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클로이입니다. 이번 달에는 “성희롱”과 관련한 제 짧은 경험담을 공유해볼까합니다. 무거운 주제인 반면 해결책은 변기통에 칫솔 넣기 수준의 얄팍한 것이라 살짝 저어되는 마음이 듭니다만, 그래도 살다보면 저처럼 소심한 해결이 절실할 분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응급 처치- 즉시 탈출하라
여러분은 “성희롱”하면 어떤 것들이 연상되시나요? 물론 그 단어가 기분이 찝찝하고 썩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제게는 일종의 추리소설 속 연쇄살인범 같이 부정적이지만 멀고도 먼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치한”이나 “변태”가 좀 더 현실성 있고 구체적으로 체감했던 단어였다고나 할까요? 어린 시절부터 다소 센 성격에 할 말을 하는 깍쟁이 타입이라 감히 대놓고 성희롱을 취하려는 인사가 없었던 것인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첫 직장, 첫 프로젝트, 첫 상사. 혹여나 찍힐까봐 두려워서 지고지순 한 척 일반인 코스프레를 했던 게 무리수였던 건지,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단 상황을 인지한 즉시 앞뒤 안 가리고 그 상황에서 빨리 탈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영부영 상황을 지켜보다가는 답이 안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소심했던 저는 일단 화장실로 도피했습니다. 그 화장실에서 탈출 책을 고민했던 상황을 떠올려보니 지금도 손발이 저릿저릿합니다. 친구에게 1분 간격으로 계속 전화를 달라 당부 후, 집에서 미친 듯이 찾아아서 가봐야겠다며 환하게 웃으면서 나왔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저의 소심함에 열이 받네요. 이렇게까지는 하실 필요 없습니다.)
2. 초기대응- 착한 입방정
추리소설이나 뉴스기사로 겪었던 그 일이 내게도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상황에서 “야이 수박 씨 해체 해 먹을 *끼야!!!!”하고 면상을 한대 갈기고 뛰쳐나올 수 없는 나 자신의 무기력함이 너무 슬프고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보다 더 절망스러웠던 것은 내일 또 출근을 하고, 또 그 신발놈의 얼굴을 봐야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나질 않았습니다. 내가 그만두어 잃게 되는 것과 그가 잃게 되는 것을 가늠해보았습니다. 나의 첫 커리어는 박살나지만, 회사에 아무리 사실을 폭로한다고 해도 그 분이 입는 데미지는 미미할 것이 명확해보였습니다. 고민 끝에 모든 것을 묻기로 했습니다. 그 밤이 참 길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멍한 출근길에 실수로 휴대폰을 깨버렸습니다. 기분도 더러운데 휴대폰도 깨뜨리니 기분이 더 엿 같았지요. 산산조각 난 휴대폰을 들고 망연자실하게 서있던 저는 별안간 딴 생각이 났습니다. 박살난 휴대폰을 보며 어찌된 일이냐 묻는 상사에게 “어제는 일찍 들어가 정말 죄송하다. 아버지께서 첫 회사생활에 마음을 졸이셨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 너는 어찌 그리 철이 없냐며 제 휴대폰을 집어 던지셔서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제가 생각이 짧았다. 절대 걱정하실 일은 아니시다.” 라고 방긋 웃으며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얼굴이 허옇게 질린 상사는 어찌 아버님께서 오인할 말을 하였냐고 채근하며 몇 번이나 직장생활의 미덕에 관해 설교했지요. 중간 중간 친구가 전화와 문자를 수십 개를 해대니, “혹시 친구가 회사에 찾아오는 게 아니냐”며 두리번 거리기 까지 하더군요.
물론 저는 대자대비한 부처님 미소를 지으며 “제가 원래 말을 가리는 타입이 아니라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원래 좀 감정적으로 격해서요. 그렇지만 전혀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라고 살살 웃기만 했죠.
3. 내상치료- Talk loudly
그 직후부터 알아서 쪼그라든 상사는 제게 알아서 변명을 실컷 하더니 그 이후로는 별다른 행동이 없더군요. 그래도 제 마음 속에는 “왜 좀 더 격하게 대응하지 못했을까”하는 자책감이 제 마음 속 어딘가를 부유하고 다니더군요. 우연히 이후 회사생활을 오래한 여자 친구들을 만나 이 일을 이야기 하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은 힐링을 받았습니다. 회사생활을 할 만큼 한 친구들치고 이런 부류의 일을 겪지 않은 친구들이 없었고, 저마다 제 각기 다른 경험담들을 털어놓았습니다. 한 친구는 무려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야, 그 자식이 키스를 하길 했냐, 한 번 자자고 모텔로 끌고 가길 했냐. 우리나라에서 회사생활이라는 게 그 정도는 기본이다. 이 초짜 놈아” 깔깔거리며 마음 속에 쌓인 감정을 꽁꽁 감춰두지 않고 터뜨리다보니,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하게 되더라구요.
