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사회현안[후기] 성평등이 기후정의가 아니면 무엇이 기후정의? | N개의기후정의학교: 기후정의X성평등

2023-11-07
조회수 3040

(N개의 기후정의학교: 기후정의X성평등 홍보 포스터)

 

 

아니 11월인데 왜 이렇게 따뜻하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날,

[N개의기후정의학교 9회차: 기후정의X성평등]이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렸어요.

 

 

(N개의 기후정의학교 전체 강의 홍보포스터)

 

 

[N개의 기후정의학교 9회차: 기후정의X성평등]은 한국여성민우회와 기후정의동맹이 공동주최한 강의인데요

기후위기와 기후불평등에 대항하는 '체제 전환'과 '기후정의'를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자 대중강연 [N개의 기후정의학교]를 기획하였어요. 민우회뿐만 아니라 공공교통, 노동자 건강권, 성과 재생산, 주거권 등을 의제로 활동하는 다양한 사회운동 단위들의 활동 속에서 기후정의를 재구성하고, 기후/생태 관점으로 확장하는 자리로 마련하려 했어요. 

 

1-8차까지 N개의 기후정의학교 강의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강의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강의 영상] N개의 기후정의학교 (2023)https://www.climatejusticealliance.kr/c1f40968-71d6-4d5e-8da0-3fd853284b99

 

기후정의동맹 소속단체 인권운동사랑방 가원이 강의에 앞서 [N개의기후정의학교]를 소개해주었어요

 

 

(N개의 기후정의학교 소개하고 있는 가원의 모습)

 

 

지난 8월 동물권행동 카라, 여성환경연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민우회가 함께 기획한 [기후위기 감정 창작워크숍: 감정을 타고 서핑하기]를 통해 전달했던 메세지를 더 많은 시민들과 나누고자 이 날 강의는 날씨를 감각하고 글과 사진으로 창작하는 워크숍 형식으로 준비했어요

지난 워크숍에 이어 오늘 강의도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 부소장 김신효정 선생님이 맡아주셨어요

 

 

(강의 중인 김신효정 선생님의 모습)

 

 

김신효정 선생님의 강의 [우리는 기후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해야만 한다]로 시작하는 N개의 기후정의학교! 기후정의와 페미니즘에 관한 질문 그리고 에코페미니즘 중심으로 논의되는 담론을 살펴보고, 기후변화로 인한 감정을 어떻게 연대와 실천으로 연결해나갈 것인지 강의해주셨어요.

기후정의와 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에 대한 많은 내용들이 압축적으로 담긴 강의라 이 주제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길을 찾는 지도가 되어주는 강의에요. 선생님의 강의를 공유해봅니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비판적 질문들

 

남반구와 북반구 간 누적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차이. 북반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남반구에 비해 훨씬 많음. 전세계 소득 상위 10% 인구가 전체 온실가스의 50% 이상을 배출함. 반면 소득 하위 50%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 7%에 불과함. 한국은 2020년 기준 연간 탄소 배출량이 10위, 누적 탄소배출량이 17위임. 기후위기에 주요한 책임이 있는 국가.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방향은 여전히 과학기술 중심. 탄소중심 녹색성장 기본법의 기본 계획과 예산을 살펴보면 원자력 발전이 70%를 차지함. 건설 및 에너지 산업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함. 대부분 남성 중심의 산업에 예산이 쓰임. 기후위기 책임은 산업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온 국가가 주도했으며 이로부터 발생한 불평등은 성별, 인종, 지위, 계급 등에 따라 차별적인 영향을 받음. 특히 빈곤한 여성은 남성보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큼. 현재 한국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인 농민과 어민의 생존권, 야외/이동 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한 지원이 비어있음. 페미니스트들이 크게 비판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음. 예를 들어면 미국의 경우 탄소 중립 일자리로서 돌봄 일자리가 바이든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이 된데에는 페미니스트의 개입이 있었음. 돌봄 일자리야 말로 탄소를 만들지 않는 일자리임. 화석 연료 일자리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돌봄 노동이 개입해야 함. 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한 비판에 페미니스트 개입이 적극적으로 필요함. 

