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기타[후기] 열독Ⅵ - '2016 · 페미니스트 · 한 권의 책' 참가자 후기를 전합니다

2016-10-24
조회수 7898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12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4주 동안

한국여성민우회의 여섯 번째열독강좌

 '2016 · 페미니스트 · 한 권의 책'이 진행되었습니다.

 

매회,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오신 100명이 넘는 분들이 교육장을 가득 채워주셨는데요.

1강부터 4강까지, 참석자 분들의 후기를 통해 그 날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전하고자 합니다.

 

 

 

*후기의 내용은 강의를 들은 참가자들의 해석과 감상입니다.

 


 

 

9/21 열독 1강 <메갈리아 이후의 페미니즘> / 강사 정희진

「젠더와 민족 - 정체성의 정치에서 횡단의 정치로」 / 니라 유발 데이비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회원바람의 후기입니다.

 

 

이런저런 삶의 이유로 한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민우회 활동이 뜸해지면서 일상도 팍팍해지고 별 일 없이 건조하게 지내던 가을 날, 반가운 정희진선생님 강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늘 반 박자 느린 속도로 여행도, 강의도 직전에 신청하여 겨우 문턱을 넘거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번엔 좀 적극적으로 신청과 재확인을 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겨우 턱걸이를 하게 되었어요. 기뻤어요. 4주 동안 웃을 날이 조금 많아지겠구나 하면서요.

 

+ 열독 첫 번째 강의가 있던 날, 참 많은 이야기와 고민들이 나왔습니다.

 

 

1) 1강 메갈리아 이후의 페미니즘 / 우리가 나눈 질문들

 

여성의 범주는? 여성의 정의는 누가 내리는가?

페미니즘은 무엇인가? 페미니즘은 정의할 수 있나?

누구를 페미니스트라 할 것인가?

 

바람: 강의를 들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페미니스트인가? 대답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 없이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앞섰던 것 같아요. 제게는 메갈리아 라는 단어가 가깝진 않았어요. 트위터나 인터넷을 통해 일베에 대응하는(미러링의 방식으로) 어떤 사이트구나 정도만 인지하고 있는 정도였어요. 구체적인 대응방식을 접한 적이 없어서 막연했는데 선생님 강의 이후에 인터넷을 통해 좀 찾아봤어요.

 

그중에 기억나는 기사가 있는데 ‘고스트 버스터즈와 메갈리아 논란, 어쩌면 이렇게 닮았나’ (미디어 오늘 정민경 기자)라는 기사에서 기자는 메갈리아와 영화의 논란이 많이 닮아있다고 이야기해요. 저는 그 영화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었는데. 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되돌려봤어요. 실제로 저는 그 영화를 유쾌하고 현실을 비꼬는 부분에 대해서도 통쾌해 하며 봤는데 제가 본 영화관을 비롯해 대부분 여성들이 많이 봤다고 하더라고요. 예쁘지도 않고, 위대한 액션도 없는 여성영웅물이 늘 영웅이었던 남성들에겐 시시했던 모양이에요. 그래도 거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 트위터에서 일어나는 일이 너무 놀랍더라고요, 고스트 버스터즈의 주인공들이, 그중에서도 특히 흑인 여주인공이 불특정다수의 남성들에게 인터넷으로 그렇게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올라왔어요. 영화의 내용과 관계도 없는 내용도 있고, 개인적인 부분도 있고요. 이런 것들이 바로 혐오를 위한 혐오라고 생각해요. 메갈리아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욕을 하거나 공격하는 사람들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어떤 문제를 지적하려면 일단 그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앎의 단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삭제된 채로 그냥 비난을 하는 거예요. 정희진 선생님의 ‘앎은 그 사회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2) 밑줄 긋기

 

여성주의는 단일하지 않다, 종교와 나이 등에 따른 굉장한 차이가 있으며, 자신의 위치를 알고 변화하면서 성장하는 것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행동을 해서 여자가 된다(주디스 버틀러)

여성은 동일하지 않다

 

바람 :‘지구상에 56억의 사람이 있다면. 56억 개의 페미니즘이 있다’는 정희진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하고 조그맣게 읊조렸어요. 그래서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고요. 한국에 태어났기 때문에 한국인의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행위를 멈추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집 밖으로 나가면 하루에도 여러 번, 수많은 관습과 문화와 선입견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일상에서 그것들을 무너뜨리면서 ‘나’로서 살아가기는 숨고르기가 많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세상을 조금씩 흔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3) 혐오에 관하여

 

