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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안[후기]"돌봄 분담이요? 없어요, 그런 거" : 89명의 여성 인터뷰와 1,253 건의 언론보도를 통해 본 코로나19와 돌봄위기 토론회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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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수요일 오후 2시, 한국여성민우회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통해 <“돌봄 분담이요? 없어요, 그런 거”: 89명의 여성 인터뷰와 1,253 건의 언론보도를 통해 본 코로나19와 돌봄 위기>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 자료집 다운로드 링크 https://www.womenlink.or.kr/publications/23168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19 시기 ‘돌봄 위기’ 상황에서 여성에게 돌봄과 노동의 이중부담이 가해진 현실을 코로나19 시기 가족 돌봄을 수행한 여성 당사자 심층인터뷰 및 돌봄 관련 언론보도 모니터링 분석 결과를 통해 드러내고, 제도적·문화적 대안 담론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사진 1. 토론회 시작 전 현장 사진

 

사진 2. 토론회 현장 참석자 전면 사진. 발제자 류형림, 정슬아, 사회자 최진협, 토론자 정형옥, 김수경이 나란히 앉아 있다.

 

 

사회자 민우회 공동대표 나우의 사회로 토론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돌봄 기관이 무기한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직장은 폐쇄할 수 있지만 돌봄과 복지 시설은 폐쇄할 수 없다는 것이 방역 정책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면서 돌봄 문제를 가족에게 돌려보냈죠. 그리고 돌봄 문제가 가족에게 전가될 때 가족의 이름으로 전가되는 것은 돌봄 전담자로 간주되는 여성이었습니다. 가족돌봄휴가를 직장맘을 위한 정책으로 이야기했고 원격수업 진행을 야기한 혼란을 엄마개학 같은 말로 호명했습니다. 돌봄 문제를 떠안게 된 여성이 처한 어려움과 실제 요구는 들리지 않고 실제 국가의 책임은 은폐되었습니다. 이 토론회는 돌봄이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부담과 희생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닌 이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마련하였습니다.”

 
 
사진 3. 첫 번째 발제자 클로즈업 사진 
 
 

첫 번째 발제는 민우회 활동가 류가 <돌봄위기를 겪은 여성 89명의 인터뷰를 통해 본 코로나19와 돌봄위기>라는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코로나19 시기 돌봄을 수행하면서 일상과 노동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은 여성들의 인터뷰 사례를 소개하고, 여성들이 말하는 돌봄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돌봄 부담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인터뷰 참여자를 대상으로 체크한 돌봄 분담 비율의 변화에서도 알 수 있었는데요. 총 89건 사례 중에서 비율로 명확히 된 69건에 대해서만 통계를 내 봤는데 기존 여성들이 40% 정도의 돌봄부담. 나머지는 학교나 어린이집, 조부모 등 보조양육자의 책임으로 채워졌다면 지금은 코로나 이후에는 70%로 증가했다는 수치를 알 수 있었습니다.”

 

돌봄위기는 여성들에게 곧 노동위기로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퇴사하거나 구직을 포기한 사례를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력이 단절될까 봐 걱정을 하면서도 아이돌봄을 감당하기 위해서 퇴사를 고려하고 있는 인터뷰 참여자들도 많았습니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서 경기가 악화되면서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사례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요. 해고되거나 프리랜서인데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무급휴가를 강제로 사용하게끔, 그래서 회사의 비용을 줄이는 방식의 불이익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급이 또 줄어드는 상황들이 있어서 오히려 이전에 벌었던 만큼을 생계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일하는, 노동시간이 훌쩍 늘어난 사례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돌봄부담이 폭증하고 노동위기까지 닥쳐오는 상황에서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들은 대체로 우울감, 압박감, 고립감, 불안감, 공허함 이런 감정들을 느끼면서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위기 다음이 돌봄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이번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강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돌봄 대상인 아동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적 돌봄 체계가 가동되었어야 했던 것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어야 되겠죠. 그리고 또 돌봄이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남성의 몫으로 너무나 여겨지지 않고, 그래서 실제 분담을 하지 않는 상황들을 개선하기 위한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이는데요. 그래서 사회구조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캠페인이나 연구, 홍보, 조직문화 변화와 같은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고요. 그래서 지금 이 코로나 위기가 누구나 돌보고 또 돌봄 받을 수 있는 사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4. 두 번째 발제자 클로즈업 사진 

 

이어진 두 번째 발제는 민우회 활동가 여경이 <1,253건(2020.2~8월)의 언론보도를 통해 본 코로나19와 돌봄위기>라는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언론이 코로나19 시기 돌봄 위기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거기에는 어떤 한계점이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한 언론에 역할에 대해 제언하였습니다. 

