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기타[후기] 페미니즘 무상교육 {입덕} - 다시 만난 세계

2016-04-21
조회수 9430

'페미니즘 무상교육'. 전 인류에 필수적이지만 아직은 너무나 부족하니까 우리가 해보자며-

지난 4월 14일, 민우회는 <입덕-다시 만난 세계>라는 제목으로 무료 입문강좌를 열었습니다.

강의는여성주의 연구활동가김홍미리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강의를 위해 살신성인(..!) 선생님의 흑역사(..!)도 공개하시며,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강의를 해주셨는데요! bbbbbb


김홍미리 선생님은 페미니즘이란 '질문의 시작'-
즉, 페미니즘과의 만남이란 세상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는 어떤 순간,
무지함을 무지한 채로 남겨두지 않을 것 같은,질문으로 가득 찬 어떤 순간이며 그 순간에집중하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했습니다.

 

강의에서는 최근까지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여러 이슈들이 적나라하게파헤쳐졌습니다. 분노로 리트윗했었던 건들도, 각각의 사안들에 대해'이것은 과연 "왜" 문제인가?'라는 질문, 그리고'이것을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 이들은 뭐가 문제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말을 만들어보려니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분노에서 그치지 않고 이질문을 밀고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들어주신 사례들이 다최최최신의 것들이었고, 심지어 강의당일 새벽에야 결정된 20대 총선 결과를 다루어주시기도!(기독자유당..OTL)

여성혐오 관련 온갖 단어들이 오프라인에서, 그것도 강단에서 마구 날라다니는(?) 것에서 묘한 재미와 카타르시스가 있었다는ㅎㅎ


강사님은 페미니즘 책 한 권도 읽어본 적 없을 것만 같은 어떤 남자사람이
가뿐히 스스로페미니즘 제왕(...)이 되어 왈가왈부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페미니즘은 이처럼 항상 평가와 진단의 대상이 되는데
'어쩌면 나는, 우리는 여기에 덩달아 춤추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돌려주셨습니다.


나 페미니스트 맞나? 나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나?진단하는 말들 안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기로!

 

강의를 들으러 온 많은 사람들도 강사님이 말씀하셨던
'(여성이) 욕을 먹다 먹다 차오른 분노-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음 한켠에 갖고 계셨을 거라 생각되어요.

강사님은'페미니즘은 언제나 논쟁 속에, 질문 속에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며,
'페미니즘 안에서' 움직이기.'논쟁에 참여하면서''그 다음'을 만들어가기'를 제시해주셨습니다.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을 때 느끼는 '분노' 그 다음의 희망으로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가 관건이며,

타인과의 만남 속에서 확장되고 조직된 분노가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완벽지향의 고딕체 페미니즘이 아니라, 빈틈 많은 삶의 방식, 타인을 초대하는 여백 있는 움직임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강의 자료의 말을 옮겨보면:)

- 어렵게 살갗을 뚫고나온 분노를
 ‘진짜 페미니즘’을 가리는 일에 사용하지 않기를

- 서로 어디를 향해 서 있는지를 살펴주고, 분노가 이끄는 힘을 같이 사용하기를

- 페미니즘에게 위로 받은 후, 곧장 페미니즘에게 상처받는 일 없기를.

 

강의 내용을 이 후기에서 알알이(?) 다 나누고 싶지만..!
그럴 순 없기에, 그리고 다음번에 또 한번 <다시 만난 세계>2를 개최할 것이기에

참가자 분들이 당일에 남겨주신 말들을 공유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실질적인 앞으로의 방향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으로 멈춰 있었던 페미니즘을 구체적으로 체화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나가보자 합니다. 진솔하게 경험담과 다양한 사례들을 예시해주셔서 일상에서 접목시켜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창 인터넷에서 핫했던 페미니즘 이슈를 한 자리에서 접하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성찰해왔던 이야기들이 저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던 것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구요. 익숙한 이슈와 이론들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유쾌하게 이야기해주셔서 2시간이 짧게 느껴졌습니다. 페미니즘에 처음 눈 떴을 때 생길 수 있는, 분노의 방향이 잘못될 수도 있는 오류에 대해서 잘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내 의견이 무조건 옳다고 싸움닭처럼 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참 따뜻했습니다."

