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형법 제269조 (여성에 대한)자기낙태죄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무려 269명의 시민들이 모여 대형 피켓 퍼포먼스를 펼쳤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뜨거운 연대가 빛났던 그 퍼포먼스는, 바로 9월 28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맞아 열린 퍼포먼스였죠. :)
올해도, 9월 28일을 맞아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 사이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라는 승리의 순간을 만들어온 우리, 뜨거운 투쟁과 연대의 기억을 잊지 말아요 !!!)
9월 28일을 하루 앞 둔, 9월 27일 금요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이 북적북적했습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기획한 기자회견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가 진행되었는데요,
기자회견에서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의 죄’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린지 6개월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임신중지 전면비범죄화를 위한 법 개정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체계 마련을 요구하기 위한 목소리들을 모았습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 집행위원 한국성폭력 상담소 앎 활동가의 사회를 시작으로 헌법재판소 선고 이후 모낙폐 활동경과보고를 하였고,
첫번째 발언인 모낙폐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사회진보연대 문설희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발언전문> ‘여성도 존엄한 인간이다. 임신한 여성에게도 인격이 있다. 자율적으로 삶을 결정할 수 있고, 특히 임신과 출산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지난 4월 11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즉 헌법에 맞지 않는 낙태죄를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환영했습니다. 멈추어있던 인권의 시계가 66년 만에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과거의 자신과 화해했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이상 허락을 구하지도,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왜 4월 11일 이전의 시간에 머물러 있습니까? 어째서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합니까? 법 개정 전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회피는 직무유기입니다.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있게 집행하는 정부의 역할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우리는 지난 헌재 판결 이후 직접 보건복지부를 만나 낙태죄 폐지 이후의 과제를 조목조목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첫째, 유산유도제 도입이 시급하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전에 23만 명이 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었습니다. 실태조사까지 하셨으니 후속조치를 서두르십시오. 수술적인 방법 외에 약물적인 방법이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안전한 방법임을 공중보건 차원으로 국민에게 알리십시오. 복용 전 후의 적절한 정보 제공과 의료 서비스 부재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조치는 보건복지부의 역할입니다. 둘째, 의료현장의 실태조사와 의료인에 대한 교육·훈련이 시급하다. 이제 달라진 시대에 걸맞는 의료인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인공임신중절시술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난 수십년간 불법의료서비스였기에 관련 현황 조차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의료현장의 실태조사부터 서두르십시오.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정보제공과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정책적 행정적 조치에 임하십시오. 셋째, 임신중지는 보편적인 공적 의료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안전한 임신중지는 임신의 안전한 유지와 건강한 출산 못지 않게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법의 개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임신중지 합법화에 걸맞는 의료인프라 구축이 지금부터 준비되어야 합니다. 지역적 격차, 질병과 장애의 유무, 연령의 차이, 언어와 국적의 문제 등으로 임신중지서비스에 적절하게 접근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합니다. 넷째,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행정적 노력이 필요하다. 임신중지는 피임법이 결코 아닙니다. 피임정보제공, 사전피임, 사후피임, 피임약물 및 시술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등의 피임접근권 강화 역시 보건복지부의 마땅한 역할입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정부는 그 역할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임신중지 및 성과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경과 및 계획에 관한 질의서를 보냈으나 답변을 미루고만 있습니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와 정부에 엄중히 경고합니다. 지난 4월 11일의 역사적 변화는 거리에서, 학교와 직장에서, 집에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나선 우리의 행동의 결과라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안전한 임신중지의 권리가 보장되는 새로운 세계로 중단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고장난 시계의 시대에 머물러 있을 것인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역할을 마땅히 다할 것인지, 결정하십시오. 우리는 그 결정을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여성의 삶은 2020년 12월 31일까지 멈추어 있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안전한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는 것을 더 이상 참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건강상의 위험 감수를 이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보건복지부와 정부는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기 위한 결정을 서두르십시오. |
이어 모낙폐 집행위원이자, 민우회 여성건강팀의 노새활동가가
