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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폭염과 폭우, 산불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과 비인간존재의 소식을 들려오고, 늘어난 전기요금이 찍힌 명세서가 날아오고, 함께 사는 고양이가 습한 날씨로 자주 피부질환을 앓아 전전긍긍하던 올 여름,
여러분들은 여름을 무사히 통과하셨는지 안부를 물어보아요
기후위기로 인해서 불평등이 더욱 심해지고, 비인간존재, 청소년, 여성과 같은 소수자/약자는 기후재난 앞에서 더 심각한 위기를 마주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민우회는 올해 동물권행동 카라, 여성환경연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만나 사회적 소수자/약자의 삶에 기후위기란 무엇인지, 소수자들이 상상하는 기후정의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 나눴어요.
(7월 10일, 플랫폼 달에서 네 단체가 모여 기후정의와 각 단체의 활동을 교차점을 찾는 오버랩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야기 끝에 기후위기는 '운 나쁜' 피해자들만의 문제, 미래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당사자성을 가진 문제이며 사회구조적인 변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주요 메세지로 삼아서 네 단체가 함께 액션을 기획해보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메세지의 키워드로 '감정'을 꼽았어요. 기후위기를 탄소배출량이라는 수치와 연관된 문제로 혹은 에너지/산업분야와 연관된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서 시작해 나 자신의 문제로 기후위기를 감각해보는 워크숍을 열기로 했어요. 우리의 감정을 살펴보고 이 감정을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짓다보면 기후위기의 당사자이면서 변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동물권x청소년인권x에코페미니즘 기후위기 감정 창작 워크숍 '감정을 타고 서핑하기' 홍보물)
그럼 네 단체가 함께 기획한 〈기후위기 감정 창작 워크숍: 감정을 타고 서핑하기〉 후기를 공유해볼게요~!
혹시 여러분들은 탄소배출량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탄소 배출 때문에 기후위기가 심각해졌다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탄소배출량이라는 숫자로 기후위기를 감각하다보면 기후위기를 자신의 문제로 바라보기 어려울 거에요. 과학기술이나 산업분야의 어떤 문제로 거리를 두거나 무기력하거나 냉소적인 마음에 빠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워크숍에서는 함께 밖으로 나가 날씨, 기후로부터 느끼는 감정을 글, 그림, 사진으로 표현하고, 그 창작물을 공유하면서 나의 감정을 설명해보기로 했어요. 산책을 나가기 전에 우리가 왜 기후위기를 감정으로 감각해봐야 하는지, 페미니즘과 기후감정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 부소장 김신효정 선생님의 강의로 워크숍을 시작했어요.
(김신효정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기후위기를 해결하자면서 왜 갑자기 감정을 말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김신효정 선생님의 강의를 요약해보았어요.
도시에 사는 우리는 대부분 기후위기를 휴대폰이나 뉴스를 통해서 감각함. 도시에 사는 이들은 날씨나 기후를 감각하는 민감도가 떨어짐. 반면 농민은 날씨에 따라서 농사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날씨가 중요함. 도시 사람들은 날씨를 경험하기 어려움. 주로 실내에 있고, 더울 때는 에어컨을 틀고, 추울 때는 보일러를 틀고, 비가 오면 택시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날씨를 감각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음.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중요함.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데 중요한 것은 1.5도, 2도를 넘기지 않도록 하자거나,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과학적인 사실이 아니라 감정임. 기후운동뿐만 아니라 정치도 마찬가지임.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부터 분노를 느끼고 반성폭력 운동이 일어났던 것처럼 내가 감정으로부터 연결감을 느꼈을 때 행동이 시작됨.
핵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었을 때 나는 절망감을 느끼는데 왜 누군가는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할까? 그 감정에서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정동적 소외'가 생김. 정동적 연합 혹은 소외에 따라 정치적인 실천 혹은 사회적인 행동이 달라짐. 인간이 합리적 사고와 선택을 한다는 후기근대 이론을 비판하며 페미니스트 문화이론이 등장하기도 함. 산불 때문에 죽어가는 코알라에 대한 연민, 나와 그 코알라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 속에서 기후변화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례.
