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기타[후기] 민우회원대잔치 '네버엔딩 페미라이프'

2015-09-10
조회수 5332

 

오랜만에 둥실둥실 흥 넘치던 밤.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촉촉해지던 밤.
민우회원대잔치 <네버엔딩 페미라이프>

 

못 오셨던 분들을 위해 그날의 스케치를 전합니다.

 

비가 올랑말랑하던 여름 저녁
심상찮은 인물들이 성미산 마을 극장에 하나둘 모이고

무대에서는 노래가 시작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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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명치: 코드명 치명적>의 오프닝 공연'나는 당신이'(원곡 시와)

 

 

우리가 만난 지 얼마 됐지?
오래 전부터 오늘까지
그 동안 보냈던 시간들은

아프고 기뻤던 날들

 

 

아마도 우리 서로 여성주의로
만나길 바랬던 것 같아
다르면 다른 대로 그 모습대로
그대로 함께할 수 있는 너와 나

 

 

좋았다가 싫었다가 좋았다가 서운했다가
좋았다가 미웠다가 좋았다가…..
더더더 좋았다가

 

 

명치 멤버들은 민우회와 여성주의에 대한 심경을 담아 직접 개사곡을 만들었다 합니다 ^^;

'다르면 다른대로, 그 모습 그대로, 함께할 수 있는'
민우회원대잔치 1부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 )

 

명치 공연에 이은 오프닝 낭독

민우회 홈페이지와 소식지 <함께가는 여성>에 회원들이 기고했던 글들 중에서
여성주의자로서의 고민을 담을 부분들을 골라 짧은 낭독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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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과 1부 진행을 맡은회원참여기획단 다다다의 타란과 해월

 

'마지막으로 스머프에게 여성주의란 무엇인지를 물었다. 스머프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의 삶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도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사회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흔들리지 않고 내 식대로 삶을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적, 여성주의가 가장 큰 힘을 주었다고도 덧붙여 주었다.'
- 2014년 6월 [탐나는 다방] '옥돌이 만난 스머프' 중에서

 

 

'하지만 쉽지 않다. 매일매일 자연스럽게, 끊임없이, 조직에 순응하기를 요구받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문화의 공기를 자연스럽게 들이마시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그 순간 나는 이 말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세상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할 수는 있다.'
- <함께 가는 여성> 2015년 상반기 호, 박집사가 쓴 '나의 노동 이야기' 중에서

 

 

'꼭 페미니스트라서가 아니라, 살면서 겪는 문제들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해요.

뭔가 엄청난 페미니스트가 아니더라도, 문제를 느끼면 좀 바꿔가면서 살아보자는 그런 분위기가 있으면 좋겠어요.'
- <함께 가는 여성> 2007년 3/4월호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 중에서 현정의 말

 

 

등등..

 

참, 타란과 해월은 회원참여기획단 '다다다'의 멤버입니다.
(멋진 다다다님들!타란, 해월, 나무, 스머프. 준비도 같이 했지만 당일 행사에서도 대활약. 나무는 이날 오프닝 공연과 음향을, 스머프는 PT발표를 맡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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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준비중인 다다다님들

 

 

<네버엔딩 페미라이프>는 '다다다'에서 기획하고 준비했던 행사였어요.

 

이런 취지를 담아 기획을 했더랬죠.

 

 

"요즘은 페미니스트라서 화를 내야 할 일이 많잖아요. 여성혐오 발언들부터 시작해서 말이죠. 그렇게 세상과 싸우기 위한 여성주의가 필요한 순간들도 사실 있죠. 그래서 모여서 같이 불만을 토로하고 화내고 그러면서 위로받고 속 시원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사실 싸우기만 하면 너무 지치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민우회 회원들이 모여서 ‘누군가와 싸우기 위한 여성주의’가 아니라,‘내가 행복하기 위한 여성주의’를 이야기 해보는 자리로 이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명찰 색깔이 같은 사람들끼리 한 조가 되어 (명찰 고를 땐 그럴 줄 몰랐죵?)
조별 미션'(소소한) 민우런닝맨'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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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 찾기 북적북적


조별로 민우회 사무실과 1층 주차장에 흩어져 미션지가 있는 깃발을 찾아 미션을 수행!

1조의 첫미션은 손가락 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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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손가락 씨름 중

 

2조의 첫미션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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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중 맞고요

 

그외 몸으로 속담 설명하기, 신발 던져서 원에 넣기 등등...

 

그리고 각 조의 우승자들은 모두~
두번째 미션의 사회자가 되었어요(호호호)

 

 

두번째 미션은회원가입 계기와 별칭의 의미를 나누며 자기소개

그리고페미니스트로서의 장래희망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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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 건물 곳곳에서 자기 소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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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들의 장래희망


미션을 마친 조들이 하나둘 마을극장으로 내려오고
이날 2등, 3등으로 도착한 조에게 상품이 있었던 덕에 1등 도착을 피하려는 사소한 신경전이 있었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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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조는 뭐했니?" "응 손가락씨름"

 

정담이 오가는 가운데 다른 조들을 기다리며 각자의 페미라이프 그래프도 그려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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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라이프 그래프란?

자신의 인생사를 '페미니스트' 라는 키워드로 정리해보는 생애주기 그래프~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2부
회원팀 활동가 부추의 사회로 민후회원 3인방의 페미라이프 PT쇼가 있었습니다.

 

 

먼저, 2년차 회원고랑의 페미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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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랑의 어린시절은 명예남성기였다고 해요. "난 여자애들 하고 있으면 대화가 안돼"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시절.

