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는 <씨네21>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가 함께 준비한
[긴급포럼-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가 진행되었습니다. 평일 낮에 열리는 포럼이었음에도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긴 시간 동안 서서, 복도에서 들으셨던 분들을 포함해 그날 자리해주시고 관심가져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작년부터 온라인에서는 시작된 '#00내_성폭력' 해쉬태그 운동으로 여성들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이 운동으로 문단 내, 영화계 내 등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졌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해자들로부터 명예훼손, 무고 등의 역고소의 문제, 업계 내의 평판의 문제로 피해사실을 공개를 했던 여성들이 위축되는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제제기 한 여성들이 업계에서 갑자기 사라지거나 용기 있는 증언들이 이대로 멈추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문화를 바꾸어갈지 지속적인 논의와 구체적인 방안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윤태진(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구체적으로 영화산업 구조와 성폭력의 문제에 대해 심도 깊게 나눴던 자리였습니다. 좋은 의견들을 많이 나왔지만 지면상 모두 옮기지는 못하고 참가자들의 발언 중 몇 문장들만 모아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당일 질의응답 녹취록과 발표문이 포함된 자료집을 첨부하오니 참고바랍니다 :)
"피해자의 증언은 영화계 시스템 안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성폭력이 용인되고 있지는 않은지, 영화계 내의 여성 인권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지, 영화제작 과정에서 예산, 시간,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부당한 일들이 합리화 되는 잘못된 관행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이제는 영화계와 사회가 답할 차례이다."
-정하경주(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
"지금까지 영화촬영 현장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영화촬영'이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많이 일어났을지 예상이 되고도 남음이다. 이제는 누구라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연기라는 미명하에, 영화촬영이라는 미명하에 여배우의 성적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다."
-조인섭(법무법인 신세계로 대표변호사)
"폭력의 피해를 연기하는 배우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지 않고도 얼마든지 폭력과 고통에 대해서 재현할 수 있다. 폭력을 날것의 형태 그대로, 직접적으로 재현해버린다면 그것은 사전적인 정의상 그대로 포르노그래피일 뿐이다."
-손희정(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
"노출, 혹은 스킨십 연기에 있어서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사항을 감독이 현장에서 밀어붙일 때, 혹은 그 밀어붙이는 과정조차 없이 기습적인 연기를 행할 때, 배우가 그 상황을 거부하기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너 때문에 이 많은 스탭들이 아무 것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 내지는 '너 때문에 이 영화 전체를 망쳐야겠냐' 는 식의 압박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그런데 법원은 이러한 현장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이예지(씨네21 기자)
"감독과 제작자에는 왜 책임을 묻지 않는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를 기만한 상태에서 피고인과 감독이 공범으로 피해자를 추행한 사건이다. 남자 배우에겐 감독의 디렉팅이 있어서 그걸 따랐다고 하더라도 미필적 고의란 말이 있었다. 분명히 이 남자배우 본인이 선택했고, 성인인데 이것이 잘못된 거고 어쨌든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맞다. 거기에 감독과 제작자의 책임까지 물어야 하는 것이고."
-김꽃비(영화배우, ‘찍는 페미’ 개설자)
"(오늘 얘기된 사례의) 감독께 묻고 싶다. 특히 감독님께서 이 장면을 지시할 때 정말 가슴에 손을 얻고 어떤 목적으로이런 지시했을까. 양심의 문제기도 하지만 법적으로 어떤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언희(영화감독 <미씽: 사라진 여자>)
"영화는 예술 아니다. 예술을 폄훼하는 얘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영화는 노동이고 일자리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내일이고 모레고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영화 노조 구조가 성이 고르게 조직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스탭으로 일하는 다수가 남성이다. 촬영으로 구성된 조합만 보면 200명이 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여성 스탭은 10명도 안 된다. 촬영 일을 구하는 네이버 밴드에 등록된 사람이 900명 정도인데 그 중 여성이라고 추정되는 인원도 20명이 채 안 된다. 진입 자체가 닫혀 있는 구조다. 신문고에서도 신고를 받고 넓혀야 한다는 생각이다."
-안병호(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방송 출연할 때마다 옷차림을 신경 쓰게 되고, 조심하게 되고, 하려고 했던 말을 오히려 참게 되고, 그게 여성이라 당연시 되었던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커서 소송하는 몇 년 동안 가슴앓이를 많이 했다. 생각하고 책도 많이 읽고 주변분들 얘기를 들으면서 느낀 건, 이건 절대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거다. 이 쪽에서 일한지 11년이 되었다. 이 쪽 분야에 있다면 안타까운 게 성적으로 오픈된 걸 예술적인 기행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넌 배우야. 넌 벗을 수 있어' 라고 얘기하고, 여기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거나 아니라고 하면 까탈스러운 아이,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분류해버린다. 영화계 뿐 아니라 문단계 성폭력도 심각한 문제다. 소위 말하는 예술계 종사하는 분들의 그런 마인드는 예술이 아니다. 통용될 수 없는 거다. 착각하지 말아 달라."
-곽현화(영화배우)
덧.
1)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는 영화계 내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제보와 상담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상담 02-736-1366
2) 당일 토론자로도 함께 해주셨던 이예지 기자님이 현장에서 나왔던 내용을 자세히 기사로 써주셨습니다. (아래 클릭)
[스페셜] <씨네21>과 한국여성민우회가 함께한 긴급포럼 ‘그건 연기가 아닌 성폭력입니다’
3)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서 "여성연예인 인권지원가이드라인 브로셔 제작 및 배포"를 위한 온라인 모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활동을 지지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다립니다.
지난 1월 16일,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는 <씨네21>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가 함께 준비한
[긴급포럼-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가 진행되었습니다. 평일 낮에 열리는 포럼이었음에도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긴 시간 동안 서서, 복도에서 들으셨던 분들을 포함해 그날 자리해주시고 관심가져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작년부터 온라인에서는 시작된 '#00내_성폭력' 해쉬태그 운동으로 여성들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이 운동으로 문단 내, 영화계 내 등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졌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해자들로부터 명예훼손, 무고 등의 역고소의 문제, 업계 내의 평판의 문제로 피해사실을 공개를 했던 여성들이 위축되는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제제기 한 여성들이 업계에서 갑자기 사라지거나 용기 있는 증언들이 이대로 멈추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문화를 바꾸어갈지 지속적인 논의와 구체적인 방안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윤태진(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구체적으로 영화산업 구조와 성폭력의 문제에 대해 심도 깊게 나눴던 자리였습니다. 좋은 의견들을 많이 나왔지만 지면상 모두 옮기지는 못하고 참가자들의 발언 중 몇 문장들만 모아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당일 질의응답 녹취록과 발표문이 포함된 자료집을 첨부하오니 참고바랍니다 :)
-정하경주(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
-조인섭(법무법인 신세계로 대표변호사)
-손희정(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
-이예지(씨네21 기자)
-김꽃비(영화배우, ‘찍는 페미’ 개설자)
-이언희(영화감독 <미씽: 사라진 여자>)
-안병호(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곽현화(영화배우)
덧.
1)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는 영화계 내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제보와 상담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상담 02-736-1366
2) 당일 토론자로도 함께 해주셨던 이예지 기자님이 현장에서 나왔던 내용을 자세히 기사로 써주셨습니다. (아래 클릭)
[스페셜] <씨네21>과 한국여성민우회가 함께한 긴급포럼 ‘그건 연기가 아닌 성폭력입니다’
3)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서 "여성연예인 인권지원가이드라인 브로셔 제작 및 배포"를 위한 온라인 모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활동을 지지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