왜 어떤 사람은 정동적 소외를 경험하고 어떤 사람은 정동적 연합을 경험하는가? 인간, 자연, 혹은 비인간존재와 관계 맺은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정동적 연합을 많이 경험함. 태평양 섬 주민들이 기후변화 민감도가 더 크다는 연구. 개인의 일상적인 경험과 관계성이 기후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일수록 기후민감도가 더 큼. 도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어려운 환경. 도시화가 더 심할수록 정동적 소외를 경험하고, 기후문제에 관심이 없음.
(김신효정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기후란 계속 바뀌는 날씨를 기록한 것. 30년 날씨의 평균값이 기후임. 날씨가 기분이라면 기후는 성격임. 기후변화는 30년간의 성격이 변화하는 것을 말함. 여러분은 15도와 16도의 차이를 어떻게 감각하고 있나요? 기상학적 관측이 아니라 우리가 몸으로 직접 감각하는 날씨를 통해서 우리는 어떻게 기후변화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과학자가 말하는 방식, 이차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 아닌 도시에 사는 우리가 경험하는 날씨는 어떠할까? 물질적인 감각을 통해서 기후변화 실천과 연대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후변화는 갈수록 통제되지 않고, 예측이 안되는 일상에서 살고 있음. 우리가 기후변화의 주체로서 새로운 기후시간을 만드는 존재라는 인식은 날씨를 감각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음. 날씨를 타자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어떻게 감각할 수 있을까? 우리는 날씨를 이차적으로 체험하고 있음. 시각, 냄새, 온도, 질량 모두 몸을 통해서 날씨를 이차적으로 경험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휴대폰과 같은 기계, 뉴스 등으로 날씨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늘 처음으로 날씨를 느껴보는 아이처럼 날씨를 감각해보자. 중간에 매개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날씨, 대기 경험을 통해 기후주체 또는 날씨주체가 되어보자. 그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 어떤 실천과 연대를 형성해가는데 도움이 될지 이야기해보자.
(스크린에 비치는 ppt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김신효정 선생님의 모습)
신유물론 페미니즘은 인간 경계에 대해 문제제기함. 모든 물질이 다 행위주체이고, 그 행위주체들은 연결되어 새로운 행위자를 생성함. 예를 들어 미세먼지라는 물질을 내가 마시면 폐와 미세먼지가 만나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냄.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내 몸과 미세 플라스틱은 하나의 새로운 공동의 물질을 생성해냄.
기후라는 것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님. 나는 계속해서 기후에 영향을 주는 존재이며, 기후는 내 자신의 실체이기도 함.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항상 온도, 습도에 몸이 계속 반응하면서 상호작용하고 있음. 그런데 기후가 너무 친밀하거나, 타자화되어 있어서 감각하지 못할 뿐임. 인간의 몸과 몸을 통해 경험하는 기후에 대한 확장된 인식 속에서 기후변화를 바라봐야 함. 나의 몸을 통해서 보는 날씨, 기후부터 이야기한다면 서로가 더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란 구호처럼 정치적인 전선, 사회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내 몸에서 시작되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며 개개인의 연결성을 만들어낼 수 있음.
기후변화의 시대에 농민과 이동 노동자, 야외 노동자와 다른 이들은 어떤 경험의 차이가 있을까?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동물도 날씨에 따라 다른 영향을 받고 있음. 날씨를 감각하고 기록하는 행위는 개인의 위치성이 중요함. 개인이 어떤 삶의 계보에 있는지, 어떤 특권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주변성을 가졌는지가 잘 드러남.
오늘은 글쓰기, 그림, 사진 작업을 통해서 날씨 기후를 다시 보는 작업임. 이런 작업들은 지배적인, 과학적인, 근대적인 논의를 넘어서 새로운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음. 사실 기상학적인 날씨는 주식시장과 연계되거나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활용되고 있음. 결국 날씨와 기후의 일부가 되는 관계성은 또 책임과 연결될 수 밖에 없음. 과학적, 숫자적, 통계적, 근대적, 서구적, 도시적 관점을 잠시 내려두고 지금 여기에서 몸으로 날씨를 경험하고 감각하기가 오늘의 주요 작업 내용임!
