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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후기] 믿고 맡길수 있는 어린이집, 정말 불가능한가?

2015-02-02
조회수 3595

 

얼마 전,보육교사가 유아를 폭행하는CCTV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그 여파로 해당 어린이집은 폐쇄조치되고,보육교사는 구속되었습니다.정부는 부랴부랴 아동학대 근절 대책이라며CCTV설치 의무화,처벌 대폭 강화 등의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CCTV설치와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어린이집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요?

한술 더 떠 보건복지부까지 나서서 이 모든 문제가 무상보육으로 인해 전업맘들까지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겼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이렇게정부의 일회적인 대책과 책임 기관의 자의적 해석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민우회는 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129()오전10,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토론회 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특히 이번 토론회는 보육당사자들이 직접 패널로 참여하여, 지금의 정부 정책과 방향이 얼마나 현실과 뒤떨어져 있는지, 또 앞으로 보육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색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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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때문에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어요

 

"아이를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대기자 수만 100명 이상이더라고요. 그야말로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어요. 결국 직장을 포기하고 혼자 아이를 돌봤는데, 해도 해도 끝 없는 집안일, 육아때문에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고. 아이하고만 있다보니 사회성도 없어지고, 우울증도 앓았죠.

그나마 평이 좋은 민간 어린이집을 수소문해 아이를 맡겼는데, 만 2세 어린이 반에서 교사 1명이 아이 9명을 동시에 돌보고 있더라고요. 이건 정말 무모한 처사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보육 교사의 복지와 급여가 열악한 상황에서 제대로 교육이 이뤄질지도 의문이에요. 제일 중요한 건 전업맘이든 직장맘이든 누구나 필요할 때, 안심하고 아이를 맞길 수 있는 정책이에요. 지금 국공립 시설은 5% 밖에 안되고, 대부분 민간어린이집인 상황에서 CCTV설치나 처벌강화 이전에 국가가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안전한 보육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영진(7살, 10살 아이의 엄마)

 

 

아이가 생긴다는 설렘보다, 어린이집 걱정부터 하게 되요

 

"임신 후 축하 인사만큼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회사에 육아휴직이 있느냐', '돌봐줄 시부모가 있느냐',
'어린이집 괜찮은데 찾기 힘들다 미리 신청해라'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어린이집을 찾기 시작했는데, 집 근처 어린이집이 스무군데 정도 있고, 그 중에 주변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은 3~4군데였어요. 근데 퇴근이 늦어질수도 있으니까 그걸 감안하면, 연장 어린이집은 결국 딱 1군데 있더라고요. 육아와 일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집이 선택이 아닌 필수죠.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들은 어린이집을 찾아 해매야 하고, 입소문에 기댈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현실에 놓여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급한 불만 우선 끄고 보자는 식인 것 같아요. 서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이 자리잡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해요."

- 지은(임신 7개월 차 예비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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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은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예요

 

"정부가 말하고 있는 무상보육이란 개념이 오히려 왜곡을 부르는 것 같아요. 보육문제는 ‘재원’이 있냐 없냐의 문제로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정부는 이번 아동 학대 사건의 원인을, 어린이집 수요 급증으로 인한 보육 질 저하라고 판단해서, 앞으로는 가정에서 양육할 경우 0∼2세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 금액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판단과 대책은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맡기는 부모와 그렇지 않은 부모간의 갈등만 더 조장할뿐이죠.
특히 무상보육, 유상보육 이렇게 바라보면서 공짜냐 아니냐 이런 돈 문제로 환원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돈이 있어야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맞지만 무상이란 말이 보육이랑 붙으면서 오히려 당연히 국민이 받아야 할 권리를 돈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보육은 개인이 아닌 공동으로, 또 사회적으로 다뤄져야 합니다."


- 김완 (5살 아이의 아빠)

 

 

패널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이 이어졌어요. 클릭기자회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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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민우회는 보육 당사자들의 목소리 속에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뿐 아니라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했거나 하고 있는 분들,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보육교사들과의 토론회 및 간담회를 진행하고, 그 목소리들을 모아 한시적인 정책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보육 정책으로 향하기 위한 액션과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모두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