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9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합정 카페 디어라이프에서 6월 업앤다운 토크쇼가 열렸습니다.
행사날 비가 주룩주룩 내렸는데요.
참여자들이 안전하게 찾아오실 수 있을지, 분위기가 너무 심란하진 않을지 걱정하며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이번 토크쇼의 주제인 집 문제에 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고 생각하면서요.
(사진1. 토크쇼 참여자가 접수대에서 등록을 하고 있다.)
걱정이 무색하게,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참여자 분들께서 속속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당일 현장 신청으로 함께해주신 분들도 계셨답니다.
(사진2. 윤석열정부의 주거정책에 관한 업앤다운 리포트 ③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 토크쇼 전경.)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윤석열정부의 주거정책에 관한 〈업앤다운 리포트③〉 (링크)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활동가 꼬깜의 사회로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가담자가 삼천 명에 피해자가 천팔백 명에 이르는 거대한 사회적 재난인 전세사기 문제를 어떻게 국가의 주거정책 측면에서 이해하고, 함께 대응해갈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토크쇼의 취지를 다시 한번 떠올리며 패널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패널 발표
(사진3,4. PPT를 띄퉈놓고 발표하고 있는 슬슬의 모습. )
첫 번째 패널인 슬슬님은 전세사기 피해당사자로서 경험을 나눠주셨어요.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집이 어떤 의미였는지, 사기 피해를 어떻게 인지하게 되었는지, 피해 과정을 돌이켜보고 함께 대응하며 느낀 임대차 계약과정의 문제와 정부 대책의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셨습니다.
[슬슬]
"밥도 같이 먹고 여행도 같이 다니는 가까운 동네 친구 두 명이 각자 보증금에 월세를 내고 살고 있으니, 그 돈을 합쳐 거실 있는 집을 구해보자고 했어요.셋 다 비혼 페미니스트이고, 혼자 살기보다 함께 살아가고 싶고,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고 독립하기 쉽지 않았던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 그렇게 셋이 가족을 꾸려서 같이 사는 부푼 꿈을 꿨죠.셋이니까 방은 3개 이상, 전세, 안전을 고려하여 신축으로, 강아지가 함께 살 수 있는. 이 조건들을 가지고 적당히 마음에 드는 집을 골라서 들어갔어요.”
“신축이니 하자 점검을 빠르게 해서 건축주에게 전달해야 해서 반상회를 열었어요. 그런데 그 중 13가구의 집주인이 같았고, 하자 보수 건을 집주인에게 알리려고 연락했더니 전화번호 결번인 상태였고, 이상하다 하며 검색해보니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이 있는데 가해자가 우리 집주인과 같은 이름인 상황을 겪게 된 거죠."
“한 사람이 3년 안에 집을 490채 소유하는 동안 왜 정부는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을까.내가 뭘 잘못한 걸까? 등기부등본 깨끗한 거 확인했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자책하며 되돌아보게 됐어요.입주하면 이자를 지원해준다, 옵션을 해준다, 멀쩡한 집이었으면 그런 혜택을 제안하지 않았을 텐데 당시에는 얼마 남지 않은 계약 건을 빨리 털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해서라는 그들의 설명을 납득했던 거죠. 그리고 그 집이 불법 증축이에요. 그런데불법 증축을 하는 것이 굉장히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황에서 그게 별 것 아닌 것처럼 설명했던 공인중개사의 말.대출 받기 어려우면 연계된 대출 상담사가 있다며분양사가 명함을 줬는데, 그건 괜찮은 곳이었을까? 모두 의심의 정황들로만 남았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카톡방에 들어가고, 피해자 모임을 만들고 피해 규모나 유형 조사가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에 조사 문항을 짰어요. 그리고 제안서를 피해자 카톡방에 올려보기도 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힘이 받아지진 않았어요. 당시 있었던 일들 중에 제일 화가 나는 건(공공기관) 어디에 전화하면 저희 담당 아니고, 어디에 전화하라 하고. 과마다 말을 다르게 하고, 그런 사례 들어본 적 없다고 말할 정도로 사태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일원화 된 정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때(2019년)와 2023년은 조금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원도 있고,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있고. 그러나 왜 여전히 또 반복되지? 라는 큰 분노가 있죠. 그때 혹은 이전에 있었던 문제제기에 따라 제도가 잘 만들어지고 정부가 대응했다면 피해가 반복되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문제제기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때 제가 처음 피해를 입고 해멨던 때보다는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 생각하며 지금처럼 계속 뭔가 자리가 있을 때 저의 이야기를 하거나 여러분과 나누는 시간들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5,6. PPT를 띄퉈놓고 발표하고 있는 지수의 모습. )
두 번째 패널인 지수님은 주거 문제에 대응하는 민달팽이유니온의 활동가로서 문제의 현황과 경험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현재 주택 시장과 정책의 문제가 무엇이고, 전세 사기는 어떤 사회적 환경 위에서 발생할 수 있었는지. 역대 정부의 주거정책 기조가 가진 한계가 무엇인지, 그 한계 위에서 권리로서 주거권을 어떻게 요구할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눠주셨습니다.