(카라 사무실 앞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참가자들)
강의가 끝나고 나를 기후주체, 날씨주체로 만들기 위한 작업! 날씨를 느끼기 위해 밖으로 나갔어요. 워크숍이 열린 동물권행동 카라의 킁킁도서관은 높은 빌딩보다는 낮은 층의 오래된 상가와 빌라들이 골목골목 들어선 동네에 위치해 있어요. 하지만 언제나 차도 사람도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에요.
한여름이 지나가고 늦여름의 저녁이라서 그런지, 비가 내려서 그런지 습하지만 바람이 살살 불고 시원한 날씨에 비냄새가 나는 골목을 오늘 처음 만난 이들과 함께 걷는 기분은 정말 좋더라구요 ˙ ͜ʟ˙
함께 걸으면서 이런저런 감정과 기분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산책하고 있는 참가자들)
혼자 걸으며 글감을 떠올리기도 하고
(홀로 걸으며 생각에 빠진 참가자의 뒷모습)
날씨를 어떻게 감각해야 할지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며 산책을 마치고 킁킁도서관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바깥에서 경험한 날씨로부터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그 감정을 각자 글로, 그림으로, 사진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날씨를 느끼고 난 감정을 글로 옮겨적는 참가자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참가자들)
(산책하며 찍은 사진을 살펴보고 있는 참가자들)
날씨를 감각하고 느낀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모두가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각자의 감정과 창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기후주체, 날씨주체로서 우리를 발견해볼까요?
먼저 날씨를 감각하고 감정을 글로 표현한 사라, 르다, 00, 제이, 수달, 00, 노랑이 낭독을 해주었어요
(글로 표현한 창작물을 낭독하는 참가자)
"저는 비오는 걸 엄청 싫어하고,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고, 흐리고 비가 오면 무조건 울적해지고 항상 바닥으로 끌어내려지는 그런 사람이에요. 가장 끔찍한 악몽 혹은 가장 공포스러운 상상은 비가 그치지 않는 것이었어요. 반면 엄청 짙은 파란색의 하늘을 많이 좋아하고 어릴 때 맑은 날에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오랫동안 있었어요. (...)아무리 날씨가 심하게 변해도 다시 새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언제나 다시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시는 그런 파란 하늘색을 볼 수 없게 됐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늘 색깔은 이거야'라고 보여줄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 상실했다는 것에서 슬픔을 경험했어요. (...)이 거대한 환경과 내가 맺고 있었던 관계가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무섭고 이것이 나를 일상적으로 언제나 조금씩 가끔은 불행하게 하는 사실이라는 것을 적어보았어요." -제이
"머리 끝이 아릿하 날이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만큼 몸의 기운을 더디게 감각하는 날들이다.
바깥을 걷는다. 어딘가로 향하기 위한 길이 아닌 어딘가로 향하지 않기 위한 지금을 걷는다.
손끝이 끈적이는 습한 날씨. 아직 긴팔을 입기엔 이르지만 길었던 여름을 못 내보내주지 못한 반팔은 손끝을 서늘하게 하는 경계선의 날씨
이 계절의 날씨는 점점 짧아지겠지. 이쯤 춥지 않을 만큼 챙겨입고 나서는 산책이 제법 좋다" -르다
(글로 표현한 창작물을 낭독하는 참가자)
"저는 사실 기후위기를 감각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어요. (...)주위에 정말 좋아하는 언니, 오빠, 어른들이 기후위기로 분노하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 워크샵에 찾아왔어요. 저는 연극을 하는데 작년에 봤던 연극 중에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이렇게 바뀌는 세상에서 도대체 뭘 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라는 대사가 생각이 났어요.
제가 연기 훈련을 할 때 매일 하는게 '압축호흡'이에요. 숨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많은 양을 들이 쉬다가, 최대한 빨리 높은 밀도로 뱉어내는 거에요. 한 열번 정도 하고 나면 더 이상 마실 힘도 없고 내뱉을 힘도 없어요. 숨이 턱턱 막히는데 이런 느낌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슬퍼할 때 느꼈던 막막함, 두려움이 맞닿서 느껴졌어요. 같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제가 어떤걸 느꼈는지 함께 감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참가자
"비가 내리면 그 빗줄기가 가득 쏟아내리는 걸 보면 지구의 중력이 어느 때보다 더우 잘 느껴진다.
