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성평등복지[후기]"우리 서로 동반자가 될 수 없을까?" 뚝딱뚝딱 가족 새로짓기 1차 집담회

2022-07-15
조회수 5314

사람들은 이미 다양한 모습으로 관계를 맺으며 함께하고 있는데, 아직도 혈연과 법률혼 관계에만 갇혀 있는 법과 제도의 가족 관념. 

우리가 바꿀 수는 없을까? 

‘가족’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나눔으로써, 협소한 가족 관념을 뚝딱뚝딱 바꿔가기 위해

성평등복지팀에서 〈뚝딱뚝딱, ‘가족’ 새로짓기〉 집담회 자리를 마련했어요.

 

 

 

사진1. '뚝딱뚝딱 '가족' 새로 짓기 집담회 "우리 서로 동반자가 될 수 없을까?" 지하 1층으로'라고 쓰인 장소 안내지 사진 

 

 

1회차 “우리 서로 동반자가 될 수 없을까?” 집담회는 6월 22일 수요일 합정 부엉이곳간 세미나룸에서 열렸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상 속에서 경험한 협소한 법률상 가족 규정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대안을 상상해보고자 했어요.

나타샤, 쪼이, 희라 3명의 참가자와 민우회 활동가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진2. 집담회 전경 사진. 일부 참여자의 얼굴이 하트 표시로 가려져 있다. 

 

 

 

[자기소개]

 

저는 퀴어 당사자이고, 친구들과 2년 후에 같이 살자는 얘기를 구체적으로 계속 나누고 있어요. 그리고 혈연가족하고 사이가 안 좋아요. 생활동반자법이 사회에 필요한 것도 있지만, 저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법이어서 관심을 더 가지려고 노력 중이었는데 이런 집담회가 열린다고 해서 신나게 왔습니다.

 

지금 두 번째 동거를 하고 있는데, 동거를 할 때마다 비슷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수년 전부터 생활동반자라는 개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이걸 당사자들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없었어요. 그래서 오늘 오게 됐고 많이 고민 나누고 공유하고 가면 좋겠어요.

 

생활동반자법이라는 법이 생기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연대감이라든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상상력이 지금 제 주변관계에서는 부재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답답한 마음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와봤습니다.

 

 

 

[여는 말]

 

집담회를 시작하기 전에, 공유하고 있으면 좋을 정보들을 성평등복지팀 온다 활동가가 간단히 소개했어요. 

법제도상 가족 규정 및 '법적 가족'에 부여된 권리, 생활동반자법안, 생활동반자법의 해외 사례와 쟁점 등에 대하여 설명했습니다. 

 

 

 

[나의 관계도 그리기]
 

나를 둘러싼 친밀한 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법적 가족 규정은 내 관계망을 포괄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생각을 열기 위해, 각자가 실제로 맺고 있는 관계를 그림으로 그려보기로 했어요.

 
사진3. 나의 관계도 그리기 활동지 이미지. (   )의 관계도라는 제목 아래 1. 현행법상 나의 가족(혼인/혈연/입양관계)는? 2. 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3. 나는 누구와 어떤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싶은가요? 4. 누구를 생활동반자로 지정하고 싶나요? 라는 질문이 적혀 있다. 관계도를 그리는 큰 네모칸 안에 법적가족이라고 쓰인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사진4. 나의 관계도 그리기 견본이 놓여 있는 현장 사진.
 
 
사진5. 집담회 참여자가 그리고 있는 관계도 사진 
 

 

관계도를 다 그리고 나서, 각자가 그린 관계도를 간단히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들은 법적 가족을 벗어나 확장된, 또는 법적 가족과 전혀 관련이 없는 가족 또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었어요.

각자가 관계도를 그리는 방식, 맺고 있는 관계들의 다양함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수다시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함께 나눈 경험과 생각들을 모두 전할 수는 없지만, 짧게나마 이야기를 전해볼게요. 

 

 

 

[공통주제 수다]

 

 

먼저 이번 집담회의 핵심 주제 두 가지인 '선택가족'과 '생활동반자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혼인, 혈연, 입양관계에만 한정되는 법적 가족 규정이 왜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고, 생활동반자법에는 어떤 권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지를 토론해보았습니다.

 

 

공통 주제 1. 선택가족

 
저는 꼭 혼인과 혈연관계에 얽혀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저렇게 얽매여서 더 불평등한 관계를 초래하게 되기도 하고. 원가족, 혈연관계보다 더 건강한 방식의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친밀한 관계들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한테 더 많은 혜택과 권리들을 부여해 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어요.
 