헌재 선고 이후의임신중지 상담사례를 통해, 구시대의 낙태죄 처벌법으로 인해 헌재 선고 이후에도 제대로 된 지원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하는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발언전문> 변화는 오늘부터 필요합니다 4/11 이후 한국여성민우회 임신중지 상담 이야기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와 함께 우리는 “임신중지에 대한 여성의 처벌이 합당하지 않다”며 구시대적 악법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시 빨리 이루어져야 할 입법 작업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고, 여성들은 여전히 구시대의 처벌법과 함께 구시대적인 상황을 살고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이 자리에서, 헌재 선고 이후 민우회로 들어온 임신중지 상담사례들을 소개하며, 정부와 국회에 변화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사례> A님은 임신 8주차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병원에서 수술비로 135만원을 현금으로 요구했다고 했습니다. 필요했던 설명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 비용안내와 함께, 수술 날짜를 잡고 가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헌법불합치 선고가 났다는 걸 뉴스를 보고 알고 있었는데, 여전히 불법적인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많이 위축되게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 사례> B님은 집을 나와 원가족의 지원 없이 병원비를 마련하고 있던 청소년이었습니다. 남성파트너는 임신사실을 듣고선 바로 연락을 끊어버렸고, 불법수술 비용도 불법약물 비용도 본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비용이라, 비용을 마련하는 동안 임신주수가 높아질 것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청소년 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해보았지만, “출산을 할 경우에만 지원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세 번째 사례> C님은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갔지만 남성의 동의를 받지 못해 수술을 거절당한 사례였습니다. 남성은 임신사실을 알고 이미 잠수를 탄 상황이었으나, 병원은 남성의 동의 없이는 수술할 수 없다며 남성의 병원동행과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기타사례> 이 밖에도, 유산유도제에 관한 문의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유산유도제를 믿어도 되는지, 정품약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해외에서 약이 도착하는 동안 주수가 계속 높아질 텐데 더 위험해지는 것은 아닌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불법약물 사용이 알려지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는 전화들이었습니다. 절박한 여성들의 문의전화 속에서 이 질문들에 대답해야 할 국회와 정부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어디에서, 누가 준비하고 있습니까? 만약 우리 사회가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였다면, 이 여성들은 전적으로 다른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담 사례들에서 여실히 드러나듯, 여전히 여성들은 임신중지에 필요한 정보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신의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임신을 중지하는 방법에는 어떤 방법들이 있고, 각 방법은 어떤 장단점과 위험이 있는지, 이러한 정보들이 차별이나 낙인 없이 여성들에게 안내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 제공에 방해가 되는 장벽들을 없애나가고, 높은 비용이 누군가에게 너무 높은 문턱이 되지 않도록 국가가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아니라,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정보의 제공을 위한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의료인들 역시 준비되어 있어야합니다. 올해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맞아 국제 사회는 임신중지가 “의료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임신중지’라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여성들은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한국 여성들이 불법적인 임신중지라도 받고자 애쓰며, 그 전후와 과정상의 기본권 침해와 사회적 고통을 감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루 빨리, 각 부처에서, 국회에서, 병원과 학교에서 실질적 변화들을 만들어가기를 촉구합니다. |
마지막 발언은모낙폐의 연대단체 시민건강연구소 김성이 연구원께서 이어가 주셨습니다.
<발언전문> 한 사회에서 임신중지를 포함하여 임신과 출산에 대한 재생산권리의 보장수준은 그 사회에 속한 여성의 자유권과 사회권 특히 건강권의 수준을 나타내는 대리지표입니다. 모든 사람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여성은 자신의 임신과 출산의 계획과 이행의 모든 과정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경제적, 물리적 제약이나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성 자신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의도하는 바대로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만큼이나 임신중지 또한 자신의 삶을 지켜내고 성취해내는 데에 필수적인 수단입니다. 모든 재생산과정에 대한 권리는 생존과 안전, 섹슈얼리티에 대한 권리, 차이로 차별받지 않고 적절한 존중을 받을 권리, 필요한 정보와 교육에 접근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들을 포함합니다. 재생산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여성이 단지 임신과 출산의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재생산의 책임주체로 인정받고 자기결정에 따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제반 조건들이 구비된 환경에서 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자궁내장치를 제거할 때에는 건강보험급여를 인정하고 자궁내장치를 삽입할 때는 건강보험급여를 적용하지 않으며, 난임은 지원하면서 피임은 외면하는 자의적인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을 보십시오. 여성의 건강보다 출산율을 고민하는 보건복지부, 제발 이제 살아있는 사람의 건강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여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던 잘못을 시인하고 여성들에게 스스로 건강을 결정할 권리를 돌려주십시오. 건강보험에서 임신중지서비스를 급여화하고, 이를 위한 내과적 임신중지서비스와 의료생산체계를 보장하십시오.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지 15년이 경과했고, 외과적 시술에 비하여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받아 전 세계 67개국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유산유도의약품을 즉각 도입하십시오. 아직도 약물적 임신중지 대신 자궁천공이나 유착의 위험이 있는 큐렛을 이용한 소파술이 여성의 몸에 가해지고 있습니다. 이 땅의 여성들이 마땅히 누렸어야 할, 과학적 진보의 기술 혜택을 향유할 권리를 여성들에게 돌려주십시오. 임신중지를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연령과 장애, 국적이나 질병, 성적 정체성과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재생산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전면적인 보건의료체계개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십시오.