몸의 기운도 중력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땅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풀뿌리가 모든 땅의 틈을 파고들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처럼 기운도 마음도 비도 기압도 아래로 아래로" -노랑
사진으로 감정을 표현한 유랑, 이앙, 현정, 지무, 여경, 들의 발표도 이어졌어요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스크린에 띄워진 사진을 보며 발표하는 참가자의 모습)
"내가 에어컨을 선택하지 않은 건 가난하기도 했지만 에어컨을 계속 틀면 더 약한 존재들에게, 기후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쓰지 않았어요. 내년에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어요." -유랑
(실외기 아래에 방범창이 있는 풍경 사진)
"오늘의 날씨를 느끼면서 사실 가장 걱정했던 것은 비가 계속 너무 많이 오고 있다는 것. 산책을 하며 하수구를 보니 물이 흘러가야 하는 하수구 구멍이 넘쳐 버리는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그래도 이 하수구는 담배꽁초가 많지 않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여경
(하수구와 아스팔트 바닥이 보이는 풍경 사진)
(스크린에 띄워진 사진을 보며 발표하는 참가자와 발표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비가 그쳐서 방울방울 져 있는 빗방울이 아름다워서 찍었어요. (...)아스팔트 위에 비가 다 고여있고, 그 뒤로 가면 식물 사진도 좀 있는데 흙바닥에는 비가 다 흡수되어 있더라고요. 그런 차이가 보였고 자연적인 것이 더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정
(자동차 옆문에 물방울이 맺힌 풍경 사진)
"저는 옥상 위에 올라가서 날씨를 느껴봐야지 하는 순간 풍경을 보니 수많은 사람들, 길고양이, 벌레를 상상했어요." -지무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도로와 인도 풍경 사진)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한 아성, 영인, 해인, 행크, 해파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어요
(그림으로 표현한 창작물을 들고 발표하는 참가자와 발표를 듣는 사람들의 모습)
"이 워크숍에서 분노의 감정을 쏟고 갈줄 알았는데 산책을 나가서 날씨와 기후를 느끼니까 마음이 온화해졌어요. 산책을 하다보니 여름이 지나간 것 같고 온화한 기후가 느껴저서 그 느낌이 그림에 표현된 것 같아요. 저는 반려견이 있어요. 개는 저보다 훨씬 기후에 민감해서 너무 덥거나 추우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산책을 할 때마다 날씨를 살피고,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를 확인하게 돼요. 그리고 밖을 나가면 제일 먼저 콧구멍을 벌려 냄새를 맡고 귀를 쫑긋거리며 바깥의 기운을 크게 들이마시는 걸 보며 저도 따라서 기후와 날씨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행크
"저는 날씨에 민감한 사람인데요. 항상 날씨를 제 기분에 따라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저는 날씨와 제 감정을 인간관계와 연결지어 생각해보았어요. 인간관계도 서로 함께 작용하는 거잖아요. 나 혼자 좋다고 되는게 아닌데 저도 날씨나 기후를 그렇게 바라보았던 것 같아요" -영인
(그림으로 표현한 창작물을 들고 발표하는 참가자와 발표를 듣는 사람들의 모습)
참가자들의 발표를 듣다보니 어느덧 워크숍을 마칠 시간이 되었어요. 날씨와 감정에 대한 주제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결혼, 취직, 자녀계획 등등 이런 주제 말고 날씨랑 감정을 주제로 얘기해도 시간이 금방 갈거 같어요,,)
김신효정 선생님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워크숍을 마쳤어요.
"분노를 통한 운동, 분노를 통한 실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면서 과연 분노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략일까? 다양한 감정들을 조금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고, 기후변화가 내가 사랑하는 것을 돌아보게 해준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바다생물에 관심이 없지만 핵오염수가 방류되는 것을 보고 바다생물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이 핵오염수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데 어떤 하나를 악마화하는 방식이 아닌 지속가능한 연결을 더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크숍 참가자들이 모두 모인 단체사진)
워크숍에서 만든 창작물을 우리들끼리만 보기 아쉬운 마음과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기후정의운동과 연결되는지 더 많은 시민들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보기로 했어요! 2부기후감정 창작물 공유회 〈기후감정이 있는 밤〉(클릭)후기로 이어집니다!