 

"거의 마지막즈음에 해주신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한 이래로 볼 것도 즐길 것도 너무 줄고 위축되었는데 위로가 되었습니다. :D 또한 의제에 대한 공감이 있어서 (어디에도 느끼지 못했던ㅠㅠ) 좋았어요!"

 

 

 

▼ 회원찬이님이 솔직한 소감을 담아 강의 후기를 써주셨어요.


이날 김홍미리 선생님 강의의 시작은“질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내가 여기 왜 왔는가?’, ‘강의를 왜 듣나?’, ‘페미니즘이란?’, ‘나는 무엇을 알고자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 주셨어요. 몇몇 분들의 답변이(그리고 질문이) 나왔지요. 하지만 저는 조금, 아니, 많이... 질문을 한다는 점이 생소하고 신기했습니다. 저는 그저 막연하게, ‘그만 무지하고 채워보기로’라는 생각을 품고 이론적인 강의를 상상하고 왔는데 이론적 지식보다는 직접 물으시고 스스로 질문하는 방법이어서 정말 신기했어요.

왜 어떤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들이 문제제기하고 말했을때 그것은 “꿍꿍이”로만 보고 평가하고 비난하는가? 우리는 페미니스트들이 문제제기한 사건 사례들- 장동민과 중식이밴드의 여성비하 발언, 폭력·강간·살인, 몰카의 심각성, 여성의 몸에 대한 상품화- 이런 사례들을 같이 짚어보며우리(페미니스트)가 하는 일은 꿍꿍이가 아니라 혐오에 제대로, 당연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임을 보았습니다.

항상 문제의 선반에 오르는 “혐오”의 정서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어요. 혐오를 시작으로 실제로 폭력을 가하고 강간하고 살인, 스토킹, 비하할 수 있는 가해자의 인식이 무엇일까. 혐오란 “더러움의 정서”이고 “인간으로 보지 않는 정서”라는 것, 즉 여성을 인간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아서 그리 가혹하게 행해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동안 저도 모르게 혐오발언을 한다던가, 혐오 비스무리한 발언을 하지 않았나, 한 것 같애...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어요. 혐오에 대해 알아갈때는, 충격과 부끄러움이 동반되었던 것 같습니다.

강의 후반부에서 페미니즘의 고착화에 대한 경계, 갇혀있지 말아야 한다는 일침도 있었어요. 문제를 보고 질문하며 같이 나아가는 것이지 ‘내가 페미니스트인가, 아닌가’, ‘진짜인가, 가짜인가’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하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었지요.
너무나 완벽한 페미니스트이기보다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는계속 질문하고 나아가야 하니 빈틈이란 여유를, 공간을 열어가면서 같이 토론하고 방향을 잡아가며 변화해나가자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변화하고 성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지 않을까 생각되고,이제서야 알아가 보려 하는 미숙한 저도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공부해나가야 겠다고, 특히 질문하는 연습을 좀 해나가야 하겠다고 뜨끔하였답니다. 그 시작이 민우회에서 잘 이어지를 바라고 두근거리게 되는 마음이랍니다. 


 


페미니즘 이슈를 두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기운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

강의도 멋졌지만

그것 자체로도 참 멋진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4월 마지막주부터는 매주 수요일 5주간 민우회 신입회원세미나<환절기>가 시작되고
또 28일부터 4주간 민우특강<페미니즘vs페미니즘: 시간을 달려서>도 진행됩니다.

민우회는 계속해서 이렇게, 페미니스트들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공부하는 장을 마련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입덕} 다시 만난 세계> 2번째6월 중순경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번에 빛의 속도로(과장 아님) 마감되어 안타깝게 함께하지 못한 많은 분들
반짝반짝한 6월엔 꼭 만나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김홍미리 선생님 강의자료 맨 마지막장 맨 마지막줄 문장으로 후기를 마무리합니다.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

 

-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