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성평등복지[책 세미나 후기] 복지는 어떻게 우리를 배신했나?

2019-02-28
조회수 14033

 

 

지난 2월 25일(월), 성평등복지팀은 『복지의 배신』, (송제숙 지음)을 읽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복지의 배신』은 외환위기와 김대중 정부 시절에 한국에 도입된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의 형성 및 정책 설계 과정에 대해 다룬 책인데요.

 

이 시기는 사회경제적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최초로 광범위한 복지국가가 등장한 시기였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자유주의적 복지 정책이 한국에 정착하게 된 과정이었습니다.

 

외환위기 해결을 위해 어떠한 담론을 통해 ‘사회 통치’가 이루어졌는지. 책을 통해 한국 복지 정책의 정착하게 된 과정을 돌아보며,

현 복지 정책에 대한 정부의 관점 문제 및 젠더 관점을 반영한 복지 정책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 지 등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IMF 이후, ‘가족해체’, ‘실업 노숙인’, ‘신지식인’, ‘벤처 창업’ … 등이 화두였던 시기.

 

이 당시 복지제도는 어떠한 목적 속에서 시행되었을까요?

 

국가는 ‘통치 가능한 대상’으로 복지 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는 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을 규정하여, 복지정책의 대상을 구분하였는데요.

 

이 책에서는 외환위기 당시 등장한 노숙인 정책과 청년 실업 정책을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IMF 노숙자’, ‘신지식인’, 그리고 이 외의 노숙인과 청년들은 자격이 없는 자로 분류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복지 정책 수혜자 구분은 이후의 복지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지요.

이후에도 국가는 끊임없이 복지 수혜자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결정하고, 이러한 구분은 결국 국가의 관점에 따라 혜택 받을 필요 있는 대상을 구분하고 재생산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방식으로 지원해왔습니다. (현 복지정책에서 4인 정상가족을 기본모델로 여기고 복지제도를 구성하며 지원 되는 방식, 여성 복지정책으로 육아, 일가정양립 등 모성보호를 중심으로 지원되는 방식 등.)

 

IMF 시기, ‘가족 해체’ 담론과 모성 이데올로기를 통해 여성 노숙인은 ‘가정을 버린 엄마, 혹은 아내’로 낙인을 가하며, 병적인 존재나 비도적적인 존재로만 인식 되었습니다.

여성 빈민을 위한 대책은 여성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 노숙인에 대한 정책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 노숙인 정책에서 복지혜택의 기준은 노동을 재생산 해내는 가정에 돌아가 이를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에게만 주어졌습니다.

노동과 재생산 기능에 충실한 ‘생산적 주체’로 판단되는 이들에게만 주어진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99년말 <농협>이 구조조정을 명목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사실상 강요했던 사내 부부 정리해고 문제가 나오는데요.

<농협> 사내부부 정리해고는 '가족해체'의 담론 속에서 여성을 사적 영역으로 한정시키며 구조조정을 감행했던 사건입니다.**

 

외환 위기 시기 가족 해체의 담론(밥벌이 하는 가부장 남성(남편)과 집에서 내조하는 여성(부인) 이성애적 핵가족 형태를 정상 가정으로 둔 위기 담론) 속에서 자발적으로 가정이라는 영역으로 후퇴하는 것을 여성의 미덕으로 부각시키는 신자유주의적 보수적 성 정치 담론이 우세하게 작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내 부부라면 여성이 먼저 해고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남성 1인생계부양자라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여성들은 생계부양이 책임이 없는 미혼(비혼)이라서 퇴출당하고, 남편 있는 기혼 여성이라서 일차 해고 대상이 되는 농협과 같은 상황은 이후에도 반복되었습니다.

 

**<농협> 사내 부부 정리해고 문제는 1999년 말, <농협>이 구조조정을 명목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사실상 ‘강요’하는 과정에서 762쌍의 사내 부부 가운데 752쌍이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그 가운데 여성(아내) 퇴직자가 688명에 이르렀음. 이후 66%가 단기 계약직으로 재고용됨. 이 당시 농협은 IMF 위기에서도 98년 한 해 37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국가의 고통 분담’이라는 구호로 이러한 구조조정을 정당화함. - 책 PP 157~165 참고.

