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성평등복지[후기] 결혼집담회 1 “결국 나는 결혼 했(었)다”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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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는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결혼에 대해 질문하고,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사회적으로 제기하기 위해

결혼제도를 경험한 여성/남성들과 각각 한차례 씩 집담회를 열었는데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을까요?

그 날의 이야기 속으로 쏭!

 

 

정은경 : 결혼 3년차. 배우자는 지방에서 자영업 중. 같이 일하던 동료와 살고 있음.

강지영 : 결혼 8년 차. 딸(다섯살), 배우자, 시댁 식구들과 살고 있음.

유정은 : 결혼 3년 차. 배우자와 살고 있음, 아이 없음.

박진희 : 결혼 29년 차. 배우자, 딸, 시누이와 살고 있음.

김지은 : 결혼 4년 차. 딸(세살), 배우자와 살고 있음.

서경주 : 이혼 10년 차. 딸, 아들과 살고 있음.

이영지 : 결혼 3년차. 배우자와 살고 있음. 아이 없음.

 

이영지 : 결혼을 하면서‘내가 여자구나’, '이 사회에서 이등시민이구나'하는 걸 처음으로 적나라하게 느꼈어요. 여성들은 보통 취업할 때 제일 많이 차별을 느낀다고 하는데 저도 그때 분명히 그런 게 있긴 했지만 명확하게 ‘내가 여자라서 당한다.’ 그런 생각은 못했던 거 같아요. 그냥 내가 스펙이 부족해서라고 생각 했다면, 결혼을 하고 나니까남편하고 나는 똑같은 사람인데, 양가에서나 사회에서나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다른 거예요.

 

 

강지영 :불평등한 운동장에 서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저는 어머님이 엉덩이 떼시려고 하면 먼저 파다닥 움직이는데, 남편은 익숙한 자기 집에서 자기 엄마와 사는 거니까 보통명절 때 하는 것들을 일상화하는거죠. 어머님이 계실 때는 당연하고 안 계실 때도 자기 물 하나 떠먹는 것도 안하려고 해요.

 

 

박진희 : 첫해 명절인데 부엌에 나 혼자 있는 상황이 너무 이상했어요.
근데 남편이 그때 고개를 딱 내밀고 한 얘기가‘아직도 안 끝났어?’

 

 

강지영 : 저는 딸이 셋인 집인데,명절마다 자매들이 서로서로 카톡으로 언제 출발할 수 있는지, 눈치게임을 해요.남편집은 시아버지가 안 계시기 때문에 자유로운 편인데도 불구하고,어머님이 보내주시면 저는 ‘예. 감사합니다’ 가 되는 거예요.오늘은 오전에 가라 이러면 계 탄 것처럼 좋아하고.

 

 

김지은 : 아이 키우는 데 개입이 많이 들어오잖아요.내가 예쁜 며느리, 착한 며느리니까 아이도 재롱떠는, 착한 손녀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 거예요.두 살 밖에 안됐는데. ‘애가 왜 이렇게 안 웃어?’ 했을 때 내 자리가 없어요. 약간 2차전이다. 내 딸이 나를 보고 그렇게 배운다고 생각하니까.
딸의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걸 요즘 느끼거든요.

 

 

강지영 : 아이가 다섯 살인데 언젠가 그러는 거예요,“엄마가 할머니가 되면 나도 엄마가 되고 싶어요.”라고. ‘엄마가 되겠다고? 결혼을 하겠다는 얘기야? 누군가의 며느리가 되겠다는 얘기야?’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의 이미지가 생활로서 있었으면 좋겠고, 꼭 결혼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혼자서도 행복한데 같이 살아봤더니 그것도 괜찮더라.’ 라는 식으로 얘기했으면 좋겠고. 나중에 따로 살아도 좋고. 그런 거에 대해서 얘기했으면 좋겠는데,아이를 키우는 단계에서 곳곳이 함정이에요.왕자님 만나는 얘기 안 읽어 주고 싶은데 유치원에서 이미 듣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고. 다 연결되어있어요.