 

공통 주제 2. 생활동반자법

 
뭔가 생활 동반자, 그러니까 동반이라는 말 때문에 거주를 같이한다는 개념으로 자꾸 인식되는 거예요. 거주를 같이 하지 않아도 생활을 같이 할 수도 있는 건데, 솔직히 거주 중심으로 인식하고 있었어요. 
 
동거여부가 기준에 있는 나라들도 있어요. 특히 생활동반자법이 혼인이 안 되던 사람들한테 혼인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나라들에선 대부분 동거 여부를 보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저는 그냥 살기는 각자 따로 살되 가까이 살고 싶거든요. 법적인 관계는 그냥 법적으로만 진하게 얽히고 싶은 그런 느낌.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생활동반자법 했을 때, 같이 산다고 인식되지는 않아요. 그냥 내가 원하는 선택 가족을 등록한다, 같이 계약한다. 이렇게 인식돼서 다만, 1:1이 아니라 여러 명 되면 좋겠다, 그렇게 넓어지면 좋겠다, 이렇게 정도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발의됐던 법안은 동반자 관계를 아예 정의하지 않고 있기는 했었어요. 그래서 합의한 성인 두 명이 등록만 하면 되는 거죠.
 
 
 
 
[키워드 수다]
 
 
다음으로는 법제도적 권리에 관한 키워드 수다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주어진 키워드 가운데 각자가 관련된 고민이나 사례가 있거나. 함께 생각을 나누고 싶은 키워드를 다섯 개씩 고른 뒤 
비슷한 키워드끼리 묶어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사진6. 키워드 소개 화면 갈무리. 공동명의, 공동대출, 재산분할, 상속, 유류분, 연금승계, 공공임대, 주택청약, 연고자, 사망진단서, 장례식, 상주, 가족관계등록부, 연말정산, 정보접근권, 건강보험피부양자,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가족, 가족돌봄휴가, 배우자출산휴가, 육아휴직, 수술동의서, 보호자 키워드가 순서대로 적혀있다. 

 

 

키워드 1. 공동명의/공동대출

 

최근에 친구가 청약을 넣었는데 그냥 돼버린 거예요. 완전히 축하할 일이잖아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되게 빨리 된 거거든요. 저보다 나이가 좀 더 많긴 하지만. 그런데 그 친구는 오래 사귄 이성 연인이 있는데 , 신혼부부 대출 때문에 결혼한다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진짜 이게 제도만 이렇지 않았으면 이 친구가 결혼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했을 수도 있을 텐데, 그 가능성을 좁혀버린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키워드 2. 상속

 

저는 항상 상속이 제일 고민인 것 같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상속을 내 마음대로 정하기가 어렵잖아요. 나한테 재산이 얼마 있지 않지만, 그 알량한 재산이라도 내가 먼저 죽는다면 내 고양이를 돌봐줄 사람한테  줘야 하는데. 과연 법적 가족이 그 아이를 제대로 돌볼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너무 드는 거죠. 혹시 저희 부모님이 유류분을 청구한다든지, 제가 유언장을 아직 다 안 써놨는데 그 전에 죽어서 상속 순위에 따라서 원 가족한테 돈이 가게 되면?

 

 

키워드 3. 건강보험 피부양자/부양가족 

 

재산과 관련해서는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프리랜서 친구를 올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아버지의 건강보험 미납금을 대신 내고 있거든요. 저는 모부와 전혀 소통을 안 하고 있는데, 내라 마라 얘기하기도 싫으니까 그냥 제가 내고 있는 거예요. 그런 것도 화가 나고. 

 

실제로 부양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가족은 당연히 부양한다고 생각하고 쉽게 올려주고, 정작 같이 살면서 부양하고 있는 관계는 안 된다고 그러고. 이전 동거인이 외국인이었는데 외국인은 지역 건강보험료를 비싸게 내더라고요. 그래서 건강보험이 없으니까 저한테 대신 약을 사다줄 수 없겠냐고 그럴 정도로 힘든 상황이고. 이것뿐만이 아니죠. 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간다든가 이럴 때 제가 대리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그냥 답답한 거죠. 