*이 사업은 숲과나눔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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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폭염과 폭우, 산불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과 비인간존재의 소식을 들려오고, 늘어난 전기요금이 찍힌 명세서가 날아오고, 함께 사는 고양이가 습한 날씨로 자주 피부질환을 앓아 전전긍긍하던 올 여름,
여러분들은 여름을 무사히 통과하셨는지 안부를 물어보아요
기후위기로 인해서 불평등이 더욱 심해지고, 비인간존재, 청소년, 여성과 같은 소수자/약자는 기후재난 앞에서 더 심각한 위기를 마주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민우회는 올해 동물권행동 카라, 여성환경연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만나 사회적 소수자/약자의 삶에 기후위기란 무엇인지, 소수자들이 상상하는 기후정의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 나눴어요.
(7월 10일, 플랫폼 달에서 네 단체가 모여 기후정의와 각 단체의 활동을 교차점을 찾는 오버랩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야기 끝에 기후위기는 '운 나쁜' 피해자들만의 문제, 미래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당사자성을 가진 문제이며 사회구조적인 변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주요 메세지로 삼아서 네 단체가 함께 액션을 기획해보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메세지의 키워드로 '감정'을 꼽았어요. 기후위기를 탄소배출량이라는 수치와 연관된 문제로 혹은 에너지/산업분야와 연관된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서 시작해 나 자신의 문제로 기후위기를 감각해보는 워크숍을 열기로 했어요. 우리의 감정을 살펴보고 이 감정을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짓다보면 기후위기의 당사자이면서 변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동물권x청소년인권x에코페미니즘 기후위기 감정 창작 워크숍 '감정을 타고 서핑하기' 홍보물)
그럼 네 단체가 함께 기획한 〈기후위기 감정 창작 워크숍: 감정을 타고 서핑하기〉 후기를 공유해볼게요~!
혹시 여러분들은 탄소배출량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탄소 배출 때문에 기후위기가 심각해졌다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탄소배출량이라는 숫자로 기후위기를 감각하다보면 기후위기를 자신의 문제로 바라보기 어려울 거에요. 과학기술이나 산업분야의 어떤 문제로 거리를 두거나 무기력하거나 냉소적인 마음에 빠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워크숍에서는 함께 밖으로 나가 날씨, 기후로부터 느끼는 감정을 글, 그림, 사진으로 표현하고, 그 창작물을 공유하면서 나의 감정을 설명해보기로 했어요. 산책을 나가기 전에 우리가 왜 기후위기를 감정으로 감각해봐야 하는지, 페미니즘과 기후감정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 부소장 김신효정 선생님의 강의로 워크숍을 시작했어요.
(김신효정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기후위기를 해결하자면서 왜 갑자기 감정을 말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김신효정 선생님의 강의를 요약해보았어요.
도시에 사는 우리는 대부분 기후위기를 휴대폰이나 뉴스를 통해서 감각함. 도시에 사는 이들은 날씨나 기후를 감각하는 민감도가 떨어짐. 반면 농민은 날씨에 따라서 농사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날씨가 중요함. 도시 사람들은 날씨를 경험하기 어려움. 주로 실내에 있고, 더울 때는 에어컨을 틀고, 추울 때는 보일러를 틀고, 비가 오면 택시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날씨를 감각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음.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중요함.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데 중요한 것은 1.5도, 2도를 넘기지 않도록 하자거나,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과학적인 사실이 아니라 감정임. 기후운동뿐만 아니라 정치도 마찬가지임.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부터 분노를 느끼고 반성폭력 운동이 일어났던 것처럼 내가 감정으로부터 연결감을 느꼈을 때 행동이 시작됨.
핵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었을 때 나는 절망감을 느끼는데 왜 누군가는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할까? 그 감정에서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정동적 소외'가 생김. 정동적 연합 혹은 소외에 따라 정치적인 실천 혹은 사회적인 행동이 달라짐. 인간이 합리적 사고와 선택을 한다는 후기근대 이론을 비판하며 페미니스트 문화이론이 등장하기도 함. 산불 때문에 죽어가는 코알라에 대한 연민, 나와 그 코알라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 속에서 기후변화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례.