 

 

“전체 코로나19에 대한 기사 중 돌봄 관련 보도비율을 확인하기 위해 동일 검색조건으로 분석해본 결과, ‘코로나’ 단일 단어를 언급한 기사는 78,667건에 달했습니다. 이에 비해 ‘돌봄’을 언급한 기사는 1,253건으로 1.59%에 불과했고, 이 중 돌봄‘위기’를 직간접적으로 다뤄 심층 분석 대상으로 삼은 기사 829건만 두고 본다면 78,667건의 1.05%에 불과했습니다.”

 

"여성이 돌봄의 책임자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경우에도, 시민 인터뷰를 여성만 하거나 ‘워킹맘의 위기’를 제목과 본문에서 언급하고, 성별표기를 여성에게만 하거나, 돌봄의 역할을 ‘엄마’의 역할로 특정하는 방식으로 단어를 사용하는 등 여성을 돌봄의 주 담당자로 상정하는 인식을 드러내는 기사가 많았다. 보도 이미지 역시 여성이 아이를 돌보는 이미지를 다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

 

"여성과 가족의 돌봄책임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언론보도에서 나타난 특징은 돌봄시설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미 정부 정책에서 긴급돌봄 서비스로 자녀들을 보내거나 노인돌봄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실제 그 기관 자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언론보도가 많이 되면서 그곳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불안감 혹은 죄책감을 강화시키는 보도들이 많았습니다."

 

"돌봄 공공성 확대, 성별분업 해체를 위해 언론의 책임이 요구됩니다. 또한, 재난 위기에서 보도에 있어 재난보도준칙/성평등/정의/인권 등 사회적 합의기준을 지키는 일은 언론의 기본적인 의무여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근본적 해결이 필요한 현실에서 현행 정책의 한계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 대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보도를 위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

 
 
 
 
 

사진5. 첫 번째 토론자 클로즈업 사진 
 
 
발제 뒤에는 발제 내용을 바탕으로 각 분야별 정책적,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는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토론은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형옥님이 <코로나19 시기, 여성노동 현황과 정책>을 주제로 발표해주셨습니다. 
 
 

“여성들에게는 돌봄 위기가 노동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는 남녀 모두의 문제이지만, 여성의 경우 더욱 크게 경험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모든 연령계층에서 취업자가 감소했으나,특히30(-157천명)50(-111천명)에서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주로 대면 일자리인 숙박 및 음식점업, 도매 및 소매업, 교육서비스업의 취업자 감소는 특히 여성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취업자가 증가한 산업 중에서 여성이 다수인 일자리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주로 대면 일자리임에도 취업자가 증가하는 것은 코로나19 국면에서 ‘필수적인 노동’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수노동’이라고 하면서 왜 그 가치는 저평가되는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취업과 미취업으로 단순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여성들의 일과 삶의 다양한 모습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포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발제에서도 확인하였듯이, 여성들의 경제활동 상태는 단순하게 ‘전업주부’ 또는 ‘전형적인 맞벌이’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 이분법 사이에 많은 여성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족돌봄휴가도, 긴급돌봄 지원제도의 지원도 받기 어렵습니다. 고용형태가 다양해지고, 여성의 불안정 고용이 확대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여성들은 제도가 포괄할 수 없는 ‘예외’가 아닙니다. 너무 넓은 사각지대는 사각지대가 아닙니다. 다양한 여성들의 노동 현실에 기반해 사회제도를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진6. 두 번째 토론자 줌 영상 사진 
 
 
 
두 번째 토론은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양난주님이 <선택이 아닌 필수 서비스로서 사회적 돌봄>을 주제로 발표해주셨습니다. 
 
 

" 우리가 사회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들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그것을 중단시키면 살 수 없는 그런 패턴으로 모두가 다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 삶에서 사회적 돌봄이라는 것은 가족의 돌봄이 어렵거나 가족의 돌봄이 더 좋은데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위계적인 관계가 있지 않다는 거죠."