+ 혐오는 face to face 불가능, PC통신 세대에서는 아이디로 내가 바로 드러나지만, 지금은 ‘나’랑 ‘아이디’가 일치하지 않고, 아이디 뒤의 익명성을 가지고 혐오를 할 수 있다. 인터넷, 미디어의 발달이 혐오를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인프라를 제공한 것

+ 미디어가 바로 메시지다

+ 인류의 방향이 IT, 성장, 발전으로만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

+ 인간이 도구를 만들어서 자신의 일부가 되도록 변형하고 있다(스마트 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것 등)

+ 성장주의의 반대되는 방향이 여성운동과 환경운동

+ 맑스 : 자본주의가 이렇게까지 발달할 줄 몰랐다고....

+ 프로이드 : 문명이란 게 어디까지 발전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을....

 

바람 :저는 PC통신 시대에 인터넷을 활발하게 사용하던 사람이 아니라서 시대적인 차이를 느끼기보단 지금이 얼마나 익명성 뒤에 숨기 좋은 세상인지에 대한 자각이 있어요. 제 자신부터 트위터나 인터넷 가입을 할 때 필명이나 별칭으로 활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거든요. 한편 저는 페이스북은 정보가 너무 많이 넘쳐나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찾아주는(원하지 않는데....) 친절함으로 인해 떠나왔지만, 트위터는 남겨두고 있어요. 21세기답지 않게 워낙 언론의 왜곡도 심하고 정보가 잘 못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서 제가 신뢰할 수 있는 매체가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요. 실제로 최근에 지인이 회사에서 故백남기농민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지금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사람들 기준으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없었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놀랐어요.

 

4) 여자니까

 

+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역할(성), 여자니까 밥 해야지, (장애인이니까 뭐 해야지?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나, 계급역할, 인종역할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

+ 여자로 취급되는 경험을 한다(남자가 하지 않는 일을 시킴)

+ 차별 : 젠더, 나이, 계급으로 수도 없이 차별을 받는 경험

+ 최소한 이런 건 안 해야

+ 앎에 대한 무임승차 NO, 묻기 전에 공부를 좀 해야

+ 좋은 이야기는 나만 알고 있자, 나만 좋자 :)

 

바람 :얼마 전 회사에서 제가 있는 자리의 정수기 물이 다 떨어져서 새 물통을 굴려서 정수기로 가져가고 있는데 지나가던 남자직원이 도와줘도 되겠냐는 말도 없이 집어 올려서는 힘들어 보인다며 본인이 갈더라고요. 저는 물통이 제 힘으로 들 수 없이 무거워서 굴려간 게 아니라 드는 것보다 굴리는 게 더 효율적인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있었거든요. 정수기 앞에 가서 들어 올려도 되니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그 남자 직원이 다가온 것이 아니라 중간에 어떤 여자직원이 정수기 물통을 굴리는 저를 보고 지나가던 남자직원을 불러 세운 거예요. 좀 도와주라고, 힘들어 보인다고. 저는 괜찮다고, 힘들지 않다고 했고, 그 여자직원과 남자직원은 제 의사는 관계없이 저를 도와준 거죠. 내 말이 안 들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냥 제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여자가 무거운 걸 들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한 그 둘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가벼운 커피는 제 몫인가 봅니다. 하하.

 

 

+ 후기는 어떻게 쓰는 거지?

모니터만 한참을 바라보다 두서없이 빈 칸을 채워봅니다. 그 날의 언어들이 생생하지 않아 정리하느라 애를 먹었어요. 내가 메모한 글씨가 낯설어 보고 또 보고, 이게 강사님이 한 이야기 인지 내 생각을 정리한 건지 갈팡질팡. 그래도 이렇게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강의가 강의로만 끝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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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 열독 2강 <인간의 성은 어떻게 조작되어 왔는가?> / 강사 한채윤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존 콜라핀토

 

 

이번 열독 때 민우회 회원이 되어주신^^최작은님의 후기입니다.

 

 

강사님은 책 소개와 함께 여러 사례를 들어 인간의 성이 어떻게 조작되어 왔는가를 설명한다.

제일 먼저 소개한 책은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이상한 나라의 브렌다>의 구판 제목)>이라는 책으로

강연에서는 이 책의 제목처럼 성이 타고나는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길러지는가?에 대한 과정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도와주고 있다.