4. 붕대갈기
우연이 필연이 되듯, 이 사건으로 인해 그간 “돈 벌면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던 여성단체 가입이 가시화된 목표가 되었습니다. 폭풍 검색을 통해 민우회를 알게 되고 즉시 가입! 사무실 벽에 회원 소식지 표지를 순서별로 정리해서 붙여놓는 센스를 발휘했죠. 그를 본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게 됩니다. 첫째, 민우회에 순수하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둘째, 움찔하며 직후부터 제게 조심하는 종자들. 물론 그 분께서도 크게 움찔하시며 자신의 매너를 어필하는 귀찮은 일도 있었습니다만, 그 이후 회사생활이 크게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영업용 스마일을 장착하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 하나 골로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잘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관대하게 받아주고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해. 이 신발놈아” 같은 늬앙스로 꾸준히 엿을 먹이는 게 중요한 키포인트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성범죄 관련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욕을 한바탕하면서 이런 갈아 마실 놈들이 이 지구상에 공존한다는 게 지긋지긋하다는 바를 충분히 어필했습니다. 직접 상대방을 언급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놀라는 게 신기하더군요.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감옥에 갇히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지긋지긋했던 취준 시절을 거쳐 바늘구멍에 진짜 제 몸을 가르고 갈라 일일이 집어넣는 심정으로 들어간 회사였기에 박차고 나올 용기가 없었습니다. 꾸역꾸역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고, 월급이라는 마약으로 생을 연명해 나가면서도 홧김에 대거리 한번 못했습니다. 아마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그렇게 밖에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이 성희롱을 겪고도 변변찮은 대응을 못했다고 생각하며 자책하는 많은 분들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잘 싸웠고 잘 살아줬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길고 긴 전장에서 가장 값진 승리는 “살아남는 것”이니까요.
오늘도 우리의 승리를 자축합시다!

안녕하세요 클로이입니다. 이번 달에는 “성희롱”과 관련한 제 짧은 경험담을 공유해볼까합니다. 무거운 주제인 반면 해결책은 변기통에 칫솔 넣기 수준의 얄팍한 것이라 살짝 저어되는 마음이 듭니다만, 그래도 살다보면 저처럼 소심한 해결이 절실할 분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응급 처치- 즉시 탈출하라
여러분은 “성희롱”하면 어떤 것들이 연상되시나요? 물론 그 단어가 기분이 찝찝하고 썩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제게는 일종의 추리소설 속 연쇄살인범 같이 부정적이지만 멀고도 먼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치한”이나 “변태”가 좀 더 현실성 있고 구체적으로 체감했던 단어였다고나 할까요? 어린 시절부터 다소 센 성격에 할 말을 하는 깍쟁이 타입이라 감히 대놓고 성희롱을 취하려는 인사가 없었던 것인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첫 직장, 첫 프로젝트, 첫 상사. 혹여나 찍힐까봐 두려워서 지고지순 한 척 일반인 코스프레를 했던 게 무리수였던 건지,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단 상황을 인지한 즉시 앞뒤 안 가리고 그 상황에서 빨리 탈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영부영 상황을 지켜보다가는 답이 안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소심했던 저는 일단 화장실로 도피했습니다. 그 화장실에서 탈출 책을 고민했던 상황을 떠올려보니 지금도 손발이 저릿저릿합니다. 친구에게 1분 간격으로 계속 전화를 달라 당부 후, 집에서 미친 듯이 찾아아서 가봐야겠다며 환하게 웃으면서 나왔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저의 소심함에 열이 받네요. 이렇게까지는 하실 필요 없습니다.)
