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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복지[후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에 다녀왔어요!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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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입니다. 

지난 8월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하는 여성단체·여성노동자 선언 기자회견에 민우회도 함께했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계속 듣게 되는데 돌봄노동자들이 정확히 무슨 일로 투쟁하고 있는 거더라? 궁금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12월, 2023년 서사원 출연금 예산이 최초 출연동의안 210억에서 142억(서울시 42억, 서울시의회 100억)이 삭감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관련 기자회견: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 100억 원 삭감한 서울시의회 규탄한다!서울시의회는 사회서비스원 출연금 전액 복원하라! https://www.womenlink.or.kr/statements/24695)

이는 서사원에 고용된 노동자의 인건비로만 써도 5개월치 임금밖에 지급할 수 없는, 실질적으로 서사원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예산 편성이었습니다.

 

게다가 황정일 전 서사원 대표는 서사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민간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며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취지를 무시하는가 하면,

공공어린이집 위탁을 포기하며 정규직 보육교사를 해고하려고 하고, 서사원이 관리하는 어린이집의 직장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2차 피해를 유발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지난 7월 26일 무책임하게 사퇴하고 말았습니다.

 

서울시는 “종사자 권리 중심의 운영체계”를 서사원의 문제로 지적하며(아니, 노동자 권리를 존중하는 운영이 뭐가 나쁜가요?!),

노동자에게 병가를 70%만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돌봄노동자의 안정적인 노동을 위해 필수적인 월급제를 폐지하고 시급제로 전환하려 하는 등 노동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사원의 돌봄노동자들은 서사원 정상화와 돌봄 공공성 확대, 노동권 사수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투쟁을 이어왔습니다.

(관련 기자회견: 서울시의회의 서사원 예산 100억 삭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기자회견https://www.womenlink.or.kr/statements/25201 )

 

(사진 1. "중년여성이 대다수인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위협하는 임금개악, 노동권 후퇴에 반대한다. 함께 싸우자!"라고 쓰인 현수막 뒤로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파란색 우비를 입고 서 있다.)

 
기자회견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서 진행되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와 공공돌봄대책위에서 주최한 이번 기자회견은
돌봄의 가치를 훼손하는 서울시의 행태가 성차별을 존속시킨다는 문제 의식과 함께,
서사원 노동자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여성단체와 여성노동자의 선언을 발표하는 자리였어요. 
선언에는 32개 노동조합/시민단체가 참여했습니다. 
선언문에서 서울시에 요구하는 요구사항은 아래와 같았는데요. 
 

하나, 서사원 돌봄노동자들의 권리인 월급제를 폐지하고 시급제로 전환하려는 노동개악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아프면 쉴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인 병가를 줄이려는 시도를 철회하라.

하나, 중년여성이 대다수인 돌봄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권을 보장하라.

하나, 돌봄 노동을 존중하고 전문성을 인정하라.

하나,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공공돌봄을 강화하고 확대하라.

 

너무나 당연한 요구사항이어서, 이러한 요구를 위해 노동자들이 오랜 시간 힘들게 투쟁하고, 비를 맞으며 기자회견을 진행해야 하는 현실이 분노스럽기도 했어요. 

 

 

  

(사진2, 3, 4. 기자회견 발언자들이 발언하는 모습 클로즈업 사진)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경옥 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장, 홍희자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여성운동위원회,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의 발언이 이어졌는데요.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노출되는 돌봄노동자들의 현실,

병원과 보육시설에서 일하면서 느낀 돌봄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우리 사회 필수노동으로서 돌봄노동의 가치,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이유를 조목조목 짚는 발언들이었습니다. 

(발언문, 기자회견문 전문 보기: https://www.womenlink.or.kr/statements/25188)

 

 (사진5. 민우회 온다 활동가가 발언하는 모습) 

 

성평등복지팀 온다 활동가도 연대발언을 했습니다. 다음은 온다 활동가의 발언 전문입니다. 

 


최근 오세훈 시장은 외국인 돌봄·가사 노동자를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고 도입하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면서, “황무지에서 작은 낱알을 찾는 마음으로 제안한 제도”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지금 한국 상황이 재생산 불가능한 황무지라면, 그 황무지 누가 만들었습니까?

서울시에는 충분한 자원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우선 지금의 재생산 위기를 해결하려면 돌봄 공공성을 강화하고 돌봄 노동의 가치를 높이고 모두의 돌봄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안과 시민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해결책을 구현할 수 있는 하나의 체계로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과 같은 기관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돌봄을 만들어갈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돌봄 노동자들이 이미 고용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장서서 돌봄을 민간 시장에 맡기고, 돌봄 노동의 가치를 최저임금도 안 되는 것으로 폄하하고, 사회서비스원의 예산을 운영 불가한 수준으로 편성하여 실질적으로 무력화하고, 사회서비스원의 존재 의의조차 모르는 자가 원장으로 앉아 사회서비스원의 방향성을 훼손하게 하고, 서울시에 고용된 돌봄 노동자들을 함부로 해고하거나 적정임금을 주지 않거나 노동자로서 존엄을 모욕하여 더는 일할 수 없게 만든 것이 누구입니까? 서울시의 돌봄 환경을 황폐하게 한 책임은 바로 오세훈 시장에게 있습니다.자기가 일조한 문제를 근거로 또 다른 돌봄 노동자를 착취하고 돌봄 노동의 가치를 깎아내리려 하다니, 후안무치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허황된 낱알 찾기주장을 멈추고, 일단 자기가 만든 황무지부터 되돌려놓아야 합니다. 사회서비스원 정상화를 위해 책임 있게 나서야 합니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소인 돌봄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되지 못하는 문제의 근간에는 성차별이 있습니다.불평등한 성별 분업 구조 아래 돌봄이 여성만의 몫으로 부과되고,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일이기에 사회적으로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사회서비스원은 바로 이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민간 중심의 돌봄 체계에서 돌봄 노동자에게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돌봄 일자리의 질을 높임으로써 변화를 견인하고자 한 것입니다.이러한 사회서비스원의 역할과 책임에 전혀 무지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결정 때문에 돌봄 노동자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지금 서울시는 시민에게 돌봄이 얼마나 필요한지 묻지 않고, 돌봄에 얼마나 돈이 드는지만 따져 묻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논리 아래서, 돌봄은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가족 내 여성에게, 또한 열악한 지위의 노동자에게 합당한 대가도 없이 떠넘겨질 것입니다.그러면 여성의 노동권은 상시로 위협받고, 돌봄 영역에서 노동조건이 무너지는 폐해는 도미노처럼 모든 노동자에게 향할 것입니다.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 모두의 노동권과 돌봄권을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끝까지 연대하고 지지하며 함께 가겠습니다.


 

 
돌봄의 시장화가 심화하고,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돌보고 돌봄받을 권리의 보장은 점점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사회서비스원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고, 최근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에서 공공성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고 민간 지원기관화 하겠다는 방향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이제 더욱 돌봄 공공성의 후퇴와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 침해가 서울시사회서비스원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겠지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그 설립 취지에 맞게 돌봄 노동자의 안정적인 고용과 좋은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돌봄시설과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며 영리가 아닌, 시민을 위한 좋은 돌봄을 추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돌보는 사람과 돌봄 받는 사람이 모두 행복한 돌봄 현장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꼭 필요합니다. 
서사원 노동자의 투쟁에 정의로운 결과가 따르기를 바라며, 민우회는 끝까지 연대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