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저녁 7:30분, 스페이스 노아 커넥트홀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피해에 공감하는첫사람 문화제
'꽃뱀,무서워?지겨워!!'가 열렸습니다.
7:00부터 '첫사람' 사진 프로젝트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전시를 진행하였습니다.
'첫사람' 사진 프로젝트는 스스로의 피해경험을, 혹은 주변에서 보고 느낀 생각을 바탕으로
15명의 참여자가 일상적인 장면의 사진으로 말을 건네는 전시입니다.
(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은 소책자로 발간하여 전국 법원, 검찰, 경찰, 사법연수원 300여 곳에 발송하였답니다. )
이번 사진 프로젝트에 포토그래퍼로 작업을 해준 회원혜영에게 그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혜영 나와주세요!
혜영) 우여곡절(?) 상황에서도 성황리에 마친 첫사람 문화제, 그 날의 현장 전하는 첫사람 특파원혜영입니다.
(첫사람 문화제에 오신 분들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출입문이 고장나는 바람에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는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죠! ;;)
'00내 성폭력' 사건들이 당사자와 목격자들에 의해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중에
성폭력 피해에 공감하고 조력하는 첫사람들의 활동에 관심 갖고 찾아주신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행사를 찾은 사람들로 공간이 빈틈 없이 채워지고 행사가 진행되면서 무언지 모를 감동과 공감으로 분위기가 채워져감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어요.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 '첫사람' 사진프로젝트 전시 ©혜영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바람이 첫사람 문화제 진행을 하였습니다.
▲사회자 바람 활동가 ©혜영
7:30분,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의 포토그래퍼 혜영의 전시 소개로 본격적으로 첫사람 문화제 시작하였습니다.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 소개를 하는 혜영
"저는 이번에 상담소와 함께 재판부에 전할 소책자로 '첫사람 사진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이란 제목으로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통념의 말들,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주변의 시선과 수사과정의 문제점들을 알려내고자
피해당사자이거나 피해자를 조력하는 15인과 함께 사진작업을 진행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촬영 과정에서의 순간들을 마주하면서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감동으로 마음에 남은 작업이었습니다.
15명의 시선 위에 더 많은 시선을 만나 차곡차곡 작업을 더하고 싶은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1부]PT파티'통념, 뿌셔! 뿌셔!'---------------------------------------------------------------------------------------
2016년 한해 첫사람 재판동행 활동과 액션단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막연히 정의롭다고만 여겼던 재판부에도 성폭력피해에 대한 왜곡된 통념이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한
미성이 "성폭력 통념, 재판부에도 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였습니다.
" 저도 첫사람 활동을 하며 조금씩'첫사람'이라는 이름답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여러분모두가 함께첫번째 사람, 첫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잘못된 성폭력 통념을 이야기할 때, 누군가가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할 때
문제제기를 하는 첫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이 사회의 잘못된 통념들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 모두에게 첫사람이 되자고 제안하는 미성
이어서왓순의 발표, "피해자는 울기만 해야 하나요?"가 이어졌습니다.
"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결정이 있지만 적어도제가 움직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성주의였습니다.
여성주의를 알았기에 저는 제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피해자의 이미지는 이런 우는 모습이지요. 어째서 피해자는 인생 다 끝난 것처럼 가련하게 있어야 하죠?
제 지인들조차 저의 사후대처를 들었을 때 대단하다고 말했지만제가 대단하거나 냉정한 사람이라서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잘못하지 않았음을 알 뿐이었습니다. "
▲ '나를 움직이게 한 것은 여성주의였다'고 말하는 왓순
[2부] 속풀이 토크쇼 '기승전.꽃뱀.'---------------------------------------------------------------------------------------
민우회 성폭력상담소달개비활동가의 사회로
여성학 연구자권김현영 선생님과 팟캐스트 해장상담소장미꽃뱀의 속시원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 (왼쪽부터) 사회자 달개비, 여성학 연구자 권김현영, 해장상담소의 장미꽃뱀 ©혜영
(기승전'꽃뱀'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궁금하셨을 여러분을 위해 토크쇼 이야기를 상세히 덧붙여봅니다.)
