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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미디어운동본부 카드뉴스] 평택 아동학대 사망사건 보도의 문제점

2016-03-16
조회수 7859

평택 아동학대 사망사건,
많은 분들이 뉴스를 접하고
분노하고 슬퍼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선정적인 내용의 기사들입니다.

 

이러한 기사에서 주목하고 있는 점들이
이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사들은 사건의 본질을 흐릴 뿐이며,
인터넷언론의 선정주의를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텔레비전 뉴스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다뤘을까요?
미디어운동본부는 사건이 처음 보도된 3월 8일부터
현장검증이 실시된 3월 14일까지 일주일동안
KBS, MBC, SBS, TV조선, JTBC, 채널A, MBN의 메인뉴스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총 61건의 사건 관련 보도가 있었고,
78.7%의 보도가 범행내용과 수사 진행 사항을 단순전달하고,
아동학대의 내용을 상세하게 다룬 보도였고,
아동학대 예방대책을 다룬 뉴스는 단 1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선정적인 사건보도가 불필요하게 반복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평택 아동학대 사망사건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지나치게 상세한 사건내용 보도

 

3월 12일 방송된 SBS <설마했는데..7살 원영이 끝내 주검으로>에서는
“부모는 아이를 화장실에 감금한 채, 한겨울에 찬물과 락스를 끼얹는 등 끔찍하게 학대하다 숨지게 했습니다.”
“신 군 부모는 지난달 1일, 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해 욕실에 가두고 옷까지 벗겨 찬물을 퍼부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후 스무 시간 뒤에 문을 열어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집이 있는 평택의 당시 최저 기온은 영하 12도였습니다.”
“부부는 열흘 동안 아들의 시신을 베란다에 놔뒀다가 지난달 12일 평택의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등 사건의 내용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서술하였습니다.

 

또한 해당 보도에서는 아이 시신을 수습해서 산을 내려오는 경찰의 모습과
피의자들이 암매장 장소 근처 슈퍼에서 산 물건과 그 영수증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SBS 보도만의 문제는 아니고, 다른 방송사의 보도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적된 문제점입니다.
이처럼 사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보도의 내용과 화면은
보도의 내용을 선정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으며,
이와 같은 내용은 피해자의 가족에게 언론에 의한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양해야 할 보도방식입니다.

 

자극적인 영상 구성

 

3월 9일 TV조선 <[단독] 1년전 신고 했지만 경찰 ‘헛걸음’>에서는
실제 어린이를 출연 시켜 구석에서 고개 숙이고 앉아 있고 어른이 혼내는 모습을 재연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제39조는 “피해자․가해자 또는 당사자 등의 배역에 어린이를 출연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해당 보도는 자극적인 화면구성을 위해 이를 위반하고 어린이를 출연시킨 것입니다.

 

3월 10일 JTBC <평택 실종 아동 공개수사 착수>, 3월 11일 채널A <[단독] 전처 애 키우기 싫었다> 등 에서는
상담일지에 기록된 피해아동의 누나가 친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공개하였습니다.

 

그러나 상담일지는 방송을 통해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자료임에도 이를 공개한 것은
사건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호기심과 동정심을 가지도록 합니다.
이처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화면구성을 통해 선정성 경쟁을 하는 보도양상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3월 14일 이번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있었고, 이는 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게 중계되었습니다.
시청자들은 범행 재연 장면 뿐만 아니라, 현장에 몰려든 사람들이 달걀을 던지고,
락스통을 들고 살인죄 적용을 외치고, 욕설을 하는 등의
장면을 보게 됩니다.
이를 목격한 시민들은 범죄자를 향한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위와 같은 장면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며 시민들의 분노를 부추기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것, 이것이 바로 언론이 해야 할 일입니다.
언론은 범행 재연 장면을 꼭 방송해야 하는지 재고해보아야 합니다.

 

계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재생산

 

경찰은 신 군을 유기한 계모 김모 씨에게서 "전처의 아이라 키우기 싫었다. 아이가 미웠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3월 11일 채널A <[단독] 전처 애 키우기 싫었다>

 

경찰 조사에서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는 계모와 달리 "잘못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아버지,
"여자를 잘 못 만나 이렇게 됐다"며 탓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3월 13일 KBS <'학대 묵인·범행 은폐'…친부 행동 '의문‘>

 

현장검증에 앞서 경찰서를 나선 신 군의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기자) "누가 먼저 숨기자고 제안했어요?" / (신 모 씨 / 피의자)"잘못했습니다."

하지만 학대를 주도한 계모는 귀찮다는 말투로 여전히 반성 없는 대답을 늘어놨습니다.
(기자) "화장실에 가두신 이유가 뭐예요?" / (김 모 씨 / 피의자) "말을 잘 안 들어서요."
3월 14일 MBN <분노한 주민들 "락스 학대 받아봐라">

 

[앵커] 형편도 나쁘지 않고 계모도 전업주부였는데, 신군이 숨질 정도로 학대하고 방임하는 게 가능합니까.
[기자] 이웃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계모인 38살 김 모씨는 노골적으로 아이들을 싫어했다고 합니다. 
신군 남매에게 옷도 제대로 안 입혔습니다.
저희가 만난 한 인근 주민은 아이들이 한 겨울에도 내복만 입고 장난감을 사러 왔다고 전했습니다.
3월 11일 TV조선 <[뉴스 인사이드] 인면수심 부모 처벌은?>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친부와 계모임에도,
앞선 사례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계모의 죄가 더욱 강조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친부의 잘못보다 계모의 잘못이 강조되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을 여성의 역할로만 바라보는 시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친부의 묵인이 없었더라면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의 잘못임에도 계모에게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는 보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와 같은 보도는 계모이기 때문에 아동을 학대한 것이라는 편견을 확대 재생산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계모에 대한 편견은 재혼 가정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동학대에 대한 편견에 기반한 보도가 또 다른 편견을 조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시각으로 뉴스를 제작하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언론사에게
아동학대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를 멈추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제시해 주는
성숙한 보도를 하길 요구합니다.

 

평택 아동학대 사망사건 모니터링 결과,
언론은 늘 그래왔듯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피해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고, 마녀사냥 식의 보도만 보여주었습니다.

 

과연 이런 보도들이 아동학대 예방에 도움이 될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학대가 이루어 졌나’가 아니라
‘아동 학대를 어떻게 근절 할 것인가’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언론사에 또 한 번 간곡하게 요구합니다.
보도의 초점을 예방과 근절에 맞춰 할 것,
학대 내용을 너무 상세하게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말 것,
아동학대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는 왜곡된 보도를 하지 말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