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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그런' 페미니즘은 없다] 3강과 4강 교육 후기입니다.

2015-05-06
조회수 5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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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일 수요일[히든트랙:레즈비언/페미니스트 사이의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으로 한채윤 선생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성소수자와 페미니즘 사이에서 벌어지는 아주 현실적이고 생생한 이야기에 모두들 몰입도 최고!였습니다.

 

성소수자라면 당연히 페미니스트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였어요.레즈비언인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스트인 레즈비언의 차이,그리고 레즈비언 사이의 차이.....선생님께서 실제 경험한 성소수자들의 사례를 통해 들으니 그 사이에는 아주 섬세하고도 풍부한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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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까지만 해도 레즈비언과 페미니스트 사이의 논쟁이 활발히 있었다고 합니다. 2000년대 이후 사라졌었는데 이제 다시 만나고 토론이 시작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반갑다고도 하였습니다.

 

 

최근의 트위터 상에서 페미니스트 선언이 커밍아웃 논쟁으로 흘렀던 맥락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어요. ‘선언의 의미가 무엇인지,성소수자의커밍아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그리고 중요한 것은 선언 그 자체가 아니라 선언 이후 지속되는 관계라는 것이었습니다.커밍아웃 혹은 선언하는 그 순간에만 집중하게 되는데,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에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공한 커밍아웃이란 무엇인지,수많은 맥락이 있는 커밍아웃의 위치와 의미,이후에 기존의 가부장제 체계를 흔들지 않고 그대로 흡수되어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오랫동안 성적 소수자 운동을 해 오신 선생님의 깊이 있는 고민과 통찰에 격하게 공감하며 강의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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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24,드디어 마지막 교육이 있는 날입니다.전희경 선생님께서[해석과 해방의 정치학, ‘다시페미니즘이다.]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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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이름,위치,정치]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먼저 이름,페미니스트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선언하는 것)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

페미니스트로 사는 것.

이 세 가지는 각기 다른 차원이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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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로 사는 것은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하는 고민이라는 이야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끄덕.06.gif

페미니스트 선언이 무엇인가? 내가 깨어있음을 주위에 알리는 것이 중요한가? 자아실현이나 정치적 올바름을 완성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선언이 액티비티로 연결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페미니즘과의 접속을 접촉으로 넓혀야 한다,액티비즘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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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후기는 회원꿀묻은호두의 후기로 대신합니다.

 

 

4강 후기 (꿀묻은호두)

 전희경님의 '해석과 해방의 정치 다시 페미니즘이다'라는 제목의 강의를 들었다이전 강좌들이 어떻게 불안이 혐오가 되었는지를 설명했기에 이번강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다시 페미니즘이 어떻게 해답이 될 수 있을까 기대하고 강의를 들었다물론 그런 쉬운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제목이 너무 근사한 나머지 기대가 컸다.

 

강의는 페미니즘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풀어나갔다나에게 흥미로웠던 몇가지 이야기들을 짚어보겠다.

 

여성학에 대한 이중 메세지를 강렬하게 꼬집었다항상 거부감 없이쉽고재미있게언제나 여성학입문강의만을 요구한다그러면서 여성학은 교양일 뿐이고 학문이 아니라는 메세지를 보낸다. '교양'이기 때문에 '다 알고 있다'고 여기는 지식인들이 많다만약 여성주의 지식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역시 여성학의 문제라고 지적한다여성학은 다른 학문과는 달리 교양 취급을 받으며 너무 쉽다거나혹은 너무 어렵다는 불가능한 두가지 주문이 들어온다내가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그럼 학문으로써 여성학은 어떤 이론이 있는지를 물었다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단어들을 늘어놓으면서 과감하게 썰을 풀었다뒤를 돌아 여성학 입문공부를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

 

여성주의 보다 양성평등이 더 보편적이고 (남성)사람들을 덜 불편하게 하니까 좋은 용어가 아닌가즉 여성주의라는 단어에 '여성'만 들어가서 남성을 배척한다는 오해와 두려움을 준다는 주장이 있다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선의는 의심치 않지만그건 아니다단호한 전희경선생님의 말투 너무 멋있었다그렇다면 막스주의는 막스를 지향하는 단어란 말인가우리는 여성운동이 페미니즘이 아니라 양성평등이나휴머니즘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사회에 길들여진 것인지 정말로 대중과의 접촉면이 넓어져 친화력이 생긴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지금은 여당의 정책집에서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는 시대이다이미 보수진영에서 받아들여진 말은 무력해졌다는 뜻이다아무도 불편해하지 않는 말로는 운동성을 가지지 못한다아무도 기분나빠하지 않으면서 좋은 세상으로 갈수는 없는 노릇이다양성평등이라는 단어는 '여성+남성 인간이라는 수식을 가정하고 있다그러나 역사적으로는 한 번도 여성이 곧바로 인간으로 취급된 적은 없었다남성은 언제나 항상 의심의 여지없이 인간 그 자체였고 기준점이었지만여성은 자신도 그렇다고 주장해야만 인간에 포함시켜주는 존재였다여성인권성소수자인권이주노동자인권장애인 인권 이런 단어에서 수식어를 빼버린 '인권'이라는 단어에는 과연 남성이성애자한국인비장애인이 아닌 다른 소수자의 인권이 포함된다고 떠올릴 수 있을까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인권도 여기에 자리가 있다고 약자들이 생각할 수 있을까바로 그래서 우리는 두루뭉실한 인권 보다 여성인권을 말해야하고양성평등보다 여성주의를 이야기해야 한다.

