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성평등복지[후기] 〈나는 페미니즘 복지국가에 살 거야!〉 집담회 1회차 "나로서 오롯이, 함께할 거야"

2021-10-25
조회수 17247

20대 대선을 앞둔 지금,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사회를 꿈꾸고 있을까?

향후 5년의 복지국가 구상을 위한 페미니스트 집담회 〈나는 "페미니즘" 복지국가에서 살 거야!〉

그 첫 번째 자리가 10월 1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온라인 회의로 열렸습니다. 

 

 

1회차 집담회 "나로서 오롯하게, 함께할 거야"에서는 동등한 시민성에 기반을 둔 복지국가의 모습을 이야기해보고자 했습니다.

나다운, 넬리, 니이모, 미영, 숨, 야기, 현주, 효진 8명의 참여자와 민우회 활동가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참여 이유와 자기소개]

 

 

1회차 집담회에 참여한 이유와 평소 복지에서 관심이 있는 영역을 소개하며 집담회를 시작했습니다. 

 

 

"비혼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스스로를 어떻게 돌보고 사회와 어떻게 교류할지, 서로 돌보고 돌봄 받는 공동체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있어 참여했습니다. " 

 

"퀴어로서 복지를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참여했어요. 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페미니즘적 자기돌봄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비혼으로서, 퀴어로서, 페미니스트로서.

다양한 입장에서 앞으로의 삶과 관계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는 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참여자들이 공통의 문제의식 위에서 토론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주제와 관련된 주된 문제의식과 사회적 배경,

그리고 민우회에서 고민해 본 페미니즘 복지국가의 의제들을 발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사진1. "나로서 오롯하게, 함께할 거야" 집담회 주제를 발제하는 PPT 화면과 활동가 이미지

 

 

지금의 복지체계는 혈연 및 혼인으로 이루어진 법적 가족을 복지의 기초 단위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가족 내에서 남성은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은 생계를 보조하며 가사와 돌봄을 전담할 것이라는 불평등한 성별분업구조를 전제하고 있죠.

따라서 제도 안에서 법적 가족의 일원으로만 취급되어 개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감각과, 

생계와 돌봄을 공적인 권리로 보장받지 못한 경험을 나누며 대안을 상상해보고자 했습니다. 

 

 

 

[조별 토론: "나로서 오롯하게, 함께할 거야"] 

 

 

서로에 대해 알고, 오늘의 토론 주제와 관련된 문제의식들을 나누고서, 4-5명씩 조를 꾸려 본격적으로 조별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복지제도에 관한 문제의식을 담은 소주제에 따라 복지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동등한 시민성에 기초한 새로운 복지체계의 조건들을 상상할 수 있는 질문에 함께 답해보는 시간이었어요. 

 

 

〈소주제 1. 나로서 오롯하게 복지의 대상이 되려면〉 

 

 

"가족이라는 단위로 보는 것 때문에 ,사실은 개개인으로 생각하면은 다 어려움이 있고 이런데 이걸 묶어서 다들 그냥 알아서 해석을 해버리니까 불이익이 생길 수 있구나. 이 생각을 되게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가족으로 묶어놓고 보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개별로는 다 나름대로 고군분투 해야 되잖아요."

 

 

질문 하나. 모든 시민에게 태어날 때부터 복지소득이 들어오는 자기만의 계좌가 있다면? 

 

 

"개인 단위로 (재난지원금을) 받았을 때 얼마가 들어왔는지 정확하게 눈에 보이니까 내게 주체성이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태어날 때부터 내 계좌가 있다면 얼마나 살면서 든든할까 싶죠. 사람이 살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고 아무도 예측할 수없는 데 그런 게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싶어요." 

 

"자기만의 계좌 너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계속 다른 분들도 말씀해 주셨지만 선택의 영역이나 뭔가 대상이나 그 폭 자체가 달라지는 거기도 하고 저는 그리고 이게 저의 계좌가 있다면 제가 먹고 사는 문제가 오로지 또 나만의 일은 아니라는 인식도 들 것 같거든요. 내가 이 공동체에서 살아가고 있고 공동체가 어느 정도 나의 문제를 좀 책임져주고 같이 나눠지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소주제 2. 누구에게도 차별 없는 복지를 위해서는〉 

 

 

질문 둘. 누구나 내가 원하는 형태로 가족을 꾸릴 수 있게 된다면? 