왜 어떤 사람은 정동적 소외를 경험하고 어떤 사람은 정동적 연합을 경험하는가? 인간, 자연, 혹은 비인간존재와 관계 맺은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정동적 연합을 많이 경험함. 태평양 섬 주민들이 기후변화 민감도가 더 크다는 연구. 개인의 일상적인 경험과 관계성이 기후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일수록 기후민감도가 더 큼. 도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어려운 환경. 도시화가 더 심할수록 정동적 소외를 경험하고, 기후문제에 관심이 없음.
(김신효정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기후란 계속 바뀌는 날씨를 기록한 것. 30년 날씨의 평균값이 기후임. 날씨가 기분이라면 기후는 성격임. 기후변화는 30년간의 성격이 변화하는 것을 말함. 여러분은 15도와 16도의 차이를 어떻게 감각하고 있나요? 기상학적 관측이 아니라 우리가 몸으로 직접 감각하는 날씨를 통해서 우리는 어떻게 기후변화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과학자가 말하는 방식, 이차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 아닌 도시에 사는 우리가 경험하는 날씨는 어떠할까? 물질적인 감각을 통해서 기후변화 실천과 연대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후변화는 갈수록 통제되지 않고, 예측이 안되는 일상에서 살고 있음. 우리가 기후변화의 주체로서 새로운 기후시간을 만드는 존재라는 인식은 날씨를 감각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음. 날씨를 타자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어떻게 감각할 수 있을까? 우리는 날씨를 이차적으로 체험하고 있음. 시각, 냄새, 온도, 질량 모두 몸을 통해서 날씨를 이차적으로 경험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휴대폰과 같은 기계, 뉴스 등으로 날씨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늘 처음으로 날씨를 느껴보는 아이처럼 날씨를 감각해보자. 중간에 매개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날씨, 대기 경험을 통해 기후주체 또는 날씨주체가 되어보자. 그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 어떤 실천과 연대를 형성해가는데 도움이 될지 이야기해보자.
(스크린에 비치는 ppt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김신효정 선생님의 모습)
신유물론 페미니즘은 인간 경계에 대해 문제제기함. 모든 물질이 다 행위주체이고, 그 행위주체들은 연결되어 새로운 행위자를 생성함. 예를 들어 미세먼지라는 물질을 내가 마시면 폐와 미세먼지가 만나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냄.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내 몸과 미세 플라스틱은 하나의 새로운 공동의 물질을 생성해냄.
기후라는 것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님. 나는 계속해서 기후에 영향을 주는 존재이며, 기후는 내 자신의 실체이기도 함.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항상 온도, 습도에 몸이 계속 반응하면서 상호작용하고 있음. 그런데 기후가 너무 친밀하거나, 타자화되어 있어서 감각하지 못할 뿐임. 인간의 몸과 몸을 통해 경험하는 기후에 대한 확장된 인식 속에서 기후변화를 바라봐야 함. 나의 몸을 통해서 보는 날씨, 기후부터 이야기한다면 서로가 더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란 구호처럼 정치적인 전선, 사회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내 몸에서 시작되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며 개개인의 연결성을 만들어낼 수 있음.
기후변화의 시대에 농민과 이동 노동자, 야외 노동자와 다른 이들은 어떤 경험의 차이가 있을까?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동물도 날씨에 따라 다른 영향을 받고 있음. 날씨를 감각하고 기록하는 행위는 개인의 위치성이 중요함. 개인이 어떤 삶의 계보에 있는지, 어떤 특권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주변성을 가졌는지가 잘 드러남.
오늘은 글쓰기, 그림, 사진 작업을 통해서 날씨 기후를 다시 보는 작업임. 이런 작업들은 지배적인, 과학적인, 근대적인 논의를 넘어서 새로운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음. 사실 기상학적인 날씨는 주식시장과 연계되거나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활용되고 있음. 결국 날씨와 기후의 일부가 되는 관계성은 또 책임과 연결될 수 밖에 없음. 과학적, 숫자적, 통계적, 근대적, 서구적, 도시적 관점을 잠시 내려두고 지금 여기에서 몸으로 날씨를 경험하고 감각하기가 오늘의 주요 작업 내용임!