 

여성주의 '여성'이라는 단어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게 혁명성을 가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하지만 지금 '여성'이라는 단어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심지어 2015년 한국은 여성대통령 시대이다이런 시국에 여성운동의 주체는여성운동의 대상은 누구인가여성인권 영화제의 주제가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이다여기서 말하는 여성은 한국여성인가이주노동자여성인가이성애자/동성애자인가전업주부/직장여성인가비혼/기혼 인가나이는사는곳은? '여성'이라는 단일한 기표는 점점 해체되어 가고 있다우리는 여성운동에서 어떤여성과 함께 해나갈 것인지 자세하게 구성해보아야 한다이미 단일하고 균질한 여성이라는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여성안에 계급적 차이를 인식하고 세밀한 운동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이미 여성운동은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그래서 그 모든 것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그러나 다시 또 한 번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이다왜냐하면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기에정말 그렇다내가 10년 전에 학교에 다닐 때 이야기했던 이슈들이 아직도 여전하거나 오히려 퇴보했다몇몇 뛰어난 여성들 덕에 유리천장이 없는 것처럼 여성도 누구나 노력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제 대부분의 여성의 삶은 변한 것이 없거나 오히려 악화 되고 있다청중들과 잠시 갑갑함을 공유하며 즐거웠다가 다시 우울해졌다.

 

기대만큼 재미있고 유익했지만역시 뾰족한 수는 없다강의에서 전희경 선생님은 자신의 페미니즘은 지식노동자로써 페미니스트의 절대 수를 이 지구에 늘려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말씀하셨다페미니즘과의 접촉면적을 더 넓혀가야 하고 담론(강좌)의 소비를 넘어서야 한다스스로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페미니즘을 달콤하게만 소비하려고 하지 말아라아무런 값을 치루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얻으려는 것은 불가능하다내 어느 것도 버리지 않고 누군가가 가시 떼고 내장 손질해서 차려준 요리만 먹는 식으로 페미니즘을 소비하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 이야기에 나의 페미니즘은 어떤가 고민해보게 되었다직장생활하면서는 드러내놓고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다정치적인 이야기도 회사동료들과는 하지 않아 버릇했다학교에 다닐 때에는 대놓고 내 색깔을 드러냈었다부분적으로는 전희경 선생님 말씀처럼 그럴 깜냥이 되지도 않는데 회사에서 한국여성운동계를 대표해야 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한국 사회 평균에 비하면 좋은 조건이라 굳이 치열하게 그럴 필요가 없는 환경도 한몫했다업무이외의 삶에서는 마구 말하고 다니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언제 '아닌 척'한 적이 있던가모든 사람들 앞에서 선언을 하지 않았다 뿐이지 나는 이미 페미니스트로 살고 있다고 언제나 생각했다선언하는 그 순간도 의미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스트로써의 삶을 살아내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운동이 아닐까물론 매순간 어떤 길이 페미니스트다운 선택인지 고민한다그리고 가끔은 타협하기도 한다항상 치열하게 멋쟁이 페미니스트의 길을 가고 싶지만 고정된 불변의 모범 페미니스트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라 어렵다그런 점에서 전희경 선생님 말씀처럼 서로 다른 우리가 각자의 페미니즘에 대해서 나누어 보면 참 의미 있을 것 같다다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어떻게 삶에서 페미니즘을 실현하고 있는지를 공유하면 내가 무엇을 더 해볼 수 있는지도 떠오르지 않을까.

 

두 시간이면 짧지 않은 강의지만 짧게 느껴졌다강의가 끝나고 '최상의 연대는 입금'이라는 말을 떠올리다 웃다말고추가납부를 다짐했다그리고 어떻게 내가 해방의 정치학인 페미니즘이 현실에서 해방의 기제로 작동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관심 없는 친구들에게 내 삶으로 더 쎄게 보여주고대놓고도 이야기를 더 자주해보아야 겠다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여성단체 활동을 좀 더 관심과 애정을 보내고 참여하는 거겠지?

 

좋은 강의를 해주신 전희경 선생님과 기획해주신 민우회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