#1. 꽃뱀, 없다고 하기도 애매한데 '꽃뱀 나쁘다고 하는 것이 왜 문제냐?'라는 말을 들으면 말문이 막혀요.
장미꽃뱀
꽃뱀이 어떤 부분 사기꾼으로 존재하고. (여자고 남자고 사기꾼 있는데) 여성들에게는 꼭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보편적으로 전사회적으로 꽃뱀이라고 칭합니다. 전여친,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 다 꽃뱀이라는 건데요.꽃뱀을 여성 전반에 쓰고 있는 현실 속에서 꽃뱀이라고 하는 건 어떤 면에서 여성 비하라는 거죠.아줌마를 아줌마라고 하는 게 뭐가 나빠? 비하의 의미 명백한데도 조센진을 일본인이 조센진이라고 하는 게 뭐가 나빠? 어떤 단어는 한 사회 전반이 누군가를 실체 없이 비하하려고 쓰는 용어임에도 그 용어를 쓴 게 뭐가 나쁘다고 하냐는 거죠.
#2.주로 남성들은 꽃뱀하면 무섭다는 반응이 많더라. 여성도 남편, 남자친구가 꽃뱀이 농락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요. 이 두려움의 정체가 뭘까요?
권김현영
한국에서 유명세를 가지고 남자를 등쳐서 성공한 꽃뱀이 있는가? 그랬던 역사가 없다. 왜 그렇게 공포를 가지는가.여성들이 자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않을 거란 불안감 때문.자기가 사랑받을 만한 어떤 노동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여자들을 의심하면서 내가 이래도 사랑해줄거야?라는 얘기를 하는 상황 속에서 확산되는 이야기아닌가.
장미꽃뱀
여성사이의 신뢰, 유대가 가능하기 어려운 사회 속에서 이성애자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실체없는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3.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다보면 형사고소 절차를 진행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합의금을 받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을 선택하게 될 경우있다. 그런데 이때 정말 피해자라면 돈을 받을 수 있을나? 나를 꽃뱀으로 보지 않을까? 두려움을 표하는 경우 많다.
권김현영
꽃뱀이라는 문화적 상징이 강력한 상황에서 돈을 요구하면 꽃뱀, 돈 요구를 하지 않으면 호구가 됩니다. 꽃뱀이냐 호구냐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데요. 폭력을 당해도 아무말도 하지 않는 여성을 원하고 입을 연 모든 여성들을 꽃뱀 혹은 창녀라는 이분법을 들이대는 사회에 대해 겁먹지 말고 합의금 받아내십시오. 사과를 할 때 보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저지른 벌에 대해 어떤 식으로 노력을 보여줄 것인가, 즉 돈이나 노역으로 가능하죠. 이게 바로 공정한 것 아닌가요?
장미꽃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환 가치가 결국 돈일 때가 많아요. 왜 하필 이 순간에서만 사회주의자 하고 싶은 건지? 뭐죠? 당연히 돈도 교환 가치입니다.
#4. "요즘 너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더라. 그런 차림을 하고 다니면 당연히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느냐?" 성폭력피해자에 책임있다는 뿌리깊은 통념, 왜 그런 것일까요?
장미꽃뱀
예쁘면 만지고 싶다. 짧은 치마 입으면 살이 많이 보이면 만지고 싶다. 어떤 원인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있다. 근데 그 원인이 정말 정확한 근거일까요? <쌤통의 심리학>이라는 책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상처나 불행에는 그 사람에게 원인이 있다'고 인과적 오류를 쉽게 범하는데요. 사람들로 하여금판단하고 결정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때문에 어떤 불행이나 피해에 대한 원인에 대한 사고를 납작하게 하는 것.인간은 특히 근본적 귀인오류라고 하는 것에 너무 쉽게 빠져서 편견 속에서 오해를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 어떤 행위에 대한 원인은 명백하게 있지 않는데. 그 오류 많이 범하는 대상이 여성이다. 이런 심리기제와 여성혐오와 비하, 존중하지 않는 사회 문화와 겹쳐져사회 전반이 오류를 지지하고 과도하게 숭배하는 것. 그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가 ‘꽃뱀’이라고 생각합니다.