 

기후위기와 식민주의

기후위기 논의가 발전주의와 과학기술 중심주의로 논의됨. 이는 서구의 식민제국주의에 기반하고 있음. 식민지배와 제국주의에 기반한 자본 중심 발전주의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함. 탄소 식민주의라는 방식으로 신식민주의로 연결되고 있음. 예를 들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국가 간 논의. 화폐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탄소 배출을 거래하는 형태.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서 남반구 중심으로 숲을 조성하는 조림 산업 또는 보존 지역으로 선정하는 REDD. REDD 사업으로 지정된 지역에는 토착민들이 해당 지역에 접근할 수 없게 됨. 토착민에게 그 숲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이기에 REDD 사업으로 지정되면 원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함. 탄소배출이 많은 곳은 북반구인데 남반구가 책임지고 있음. 세계 자본주의와 신식민주의 중심의 매커니즘이 기후불평등을 심화함. 

 

 

(인간종 중심의 EGO, 모든 생물종 중심의 ECO 이미지)

 

 

기후위기와 인간종 중심주의

기후위기는 서구 백인 인종주의와 인간 중심주의로 인해 심화됨. 인간종 중심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다종 간의 관계성. 인간, 동물, 식물, 균류까지 어떠한 생명체이든 동등하다라는 주장. 인간이 인간을 위해서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필요함. 자연이 이산화탄소를 주로 흡수하고 감축함. 토양이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3배 응축하고 있음. 탄소적 가치로서 자연을 판단. 자연은 탄소만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 토착적 문화, 생존권 등 다층적인 연결성. 기후대응을 위한 기술 논의가 탄소적 가치, 탄소 식민주의로 연결됨. 이러한 담론은 자연을 탈정치화하고 식민화하는 관점과 연결됨. 

대안 사회 운동과도 연동됨. 인간종 중심주의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환경문제와 연결된 취약성과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함. 기후위기는 교차성의 문제임. 젠더 문제에 있어 이중적인 취약성 발휘. 기후변화는 폭력적 분쟁의 위험을 증가시킴. 인간 안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킴. 기후변화를 안보이슈로 국제사회에서 논의하고 있음. 기후변화는 젠더, 민족, 연령, 장애 등 사회적 차별의 문제와 교차해 더 큰 위험을 만들어 냄. 재난 발생시 여성의 생존율은 남성에 비해 낮음. 젠더 폭력 발생 비율도 높아짐. 성과 재생산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

 

페미니즘과 기후위기

1970년대 이후부터 페미니즘은 기후위기 혹은 환경 문제 담론을 만들어 옴. 여성억압뿐만 아니라 자연의 억압이 젠더불평등을 만든다는 에코페미니즘의 근본적 주장. 가부장제로 인한 여성/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현대사회의 발전주의와 소비자본주의로 인한 자연파괴의 연관성. 현재 생태적 재앙은 서구 문화의 환경적 실패와 근대 서구 철학이 갖는 여성과 남성, 자연과 문화에 대한 이원주의와 위계에서 기인함. 여성보다 남성이, 자연보다 문화가, 비서구보다 서구가 우위에 있다는 이원주의가 현재 환경 파괴의 원인으로 봄. 자연과 여성이 미개하다는 종속적으로 인식하는 서구 철학 비판. 여성/자연은 개발을 기다리는 상태도, 인간으로 발전되어야 하는 존재도 아님. 생태적 혁명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 인간과 자연 간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주장.