 

강사님은 인간의 성을 "생물학적 성"과 "사회화된 성"으로 구분하고 이 두 가지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물학적 성"은 포유류, 양서류, 조류 등 각 동물의 특성에 따라 결정되는 방식이 다 다르며

포유류인 인간의 성별은 Y 염색체 속 한 성분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성별의 결정은 생식기의 크기와 형태 등 외향적 차이를 말하는 것일 뿐이며

이 형질 또한 개인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

 

사람들의 편견 속에는 염색체나 호르몬, 그리고 뇌의 구조가 성별에 따라 구별되며

이것이 흔히 "여성적", "남성적"이라고 칭하는 여러 요인들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성별에 따른 뇌 구조의 차이는 없으며

성호르몬이 하는 일 역시 근육량 조절, 생리 주기 조절 등 몇 가지 생물학적 변화일 뿐이다.

 

우리가 고정관념 속에서 이야기하는 "여성적", "남성적" 성별의 구분 모두는 "사회화된 성"이며

강사님은 그것의 기본 바탕이 성경을 비롯한 신화에 있다고 설명한다.

 

아담을 유혹하여 선악과를 먹게 한 이브의 존재,

남성의 정자를 통해 원죄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던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 사상,

예수를 원죄와 동떨어진 신적 존재로 삼기 위해 "정자가 없는 잉태"가 필요했던 기독교와

그로 인해 점점 신성화된 성모 마리아의 동정(처녀성)이 결국

여성이라는 존재를 처녀인 성모와 창녀인 아담으로 이분화시켰으며

이것이 여러 철학/문학/예술 등에 녹아들면서

여성 혐오(미소 지니)의 근간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후기에서 적은 것들 외에도

강연에서는 더 다양한 사례와 근거를 들어서

조작된 성의 역사를 설명해주었다.

 

나는 평소에 불편하게 느끼고 있었던 성의 이분법에 대해서

그것이 왜 부당한지 그 이유를 더 풍성하게 알 수 있었고

그 이유들을 담고 있는 여러 책들(<진화의 무지개>,<자궁의 역사>,<젠더, 만들어진 성>, <젠더란 무엇인가> 등)을 소개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처음에 언급한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이라는 책을 비롯하여

소개받은 책들을 천천히 읽고 공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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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열독 3강 <일본군 ‘위안부’ 문제, ‘나’도 개입할 수 있을까 : 포지셔널리티와 설명 (불)가능성> / 강사 사카모토 치즈코

「내셔널리즘의 틈새에서 - 위안부 문제를 보는 또 하나의 시각」 / 야마시타 영애

 

 

 

4주 동안 모든 강의와 뒷풀이에 빠짐없이 참석하신bb유진님이 적어주신 후기입니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언가 알거나 활동하고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서 더 잘 알기 위해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내 기존의 인식은 “위안부는 나빠, 한국군이 베트남에 했던 것도 나쁘고, 일본은 왜 제대로 사과를 안하고 한국 정부는 왜 소녀상을 철거하겠다고 하지?” 정도의 한국인으로 나고 자라 뉴스나 인터넷에서 접한 것만을 기반으로 한 파편적인 사고에 머물렀습니다. 그동안은 우리가 피해자라는 생각, 그리고 항상 뉴스에 나온다는 것 때문에 마치 내가 실제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 알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충분히 사과했다고 생각한다”라는 등의 말을 들었을 때 어째서 그것이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닌지를 설명할 만큼의 지식이 없어서 그저 들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원하지 않았고 이 강의를 들으며 그 상태가 나아지거나 나아지기 위한 길을 알게 되길 바랐습니다.

 

강의하시는 사카모토 치즈코 선생님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전혀 없었는데 다행히도 본인에 대해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20년 동안 관련 현장에서 있었단 사실에 놀랐고 그 점이 발언에 강한 힘을 주었습니다.

 

박유하 씨와의 소송 문제는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 이름만 들어봤을 뿐 역시 아는 것이 없었는데 해당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연구자가 그런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책을 내고 페이스북에 글을 쓸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피해자들에 대해 공감하거나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기 보다는 대상 혹은 타자로만 생각했을 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은 가벼운 태도와 접근이 매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 또한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이 있었는 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많이 말하지 못하셨다고 했지만 강사분이 겪은 할머니 한 분 한 분과의 이야기 또한 다른 곳에서 듣지 못한 이야기들이었으며 위안부라는 집단으로서가 아닌 개개인으로서의 피해자 분들의 인생과 투쟁 그리고 그 분들의 매력에 대해 어렴풋이 전달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직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가 있을 동안 일본 정부의 진짜 사과와 책임, 한국 정부에서도 책임을 지길 바라며 그러기 위한 시간이 적은 것은 그 분들이 아닌 우리들이란 말이 너무나 크게 들렸습니다.