2. 초기대응- 착한 입방정
추리소설이나 뉴스기사로 겪었던 그 일이 내게도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상황에서 “야이 수박 씨 해체 해 먹을 *끼야!!!!”하고 면상을 한대 갈기고 뛰쳐나올 수 없는 나 자신의 무기력함이 너무 슬프고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보다 더 절망스러웠던 것은 내일 또 출근을 하고, 또 그 신발놈의 얼굴을 봐야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나질 않았습니다. 내가 그만두어 잃게 되는 것과 그가 잃게 되는 것을 가늠해보았습니다. 나의 첫 커리어는 박살나지만, 회사에 아무리 사실을 폭로한다고 해도 그 분이 입는 데미지는 미미할 것이 명확해보였습니다. 고민 끝에 모든 것을 묻기로 했습니다. 그 밤이 참 길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멍한 출근길에 실수로 휴대폰을 깨버렸습니다. 기분도 더러운데 휴대폰도 깨뜨리니 기분이 더 엿 같았지요. 산산조각 난 휴대폰을 들고 망연자실하게 서있던 저는 별안간 딴 생각이 났습니다. 박살난 휴대폰을 보며 어찌된 일이냐 묻는 상사에게 “어제는 일찍 들어가 정말 죄송하다. 아버지께서 첫 회사생활에 마음을 졸이셨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 너는 어찌 그리 철이 없냐며 제 휴대폰을 집어 던지셔서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제가 생각이 짧았다. 절대 걱정하실 일은 아니시다.” 라고 방긋 웃으며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얼굴이 허옇게 질린 상사는 어찌 아버님께서 오인할 말을 하였냐고 채근하며 몇 번이나 직장생활의 미덕에 관해 설교했지요. 중간 중간 친구가 전화와 문자를 수십 개를 해대니, “혹시 친구가 회사에 찾아오는 게 아니냐”며 두리번 거리기 까지 하더군요.
물론 저는 대자대비한 부처님 미소를 지으며 “제가 원래 말을 가리는 타입이 아니라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원래 좀 감정적으로 격해서요. 그렇지만 전혀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라고 살살 웃기만 했죠.
3. 내상치료- Talk loudly
그 직후부터 알아서 쪼그라든 상사는 제게 알아서 변명을 실컷 하더니 그 이후로는 별다른 행동이 없더군요. 그래도 제 마음 속에는 “왜 좀 더 격하게 대응하지 못했을까”하는 자책감이 제 마음 속 어딘가를 부유하고 다니더군요. 우연히 이후 회사생활을 오래한 여자 친구들을 만나 이 일을 이야기 하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은 힐링을 받았습니다. 회사생활을 할 만큼 한 친구들치고 이런 부류의 일을 겪지 않은 친구들이 없었고, 저마다 제 각기 다른 경험담들을 털어놓았습니다. 한 친구는 무려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야, 그 자식이 키스를 하길 했냐, 한 번 자자고 모텔로 끌고 가길 했냐. 우리나라에서 회사생활이라는 게 그 정도는 기본이다. 이 초짜 놈아” 깔깔거리며 마음 속에 쌓인 감정을 꽁꽁 감춰두지 않고 터뜨리다보니,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하게 되더라구요.
4. 붕대갈기
우연이 필연이 되듯, 이 사건으로 인해 그간 “돈 벌면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던 여성단체 가입이 가시화된 목표가 되었습니다. 폭풍 검색을 통해 민우회를 알게 되고 즉시 가입! 사무실 벽에 회원 소식지 표지를 순서별로 정리해서 붙여놓는 센스를 발휘했죠. 그를 본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게 됩니다. 첫째, 민우회에 순수하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둘째, 움찔하며 직후부터 제게 조심하는 종자들. 물론 그 분께서도 크게 움찔하시며 자신의 매너를 어필하는 귀찮은 일도 있었습니다만, 그 이후 회사생활이 크게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영업용 스마일을 장착하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 하나 골로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잘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관대하게 받아주고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해. 이 신발놈아” 같은 늬앙스로 꾸준히 엿을 먹이는 게 중요한 키포인트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성범죄 관련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욕을 한바탕하면서 이런 갈아 마실 놈들이 이 지구상에 공존한다는 게 지긋지긋하다는 바를 충분히 어필했습니다. 직접 상대방을 언급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놀라는 게 신기하더군요.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감옥에 갇히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지긋지긋했던 취준 시절을 거쳐 바늘구멍에 진짜 제 몸을 가르고 갈라 일일이 집어넣는 심정으로 들어간 회사였기에 박차고 나올 용기가 없었습니다. 꾸역꾸역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고, 월급이라는 마약으로 생을 연명해 나가면서도 홧김에 대거리 한번 못했습니다. 아마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그렇게 밖에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이 성희롱을 겪고도 변변찮은 대응을 못했다고 생각하며 자책하는 많은 분들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잘 싸웠고 잘 살아줬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길고 긴 전장에서 가장 값진 승리는 “살아남는 것”이니까요.
오늘도 우리의 승리를 자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