#5.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들은 공기와 같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게 되는데요.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통념은?
장미꽃뱀
민우회에서 활동하면서 성폭력 피해가 있었다. 왜 집에 재웠을까? 라는 자책과 침착해지지 않았어요. 이걸 문제화 하면 가해자인 애가 자살하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상상까지 오갔습니다. 그 때는 성폭력 가해자라는 어떤 규명이 그 친구 삶을 부서지지 않을까를 먼저 걱정한 것이죠.저는 활동가였고 페미니스트이니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나는 피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 있었나봅니다.
그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커뮤니티에서 누구도 “그 개새끼 죽여버려”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그 말이 그 순간의 피해자에게는 결코 좋지 않은 말인 것 같습니다.어떤 공감은 침착함이며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는 안도를 함께 하는 것 같았습니다.그리고 더불어 그 때 상담을 해준 분이 “아주 만약에 다시 이후에 그 가해자인 친구를 만나게 된다해도 상관없다, 그거는 네가 원하면 그럴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런 말을 해주셨는데요. 제가 들은 어떤 말보다 전 그 말이 저를 이해한다고 깊게 느꼈습니다. 잊기 어려운 말이었어요.
(플로어 질문)Q. 성폭력 경험을 꼭 말해야하나요? 말하면 나아지나요?
권김현영
말하면 그 때부터 그 다음이 시작됩니다.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겠죠.말하지 않으면 말할까말까 거기에 머물러 있게 됩니다. 말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을 찾으셔서 지지받는 경험을 하시고 다음 단계로 이동해 보시면 어떨까.
#6.최근 #00_내_성폭력 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문학계, 예술계, 종교계, 등 여러 곳에서 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드러내고 있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성폭력이 '늦은 밤', '낯선 가해자', '괴물같은 사람'과 같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들이 깨지는 순간인 것 같다. 우리 주변 일상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사건이 내게 혹은 가까이에서 일어났을 때 '첫사람'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권김현영
우선 성폭력피해 증언들이 아카이빙된다는 것은 좋은 전략. '#00_내_성폭력' 움직임은 '지금 우리가 놓여있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집단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이는 구조적인 권력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 성폭력 사건이 있을 때 가해자만을 징계해서 꼬리 자르는 방식은 구조적인 권력의 문제를 가해자 개인의 일탈로 반응하는 것이고 이는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것과 대비된다.
개별적 가해자 폭로 형태에 대해, 나 또한 가해자에게 명예훼손 역고소 당해보았고 이긴 적도, 진 적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싸움의 경험 있다.그를 통해 깨달았던 것은 '어떤 것은 결정해야하는 부분있다.'는 것. 법제도적 해결과 사적 복수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을 선택하든 그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모든 사적복수가 공적인 의미를 가져야한다고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장미꽃뱀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 영혼의 살인과 같은 말같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_-) 공감은 책임, 감당의 윤리이다.위로는 '결국 말로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위로한다는 몸짓이 위로에서 멀어질 때가 많다.
권김현영
'공감하는 첫사람' 얼마나 어려운가. 피해자는 피해를 말하는 순간부터 상대방을 시험하기 시작한다. '네가 공감해줄 만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이 시험에 통과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시험에 통과하지 않아도 시험 다시 보면 되거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옆에 있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너무 힘들어서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무조건 받아줘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 피해자는 지금 자기 자신의 통념과, 세상의 통념과 싸우는 과정에서 엄청난 나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안되는 말을 했기 때문에 시험에 통과하지 않았다며실패했다고 자책하지 마시고 ‘내가 잘못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되고 싶고 신뢰를 다시 얻고싶다’ 다시 시도하라.겁먹지 마시고 계속 시험 보시면 됩니다.