 

질의응답 때 첫 질문은 모두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여겨졌습니다. 위안부 개개인이 겪는 문제, 일본군 위안부에 나타나는 특수성, 남성에 의한 여성 착취, 권력에 의한 약자 유린 등은 각자 대두되어야 할 상황이 다를 것이고 그것을 마구 혼용하거나 한 가지만 강조한다면 나머지가 지워져 버릴 것 입니다. 항상 바를 수 없더라도 항상 경계하고 있어야 함을 느낍니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막연한 이미지를 넘어 더 관심을 가지고 싶고 나도 이 문제 해결에 참여할 방법을 찾고 싶어지는 강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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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열독 4강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가능한가> / 강사 권김현영

「성의 변증법」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민우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라임의 후기입니다 :)

 

안녕하세요, 회원 라임입니다. 10월 12일 진행된 열독 4강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가능한가’ 강의를 들었습니다. 저는 열독 강의 중 이 마지막 강의만 신청을 했었는데요. 그 이유는 역시 제목에 너무 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남성애자 페미니스트로서 항상 고민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것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고, 또 권김현영 선생님의 강연을 좋아하는 분들이 주변에 있어 한번 들어보고 싶기도 했었어요.

 

선정된 책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앞서 ‘남성 혐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여성혐오가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고, 비하하는 등 여성과 관계를 맺는 행동으로 이루어진다면 소위 ‘남성혐오’는 기존의 남녀 관계의 단절, 즉 여성이 남성의 존재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열독 강의의 책은 슐라마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으로 70년대 급진적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책이었는데요. 급진적radical의 의미답게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 집중하며 성 계급을 철폐하는 방법으로 섹스파업/출산파업 등을 제안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반대론자들에게 RF(radical feminism)이 아니라 SF(science fiction)이다라는 비아냥을 들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급진적 페미니즘의 주장을 들으면서 제가 최근에 읽은 팁트리 주니어의 SF 단편집 ‘체체파리의 비법’이 생각이 나기도 했고, 마지막에 나왔던 페미니스트 혁명을 위한 제언(가족 철폐, 금기의 문명 중단 등)을 보면서 헉슬리의 ‘신세계’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RF가 SF면 뭐 어떤가요? 인류의 미래는 SF에 있고, 무언가를 SF라고 하는 건 비난이 아니라 칭찬이라고 혼자 반박을 해보았습니다..

 

강의 후반에 로맨스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로맨스 문화의 탄생에는 남성들이 관여해있다는 (여성들이 남성의 인기를 원하게 하는 방식으로 여성들을 잡아둠)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쿨한 여성’(성가시지 않을 정도로 독립적이고 헌신을 요구하지 않는) 판타지가 또 생겨난 것도요. 낭만주의 여성과 쿨한 여성은 어떻게 보면 상반된 여성의 이미지 같지만 결국 둘 다 남성들의 욕구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인 것이죠. 또한 여성이 로맨스, 연애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그 것이 여성이 사회적 권력과 지위에 다가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으며 왠지 슬퍼졌습니다. 주변에서 개별의 사례로 존재할 때는 큰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일반적인??보편적인?? 사건으로 표현을 해주시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이런 상황에 놓이는지 비로소 인식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번 강의를 듣고 제가 그 동안 로맨스, 연애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그것에 대해 논의하는걸 하찮게 여기고 꺼려했는데, 로맨스 문화는 여성의 문화로 여겨지기에 낮춰본 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또 앞서 비슷한 이야기를 쓰긴 했지만, 저는 미디어 정키라 여성캐릭터를 앞에 내세우는 영상물을 많이 보는 방식으로 페미니즘에 다가가려고 했는데, 영상물 하나하나에서 접했던 개별적인 것이 강의를 들음으로써 연결이 되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민우회에서 하는 강의를 꾸준히 들어보도록 해야겠네요.

 

 


 

 

 

평일 저녁, 2시간 동안 활동가들도 깜짝 놀랄 정도의 열의와 집중력으로

이어진 질의응답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함께해주신 수강생 여러분,

그리고 훌륭한 강의를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해주신 강사님들 덕분에

올해 네 번의 <열독> 강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추천된 책들을 비롯하여 페미니즘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자리들이 더 많이 생겨나길 기대합니다.

 

이번에 빨리 마감되어 못 들으신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다음엔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민우회 <열독> 강좌에 함께해주시는 분들,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모두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