 

 

" 지금 원하는 형태로 가족을 꾸릴 수 없는 이유가 가족의 어떤 특정 부분을 제도가 규정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가족들을 다 배제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이성애 결혼 외의 결혼을 배척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아이가 없거나 아이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계속 배척하는 제도가 있다보니까. 그래서 아이를 낳거나 낳기 싫거나 혼자 키우고 싶거나 그냥 이 모든 선택들이 가능하려면 제도에서 규정하는 가족은 없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했었고, 만약에 그렇게 누구나 원하는 형태로 가족을 꾸릴 수 있게 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거절감이라는 게 진짜 크잖아요. 근데 그 거절감을, 이 나라가 이 제도가 이 사회가 계속 거절하고 있다라는 감각을 느끼지 않고 나는 이런 (가족의) 한 형태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 

 

“ 여전히 사회에는 공고한 기준들이 있고 이러니까 조금만 이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다라고 하면 너무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기면 내 자신을 더 긍정하게 되게 쉬울 것 같고 더 건강해질 것 같은 거예요 우리 모두가.”

 

“가족의 의미라고 해야 되나요. 범위가 조금 확장됐으면 좋겠는데, 그게 비단 이제 동성혼이라든가 아니면은 생활동반자법 제정만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은 한 집에서 함께 사는 존재를 의미하잖아요. 근데 저 같은 경우에는 저의 개인적인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에서 그렇게 누구와 평생 살고 싶지 않고 한 옆집 정도가 제일 좋은 것 같거든요. 그래서 뭔가 딱 내 집 안에 딱 사는 그 사람들만 가족의 범위로 한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좀 느슨하게 연결되면서도 서로의 건강 문제라든가 다른 그런 개인적인 이슈라든가 그런 거를 함께 공유하고 또 문제가 있으면 함께 해결해 나가고 그런 존재까지 좀 넓혔으면 좋겠거든요. 요즘에는 그 사람들이 보통은 친구라고 그냥 많이 표현되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더 내밀한. 그런 식으로 뭔가 좀 의미 자체가 좀 더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는 혼자 살되 내 옆집에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원하는 대로 가족을 꾸릴 수 있다면 원하는 대로 또 가족과 관계를 끊을 수도 있고 그러면 참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소주제 3. 페미니즘 복지국가에서 함께 살기 위한 역할과 책임은〉 

 

 

질문 셋. 모두가 돌보고 돌봄 받을 권리가 법에 명시된다면?

 

 

“ 공교육으로 돌봄 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누구에게 돌봄을 받고 있고 우리는 무슨 돌봄을 줄 수 있고 이런 것을. 왜 우리는 이런 것에 대해서 한 번도 교육받지 못했을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돌봄 받는 대상을 얘기할 때 꼭 신체 기능을 사회가 생각하는 ’정상‘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한정이 되잖아요. 그래서 이제 그런 분들을 요양원에 넣거나 시설에 넣어버리거나 해서 안 보이게 차단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사실 우리 모두에게 돌봄이 필요하고, 지금 대개 남성 같은 경우에는 여성이 집에서 돌봄을 하면 그거에 기대서 자기 노동을 하는 거잖아요. 근데 사회가 그런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문제를 좀 드러내놓기 위해서 공교육으로 좀 교육하는 거 어떤가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약해지는 순간이 오잖아요. 그게 어떤 상황일 수도 있고 상태일 수도 있고 시기일 수도 있는데 그런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돌봄도 자연스럽게 필요하고, 이어지고 주고받고 하는 것 같은데요. 만약에 돌보고 돌봄 받을 권리가 법에 명시가 되면, 법에 명시되는 것 자체도 중요한데 사실은 권리를 누리고 의무를 이행하는 데에도 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당장 만약에 정말 기적처럼 갑자기 법이 뚝딱 생겨도 사실은 실제로 사회에 적응이 되려면은 시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뭐 가령 동네에 그냥 아이 한 명이 있는데 그 아이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 상황처럼 보일 때 사실 지금은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도 있지만 ’괜히 남의 집 일에 끼어들면 안 되지‘라는 그런 마음으로 그냥 사실은 외면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좌시하면 안 된다라는 합의가 깔리면은 그런 경우가 훨씬 줄어들 테고 그냥 아이뿐만이 아니더라도 여러 존재가 그물망처럼 도움을 받으면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질문 넷. 모든 사회 구성원이 살면서 한 번쯤은 돌봄 일자리에 종사한다면?

