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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후기] 민우특강 「정치, 페미니스트가 싸울 자리 」

2017-05-11
조회수 4956

 

어느덧 한 달 전. 2017 민우특강 <정치, 페미니스트가 싸울 자리>

촛불 대선 전과 후.  그러나 

민우특강이 던진 질문은 여전히, 오히려 더 강하게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대의정치의 한계를 넘어, 페미니스트 정치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 역사의 움직임 속에서, 페미니스트인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2017 민우특강 <정치, 페미니스트가 싸울 자리>의 네번의 강의 내내

우리는 한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페미니스트 정치의 과거-현재-미래의 연결된 시간을 불러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3강에서 김현미 선생님이 소개한 '판타지 에코' 개념을 조금 길게 인용할게요. 


 "조안 스캇이페미니즘 역사는 판타지 에코 Fantasy Echo라는 말을 했어요.  

에코는 반향, 울림, 메아리, 반복, 유사성을 뜻하죠.

예를 들어- 강남역 10번출구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과거의 여성살해사건들과 생각들을 떠올립니다. 

 

그러면서 과거 페미니즘 운동을 했던 이들과, 현재의 페미니스트들,

그리고 우리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미래의 행위자들 간의 동일시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이들도 우리처럼 이런 문제를 고통스럽게 바라봤구나, 해결하고 싶어했구나' 

 

이런 방식으로끊임없이 시간성을 연결하고, 시간을 초월한 동일시의 감정을 갖는 것이 

페미니스트들이 역사를 보는 중요한 관점이에요.  

 

그리고 거기에 '판타지'가 있다는 거죠. 욕망, 쾌락, 희망... 

비록 지금의 현실에선 가능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가능할 거라고 믿는 감정들.

이 페미니스트 판타지의 판타지 에코는희망과 광기와 열망의 정치학입니다.  

 

비록 지금 우리 운동의 결과에 100% 만족하지 못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판타지를 갖고 이동하고 또다른 반복을 계속해나가는 과정인 거죠. 

이런 의미에서 한국 페미니즘 정치의 장들이 만들어낸 역사를 보면서

지금 우리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토론하는 것이 이번 강의의 목적이에요." ) 

 

 

끊임없이 과거가 미래를, 현재가 과거를, 미래가 현재를 불러오던 

페미니스트 판타지 에코의 강의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1강_3월 31일 (금)
'더러운 잠'과 섹슈얼리티 : 정권교체부터 한미동맹까지
정희진  ( <낯선시선-메타젠더로 본 세상> 저자>

 

" '더러운 잠' 사건은 한국현대사 120년 정도의 섹슈얼리티를 상징하는 사건이에요. 

상대방 진영의 여성을 벗기는 싸움.  

이때 여성의 몸은, 남자들의 싸움이 벌어지는 전쟁터입니다.  

 

여성의 몸이 남성들 사이의 연대와 갈등 속에서 주고받는 물품이 되는 것,

이것이 가부장제의 기본구조입니다. 

전시 성폭력부터 일상의 성매매까지 여성의 몸이 사용되어온 원리이지요"

 

"노동자들은 자본가에게, 피식민인은 식민 지배자에게 저항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한국남성은 저항을 하지 않고 지배자(자본가, 보수, 미국)에게 동일시 욕망을 가져요.

이러한 동일시 욕망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해온 문화죠.   

지배자와의 동일시에 제일 좋은 것은, 여성의 몸을 소유하고 주고받는 것입니다. 

이러한 '식민지 남성성'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한 

저항 대신 동일시 욕망만 가지고 있는 한  '진보'는 불가능해요."

 

 

2강_4월 5일 (수)
혐오의 정치 VS 페미니스트 정치 : 차별금지법과 한국 기독교 정치세력화
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

 

"여성주의가 실현되는 한국을 바란다면, 차별금지법을 어떻게  바라본 것인가.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기독교계가 이토록 반대하는 이유를 단순히 신앙의 문제로만 보아서도 안되어요.

 

해방 이전부터 한국 정치에 깊이 관여해온 기독교 정치세력화의 역사를 보면서 

큰 흐름 속에서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지향을 만들어갈것인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질문을 던져나갔으면 합니다."

 

" 69년 스톤월 항쟁, 73년 낙태 합법화 판결. 여기에 불안과 공포를 느낀 미국 보수기독교의 언어는

한국으로도 전염됩니다. 안보(반공), 가족, 생명 등의 언어는 이미 이때 만들어진 거예요.

보수단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같이 들고 나오는 데에는 이러한 역사적 정치적 맥락이 있습니다."