그렇게 페미니즘이라는게 있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대학에서 여성주의를 접촉. 사실 처음엔 거부감도 심했다고 해요. 주변에서 여성주의를 설파하던 사람들이 좀 강요하는 느낌을 주었달까.. 하지만 <언니네방> <여성 혐오를 혐오하다> 같은 책들을 접하면서 어쩐지 점점 끌려가는 자신을 발견.

그 와중에 친구따라 민우회에 오게되었고, 불나방기가 시작되었대요. 학교를 수업을 째고 민우회 전출을 시작한 나날들. 소모임을 하며 이런저런 액션에 참여하며, 정치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뛰어넘는 경험도 있었다고 합니다.
#친구따라 망원가다 #불나방 #우리 학점은 챙겨가며 활동해요 엉엉

 

 

두번째, 4년차 회원 스머프의 페미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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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스머프는 여성스러웠던 아이였데요. 그러다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책 '젠더에 같힌 삶'을 보고 여성주의를 접신(그 고등학교의 사서분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리고 대학에서 처음 들은 여성학 강의. 생애 처음으로 여성주의자라는 존재를 접했던 놀라운 시간.

그러나 곧 군대로.. ㅜㅜ 말 통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유일한 친구는 페미니즘 책들.

그리고 제대후 회원이 된 민우회에서, 스머프는 여성주의 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신나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되었다고 해요. 최근에는 페미니스트 선언에 함께하면서 민우회 공간 너머에서도 여성주의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해요. 
#민우회는 정신건강에 좋아요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마지막으로, 14년차 회원 달리의 페미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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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4녀 1남의 넷째딸이래요. 이름을 '격분'으로 지으려다 '경분'으로 지었다는 아버지의 농담이 BGM으로 갈려 있던 어린 시절이랄까요.

그러던 달리는 여성주의를 만나며 스스로 이름을 선택합니다. 달리 살리'의 '달리'.

달리가 민우회 신입회원이던 시절은 10여회에 가까운 신입회원 세미나를 거치지 못하면 소모임 활동도 할 수 없었던 빡센 시절, 함께 그 세미나를 했던 이들과는 여전히 서로를 궁금해하는 지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기타 소모임 [명치]부터, 노동법 공부 소모임 [여전사],베트남 공부해서 베트남 여행가는 [우행가] 등 각종 소모임 섭렵, 남편과 함께 '평등육아서약서' 쓰고 둥 열혈 회원 활동 시절을 거쳐. 이제 바램은 민우회 평생회원 가입하기랑, 또 다시 새로운 직업 가져보기라고 합니다.

페미니스트로서 달리의 실전철학은#너무 열심히 살지 말 것, 인생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리고 발표자들을 패널로 모시고 이어진 토크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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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신청자들에게 미리 받은, '회원이 회원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을 패널들에게 던졌습니다.

 

- 최근에 본 '멋진 여자'는 어디서 만난 어떤 사람이었나요?
- 친한 지인이 마초 짓을 할 때 대처방법은 뭔가요?
- 민우회를 통해서 특별히 맺은 인연이 있다면?
- 민우회 가입홍보를 어떻게들 하시나요?
- 여성주의자로서 요즘 제일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 여자 숏컷 이발에 거부감 없이 싸고 잘하는 미용실 아세요?

등등등

 

 

패널과 객석 사이를 오가며 이어지던 대답과 새로운 질문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여성주의자라서 행복한 순간은 언제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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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신청을 하며 미리 적어주었던 참가자들 각자의 답을 모아 보며 <페미라이프>는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날 '처음으로 민우회 행사에 왔다'던 회원 시이님의 후기를 전합니다.

 


<네버엔딩페미라이프>는 지난 겨울 민우회에 처음 가입한 이후, 처음 참여해보는 행사였습니다.
생업과 낯가림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던 행사 참석!
행사 당일에 참가 신청서를 내고 낯섦과 지각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어색하게 참여한 행사는 제가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대학교 개강파티를 예상했는데 마음 잘 맞는 덕후모임에 가까웠달까요?
1부 격인 팀 대결은 가볍게, 혹은 진지하게 서로 생각하는 페미니즘을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임에도 제 생각을 편하게 할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망의 2부! 충격의 학점 공개와 아무리 들어도 슬퍼지는 개그, 무척이나 공감가는 이야기 등
회원들의 다양한 페미라이프를 들으며 내 페미라이프를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페미니즘은 이렇게 가깝고, 나를, 서로를 닮아간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해줬습니다.
다음에 열리는 행사에도 꼭! 참석하겠다는 의지는 덤이었달까요? ;)

- 시이

 

 

그 밤은 지났지만,
페미라이프는 역시, 네버엔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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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장소 대관 시간에 쫓겨, 그날 행사에서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드레스 코드'
그날의 드레스 코드는 '페미니스트' 였지요.
뒷풀이 자리에서는 자기 드레스코드를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더랬는데요. 
알고보면 옷 사입고 온 사람도 있었던 럭셔리한 행사였음이 밝혀졌습니다 ㅎ

 

각자의 '페미니스트' 컨셉도 가지가지.

나를 위해 차려입는게 페미니스트라며 새옷 장만을 했다는 누구.
페미니스트하면 해골(?)이라며 해골 프린트 티를 입은 누구 
괜히 최신유행 초커를 탑재해본 누구

그리고 대세는 역시 단체 티. 
멋진 여자들을 기억하는 마음으로 밀양 송전탑 투쟁을 하신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티를 입고 온 누구들

어퍼레이드 때 개비한 보지 티를 차려입은 누구
등등

 

 

엄청난 고심 끝에 다들 차려 입은 옷들이었어요.

사진 한장 안 남아 있는 이 상황이 아쉬울 뿐입니다. 
포토월 만들걸 그랬어요.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