혜영) 시간을 달리며 수려한 진행솜씨를 선보인 달개비. 그리고 이제는 민우회 전속강사 같은 권김현영 선생님, 해장상담소의 장미꽃뱀님
세 분이 함께한 토크쇼는 격렬함과 차분함을 오가는 것이 마치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시원한 물줄기로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권김샘이 이 날 하신 말씀 중에, 성폭력의 과거를 말하는 것으로 해소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한다는 행위는 그 자리에 더이상 머무르지 않고 '다음'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 것이 내내 맴돌아요.
[3부] 가수 '이랑' 공연---------------------------------------------------------------------------------------
아기다리고기다리던이랑님의 공연! 첼리스트혜지님도 와주셨습니다!
▲ 가수 이랑, 첼리스트 혜지 ©혜영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나요
때로는 사막에 내던져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시나요
좋은 이야기가 있어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좋은 이야기에 대한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나요 / '신의 놀이' 중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내가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에 대해
정작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말과 말 사이에 흥겨움만 찾기에 바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중
혜영) 그리고 모두를 울린 이랑님의 공연.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내놓으신다는 말씀 뒤에 더 귀기울이며 듣게되는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을 보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더니 모두 숙연한 모습이었어요. 한 마음이 되어 공연을 즐기는 것 같았어요. 저 역시 울컥....
[마지막 순서] '레알' 통념 뿌셔뿌셔---------------------------------------------------------------------------------------
혜영)첫사람 문화제를 무리하며 내가 들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의 말들을 송판에 적고 격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혜영
혜영) '피해자다움은 없다'고 내지르며 뽀사지는 송판들을 보며 속이 다 후련하네요!
▲ 부순 송판을 들고 찰칵! #첫사람_샷 #첫사람_문화제 #꽃뱀_무서워_지겨워©혜영
웃음과고민거리, 그리고감동이 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80여분이 함께 해주셔서 어느 때보다 알차고 풍성했습니다!
평일 저녁,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함께해주신 여러분이 있어
올해 첫사람 문화제 <꽃뱀, 무서워? 지겨워!>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첫사람의 활동은 쭉 이어지니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민우회 첫사람 문화제에 함께 해주신 분들, 응원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합니다 :D
10월 26일 저녁 7:30분, 스페이스 노아 커넥트홀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피해에 공감하는첫사람 문화제
'꽃뱀,무서워?지겨워!!'가 열렸습니다.
7:00부터 '첫사람' 사진 프로젝트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전시를 진행하였습니다.
'첫사람' 사진 프로젝트는 스스로의 피해경험을, 혹은 주변에서 보고 느낀 생각을 바탕으로
15명의 참여자가 일상적인 장면의 사진으로 말을 건네는 전시입니다.
(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은 소책자로 발간하여 전국 법원, 검찰, 경찰, 사법연수원 300여 곳에 발송하였답니다. )
이번 사진 프로젝트에 포토그래퍼로 작업을 해준 회원혜영에게 그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혜영 나와주세요!
혜영) 우여곡절(?) 상황에서도 성황리에 마친 첫사람 문화제, 그 날의 현장 전하는 첫사람 특파원혜영입니다.
(첫사람 문화제에 오신 분들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출입문이 고장나는 바람에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는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죠! ;;)
'00내 성폭력' 사건들이 당사자와 목격자들에 의해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중에
성폭력 피해에 공감하고 조력하는 첫사람들의 활동에 관심 갖고 찾아주신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행사를 찾은 사람들로 공간이 빈틈 없이 채워지고 행사가 진행되면서 무언지 모를 감동과 공감으로 분위기가 채워져감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어요.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 '첫사람' 사진프로젝트 전시 ©혜영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바람이 첫사람 문화제 진행을 하였습니다.
▲사회자 바람 활동가 ©혜영
7:30분,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의 포토그래퍼 혜영의 전시 소개로 본격적으로 첫사람 문화제 시작하였습니다.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 소개를 하는 혜영
"저는 이번에 상담소와 함께 재판부에 전할 소책자로 '첫사람 사진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당신이 언젠가 했던 말'이란 제목으로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통념의 말들,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주변의 시선과 수사과정의 문제점들을 알려내고자
피해당사자이거나 피해자를 조력하는 15인과 함께 사진작업을 진행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촬영 과정에서의 순간들을 마주하면서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감동으로 마음에 남은 작업이었습니다.