[지수]
”우리가 보통 부동산 가서 집 볼 때 이 집의 건축물대장, 위반사항, 임대인의 빚, 세금체납 이런 거 누가 알려줍니까?‘다들 요새 이렇게 집 구해요.’ ‘임대인 없이 계약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임대인 돈 많아요. 그거 얼마 된다고 못 돌려주겠어요.’ ‘이 정도 빚 없는 집 없어요.’ 이런 말씀을 많이 들으세요. 그런데 그런 말들에 너무 오랜 세월 이 사회가 익숙해져 있어요.전세사기 피해는 뭘 모르던 사람이 당하는 게 아니라 알려고 해도 임대차 시장에서 관행적으로 용인되어왔던 문제 때문이에요."
“역대 모든 정부가 계속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판자촌 밀고 복지 없애고 그래왔던 겁니다. 그런데 이미 이 나라는 사람이 집보다 적어요.사람이 100명 있으면 집이 103개 있어서 남아도는 거예요. 그런데 그 집을 자기 것으로 소유한 사람은 60%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그 집은 다 어디 갔냐는 거죠. 그리고 그 집을 짓기 위해 쫓겨난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 같이 묻고 싶어요.”
“집이 삶의 격차를 벌리는 무언가가 되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안정을 위해 집을 갖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주의가 강해집니다.그리고 그 책임이 여성에 떠넘겨져요. 성차별적인 자본주의 시장구조에서 여성이 그나마 삶의 주도권, 가정에서 역할, 지위, 인정 등을 얻을 때 자가 소유라는 게 중요했던 거죠.그걸 실패하면 내조 못 한 것으로 취급하고, 성공해도 한편에서 복부인이라고 욕먹기도 하고.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런 식의 삶을 이어가야 하나? 호불호를 떠나 일단 불가능할 것 같아요. 성별임금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집값은 치솟는 상황에서요."
"'영끌 세대' 이야기할 때 순자산 4억 있는 사람들 청년이라고 내세우면서 최초로 집 갖는 사람들 돈 깎아줘야 해. 그런 말들을 했거든요. 그런데 당시 청년 1인 가구 중 75.1%가 저소득이었고, 계속 빚이 느는 이유는 보증금이었어요.그런데도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청년이 분양, 청약 노리고 있다면서 공공임대 줄이더니 종부세만 깎아주고, 주택을 또 공급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역대 정부, 지금 윤석열 정부가 강화하는 계속 집을 공급하고 개발해서 대출이나 투기 이익들을 양산하는 방식과 전세사기를 같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식으로 집값이 오르고 세입자가 많은 금액을 대출받고 거기서 갭투기로 깡통으로 집을 늘려가던 사람들이 잠깐 삐끗 했을 때 피해는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겁니다. 그 전세사기 피해조차 세입자 보증금 돌려주기 위해 임대인 대출 해줍시다, 국토부와 금융위에서 이런 정책을 구성하는 데에 쓰이고요.