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의 장소인 몸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을 계획하고 논의하십시오. 더 나아가 재생산건강을 보장하는 공공정책과 재생산정의를 추구하는 정치로 한 걸음 나아가길 바랍니다. 언제까지 임신과 출산하는 몸의 문제를 여성들의 책임으로 돌리며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전쟁같은 세상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를 기대하실 건가요? 염치를 좀 가지시기 바랍니다. 의료인들 역시 변화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내과적 임신중지를 비롯해 여성의 재생산 건강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도 훈련도 하지 않는 의학교육과 수련, 지금 바로 개선해야 합니다.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안전한 재생산 의료서비스는 지금 하던대로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의 관점에서 의료의 가치와 의학실천을 다시 고민해주시길 바랍니다. 한국 사회의 인권 수준을 자부하고, 여성의 삶과 건강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바로 이 자리에서 우리들의 임신중지를 보장하고 지지하십시오. |
이어 기자회견문 낭독과 함께, 기자회견 참가자들과 함께 힘찬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어요.
-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로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으로,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안전한 의료접근권 보장과 의료인 교육훈련으로,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피임접근권 확대와 포괄적 성교육으로,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My Abortion My Health!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민우회와 모낙폐는,
전세계 여성들과 함께 처벌 기준의 완화가 아닌, 처벌과 낙인의 완전한 철폐가 실현되는 그 날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입니다.
그 날까지, 여러분도 모두 함께 해주세요! ! ! ! ! ! !
기자회견문 전문보기 >>http://womenlink.or.kr/statements/22369
<9·28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 맞이 기자회견>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로!”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으로!”
“안전한 의료접근권 보장과 의료인 교육·훈련으로!”
“피임접근권 확대와 포괄적 성교육으로!”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장소 및 일시: 2019년 9월 27일(금) 오전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 기자회견 진행 순서 ■
사회 및 경과보고_앎(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 한국성폭력상담소)
발언_문설희(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사회진보연대),노새(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 한국여성민우회),김성이(보건의료연구원, 시민건강연구소)
피켓 퍼포먼스_ 우리의 요구
기자회견문 낭독_
#MyAbortionMyHealth #우리의임신중지를지지하라
지난해, 형법 제269조 (여성에 대한)자기낙태죄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무려 269명의 시민들이 모여 대형 피켓 퍼포먼스를 펼쳤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뜨거운 연대가 빛났던 그 퍼포먼스는, 바로 9월 28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맞아 열린 퍼포먼스였죠. :)
올해도, 9월 28일을 맞아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 사이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라는 승리의 순간을 만들어온 우리, 뜨거운 투쟁과 연대의 기억을 잊지 말아요 !!!)
9월 28일을 하루 앞 둔, 9월 27일 금요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이 북적북적했습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기획한 기자회견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가 진행되었는데요,
기자회견에서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의 죄’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린지 6개월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임신중지 전면비범죄화를 위한 법 개정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체계 마련을 요구하기 위한 목소리들을 모았습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 집행위원 한국성폭력 상담소 앎 활동가의 사회를 시작으로 헌법재판소 선고 이후 모낙폐 활동경과보고를 하였고,
첫번째 발언인 모낙폐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사회진보연대 문설희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발언전문>
‘여성도 존엄한 인간이다. 임신한 여성에게도 인격이 있다. 자율적으로 삶을 결정할 수 있고, 특히 임신과 출산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지난 4월 11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즉 헌법에 맞지 않는 낙태죄를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환영했습니다. 멈추어있던 인권의 시계가 66년 만에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과거의 자신과 화해했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이상 허락을 구하지도,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왜 4월 11일 이전의 시간에 머물러 있습니까? 어째서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합니까? 법 개정 전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회피는 직무유기입니다.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있게 집행하는 정부의 역할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우리는 지난 헌재 판결 이후 직접 보건복지부를 만나 낙태죄 폐지 이후의 과제를 조목조목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첫째, 유산유도제 도입이 시급하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전에 23만 명이 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었습니다. 실태조사까지 하셨으니 후속조치를 서두르십시오. 수술적인 방법 외에 약물적인 방법이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안전한 방법임을 공중보건 차원으로 국민에게 알리십시오. 복용 전 후의 적절한 정보 제공과 의료 서비스 부재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조치는 보건복지부의 역할입니다.
