에서는 민우회를 일명 ‘반사회적 단체’라고 칭하며 해당 노동자를 개별 면담하고 유저들에게 사과했던 사건도 있었지요. 이러한 흐름이 몇 년간 계속 이어졌고, 이는 단순히 여성혐오나 성차별로 인한 불쾌감이나 분노의 감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실제적 위협이라는 것을 많은 여성들이 이야기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동아제약 면접과정에서의 성차별 사례를 시작으로 채용성차별 이슈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남초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메갈리아 상징인 ‘집게 손모양’ 이미지에 대한 검열이 이루어졌고 이것은 언론과 정치권을 통해서 확대 재생산되었습니다. GS에서는 포스터를 디자인한 담당 여성 디자이너가 징계되는 등의 불이익이 실제로 발생하기에 이르렀고요. 이에 민우회에서는 백래시에 분노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노동현장에서의 백래시는 노동권 침해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선언하고자 ‘성명 함께 쓰기’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많은 사례들이 접수되었는데요. 소개해드리면, “페미니스트란 이유만으로 알바에서 잘리거나 밖에서 공격 당할까봐 두렵다.” / “상사를 대할 때는 페미니즘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해야 미운털이 안박힐 것 같고, 회사에서 부당한 일이 있더라도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말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 / “친구가 최근에 면접을 봤는데, 여성면접관이 있어서 이 회사에는 여성이 고위 임원이 된다니 대단하다는 칭찬을 하려다가 너무 페미스러워 보일까봐, 스스로 검열하여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 “아르바이트 면접 당시 내가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남자 사장이 나를 유심히 보더니 혹시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했다. 너무 화가 나고 할 말이 많았지만 혹여 해코지를 당하거나 면박을 당할까 두려워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여성들이 혐오와 차별을 규제하는 뚜렷한 법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현실에 처해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이러한 문제 해결의 기본이자 출발이 될 것입니다. 법제 마련과 더불어 인식 전환이 꼭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백래시를 겪으며 대응하고 있는 분들이 남겨주셨던 페미니스트 한마디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나의 사상과 생각은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 억지 '남성혐오' 만들지 말고 현실에 있는 여성혐오를 직시하세요. /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당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 당신의 혐오가 해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아라. / 페미니즘이 결국에는 세상을 바꿀거야. 두려워 하지말고 같이 가자, 내일로 좀 / 억압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연대할 것이다. 함께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자

 

 

페미니스트/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온상이 된 대학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유니브페미집행위원장: 원정

 

 

안녕하세요,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에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원정입니다. 저는 아직 대학생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20대 여성, 소위 ‘이대녀’입니다. 최근 이 ‘이대녀’들을 분석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 분석이 전부 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일부분 아주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고, 성차별적 사회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대녀’입니다.

 

‘젠더 갈등’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확산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여성과 남성은 이미 동등하고, 성차별은 해소되었으며, 페미니스트들이 말하는 성차별은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관점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일 뿐’이라는 말은 제가 대학에서 페미니즘을 말하자마자 부딪쳤던 논리였습니다. 20대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안티페미니스트를 자처하거나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대면 캠퍼스화로 인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의 역할이 커진 상황과 맞물리면서, 원래도 불평등했던 대학 공간을 혐오·차별의 온상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유니브페미는 작년부터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혐오표현 문제에 대응하면서, 커뮤니티 내 혐오표현 게시물을 수집했습니다. 그 결과, 유니브페미 F5 프로젝트가 모은 총 610개의 자료 중 514개가 페미니스트 혹은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 및 차별적 발화를 포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610개 자료 중 514가 오로지 페미니스트 혹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80%가 넘는 다수의 혐오표현 게시물이 페미니스트와 여성을 공격하고 있었음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 수치는 대학생 페미니스트들에게 있어 아주 충격적이거나 예상 불가능한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대학 내 페미니스트 사냥은 페미니즘 활동이 적극적으로 펼쳐졌던 시점부터 이미 왕성했었기 때문입니다. 성차별을 없는 것 취급하거나 정당화하는 글, 여성을 성적으로 물화하는 글, 성판매 여성에 대한 멸시를 전시하는 글, 성폭력 피해 혹은 그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여성을 무고죄나 피해망상을 들먹이며 의심하는 글, 여대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근거 없이 퍼뜨리는 글, 페미니스트는 매력자본이 없어 ‘실패한’ 여성일 것이라며 조롱하는 글은 이제 일상적으로 올라오는 게시물이 되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피로감과 사회에 만연한 차별적 논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성평등 활동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세력에 가담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내 혐오표현 문제에 연대하지 않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상황은 성차별의 구조성을 가리면서 사회적 문제가 아닌 것처럼 꾸며내는 ‘젠더 갈등’이라는 말과 궤를 같이합니다. 성차별을 시정하라는 것은 정당한 시대의 요구이고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그대로 재생산하거나 사상을 검증하는 행위야말로 있어서는 안 될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젠더 갈등’과 같은 말이 사회·공동체적 책임과 문제의식을 지워버리고 문제의 반복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일, 저는 <2021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 농성>의 집중 결의대회에 참여해 ‘대학본부와 학생회가 차별시정에 대한 책임을,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나중으로 미루는 사이 대학공동체 내 평등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후퇴했는가’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는 ‘젠더 갈등’과 같은 말을 확산하고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흐리는 ‘이대남’, 그리고 이들을 의도적으로 호명하고 이용하는 정치권의 행태와 절대 무관하지 않습니다. 결국 대학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것입니다. 한국사회, 대학본부, 그리고 국회는 점차 후퇴하며 자정능력을 상실해가는 대학공동체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제를 직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십시오. 10만의 목소리가 모인 오늘날, 사회적 책임의 첫 단추는 차별금지법 제정일 것입니다.