15명의 시선 위에 더 많은 시선을 만나 차곡차곡 작업을 더하고 싶은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1부]PT파티'통념, 뿌셔! 뿌셔!'---------------------------------------------------------------------------------------
2016년 한해 첫사람 재판동행 활동과 액션단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막연히 정의롭다고만 여겼던 재판부에도 성폭력피해에 대한 왜곡된 통념이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한
미성이 "성폭력 통념, 재판부에도 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였습니다.
" 저도 첫사람 활동을 하며 조금씩'첫사람'이라는 이름답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여러분모두가 함께첫번째 사람, 첫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잘못된 성폭력 통념을 이야기할 때, 누군가가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할 때
문제제기를 하는 첫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이 사회의 잘못된 통념들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 모두에게 첫사람이 되자고 제안하는 미성
이어서왓순의 발표, "피해자는 울기만 해야 하나요?"가 이어졌습니다.
"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결정이 있지만 적어도제가 움직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성주의였습니다.
여성주의를 알았기에 저는 제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피해자의 이미지는 이런 우는 모습이지요. 어째서 피해자는 인생 다 끝난 것처럼 가련하게 있어야 하죠?
제 지인들조차 저의 사후대처를 들었을 때 대단하다고 말했지만제가 대단하거나 냉정한 사람이라서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잘못하지 않았음을 알 뿐이었습니다. "
▲ '나를 움직이게 한 것은 여성주의였다'고 말하는 왓순
[2부] 속풀이 토크쇼 '기승전.꽃뱀.'---------------------------------------------------------------------------------------
민우회 성폭력상담소달개비활동가의 사회로
여성학 연구자권김현영 선생님과 팟캐스트 해장상담소장미꽃뱀의 속시원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 (왼쪽부터) 사회자 달개비, 여성학 연구자 권김현영, 해장상담소의 장미꽃뱀 ©혜영
(기승전'꽃뱀'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궁금하셨을 여러분을 위해 토크쇼 이야기를 상세히 덧붙여봅니다.)
#1. 꽃뱀, 없다고 하기도 애매한데 '꽃뱀 나쁘다고 하는 것이 왜 문제냐?'라는 말을 들으면 말문이 막혀요.
장미꽃뱀
꽃뱀이 어떤 부분 사기꾼으로 존재하고. (여자고 남자고 사기꾼 있는데) 여성들에게는 꼭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보편적으로 전사회적으로 꽃뱀이라고 칭합니다. 전여친,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 다 꽃뱀이라는 건데요.꽃뱀을 여성 전반에 쓰고 있는 현실 속에서 꽃뱀이라고 하는 건 어떤 면에서 여성 비하라는 거죠.아줌마를 아줌마라고 하는 게 뭐가 나빠? 비하의 의미 명백한데도 조센진을 일본인이 조센진이라고 하는 게 뭐가 나빠? 어떤 단어는 한 사회 전반이 누군가를 실체 없이 비하하려고 쓰는 용어임에도 그 용어를 쓴 게 뭐가 나쁘다고 하냐는 거죠.
#2.주로 남성들은 꽃뱀하면 무섭다는 반응이 많더라. 여성도 남편, 남자친구가 꽃뱀이 농락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요. 이 두려움의 정체가 뭘까요?
권김현영
한국에서 유명세를 가지고 남자를 등쳐서 성공한 꽃뱀이 있는가? 그랬던 역사가 없다. 왜 그렇게 공포를 가지는가.여성들이 자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않을 거란 불안감 때문.자기가 사랑받을 만한 어떤 노동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여자들을 의심하면서 내가 이래도 사랑해줄거야?라는 얘기를 하는 상황 속에서 확산되는 이야기아닌가.
장미꽃뱀
여성사이의 신뢰, 유대가 가능하기 어려운 사회 속에서 이성애자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실체없는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3.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다보면 형사고소 절차를 진행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합의금을 받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을 선택하게 될 경우있다. 그런데 이때 정말 피해자라면 돈을 받을 수 있을나? 나를 꽃뱀으로 보지 않을까? 두려움을 표하는 경우 많다.