에코페미니즘 중 비판을 받는 문화주의 에코페미니즘은 1970년대 문학에서 여성성이 혐오적으로 다루는 것을 비판하고 자연의 순환과 대지의 여신과 연결하여 문화적인 재해석을 함. 이러한 과도한 여성성이 젠더 본질주의 논의로 연결되었고 비판을 받음. 도나 헤러웨이 '나는 여신이 되기보다 사이보그가 되겠다'. 문화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고 새로운 포스트 모던 페미니즘을 주장함. 문화주의 에코페미니즘 외에도 다양한 에코페미니즘이 있음. 사회주의 에코페미니즘의 계급적 관점에서 남성, 서구, 백인, 자본가, 비장애인, 이성애자 중심의 인간 지표를 비판하고, 자연과 여성 착취로 세계적 규모의 자본 축적을 비판함. 후기 구조주의로 넘어가며 인간만이 아니라 다종 간 관계성에 기반한 정의를 논의함. 

 

 

    

(악어의 눈: 포식자에서 먹이로의 전략 책표지, critical ecofeminsm 책표지)

 

 

비판적 에코페미니즘

기존 에코페미니즘의 단일한 여성 개념, 여성과 자연의 연결을 강조하는 본질주의, 변하지 않는 낭만적 존재로서 자연개념을 비판함. 문화 발전, 인간 중심주의, 인구와 과학기술을 비판하며 여성의 생식을 통제하고, 과학기술 발전을 해법을 제시하는 것을 비판. 발 풀럼우드. 여성과 자연의 연결성에 대한 전통적 논의가 여성 억압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여성과 자연을 연결하는 방식을 비판함. 인간과 자연은 각자의 행위성을 가지는 상호의존적 존재임을 강조함. 기존의 페미니즘은 여성과 자연이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 여성을 억압해 왔으며 이를 깨기 위해 여성을 자연과 분리하고자 함. 이는 여성을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자연을 자연화함. 에코페미니즘은 이를 비판함. 가부장제, 자본주의, 과학기술주의, 탈식민주의 교차성, 신유물론 페미니즘과 포스트휴먼 페미니즘 담론을 통해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을 주창함. 인간도 하나의 종이자 자연과 문화 모두에 속하는 존재로 다종 간 윤리를 통해 새롭게 정의 내려야 한다고 주장함. 

 

기후위기로 인한 여성의 취약성과 피해자성을 넘어서

기후재난으로 많은 여성들이 죽거나 다침. 1990년대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재난 희생자의 90%가 여성, 2000년대 유럽의 폭염, 미국의 헤리케인으로 인한 사망자도 여성이 더 많음. 허리케인이 지나간 지역 일부에 흑인, 성소수자가 많이 거주함. 빈곤계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 피해가 많았음.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재난을 성소수자의 탓으로 여기며 재난과 혐오를 연결지음. 전지구적 기후위기의 문제가 젠더화된 취약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맞지만 이러한 젠더 프레임이 여성, 특히 저개발 국가에 거주하는 비백인 여성을 주로 피해자로 묘사함. 여성을 기후위기의 희생자로 묘사하는 프레임은 기후위기에 취약한 이들을 수동적이고 주체성 없는 존재로 간주함. 여성이 기후재난에 더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지만 여성을 기후변화의 주요한 피해자로 분류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는 비판.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젠더 및 부문 간 맥락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젠더 규범을 포함한 문화적 차이 속에서 대안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함.

 

 

(김신효정 선생님 강의를 드는 사람들의 모습)

 

 

우리는 모두 기후변화의 피해자이가 가해자임. 그러나 이런 이분법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음.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 논의를 넘어 어떻게 각자의 위치 속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복잡성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 어떤 대안을 만들어갈 것인지 논의를 통해 현재 구도를 바꿔야 함. 