 

 

박진희 :딸이 많은 집의 장녀는 무언의 죄책감이 있어요. 20대 때 남자를 만났는데 제사를 몰라, 제사가 없대요. 그리고 남매예요. 형제가 많지 않고. 제가 먼저 청혼할 조건이 충분히 갖춰진 거죠.원가족을 벗어나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결혼을 했죠.근데 제사 열 일곱 개 가진 형제 많은 원가족 집이나 아주 단촐하고 남매밖에 없는 집이나, 내가 사는 형태는 별로 다르지 않았어요.가사노동이나 내 위치가 별로 달라진 거 없고, 사실상 수평 이동한 건데, 내가 왜 여기서 안 벗어나지?

 

서경주 : “나를 드러낼 수 없었어요.결혼 하면 바로 떠오르는 감정이 저는 답답함이에요.숨막힘. 저는 굉장히 자유분방한 성격이구 호기심이 굉장히 많고 또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그런 편이었는데요, 제가 가졌던개인의 특성을 아주 작게라도 드러내면 굉장히 위험하게 평가되는, 그래서 행동이나 말을 하기가 되게 어려웠어요.”

 

 

유정은 : 시댁 어른을 만나보니까 제가 그 안에 편입할 수 없는 거예요.
저는 그냥 며느리인 거고
며느리 자리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 누가 와도 잘 할 수 있는 거고.

 

 

정은경 :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왜 남편하고 같이 안 살아?남편한테 안 내려가냐, 시댁에서 뭐라 하지 않냐 이런 얘기 되게 많이 해요. 서로 동의했다는 얘길 해도 만나면 또 그 얘길 물어봐요. 그런 식으로 계속 주변에서 압박을 주는 게 있어요.

 

 

서경주 : 경제적으로는 궁핍해졌지만 이혼이 주는 만족감이 있어요. 이혼이 답이라는 게 아니라이혼한 사람도 있고 결혼한 사람도 있고 결혼했는데 따로 사는 사람도 있고 그냥 연애만 주구장창 하는 사람도 있으면우리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근데 그런 이야기를 사회에 외칠 용기가 없고, 알려지는 순간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위축돼 있는 거 같아요.

 

 

박진희 : 힘든 사연이 켜켜이 쌓여있는 것의 정점에는누가 경제권을 갖고 있느냐가 많아요. 저는 결혼이 이렇게 왜 기울어져있을까. 우리 사회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라고 봐요. 그래서 문화를 바꾸자고 하기 이전에여성이 어떻게 경제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먼저 질문해봐야 해요.

 

 

김지은 : 근본적으로가부장제가 부서져야 된다고 생각해요(웃음) 결혼 생활에 경제력이 중요하지만, 경제력 뛰어넘는 게 가부장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통계도 있잖아요. 맞벌이 부부가 여자가 더 많이 벌면 오히려 여자의 가사노동 시간이 더 늘어나는. 경제력이나 남편과 아내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시부모님과 며느리의 관계, 처가와 사위의 관계 기본 세팅이 가부장제 안에서 그렇게 되어 있는 한, 그걸깨트리지 않으면 결혼제도에서 여성이 행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유정은 : 청년저축 통장 신청을 했는데, 저는 배우자가 있어서 배우자와 부모 모두 서명을 받아야 되더라고요.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아빠랑 연락 잘 안하고 지냈고, 엄마는 연락이 안되는 상황인데, 설명했더니 그럼 사유를 쓰라고 해서 너무 비참한 기분이 들었어요. 내가 어쨌든 성인이고, 집에서 독립 한 여성인데,복지제도 하나 지원하기 위해서 배우자, 엄마, 아빠 서명이 다 필요한 시스템이 변했으면좋겠어요.

 

 

첫번째 집담회는 이런 이야기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고간 자리였어요.

이 날의 이야기들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연재되는 중입니다링크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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