 

 

* <농협> 사내 부부 정리해고 문제가 더 궁금한 분들이 있다면 아래의 글을 참고해 주세요.

- 당시 민우회에서 활동했던 내용을 공유합니다.

 


1. [토론회 자료집] 사내부부해고, 왜 성차별인가?

 http://www.womenlink.or.kr/archives/1618?f_query=%EB%86%8D%ED%98%91&page=2

 

  2. 2008 11*12월호 [민우역사기행] 농협사내부부 대량해고사건 그 4년간의 기록 당신의 결혼을 알리지 마라!

 http://www.womenlink.or.kr/archives/3032?f_query=%EB%86%8D%ED%98%91

 

 3. 사내부부 해고 문제 소송 진행했던 두 당사자의 인터뷰

  평등의 대화; 침묵을 거부한 당당한 여성 – 김미숙, 김향아(농업협동조합)

 http://www.womenlink.or.kr/archives/1927?f_query=%EB%86%8D%ED%98%91&page=2


 

 

 

 

청년 실업 정책 역시 빈곤 청년을 지원한다는 접근 보다는 신자유주의적 노동 복지 방식으로 접근되었습니다. 청년 실업 정책은 후기 산업주의 시대에 적합한 노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시행된 정책으로 IT활용 기술에 적응할 능력을 갖추고, 창조적인 생각을 상품화 할 수 있는 청년들만이 ‘자격 있는’ 대상으로 고려되었습니다.

 

유연성, 적응력, 창의성, 자기 관리 능력은 중요한 가치로 이러한 능력을 갖춘 청년들만이 ‘신지식인’으로 불리며 정책 대상이 되었습니다. 중간계급이 국가의 관심과 복지 혜택을 받을 ‘자격 있는’ 집단으로 범주화된 것은 처음이었지만 결국 신지식인과 백수로 수혜 대상을 구분하며 가르는 정책이었습니다.

 

 

현 복지제도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에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의 방식이 아닌 국가의 목적에 따라 수혜자를 분류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구분되어 왔습니다.

 

책을 읽고 현 복지제도에 대한 정부에 관점에 대한 이야기, 복지 제도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지, 젠더 관점을 반영한 복지정책의 방향. 등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래 나눴던 질문 중 일부를 남겨 보아요. 앞으로도 쭉 이어가는 질문일 텐데요.

이후의 성평등복지팀의 활동에서 하나하나 질문들을 답을 찾아가며 올해의 활동을 힘차게 이어가 보겠습니다!

 

 


[나눴던 질문들 중]

 

- 성평등복지(활동은)는 신자유주의에서 자유로운가? 자유로울 수 있는가?

: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복지제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무엇을 지향해야하는가.

: 복지 제도가 모두를 포괄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선별복지를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까.

: 자본주의에 협력하지 않는 복지제도의 틀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 당시 벤처였다면… 지금은 1인 크리에이터? 이러한 빠른 변화 속에서 우리는?

: 개인 스스로 시장에 내놔야만 하는 현재. 예전보다 더 개인의 능력 강조되는 흐름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를 강화시키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언어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 ‘모두가 일하고 모두가 돌보는 사회’에서 모두가 일한다의 개념은 무엇일까?

- 돌봄(비생산이라 불리는 것) 담론적 이야기. 현실적 언어로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 모성보호 정책에 대한 고민.

: 현재 여성정책으로 실행되는 복지정책 대부분 ‘모성보호’ 정책들.

: 저출산 담론에서 국가가 새로운 모성보호 담론 보여주는 것. 신모성보호정책이다. 여성은 특정 역할로 늘 구분되어지는데…

복지제도를 구성하는데 있어 이러한 틀을 어떻게 변화 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