둘째, 의료현장의 실태조사와 의료인에 대한 교육·훈련이 시급하다. 이제 달라진 시대에 걸맞는 의료인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인공임신중절시술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난 수십년간 불법의료서비스였기에 관련 현황 조차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의료현장의 실태조사부터 서두르십시오.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정보제공과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정책적 행정적 조치에 임하십시오.
셋째, 임신중지는 보편적인 공적 의료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안전한 임신중지는 임신의 안전한 유지와 건강한 출산 못지 않게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법의 개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임신중지 합법화에 걸맞는 의료인프라 구축이 지금부터 준비되어야 합니다. 지역적 격차, 질병과 장애의 유무, 연령의 차이, 언어와 국적의 문제 등으로 임신중지서비스에 적절하게 접근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합니다.
넷째,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행정적 노력이 필요하다. 임신중지는 피임법이 결코 아닙니다. 피임정보제공, 사전피임, 사후피임, 피임약물 및 시술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등의 피임접근권 강화 역시 보건복지부의 마땅한 역할입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정부는 그 역할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임신중지 및 성과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경과 및 계획에 관한 질의서를 보냈으나 답변을 미루고만 있습니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와 정부에 엄중히 경고합니다. 지난 4월 11일의 역사적 변화는 거리에서, 학교와 직장에서, 집에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나선 우리의 행동의 결과라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안전한 임신중지의 권리가 보장되는 새로운 세계로 중단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고장난 시계의 시대에 머물러 있을 것인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역할을 마땅히 다할 것인지, 결정하십시오. 우리는 그 결정을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여성의 삶은 2020년 12월 31일까지 멈추어 있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안전한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는 것을 더 이상 참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건강상의 위험 감수를 이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보건복지부와 정부는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기 위한 결정을 서두르십시오.
이어 모낙폐 집행위원이자, 민우회 여성건강팀의 노새활동가가
헌재 선고 이후의임신중지 상담사례를 통해, 구시대의 낙태죄 처벌법으로 인해 헌재 선고 이후에도 제대로 된 지원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하는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발언전문>
변화는 오늘부터 필요합니다
4/11 이후 한국여성민우회 임신중지 상담 이야기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와 함께 우리는 “임신중지에 대한 여성의 처벌이 합당하지 않다”며 구시대적 악법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시 빨리 이루어져야 할 입법 작업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고, 여성들은 여전히 구시대의 처벌법과 함께 구시대적인 상황을 살고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이 자리에서, 헌재 선고 이후 민우회로 들어온 임신중지 상담사례들을 소개하며, 정부와 국회에 변화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사례> A님은 임신 8주차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병원에서 수술비로 135만원을 현금으로 요구했다고 했습니다. 필요했던 설명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 비용안내와 함께, 수술 날짜를 잡고 가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헌법불합치 선고가 났다는 걸 뉴스를 보고 알고 있었는데, 여전히 불법적인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많이 위축되게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 사례> B님은 집을 나와 원가족의 지원 없이 병원비를 마련하고 있던 청소년이었습니다. 남성파트너는 임신사실을 듣고선 바로 연락을 끊어버렸고, 불법수술 비용도 불법약물 비용도 본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비용이라, 비용을 마련하는 동안 임신주수가 높아질 것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청소년 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해보았지만, “출산을 할 경우에만 지원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세 번째 사례> C님은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갔지만 남성의 동의를 받지 못해 수술을 거절당한 사례였습니다. 남성은 임신사실을 알고 이미 잠수를 탄 상황이었으나, 병원은 남성의 동의 없이는 수술할 수 없다며 남성의 병원동행과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기타사례> 이 밖에도, 유산유도제에 관한 문의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유산유도제를 믿어도 되는지, 정품약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해외에서 약이 도착하는 동안 주수가 계속 높아질 텐데 더 위험해지는 것은 아닌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불법약물 사용이 알려지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는 전화들이었습니다.
절박한 여성들의 문의전화 속에서 이 질문들에 대답해야 할 국회와 정부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어디에서, 누가 준비하고 있습니까?