"모든 사람이 집을 소유하도록 더 많은 집을 공급하고 대출을 늘려주고 자가소득을 촉진하도록 하는 방식의 정책은 그 결과를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민달팽이유니온은 공공의 땅을 팔지 마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용산에 50만 제곱미터의 100% 공공부지를 서울시가 민간에 팔겠다고 하고 국토부가 용인하는 상황이거든요. 사실 '자기만의 방' 이런 이야기 하지만 지금 '자기만의 방'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우리의 땅'을 같이 확보해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사회에서 세입자에게 가장 안전한 임대인은 국가입니다. 그런데 국가가 그 역할을 민간에 떠넘기고 최소한의 관리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그렇게 공공임대 요구와 세입자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패널 토크
발표에 이어 사회자 꼬깜, 슬슬, 지수님이 함께하는 패널 토크가 이어졌습니다.
(사진7. PPT 화면을 배경으로 꼬깜, 지수, 슬슬이 나란히 앉아있다. 슬슬이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고 있다. )
[꼬깜]:저희 토크쇼 제목이 UP&DOWN 토크쇼인데요. 윤석열 정부 들어서 내 삶에서 올라간 것과 내려간 것이 있다면?
[슬슬]: 올라간 것은 이자, 혈압. 떨어진 건 인류애?(웃음)이렇게 사기를 쉽게 전략적으로 조직적으로 칠 수 있는 상황, 정부도 나에게 사기치는 상황에서 DOWN을 느낍니다.
[지수]: UP은 화가 늘었고. DOWN은 윤석열정부에서공공임대주택 예산이 5조 7천억이 삭감됐거든요. 그게 돈으로도 너무 큰 규모인데그 돈을 통해 누군가 더 나은 집에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 거잖아요. 그게 가장 크게 느껴지는 DOWN입니다.
[꼬깜]:두 분 이야기 들으면서 자취집을 구하던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두 분의 첫 집 계약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지수]: 전봇대에 '하숙 여자 구함' 써 있는 전단지 똑 떼서 전화해서, 문 앞에 서서 집안을 쓱 보고 아래층 내려가서 메모장 같은 데다 이름, 학번, 엄마 이름, 엄마 전화번호 등을 쓰고 나눠가진 게 첫 계약이었어요.
[슬슬]:저는 계약서를 쓰긴 했는데 처음 써보니까 너무 떨렸지만,계약 많이 해본 사람처럼 쿨한 척, 아는 척했던 그때 저의 모습이 조망되고요.담배냄새가 많이 나는 오래된 원룸, 체리색 몰딩 그런 게 생각 나고.
[꼬깜]: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20대 여성으로서 물정 모를 거라는 게 중개인에게 너무 쉽게 노출되는데, 아닌 척 하는 거 있잖아요. 원가족과 떨어지는 게 20대 초반의 꿈이잖아요. 다 그렇진 않겠지만. 그러면서 처음 집을 구할 때 느꼈던 좌절이 있잖아요. (슬슬: 내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이 집이구나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저는 그때 비가 왔는데 비오는 반지하 수유동에서 울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비가 와서 잘됐던 것 같아요. 습한 걸 미리 확인하고.(웃음)
[꼬깜]:민달팽이유니온에선 주로 강의나 상담활동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하시면서 기억나는 사례나 최근 경향이 있다면요?
[지수]: 일단 피해 규모에 압도됩니다. 기업에 남는 사례가 있으려면 1년에 한 건 이래야 할 텐데 예를 들어 흔히 건축왕이라고 부르는 인천 미추홀구는 피해 주택이 2천 7백 채거든요.그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삶이다 보니 그 압도감이 너무 커요.
그래도 기억에 남는 사례는 이사 당일, 기존세입자의 보증금은 아직 돌려주지 않았고,새로운 세입자가 이사 오는 길에 임대인을 믿고 보증금을 보낸 상황에서 임대인이 그 둘의 보증금을 들고 도망간 거예요. 그러면 새로운 세입자는 집에 아직 입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 결정 신청을 못 해요.이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처음 그 이야길 들었을 때 둘이서 한 시간 동안 거리에 계속 서 있었어요. 어떡하지? 하면서.