(카라 사무실 앞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참가자들)
강의가 끝나고 나를 기후주체, 날씨주체로 만들기 위한 작업! 날씨를 느끼기 위해 밖으로 나갔어요. 워크숍이 열린 동물권행동 카라의 킁킁도서관은 높은 빌딩보다는 낮은 층의 오래된 상가와 빌라들이 골목골목 들어선 동네에 위치해 있어요. 하지만 언제나 차도 사람도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에요.
한여름이 지나가고 늦여름의 저녁이라서 그런지, 비가 내려서 그런지 습하지만 바람이 살살 불고 시원한 날씨에 비냄새가 나는 골목을 오늘 처음 만난 이들과 함께 걷는 기분은 정말 좋더라구요 ˙ ͜ʟ˙
함께 걸으면서 이런저런 감정과 기분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산책하고 있는 참가자들)
혼자 걸으며 글감을 떠올리기도 하고
(홀로 걸으며 생각에 빠진 참가자의 뒷모습)
날씨를 어떻게 감각해야 할지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며 산책을 마치고 킁킁도서관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바깥에서 경험한 날씨로부터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그 감정을 각자 글로, 그림으로, 사진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날씨를 느끼고 난 감정을 글로 옮겨적는 참가자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참가자들)
(산책하며 찍은 사진을 살펴보고 있는 참가자들)
날씨를 감각하고 느낀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모두가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각자의 감정과 창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기후주체, 날씨주체로서 우리를 발견해볼까요?
먼저 날씨를 감각하고 감정을 글로 표현한 사라, 르다, 00, 제이, 수달, 00, 노랑이 낭독을 해주었어요
(글로 표현한 창작물을 낭독하는 참가자)
"저는 비오는 걸 엄청 싫어하고,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고, 흐리고 비가 오면 무조건 울적해지고 항상 바닥으로 끌어내려지는 그런 사람이에요. 가장 끔찍한 악몽 혹은 가장 공포스러운 상상은 비가 그치지 않는 것이었어요. 반면 엄청 짙은 파란색의 하늘을 많이 좋아하고 어릴 때 맑은 날에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오랫동안 있었어요. (...)아무리 날씨가 심하게 변해도 다시 새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언제나 다시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시는 그런 파란 하늘색을 볼 수 없게 됐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늘 색깔은 이거야'라고 보여줄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 상실했다는 것에서 슬픔을 경험했어요. (...)이 거대한 환경과 내가 맺고 있었던 관계가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무섭고 이것이 나를 일상적으로 언제나 조금씩 가끔은 불행하게 하는 사실이라는 것을 적어보았어요." -제이
"머리 끝이 아릿하 날이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만큼 몸의 기운을 더디게 감각하는 날들이다.
바깥을 걷는다. 어딘가로 향하기 위한 길이 아닌 어딘가로 향하지 않기 위한 지금을 걷는다.
손끝이 끈적이는 습한 날씨. 아직 긴팔을 입기엔 이르지만 길었던 여름을 못 내보내주지 못한 반팔은 손끝을 서늘하게 하는 경계선의 날씨
이 계절의 날씨는 점점 짧아지겠지. 이쯤 춥지 않을 만큼 챙겨입고 나서는 산책이 제법 좋다" -르다
(글로 표현한 창작물을 낭독하는 참가자)
"저는 사실 기후위기를 감각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어요. (...)주위에 정말 좋아하는 언니, 오빠, 어른들이 기후위기로 분노하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 워크샵에 찾아왔어요. 저는 연극을 하는데 작년에 봤던 연극 중에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이렇게 바뀌는 세상에서 도대체 뭘 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라는 대사가 생각이 났어요.
제가 연기 훈련을 할 때 매일 하는게 '압축호흡'이에요. 숨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많은 양을 들이 쉬다가, 최대한 빨리 높은 밀도로 뱉어내는 거에요. 한 열번 정도 하고 나면 더 이상 마실 힘도 없고 내뱉을 힘도 없어요. 숨이 턱턱 막히는데 이런 느낌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슬퍼할 때 느꼈던 막막함, 두려움이 맞닿서 느껴졌어요. 같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제가 어떤걸 느꼈는지 함께 감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참가자
"비가 내리면 그 빗줄기가 가득 쏟아내리는 걸 보면 지구의 중력이 어느 때보다 더우 잘 느껴진다.