 

 

2021년 핫플레이스는 인천인가? 페미니즘이 뭐길래

 

인천여성민우회 사무국장: 나르샤

 

인천에 살면서 인천에 대한 편견, 성차별을 목격하는 것은 좋은 경험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차별이 어떻게 사회의 문제를 흐리는지, 성평등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분산시키는지를 분명히 알기 위함입니다.

 

2021년 인천을 뜨겁게 달군 민원이 있습니다. 지난 5월 인천시가 운영하는 '마을과 사람을 잇는 페미니즘 소모임 지원 공모사업' 관련 민원이 1천 건 이상 접수되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국민신문고 1천69건, 시민청원 276건, 전화 민원 100건, 반대 집회 1건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업이길래 전국에서 이렇게 반대했을까요?

 

인천시 페미니즘 소모임 지원사업은 인천시민 또는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5인 이상 소모임에 모임당 최대 200만 원을 지원합니다. 소모임 주제는 '성평등 문화 확산', '성평등한 일·생활 균형 확산', '성평등 교육활동', '성평등 정책·교육·문화 콘텐츠 개발' 등입니다. 이 사업은 인천시가 주민참여예산으로 시민들로부터 제안받아 추진했고 주민 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서 공모에 이른 것인데요. 다른 지자체도 이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유난히 인천만 화제를 일으킨 이유는 '페미니즘'이란 용어를 사업명에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사업 공모 기간 인천시 시민청원 게시판은 찬반 의견들이 독차지했습니다. 반대 청원은 "페미니즘 소모임을 지원하지 말라"는 내용이고, 찬성 청원은 "페미니즘 지원을 응원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게시판을 도배하고, 젠더 갈등으로 헤드라인을 만들어 공론화에 이릅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하여 마치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믿게 만들거나 지적하는 것으로 세간에 오르내리게 만들죠. 성 불평등 문제가 포괄적이고 뿌리 깊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없애기 위한 사업의 본질을 외면하고, 논란을 만들어내어 문제 인식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약화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그러한 논의 자체를 다시 한번 주변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민원의 핫플레이스 인천을 기억하며 문제의 본질이 사회구조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이고, 페미니즘은 우리의 일상으로 이어질 것을 선언합니다. 

 

 

 

N년 동안의 ‘차별’

 

광주여성민우회: 나나

 

 

최근 장혜영 의원이 백래시 대응 토론회에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차별과 싸우는 여성, 여성과 싸우는 남성. 왜 이것이 ‘젠더갈등’인가?” 맞습니다. 그것은 젠더갈등이 감추고 있는 차별입니다.

 

저희 큰집은 명절 때 언제나 남자상과 여자상이 따로 차려졌습니다. 큰 상 하나와 작은 상 하나. 누군가가 ‘여긴 남자들만 앉을 수 있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어른부터 아이까지 여자들은 큰 상에 먼저 뜨고 남은 반찬들로 채워진, 바깥쪽 작은 상에 앉았습니다. 왜 큰 상에만 맛있는 반찬들이 있는지, 왜 나는 큰 상에 앉을 수 없는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밥을 먹고 나면 제일 큰 ‘딸’인 저는 어른들 커피를 탔습니다. 어느 날 커피를 타기 싫다고 했더니 남자동생들은 건너건너 그 다음 ‘딸’인 여동생이 커피를 탔습니다. 남자상과 여자상이 따로 차려지고 식후 커피 타는 일은 여자 아이들의 몫인 것.

 

자연스럽게 체득해온 이것은 젠더갈등이 감추고 있는 차별입니다.

