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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여성주의 바톤터치] 클로이의 소심한 성희롱 대처법

2015-07-20
조회수 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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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클로이입니다이번 달에는 성희롱과 관련한 제 짧은 경험담을 공유해볼까합니다무거운 주제인 반면 해결책은 변기통에 칫솔 넣기 수준의 얄팍한 것이라 살짝 저어되는 마음이 듭니다만그래도 살다보면 저처럼 소심한 해결이 절실할 분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응급 처치즉시 탈출하라

여러분은 성희롱하면 어떤 것들이 연상되시나요물론 그 단어가 기분이 찝찝하고 썩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만솔직히 말하자면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제게는 일종의 추리소설 속 연쇄살인범 같이 부정적이지만 멀고도 먼 느낌이었습니다오히려 치한이나 변태가 좀 더 현실성 있고 구체적으로 체감했던 단어였다고나 할까요어린 시절부터 다소 센 성격에 할 말을 하는 깍쟁이 타입이라 감히 대놓고 성희롱을 취하려는 인사가 없었던 것인지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첫 직장첫 프로젝트첫 상사혹여나 찍힐까봐 두려워서 지고지순 한 척 일반인 코스프레를 했던 게 무리수였던 건지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일단 상황을 인지한 즉시 앞뒤 안 가리고 그 상황에서 빨리 탈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어영부영 상황을 지켜보다가는 답이 안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소심했던 저는 일단 화장실로 도피했습니다그 화장실에서 탈출 책을 고민했던 상황을 떠올려보니 지금도 손발이 저릿저릿합니다친구에게 1분 간격으로 계속 전화를 달라 당부 후집에서 미친 듯이 찾아아서 가봐야겠다며 환하게 웃으면서 나왔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저의 소심함에 열이 받네요이렇게까지는 하실 필요 없습니다.)

 

2. 초기대응착한 입방정

추리소설이나 뉴스기사로 겪었던 그 일이 내게도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그 상황에서 야이 수박 씨 해체 해 먹을 *끼야!!!!”하고 면상을 한대 갈기고 뛰쳐나올 수 없는 나 자신의 무기력함이 너무 슬프고 절망스러웠습니다그보다 더 절망스러웠던 것은 내일 또 출근을 하고또 그 신발놈의 얼굴을 봐야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회사를 그만두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나질 않았습니다내가 그만두어 잃게 되는 것과 그가 잃게 되는 것을 가늠해보았습니다나의 첫 커리어는 박살나지만회사에 아무리 사실을 폭로한다고 해도 그 분이 입는 데미지는 미미할 것이 명확해보였습니다고민 끝에 모든 것을 묻기로 했습니다그 밤이 참 길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멍한 출근길에 실수로 휴대폰을 깨버렸습니다기분도 더러운데 휴대폰도 깨뜨리니 기분이 더 엿 같았지요산산조각 난 휴대폰을 들고 망연자실하게 서있던 저는 별안간 딴 생각이 났습니다박살난 휴대폰을 보며 어찌된 일이냐 묻는 상사에게 어제는 일찍 들어가 정말 죄송하다아버지께서 첫 회사생활에 마음을 졸이셨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 너는 어찌 그리 철이 없냐며 제 휴대폰을 집어 던지셔서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제가 생각이 짧았다절대 걱정하실 일은 아니시다.” 라고 방긋 웃으며 대답을 해주었습니다얼굴이 허옇게 질린 상사는 어찌 아버님께서 오인할 말을 하였냐고 채근하며 몇 번이나 직장생활의 미덕에 관해 설교했지요중간 중간 친구가 전화와 문자를 수십 개를 해대니, “혹시 친구가 회사에 찾아오는 게 아니냐며 두리번 거리기 까지 하더군요.

물론 저는 대자대비한 부처님 미소를 지으며 제가 원래 말을 가리는 타입이 아니라서 생각이 짧았습니다제 주변 사람들이 원래 좀 감정적으로 격해서요그렇지만 전혀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라고 살살 웃기만 했죠.

 

3. 내상치료- Talk loudly

그 직후부터 알아서 쪼그라든 상사는 제게 알아서 변명을 실컷 하더니 그 이후로는 별다른 행동이 없더군요그래도 제 마음 속에는 왜 좀 더 격하게 대응하지 못했을까하는 자책감이 제 마음 속 어딘가를 부유하고 다니더군요우연히 이후 회사생활을 오래한 여자 친구들을 만나 이 일을 이야기 하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은 힐링을 받았습니다회사생활을 할 만큼 한 친구들치고 이런 부류의 일을 겪지 않은 친구들이 없었고저마다 제 각기 다른 경험담들을 털어놓았습니다한 친구는 무려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그 자식이 키스를 하길 했냐한 번 자자고 모텔로 끌고 가길 했냐우리나라에서 회사생활이라는 게 그 정도는 기본이다이 초짜 놈아” 깔깔거리며 마음 속에 쌓인 감정을 꽁꽁 감춰두지 않고 터뜨리다보니,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하게 되더라구요.

 

4. 붕대갈기

우연이 필연이 되듯이 사건으로 인해 그간 돈 벌면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던 여성단체 가입이 가시화된 목표가 되었습니다폭풍 검색을 통해 민우회를 알게 되고 즉시 가입사무실 벽에 회원 소식지 표지를 순서별로 정리해서 붙여놓는 센스를 발휘했죠그를 본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게 됩니다첫째민우회에 순수하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둘째움찔하며 직후부터 제게 조심하는 종자들물론 그 분께서도 크게 움찔하시며 자신의 매너를 어필하는 귀찮은 일도 있었습니다만그 이후 회사생활이 크게 불편하진 않았습니다끊임없이 영업용 스마일을 장착하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 하나 골로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잘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관대하게 받아주고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해이 신발놈아” 같은 늬앙스로 꾸준히 엿을 먹이는 게 중요한 키포인트입니다저 같은 경우에는 성범죄 관련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욕을 한바탕하면서 이런 갈아 마실 놈들이 이 지구상에 공존한다는 게 지긋지긋하다는 바를 충분히 어필했습니다직접 상대방을 언급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놀라는 게 신기하더군요.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감옥에 갇히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지긋지긋했던 취준 시절을 거쳐 바늘구멍에 진짜 제 몸을 가르고 갈라 일일이 집어넣는 심정으로 들어간 회사였기에 박차고 나올 용기가 없었습니다꾸역꾸역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고월급이라는 마약으로 생을 연명해 나가면서도 홧김에 대거리 한번 못했습니다아마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저는 그렇게 밖에는 못할 것 같습니다저와 같이 성희롱을 겪고도 변변찮은 대응을 못했다고 생각하며 자책하는 많은 분들께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잘 싸웠고 잘 살아줬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길고 긴 전장에서 가장 값진 승리는 살아남는 것이니까요.

 

오늘도 우리의 승리를 자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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