권김현영
꽃뱀이라는 문화적 상징이 강력한 상황에서 돈을 요구하면 꽃뱀, 돈 요구를 하지 않으면 호구가 됩니다. 꽃뱀이냐 호구냐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데요. 폭력을 당해도 아무말도 하지 않는 여성을 원하고 입을 연 모든 여성들을 꽃뱀 혹은 창녀라는 이분법을 들이대는 사회에 대해 겁먹지 말고 합의금 받아내십시오. 사과를 할 때 보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저지른 벌에 대해 어떤 식으로 노력을 보여줄 것인가, 즉 돈이나 노역으로 가능하죠. 이게 바로 공정한 것 아닌가요?
장미꽃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환 가치가 결국 돈일 때가 많아요. 왜 하필 이 순간에서만 사회주의자 하고 싶은 건지? 뭐죠? 당연히 돈도 교환 가치입니다.
#4. "요즘 너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더라. 그런 차림을 하고 다니면 당연히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느냐?" 성폭력피해자에 책임있다는 뿌리깊은 통념, 왜 그런 것일까요?
장미꽃뱀
예쁘면 만지고 싶다. 짧은 치마 입으면 살이 많이 보이면 만지고 싶다. 어떤 원인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있다. 근데 그 원인이 정말 정확한 근거일까요? <쌤통의 심리학>이라는 책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상처나 불행에는 그 사람에게 원인이 있다'고 인과적 오류를 쉽게 범하는데요. 사람들로 하여금판단하고 결정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때문에 어떤 불행이나 피해에 대한 원인에 대한 사고를 납작하게 하는 것.인간은 특히 근본적 귀인오류라고 하는 것에 너무 쉽게 빠져서 편견 속에서 오해를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 어떤 행위에 대한 원인은 명백하게 있지 않는데. 그 오류 많이 범하는 대상이 여성이다. 이런 심리기제와 여성혐오와 비하, 존중하지 않는 사회 문화와 겹쳐져사회 전반이 오류를 지지하고 과도하게 숭배하는 것. 그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가 ‘꽃뱀’이라고 생각합니다.
#5.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들은 공기와 같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게 되는데요.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통념은?
장미꽃뱀
민우회에서 활동하면서 성폭력 피해가 있었다. 왜 집에 재웠을까? 라는 자책과 침착해지지 않았어요. 이걸 문제화 하면 가해자인 애가 자살하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상상까지 오갔습니다. 그 때는 성폭력 가해자라는 어떤 규명이 그 친구 삶을 부서지지 않을까를 먼저 걱정한 것이죠.저는 활동가였고 페미니스트이니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나는 피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 있었나봅니다.
그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커뮤니티에서 누구도 “그 개새끼 죽여버려”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그 말이 그 순간의 피해자에게는 결코 좋지 않은 말인 것 같습니다.어떤 공감은 침착함이며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는 안도를 함께 하는 것 같았습니다.그리고 더불어 그 때 상담을 해준 분이 “아주 만약에 다시 이후에 그 가해자인 친구를 만나게 된다해도 상관없다, 그거는 네가 원하면 그럴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런 말을 해주셨는데요. 제가 들은 어떤 말보다 전 그 말이 저를 이해한다고 깊게 느꼈습니다. 잊기 어려운 말이었어요.
(플로어 질문)Q. 성폭력 경험을 꼭 말해야하나요? 말하면 나아지나요?
권김현영
말하면 그 때부터 그 다음이 시작됩니다.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겠죠.말하지 않으면 말할까말까 거기에 머물러 있게 됩니다. 말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을 찾으셔서 지지받는 경험을 하시고 다음 단계로 이동해 보시면 어떨까.