몸의 기운도 중력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땅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풀뿌리가 모든 땅의 틈을 파고들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처럼 기운도 마음도 비도 기압도 아래로 아래로" -노랑
사진으로 감정을 표현한 유랑, 이앙, 현정, 지무, 여경, 들의 발표도 이어졌어요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스크린에 띄워진 사진을 보며 발표하는 참가자의 모습)
"내가 에어컨을 선택하지 않은 건 가난하기도 했지만 에어컨을 계속 틀면 더 약한 존재들에게, 기후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쓰지 않았어요. 내년에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어요." -유랑
(실외기 아래에 방범창이 있는 풍경 사진)
"오늘의 날씨를 느끼면서 사실 가장 걱정했던 것은 비가 계속 너무 많이 오고 있다는 것. 산책을 하며 하수구를 보니 물이 흘러가야 하는 하수구 구멍이 넘쳐 버리는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그래도 이 하수구는 담배꽁초가 많지 않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여경
(하수구와 아스팔트 바닥이 보이는 풍경 사진)
(스크린에 띄워진 사진을 보며 발표하는 참가자와 발표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비가 그쳐서 방울방울 져 있는 빗방울이 아름다워서 찍었어요. (...)아스팔트 위에 비가 다 고여있고, 그 뒤로 가면 식물 사진도 좀 있는데 흙바닥에는 비가 다 흡수되어 있더라고요. 그런 차이가 보였고 자연적인 것이 더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정
(자동차 옆문에 물방울이 맺힌 풍경 사진)
"저는 옥상 위에 올라가서 날씨를 느껴봐야지 하는 순간 풍경을 보니 수많은 사람들, 길고양이, 벌레를 상상했어요." -지무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도로와 인도 풍경 사진)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한 아성, 영인, 해인, 행크, 해파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어요
(그림으로 표현한 창작물을 들고 발표하는 참가자와 발표를 듣는 사람들의 모습)
"이 워크숍에서 분노의 감정을 쏟고 갈줄 알았는데 산책을 나가서 날씨와 기후를 느끼니까 마음이 온화해졌어요. 산책을 하다보니 여름이 지나간 것 같고 온화한 기후가 느껴저서 그 느낌이 그림에 표현된 것 같아요. 저는 반려견이 있어요. 개는 저보다 훨씬 기후에 민감해서 너무 덥거나 추우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산책을 할 때마다 날씨를 살피고,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를 확인하게 돼요. 그리고 밖을 나가면 제일 먼저 콧구멍을 벌려 냄새를 맡고 귀를 쫑긋거리며 바깥의 기운을 크게 들이마시는 걸 보며 저도 따라서 기후와 날씨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행크
"저는 날씨에 민감한 사람인데요. 항상 날씨를 제 기분에 따라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저는 날씨와 제 감정을 인간관계와 연결지어 생각해보았어요. 인간관계도 서로 함께 작용하는 거잖아요. 나 혼자 좋다고 되는게 아닌데 저도 날씨나 기후를 그렇게 바라보았던 것 같아요" -영인
(그림으로 표현한 창작물을 들고 발표하는 참가자와 발표를 듣는 사람들의 모습)
참가자들의 발표를 듣다보니 어느덧 워크숍을 마칠 시간이 되었어요. 날씨와 감정에 대한 주제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결혼, 취직, 자녀계획 등등 이런 주제 말고 날씨랑 감정을 주제로 얘기해도 시간이 금방 갈거 같어요,,)
김신효정 선생님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워크숍을 마쳤어요.
"분노를 통한 운동, 분노를 통한 실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면서 과연 분노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략일까? 다양한 감정들을 조금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고, 기후변화가 내가 사랑하는 것을 돌아보게 해준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바다생물에 관심이 없지만 핵오염수가 방류되는 것을 보고 바다생물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이 핵오염수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데 어떤 하나를 악마화하는 방식이 아닌 지속가능한 연결을 더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크숍 참가자들이 모두 모인 단체사진)
워크숍에서 만든 창작물을 우리들끼리만 보기 아쉬운 마음과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기후정의운동과 연결되는지 더 많은 시민들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보기로 했어요! 2부기후감정 창작물 공유회 〈기후감정이 있는 밤〉(클릭)후기로 이어집니다!
*이 사업은 숲과나눔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