 

 

키워드 4. 공공임대/주택청약 

 

지금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제가 계속 1인 가구니까 신청할 수 있는 게 1인 가구 대상 공공임대주택밖에 없는 거죠. 사실 내가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랑 같이 신청할 수 있으면 저는 더욱 큰 집을 신청할 수 있었을 거고. 충분히 “같이 살자.”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도 있고 하니까. 그러면 같이 돈이 없는 애들과 모여서 “야, 우리 그러면 서로 참고 견디며 공공 임대 같이 살아보자.” 해서 헤쳐 가며 살 수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법적 가족만  같이 신청하거나 살 수 있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하다는 점이 저는 굉장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주변에도 실제로 동성 파트너거나 이런 경우에는 진짜  1인 대상 주택에 몰래  같이 살기도 하는 경우가 있는 거죠. 이래도 되나? 이게 진짜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는 제도인 거죠.

 

 

키워드 5. 가족돌봄휴가, 수술동의서, 보호자 

 

제가 어떤 비상 상황에 놓였을 때 혹시라도 아무 데서도 제 모부한테 연락 안 했으면 좋겠어요. 훨씬 저를 잘 케어해줄 사람도 제 친구들이고 제가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그들에게 제가 필요할 때도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상태였음 좋겠어요.

 

저는 가족 돌봄 휴가, 수술 동의서 보호자 이렇게 썼는데요. 사실 제가 지금 2년 정도 동거인이 투병하고 있어서 돌봄을, 그러니까 매번 병원을 같이 가고 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거기에 보호자로 등록하는 게 있더라고요. 외래를 보더라도 하고 제 이름 등록하고 했는데  항상 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묻는 거예요. 그런데 되게 애매해요. 그러니까 사실혼과 커플 사이인데, 그들이 생각할 때 배우자라고 그러면 법적인 걸 또 원하니까, 그건 아니니까. 그러다가 한 번은 의사한테 뭔가 항의할 일이 있었어요. 의사가 의료 과실 같은 걸 해서 제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저 보고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관계가 배우자냐고 .이러는데 할 말이 진짜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의사가 아무튼 사과할 건 사과하고 넘어가면서 나중에 설명할 때, “치료 방식을 A로 할지, B로 할지 정해야 하는데 가족하고 잘 상의해보세요.” 나 들으라는 식으로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짜증났어요.  그래서 당장 지금 다니는 병원으로 옮겼어요. 또 다음 주에 제가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사람들이 그러는데 수술 동의서에 법적 가족만 사인을 할 수가 있다는 거예요.

 

 

키워드 6. 장례식

 

저는 법적 가족이 뻔하게 하는 장례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저는 원래 내 장례식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내 장례식이 그냥 나보다 남은 사람을 위한 거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진짜 내가 일상에서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러려면  나의 법적 가족들이 다 결정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자리인 거예요. 그런데 결정 권한이 법적 가족에게 있잖아요. 

 

저는 제 장례식이 좀 더 파티 같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유언장에  “검은색 옷 금지.” 이렇게 써놓고 가려고 그러거든요. 왜냐하면 내가 죽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상상을 되게 많이 하는데 이런 상상은 사실 제 현재의 취향일 수도 있는 거라서 나중에 또 바뀔 수도 있잖아요. 좀 더 나중에 덜 이기적으로 “그래, 검은색 옷 입고와.” 이렇게 했는데 이런 맥락들 같은 걸 제 혈연가족들은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마무리. 나의 관계도에 권리 추가하기 

 
 
열띤 수다의 시간을 보내니, 법 제도 안에서 법적 가족에게만 주어지고 있는 권리와, 그로 인한 차별에 관한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마무리 프로그램에서는 함께 이야기하며 깊어진 생각들을 바탕으로
앞서 그려 둔 나의 관계도에 필요한 권리들을 표시하여 완성했어요. 
 
 
사진7. 집담회 참여자가 관계도에 스티커로 필요한 권리들을 표시하고 있는 사진. 
 
사진8. 한 집담회 참여자가 자신이 완성한 관계도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고, 다른 참여자들이 듣고 있는 집담회 전경 사진 
 
 
 
"우리 서로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집담회는
더 많은 사람들, 원하는 모두가 서로 동반하여 살아갈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나누어보는 시간이었어요.  
당연한 듯 '법적 가족'에게 주어졌던 제도적 권리와 의무를
사람들의 실제 삶에 맞게 재배치해가는 과정이 앞으로도 계속 필요함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를 위해 뚝딱뚝딱, '가족' 새로 짓기는 계속됩니다! 
다음에는 두 번째 집담회 "우리도 같이 좋은 집 구하고 싶다"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