만약 우리 사회가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였다면, 이 여성들은 전적으로 다른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담 사례들에서 여실히 드러나듯, 여전히 여성들은 임신중지에 필요한 정보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신의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임신을 중지하는 방법에는 어떤 방법들이 있고, 각 방법은 어떤 장단점과 위험이 있는지, 이러한 정보들이 차별이나 낙인 없이 여성들에게 안내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 제공에 방해가 되는 장벽들을 없애나가고, 높은 비용이 누군가에게 너무 높은 문턱이 되지 않도록 국가가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아니라,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정보의 제공을 위한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의료인들 역시 준비되어 있어야합니다.
올해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맞아 국제 사회는 임신중지가 “의료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임신중지’라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여성들은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한국 여성들이 불법적인 임신중지라도 받고자 애쓰며, 그 전후와 과정상의 기본권 침해와 사회적 고통을 감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루 빨리, 각 부처에서, 국회에서, 병원과 학교에서 실질적 변화들을 만들어가기를 촉구합니다.
마지막 발언은모낙폐의 연대단체 시민건강연구소 김성이 연구원께서 이어가 주셨습니다.
<발언전문>
한 사회에서 임신중지를 포함하여 임신과 출산에 대한 재생산권리의 보장수준은 그 사회에 속한 여성의 자유권과 사회권 특히 건강권의 수준을 나타내는 대리지표입니다. 모든 사람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여성은 자신의 임신과 출산의 계획과 이행의 모든 과정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경제적, 물리적 제약이나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성 자신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의도하는 바대로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만큼이나 임신중지 또한 자신의 삶을 지켜내고 성취해내는 데에 필수적인 수단입니다. 모든 재생산과정에 대한 권리는 생존과 안전, 섹슈얼리티에 대한 권리, 차이로 차별받지 않고 적절한 존중을 받을 권리, 필요한 정보와 교육에 접근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들을 포함합니다. 재생산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여성이 단지 임신과 출산의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재생산의 책임주체로 인정받고 자기결정에 따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제반 조건들이 구비된 환경에서 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자궁내장치를 제거할 때에는 건강보험급여를 인정하고 자궁내장치를 삽입할 때는 건강보험급여를 적용하지 않으며, 난임은 지원하면서 피임은 외면하는 자의적인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을 보십시오. 여성의 건강보다 출산율을 고민하는 보건복지부, 제발 이제 살아있는 사람의 건강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여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던 잘못을 시인하고 여성들에게 스스로 건강을 결정할 권리를 돌려주십시오.
건강보험에서 임신중지서비스를 급여화하고, 이를 위한 내과적 임신중지서비스와 의료생산체계를 보장하십시오.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지 15년이 경과했고, 외과적 시술에 비하여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받아 전 세계 67개국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유산유도의약품을 즉각 도입하십시오. 아직도 약물적 임신중지 대신 자궁천공이나 유착의 위험이 있는 큐렛을 이용한 소파술이 여성의 몸에 가해지고 있습니다. 이 땅의 여성들이 마땅히 누렸어야 할, 과학적 진보의 기술 혜택을 향유할 권리를 여성들에게 돌려주십시오.
임신중지를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연령과 장애, 국적이나 질병, 성적 정체성과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재생산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전면적인 보건의료체계개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십시오.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의 장소인 몸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을 계획하고 논의하십시오. 더 나아가 재생산건강을 보장하는 공공정책과 재생산정의를 추구하는 정치로 한 걸음 나아가길 바랍니다.
언제까지 임신과 출산하는 몸의 문제를 여성들의 책임으로 돌리며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전쟁같은 세상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를 기대하실 건가요? 염치를 좀 가지시기 바랍니다.
의료인들 역시 변화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내과적 임신중지를 비롯해 여성의 재생산 건강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도 훈련도 하지 않는 의학교육과 수련, 지금 바로 개선해야 합니다.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안전한 재생산 의료서비스는 지금 하던대로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의 관점에서 의료의 가치와 의학실천을 다시 고민해주시길 바랍니다.
한국 사회의 인권 수준을 자부하고, 여성의 삶과 건강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바로 이 자리에서 우리들의 임신중지를 보장하고 지지하십시오.
이어 기자회견문 낭독과 함께, 기자회견 참가자들과 함께 힘찬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어요.
-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로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으로,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안전한 의료접근권 보장과 의료인 교육훈련으로,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피임접근권 확대와 포괄적 성교육으로,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 My Abortion My Health!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민우회와 모낙폐는,
전세계 여성들과 함께 처벌 기준의 완화가 아닌, 처벌과 낙인의 완전한 철폐가 실현되는 그 날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입니다.
그 날까지, 여러분도 모두 함께 해주세요! ! ! ! ! ! !
기자회견문 전문보기 >>http://womenlink.or.kr/statements/22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