신유물론 페미니스트 스테이시 엘라이모는 기후위기 문제에 여성과 남성의 본질화된 개념을 남용하고, 젠더화된 이성의 규범성과 동성의 공포증을 줄여야 하는 문제를 지적. 여성, 남성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취약성은 사실 공동의 경험이 있는 동시에 각각 특수성의 차이를 경험하고 있음. 개인의 위치성이 갖는 취약성과 연결되면서 동시에 이 개개인의 취약성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기후위기에 저항하는 집합적 실천과 돌봄으로 연결할 것인지 논의가 중요함

예시로 여성 농민 운동의 생태적 전환과 다중 간 관계성의 변화에 대한 연구. 여성 농민이 기후위기로 인해 생존권의 침해, 노동의 증가, 건강의 위협 등의 피해를 입었지만 대안 농업을 실천하고 다중 간의 관계성, 기후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함. 더 다양한 생태 지식을 축적하고, 공동체적 실천을 함. 텃밭 생산자 공동체 '언니네텃밭' 기후위기로 인해 소득이 3-50% 가량 줄어듬. 피해자로만 존재하지 않고 생태적인 방식을 이용해 실천과 연대를 모색하는 것. 취약성과 피해자, 수동적인 존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날씨에 상호작용하면서 생태적 감각, 지식을 공동체 내에 구축하고 공유하는 과정 또한 대안과 사례. 

 

기후정의와 에코/페미니즘

페미니즘 관점에서 기후정의란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인종, 민족, 국가, 능력, 성적 지향, 연령 등 다양한 권력 관계에서 교차적인 분석을 통해 전환을 모색하는 것. 기존의 페미니즘의 불평등 이슈에 기후위기의 교차성을 통해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것. 에코페미니즘은 인간들 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동물, 식물, 물, 흙, 공기, 염석, 등 지구와 연결된 다중 간 관계성에 기반한 새로운 환경 정의, 환경 윤리를 모색하고, 인간과 비인간의 불평등과 종차별주의에 대한 저항적 실천과 운동 집합적 연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페미니즘과 차이가 있음. 

 

 

(기후감정을 설명하는 ppt 자료 화면)

 

 

기후감정

과학기술 중심주의에 매몰되면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가기 어려움. 1.5도가 남았다거나 10년이 남았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왜 사람들은 바뀌지 않을까? 사라 아메드의 정동이론이 정치적인 논의와 연결됨. 인간의 정치적 행동의 감정에서 시작된다는 주장. 합리적, 논리적으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감정적으로 투표함. 기후변화 문제도 사실은 기후 감정에서 시작된다는 주장. 어떤 대상으로부터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때 우리는 연합하고, 감정 공동체로 나아감. 반대로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거나 이방인, 소외자가 되는 것을 정동적 소외라고 봄. 정동적 소외는 정동적 공동체의 바깥으로 내몰리는 것. 관계성에 기반해서 정동적 소외 혹은 정동적 연합이 일어남. 

왜 누군가는 기후정의 혹은 젠더정의 문제에 정동적 소외를 느끼고 누군가는 연결되나. 태평양섬에 사는 이들은 뉴질랜드나 영국인들보다 기후변화에 민감도가 높음. 젋은 세대의 여성들이 전통과 생물다양성, 좋은 미래의 상실에 슬픔과 분노의 감정이 더 높음. 결국 기후변화에 대한 개인의 일상적인 경험과 관계성이 정동과도 연결되는 동시에 자연과 비인간과의 관계와 연결됨. 농민이 경험하는 기후변화와 서울 도심에 사는 사람의 기후변화 감수성은 다름. 실내에서 날씨를 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날씨를 감각하는 야외/이동 노동자, 농민, 어민과 감각의 수준이 다름. 