 

체육시간뿐만 아니라 운동장은 항상 남학생들의 영역이었습니다. 축구를 해볼 생각조차 못했고 어쩌다 피구라도 한번 하려면 운동장을 전세낸 남학생들과 입씨름을 해야했습니다. 결국 운동장은 남학생들 차지였지만말입니다. 대학교 3학년 때 회장을 했습니다. 부회장은 군대 다녀온 남자 선배였습니다. 아무도 부회장보다 어리고 키 작은, 여자인, 제가 회장일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예비역 남성 회장들 사이에서 몇 배는 더 자주, 많이, 강하게 이야기해야만 했습니다. 면허를 따러 학원에 등록하러 간 날, ‘여자가 1종 따서 뭐할거냐’는 강한 권고에 2종 면허를 땄습니다.

 

알았지만 혼자서는 이길 수 없었던, 이것은 젠더갈등이 감추고 있는 차별입니다.

 

‘취업 공고에는 적어놓지 않았는데 사실 남자만 뽑으니 면접 보러 오지 않아도 된다.’, ‘결혼했으면 아이 낳을 수도 있으니 일하기 어렵겠다.’, ‘거긴 회식할 때 노래방을 간다더라 그래서 여자 안뽑을거다’ ... 그래서 “여자인 너는, 결혼한 너는, 임신할 수 있는 몸을 가진 너는, 일할 수 없다.”

 

작았던 ‘우리’가 이젠 다 커서 조금씩 깨부수고 있는 이것은, 젠더갈등이 감추고 있는 차별입니다.

 

나만의 경험이 아닐, 생애주기마다마다 마주하는 차별.

이것은 ‘젠더갈등’이라는 단어로 결코 감출 수 없는 차별입니다.

 

 

 

대독 발언

 

작성자: 물결

대독발언: 성평등복지팀 류

 

"안녕하세요. 저는 지하철에서 불법촬영을 당할까, 남자친구와 안전하게 이별할 수 있을까,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까,,, 여러 걱정을 하며 사는 20대 여성입니다. 최근 젠더갈등, 남녀갈등으로 명명되는 백래시를 목도하며 큰 분노를 느껴왔습니다. 성차별과 가부장제,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젠더갈등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수많은 여성이 말합니다. 여성을 향한 혐오를 멈춰라. 여성을 때리지 마라. 여성을 죽이지 마라.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명제를 여전히 외칩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차별과 혐오, 폭력에 맞서 싸울 때, 젠더갈등이라는 허황된 현상에 동참하는 남성들은 다른 무엇도 아닌 '여성'과 싸우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이 젠더갈등을 유발했다 말하기 전에, 언론과 남성들은 페미니즘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합니다.

 

여성들은 여전히 일상의 안전조차 지켜지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놀랍겠지만 당신이 믿든 말든 이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단 한 명의 여성도 죽을 위험이 없는 세상이야말로 진정한 평등이 이뤄진 세상일 것이며, 그때 비로소 젠더갈등이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갈등은 평등을 전제로 한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니까요.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길은 때론 멀기만 해 보입니다. 당연한 외침에 응답하지 않는 세상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희망을 갖습니다. 나의 목소리가 내 주변 여성에게 힘이 되고 때로는 터닝포인트가 되길 기대하면서, 이 글을 적어 보냅니다. "

 

이상 8 명의 발언문 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발언입니다.  
’작았던 ‘우리’가 이젠 다 커서 조금씩 깨부수고 있는 이것은, 젠더갈등이 감추고 있는 차별입니다.‘ 
노동팀 불호령 액션에서 페미니스트 한마디로 남겨주셨던 발언도 떠오르네요.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당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말씀하셨던 두 발언에 화답하듯.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었답니다. 
’네, 우리 함께 연대하면서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며 앞으로 나아가요!‘ 라고요 ^^

 

 

각각의 발언에 공감이 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면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재확인

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답니다. 그 밖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차별금지법제정‘이라는 문구로 릴레이N행시

짓기를 하고, 국회압박문자를 보내기도 하면서 1시간의 온라인 농성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다시 차별금지법/평등법이 우리에게 왜 필요하냐? 라고 물으신다면,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너무 과한 걸 바랬나요?
그럼 정정 하겠습니다. ㅎㅎ 우리 사회가 자정작용이 잘 되는 사회라서 차별과 혐오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을 단호하게 제재할 수 있는 사회라면, 차별금지법/평등법은 필요치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런 사회였다면 일부 보수 기독교단체나 혐오세력 때문에, 그리고 그 눈치를 보는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15년이나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았을 이유는 없었겠네요. ^^a

 

 

[’젠더갈등‘이 감추는 차별 이어 말하기]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으로 발언문을 일부 인용하여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는 ‘갈등’이 아니라 차별임을 분명하게 정의하고,
차별과 혐오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을 단호하게 제재할 수 있는 기준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그 기준선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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