 

 

“돌봄은 특히 남성의 경우 마음은 있어도 안한다던가, 딱 시키는 것만 한다고들 하는제 전반적으로 몰라서 그러는 경우도 있잖아요. 돌봄의 과정이나 내용을 모르고, 몰라도 되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겠지만요. 모두가 돌봄에 종사를 해야 한다면 돌봄에 참여하지 않던 남성들도 돌봄에 대해 알게 되고 좋을 것 같네요.”

 

“기발한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모두가 경험하게 한다는 게 너무 필요할 것 같고요. 돌봄이 여성들이 많이 했다는 이유로 너무 많이 평가절하돼 있고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기분 나쁜 부분도 많거든요. 굉장히 소중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가장 임금테이블도 낮고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게 너무 좀 화가 나서. 기회를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남자들이 돌봄노동 안 하는데 꼭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돌봄노동이 굉장히 전문성이 필요한 일인데, 모든 구성원이 한 번쯤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돼요. 의무로만 해보고서 ’나도 돌봄노동 해봤는데 별 거 아니더만 왜 자꾸 힘들다고 하냐‘라고 말할 것도 같고. 하라고 할 거면 의무교육으로 돌봄 교육을 해야겠네요. 돌봄 노동 종사가 의무화가 된다면 누구도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조별 토론을 통해 복지제도에 있어 가족 단위가 아닌 개인,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그리고 그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외롭지 않고 평등하게 연결될 수 있는

다음 사회의 조건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으며 혼자서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혼자서만은 살아갈 수 없음을 알고, 필연적으로 서로 의존하는 존재로서 함께 잘 살아가고 싶음을 확인하기도 했어요.

페미니스트로서 우리는 나의 일상의 안녕뿐 아니라, 더 나은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요. 

 

 

 

[가장 설레는 상상 나누기] 

 

 

함께 나눠본 페미니즘 복지국가에 대한 상상 가운데 가장 설레는 것을 꼽아보며 집담회를 마무리했어요. 

나다운, 넬리, 니이모, 미영, 숨, 야기, 현주, 효진이 함께 꼽은, 다음 사회를 위한 가장 설레는 상상을 공개합니다!

 

 

"모두가 살면서 한 번쯤은 돌봄에 종사하며, 이제껏 돌봄에 참여하지 않았던 남성들도 돌봄의 책임을 지는 정의로운 사회"

 

"누구나 내가 원하는 사람과 공동체를 꾸릴 수 있고, 누구도 차별없이, 기꺼이 돌봄을 받고 돌봄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된 사회. 가령 퀴어를 위한 요양원을 세울 수 있는 사회"

 

"보다 느슨한, 함께 살지 않아도 가까이 있으며 서로 돕는 관계까지 가족의 범위가 확장되고, 가족이 폭넓게 이해되는 사회" 

 

 

 

후기를 읽으시는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이런 상상들이 설렘으로 가닿고 있을까요? 

페미니스트가 함께 나눈 설레는 상상이 단지 상상에 그치지 않고,

모두가 공감하는 사회적 의제로서 논의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사진2. 집담회 참여자들의 Zoom회의실 인증 사진

 

페미니즘 복지국가에서 우리는 나로서 오롯하게, 함께할 거야!

 

 

 

이어지는 2회차 집담회 "너도 나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쉴 거야"의 후기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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