 

날씨, 기후, 몸, 물질성, 날씨 되기, 기후 감정을 기록하기

기상학은 18세기에 발명됨. 기상학은 과학 기술 위주의 담론, 인간이 기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진보 담론을 전제함. 신유물론 페미니즘은 인간의 몸이 느끼는 날씨는 내 삶과 연결된 기후라고 주장함. 모든 물질, 지식, 체계, 담론이 다 연결되어있다고 봄. 이 귤이 생산될 때 세계 농식품 체계, 농법 등 모든 영향을 받음. 그리고 귤이 인간의 몸에 들어와서 상호작용하면서 환경오염과 연결되기도 함. 이렇게 물질 간의 관계성을 해석하는 것이 신유물론. 신유물론 페미니즘은 젠더 관점으로 다시 해석하는 것. 우리는 기후변화의 주체로서 새로운 기후시간을 만드는 존재라고 주장함. 날씨를 타자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감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 논의. 인간도 어떤 물질과 상호작용 속에서 공동 생성되는 존재로 봄. 인간이 물질을 만들고 그 물질에 또 인간이 영향을 줌. 비, 바람, 온도, 습도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것 역시 인간과 몸을 통해 경험하는 기후에 대한 확장된 인식이 필요함. 또한 날씨를 감각하는 경험은 특권, 주변성의 구조와 물질성을 인식하는 작업임. 숫자적, 과학적, 통계적, 서구적, 도시적 관점을 내려두고 지금 여기에서 내몸으로 날씨를 경험하고 감각해보려는 작업.

 

날씨를 감각하고 기록하는 방법을 설명해주신 후에는 강의 끝에 지난 9월에 열렸던 [기후감정이 있는 밤]에서 기후감정 창작물을 발표해주신 노랑, 들, 해님의 글, 사진, 그림도 소개해주셨어요~! 창작물이 궁금하신 분들은[기후감정이 있는 밤] 후기에서 더 자세한 내용 보실 수 있어요!

 

 

(기후감정이 설명하는 슬라이드가 띄워진 스크린 앞에서 강의하는 김신효정 선생님의 모습)

 

 

선생님 강의가 끝난 후, 산책하러 모두 밖으로 나갔어요.

약간 비가 내리고, 선선하지만 습한 날씨에 걷다보니 점점 땀이 나면서 덥더라구요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춥지 않은 날씨에 야외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11월의 따뜻한 날씨가 기쁘지만은 않았어요.

 

 

 

 

(산책하며 날씨를 감각하는 참가자들의 모습)

 

산책을 하다보면 어떻게 날씨를 감각해야하는지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산책하는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다보면 그 난감함과 어려움이 그대로 느껴져셔 이렇게 후기를 쓰다보면 혼자 조금 킥킥거리게 되더라구요ㅋㅋ

 

산책을 하면서 떠오른 글감을 글로 옮겨적고, 산책하며 찍은 사진을 골라 오픈채팅방에 공유했어요. 산책하면서의 소회를 나누고, 각자가 쓴 글과 사진을 발표했어요. 다들 날씨를 감각하기 어려워하면서도 막상 발표를 들어보면 다들 이 짧은 시간안에 뚝딱 글을 쓰시는건지 언제 저렇게 의미를 담아내시는 지 신기하다고 항상 생각해요,

 

"아무 생각 없이 날씨만 생각하고 걷는다는 게 낯선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걷다가 만약에 지금 이 날씨에 더 오래 밖에 있어야 한다면 밖에서 자야 하거나 오래 일해야 한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해보니 몸에서 한기가 돌았어요"

 

 

 

(참가자들이 자신의 글과 사진을 발표하는 모습)

 

 

"나오자마자 찬바람. 마스크를 벗으니 상쾌한 공기. 어렴풋이 맛있는 냄새, 러닝하는 사람이 지나가니 순간적으로 센 바람. 고층 빌딩을 지나가니 순간적으로 더 센 바람이 불어 땀 났던 곳이 더 춥다. 더웠다. 추웠다. 오락가락한 것도 억울한데 땀난 부위가 억울해한다. 

별이 하나 보인다. 달을 어디 있나. 특히 밤에는 달이 보이면 낮이 조???

자정쯤 불 다 꺼진 거실에 나가면 날 좋은 날에는 건너편 불 비추는 것처럼 환하다.