 

" 사회적 돌봄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제도가 되어야 합니다. 가족돌봄이 어려운 대상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생애주기별 필요한 돌봄을 사회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돌봄권은 사회구성원의 사회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합니다.  보육/요양/활동지원을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질 높게 운영되어야 하고,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하고 충분한 사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돌봄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사람이므로, 충분한 수의 숙련된 돌봄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돌봄이 보장성을 갖고 누구에게나 보장되어 사회적 돌봄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없기에 가족돌봄으로 회귀하는 악순환을 중단해야만 한다는 말씀 드립니다."

 

 

사진6. 세 번째 토론자 줌 영상 사진

 

 

세 번쨰 토론은 <코로나19 돌봄위기에 대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김수아님이 발표해주셨습니다. 

 

 

"돌봄’의 위기를 말한다면 ‘돌봄 노동’의 위기 역시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아동의 돌봄을 이야기하는 해외 정책 중에서 ‘소득 감소로 인한 아동 돌봄의 공백’이 고려되었던 것, 그리고 해외 다수 국가가 돌봄과 노동 정책을 병행하면서 이에 대응하였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 정책을 평가하는 관점에는 이처럼 돌봄과 돌봄 위기에 대한 성인지적 시각이 필수적입니다. 성인지적 관점의 부재로 인해 돌봄의 문제를 한정적으로 일하는 여성의 미취학 아동 돌봄에 한정하여 보도하는 언론의 보수적 시각은 우리 사회의 정책적 방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이르지 못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위기’를 말할 때 위기에 처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돌봄의 주체로 호명되는 여성, 그리고 돌봄의 대상이 되는 아동-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관심이 적극적으로 제기되는 언론보도가 더 많이 생산되었어야 합니다. 언론의 적극적 의제 발굴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한편으로 돌봄 위기는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묘사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봄 노동의 위기는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에 관련되고 성차별을 근간으로 하는 노동 문화 속에 항상 잔존하고 있습니다. 돌봄 개념을 적극적으로 확장하여 이해하지 않는 한, 언론은 또다른 재난에서도 역시 미취학 아동의 돌봄 위기만을 불러내면서 돌봄 노동자가 취약한 노동 조건에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은 정상화로 인식하는 한계를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사진7. 네 번째 토론자 클로즈업 사진

 

 

마지막으로, <긴급돌봄이 아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돌봄으로>를 주제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 김수경님이 토론해주셨습니다. 

 

 

코로나19 시기 방역과 돌봄을 비롯한 필수지속영역에는 여성노동자들이 이전보다 더한 노동 강도를 감내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용불안을 견디며 버티고 있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은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안전이 고려되지 않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여성노동자의 일과 떨어지지 않는 돌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이전보다 수많은 질문들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돌봄 때문이라는 가정 역시 질문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정규직, 놓치기 아쉬운 직장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돌봄의 영역 중 아동 돌봄만을 경력단절의 계기로 보는 시각은 극복해야 할 시각이며, 이를 둘러싼 다른 요인들이 더 많이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분의 토론을 마치고, 토론회 신청자들의 사전질문과 채팅창의 질문, 그리고 발제자와 토론자의 상호질문에 대한 답변을 나누는 30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뒤 토론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돌봄 분담이요? 없어요, 그런 거"> 토론회의 제목은 코로나19 시기 돌봄 위기를 겪은 인터뷰 참여자 여성의 목소리를 따서 붙인 것이었습니다. 이는 돌봄 책임의 분담에 대하여 우리 사회에 물었을 때, 현재의 상황에서 돌아오는 답이기도 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우리 사회 돌봄 문제에 있어 모두가 돌보고 돌봄받을 수 있는, 평등한 돌봄에 대한 대안 담론이 확산하여, 돌봄 분담이 어떠냐는 질문이 아주 이상한 질문이 되는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돌봄 분담이요? 당연하죠, 그런 거!"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그를 위해 민우회도 지속적으로 관련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토론회 자료집 다운로드 링크 https://www.womenlink.or.kr/publications/23168

 

※ 본 토론회는 (재)숲과나눔의 「2020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 지원 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