 

"보수개신교의 퀴어퍼레이드 방해는 2014년부터입니다. 전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퀴퍼를 왜 이때부터 공격했을까요.

2013년 종교다원주의를 말하는 WCC가 한국에서 열렸어요. 2014년에는 교황 방한이 있았죠.

이를 반대하기 위해 결집한 교인들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땔감이 필요합니다.

이미 사람은 모였어요. 이들이 이탈되면 안됩니다.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명확한 공격목표가 필요합니다.

이제 이들은 퀴어 퍼레이드를 바라봅니다"

 

 

3강_4월 7일 (금)
페미니스트 정치의 다양한 얼굴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약 20년 전 이후로 한국 페미니즘이 어떤 정치 전략을 가지고 왔는가,

이 정치전략은 어떤 점에서 실패했고, 어떤 점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의식의 장을 열었는,가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직접행동주의 페미니즘 정치.

내가 바로 정치의 실현자가 되어, 바로 지금 여기에서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바꾸자.

반복되는 역사적 경험 속에서 우리는 

페미니스트 정치는 대리정치, 대의정치, 파당 정치로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치적 리더들에게 페미니스트들은 정치적 참조집단으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

 

"남성 정치인들에게 여성주의 언어를 주고, 지속적으로 국가와 협상을 해야한다,

이런 방식의 전략적 행동능력을 갖자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직접행동주의 페미니즘이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역동적 긴장을 줘야지만,

정치인들이 경청한다, 이런 정치적 전략도 있습니다. "
 

"메갈 이후 새로이 등장한 페미니즘의 언어와 활동들은 판타지 에코잉의 역사 안에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국면입니다.

단순 반복의 에코잉에서 판타지 에코잉으로 이동하는 것이 여성주의 정치의 실현의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4강_4월 12일 (수)
광장에 선 여성들, 그녀들의 손에 들린 태극기와 촛불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 활동가)

 

"지난 120년 동안 한국에서, 광장에서 선 여성들의 정치가 얼마나 활발했는지,

그 이야기를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1898년 경복궁 앞에서 '고종부터 축첩을 폐지하라' '국립여학교를 만들어라'고

플랭카드를 들고 시위했던 여성들의 기억부터요"

 

"한겨레는 <"사상계"가 혁명을 낳고 혁명이 "광장"을 낳았다>는 기사를 냈어요. 

남자들만의 역사입니다. 남자들만의 혁명이고 광장의 역사이지요.  

역사적 경험들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서만 연구되거나 구술자료로 남아버리는 바람에 

한국사회의 운동과 연대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여자라는 이유로 박근혜가 의미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성이 사회에서 동등한 주권성을 가지기 위한 필수조건이 바로 민주주의예요"

 

"광장에 나와서 새로운 경험을 하면 사람들의 몸이 달라져요.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그런데 돌아갈 수는 없는데, 머물 수는 있어요. 같은 자리에 맴돌 수는 있어요.

돌파구를 찾아 새로운 개인과 새로운 집단이 되기를,

그래서 다른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 3강 김현미 선생님의 강의와 4강 권김현영 선생님의 강의는 축약정리되어서

민우회 소식지 <함께가는 여성> 2017년 상반기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이 네 번의 연속강의를 모두 신청하고 모두 들었던 수강생분들도 많았는데요, 

그 중 두 회원분의 후기를 받았습니다.  

 

한분은 호두. 지난해 민우회 가입한 이후 

민우회 소모임 '남성F'와 '보스턴모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 강좌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 중심으로 후기를 써주셨어요. 

 

 

 

또 한분은 은하수. 민우회의 오랜 회원입니다. 

민우특강 4강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상세한 후기를 보내 주셨어요. 

 

 

 

이러한 이야기가 오고 가던 강의실 풍경을 슬쩍 공개합니다. 

퇴근 후 배고플 분들을 위한 김밥과 간식,

인기 많았던 페미굿즈, 서적할인판매, 회원가입 코너 등이 있었구요.

2017 페미니스트 직접 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홍보 자보와 유인물들을 함께 드렸어요.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이 평가서에 남겨준 여러 후기글 중 일부를 남길게요. 

 

 

 

선거는 끝났습니다. 정권은 교체되었습니다.

그러나 선거는 정치의 일부일 뿐입니다. 

우리의 페미니스트 정치는 계속됩니다.

 

페미니스트 정권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행동은

우리 스스로  페미니즘 의제를  끊임없이 말하고 설치고  생각하는 것일 거예요 :) 

더욱더 활발해질 페미니즘 정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