베란다에 있는 작은 나무 그림자도 함께 놀고 다시 돌아와서 은행나무들 위부터 노랗게 광합성을 했다.

더 보고 싶은데 바람이 너무 분다. 바람이 너무 부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덜 들린다.

근데 오토바이 소리는 바람 소리르 뚫고 들린다. 공기를 느끼려다가 사람 보이면 다시 마스크를 쓴다.

은행을 밟을까 봐 바닥을 본다. 누가 다 치웠을까 시간에 쫓기는 게 싫다. 부는 바람에 거슬려서 그래서 더 춥게 걸음을 옮긴다."

 

"날씨를 느끼며 날씨를 확장해서 생각하는 게 이 강의의 의도인 것 같은데 그러려면 날씨를 범주화해야 내가 감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이 되었어요. 날씨를 느끼고 그 감정을 느끼는게 날씨와 관계맺음의 측면도 있지만 일방적인 관계맺음이 될 수 있잖아요. (...)감정을 느끼는게 자기중심적인 해석이 될 것 같아서 고민이 됐어요."

 

 

(은행나무 뒤에 가로등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나무 옆 불빛. 낮에도 햇빛을 받는데 밤에도 가로등 불빛 아래에 있으면 깻잎이 온전히 자라지 못한다고 해요. 가로수를 보니 그 얘기가 생각나서 찍었어요."

 

"저는 감각이 메말라서 그런지 오늘 강의를 들으러 오는 길은 더웠는데 아까 산책을 하며 다시 그 길을 걸으니 되게 시원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날씨를 온도나 습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잘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면 무기력하고 희망이 없는 감정이 들지만 막상 기후, 날씨를 감각하면 기분이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니까 사실 날씨 자체가 두려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인식하게 해주셨어요"

 

 

 

 

(은행나무가 보이는 바닥 사진)

 

 

"최근에 강아지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그 강아지는 20cm도 안되기 때문에 같이 걷다보면 바닥을 보면서 걷게 돼요. 강아지랑 산책하면서 처음으로 바닥을 보고 다니게 됐어요. 걷다보니 대부분 딱딱한 것들이 많더라구요. 

 

 

(음식물 쓰레기가 인도 위에 놓여져 있고, 그 뒤로 가속방지턱이 보이는 사진)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데 오늘 날씨가 스쿠터 타고 다니기 너무 좋은 날씨라고 생각했어요. 이기적으로는 이런 날씨가 더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겨울이 와도 너무 추워지지 않고 빙판길이 생기지 않는 지금과 같은 날씨면 좋겠다는 건 이기적인 마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길거리에 음식물 쓰레기통을 보면서 과하게 소비하고 버려지는 쓰레기가 멈추기를 바라면서 과속방지턱과 음식물 쓰레기통을 함께 찍어봤어요"

 

 

(n개의 기후정의학교 참가자들 단체사진)

 

 

발표를 마치고 기후, 날씨를 감각하는 것의 의미에 대한 선생님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강의를 마무리했어요!



"날씨를 감각하는 작업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기후를 지키고 싶다는 감정을 이야기해요. 이 바람과 온도, 습도 등 이 자연이 주는 것에 대한 기쁨, 감사함, 걱정, 연민. 이런 감정들이 핵심은 계속 보존하고 지키고 싶다는 마음. 부정적인 감정에서 시작되기보다는 어떤 존재, 생명이든 인간이든 지키고 싶은 마음, 사랑이나 애정이 환대와 연대로서 운동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비관하거나 사라지는 디스토피아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어떻게 재거주할 것인지, 이 지구를 떠나지 않고 어떻게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를 말할 때 지치거나 두려운 감정으로만 얘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니 기후위기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계속 기후위기에 대해 지치지 않고 사랑과 애정을 담아 계속 이야기 해봐요! 

이만 후기를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