#6.최근 #00_내_성폭력 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문학계, 예술계, 종교계, 등 여러 곳에서 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드러내고 있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성폭력이 '늦은 밤', '낯선 가해자', '괴물같은 사람'과 같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들이 깨지는 순간인 것 같다. 우리 주변 일상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사건이 내게 혹은 가까이에서 일어났을 때 '첫사람'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권김현영
우선 성폭력피해 증언들이 아카이빙된다는 것은 좋은 전략. '#00_내_성폭력' 움직임은 '지금 우리가 놓여있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집단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이는 구조적인 권력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 성폭력 사건이 있을 때 가해자만을 징계해서 꼬리 자르는 방식은 구조적인 권력의 문제를 가해자 개인의 일탈로 반응하는 것이고 이는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것과 대비된다.
개별적 가해자 폭로 형태에 대해, 나 또한 가해자에게 명예훼손 역고소 당해보았고 이긴 적도, 진 적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싸움의 경험 있다.그를 통해 깨달았던 것은 '어떤 것은 결정해야하는 부분있다.'는 것. 법제도적 해결과 사적 복수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을 선택하든 그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모든 사적복수가 공적인 의미를 가져야한다고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장미꽃뱀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 영혼의 살인과 같은 말같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_-) 공감은 책임, 감당의 윤리이다.위로는 '결국 말로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위로한다는 몸짓이 위로에서 멀어질 때가 많다.
권김현영
'공감하는 첫사람' 얼마나 어려운가. 피해자는 피해를 말하는 순간부터 상대방을 시험하기 시작한다. '네가 공감해줄 만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이 시험에 통과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시험에 통과하지 않아도 시험 다시 보면 되거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옆에 있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너무 힘들어서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무조건 받아줘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 피해자는 지금 자기 자신의 통념과, 세상의 통념과 싸우는 과정에서 엄청난 나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안되는 말을 했기 때문에 시험에 통과하지 않았다며실패했다고 자책하지 마시고 ‘내가 잘못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되고 싶고 신뢰를 다시 얻고싶다’ 다시 시도하라.겁먹지 마시고 계속 시험 보시면 됩니다.
혜영) 시간을 달리며 수려한 진행솜씨를 선보인 달개비. 그리고 이제는 민우회 전속강사 같은 권김현영 선생님, 해장상담소의 장미꽃뱀님
세 분이 함께한 토크쇼는 격렬함과 차분함을 오가는 것이 마치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시원한 물줄기로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권김샘이 이 날 하신 말씀 중에, 성폭력의 과거를 말하는 것으로 해소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한다는 행위는 그 자리에 더이상 머무르지 않고 '다음'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 것이 내내 맴돌아요.
[3부] 가수 '이랑' 공연---------------------------------------------------------------------------------------
아기다리고기다리던이랑님의 공연! 첼리스트혜지님도 와주셨습니다!
▲ 가수 이랑, 첼리스트 혜지 ©혜영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나요
때로는 사막에 내던져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시나요
좋은 이야기가 있어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좋은 이야기에 대한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나요 / '신의 놀이' 중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내가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에 대해
정작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말과 말 사이에 흥겨움만 찾기에 바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중
혜영) 그리고 모두를 울린 이랑님의 공연.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내놓으신다는 말씀 뒤에 더 귀기울이며 듣게되는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을 보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더니 모두 숙연한 모습이었어요. 한 마음이 되어 공연을 즐기는 것 같았어요. 저 역시 울컥....
[마지막 순서] '레알' 통념 뿌셔뿌셔---------------------------------------------------------------------------------------
혜영)첫사람 문화제를 무리하며 내가 들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의 말들을 송판에 적고 격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혜영
혜영) '피해자다움은 없다'고 내지르며 뽀사지는 송판들을 보며 속이 다 후련하네요!
▲ 부순 송판을 들고 찰칵! #첫사람_샷 #첫사람_문화제 #꽃뱀_무서워_지겨워©혜영
웃음과고민거리, 그리고감동이 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80여분이 함께 해주셔서 어느 때보다 알차고 풍성했습니다!
평일 저녁,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함께해주신 여러분이 있어
올해 첫사람 문화제 <꽃뱀, 무서워? 지겨워!>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첫사람의 활동은 쭉 이어지니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민우회 첫사람 문화제에 함께 해주신 분들, 응원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