또 원희룡이 장관이 된 이후 처음 열렸던 집회가 전세사기 피해자분들이 행진했던 집회입니다. 그때 원희룡 집 앞에서 피해자 분들이 다 소리치며 이야기 하고 마무리를 하고 흩어졌는데, 집을 못 가시는 거예요. 왜냐하면 너무 불안해서. 이 나라가 나를 피해자로 인정 안 해주면 어쩌지? 집에 가면 혼자고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고. 전세사기라고 해버리니까 사기가 아니면 보호가 안 되고, 사기라고 해봐야 모든 사기는 평등해야 한다고 하는 상황인 거예요.그런 것들을 마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꼬깜]:토크쇼를 기획하며 신청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았는데, 민달팽이유니온에서도 이런 행사를 하면 참여가 적다고 하셨거든요. 그 이유를 뭐라고 보시나요?
[지수]: 사실세입자가 뭉치기 어려운 구조가 있는 상황에서 다음에 조심하는 게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여겨지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또 전세사기가 삶 전체를 흔드는 큰일이거든요. 그래서 외면하고 싶고, 나랑은 상관없으리라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집에서 겪는 고충들이 너무나 개인적이잖아요. 왜냐하면, 주소가 드러나고 소득수준도 짐작하게 되니까요.혹은 내가 노력해서 벗어나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고요. 왜 어디에 산다는 게 누구에겐 자랑하고 드러내고 싶어 안달이고, 누구에겐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조차 공개하고 싶지 않게 되는지 싶어요.
[꼬깜]:슬슬님은 피해 대응의 경험 속에서 그럼에도 제일 희망적이었던 게 무엇인가요?
[슬슬]:우선 그 상황에서 빠개지지 않고 잘 살아남았다는 거.일방적으로 누구를 탓하면서 끝내기 좋은 상황이었는데 그러지 않고 멋지게 해내고 있고.마음에 들어서 구한 집이었는데사기 피해를 겪고 나서 들어가기 싫은 공간이 되는 게 싫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셋이 작당하며 사는 유쾌함을 찾았어요.
[꼬깜]: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신축을 원해서, 공부를 안 해서 당했다 이런 식의 악성댓글이 많다고 들었어요. 이런 피해자에 대한 낙인, 특히 성별화된 낙인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수]: 사실 임대인은 세입자가 월세 두 달치만 밀려도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반대로세입자가 계약해지 요구를 하려면 보통 수준의 문제로는 안 돼요.내담자가 안전 문제 때문에집주인에게 방범창 설치를 요구했는데 거절당하고, 계약기간 동안 자비로 방범창 설치를 해놓고 나가겠다고 해도 거절당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는데, 그게 해지의 이유로 여겨지지 않아서 무력했던 사례가 있었어요.
이렇게안전에 대한 임대인의 의무가 법이나 제도로 없다 보니 비싼 돈을 내고라도 안전한 집을 찾게 되는데, 서울에 있는 신축 빌라들은 백이면 백 깡통이고요.다른 사례로 둘이서 3룸을 구하게 됐는데, 전세가가 4억 2천 9백이었거든요. 그런데 대출을 중개사가 해준다고 하니 갔는데, 뭔가 수상해서 다른 시중 은행 7곳을 돌아보니 대출이 다 거절된 거예요. 그래서 집 감정가를 몰래 따와 보니 3억인 거예요. 안전한 집이 필요해서 그런 집을 찾고자 했다는 이유로 1억 이상 부풀려진 집에 덜컥 들어가서 그 무게를 삶의 책임으로 짊어지게 될 뻔한 거죠.
이건국가가 임대차 시장에 나오는 물건과 그걸 이용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관리 행정이나 규제를 안 함으로써 그 피해가 열악한 주거에서 더 쉽게 취약해지거나 위험해지는 사람들에게 전가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꼬깜]: 안전에 대한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고, 그 방식으로 CCTV 방범창 있는 신축을 들어가고 그러면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는 곱절의 피해가 있는데 한편에선 ‘여자들은 새 것 찾느라 저렇게 됐다’라는 낙인이 있는 거죠.
[슬슬]: 구옥 들어가서 사고 생기면 왜 CCTV도 없는 집에 들어갔냐고 피해는 네 탓이라고 욕하는 댓글이 달리잖아요. 그냥 욕하고 싶어서 하는 것 같아요.
[꼬깜]:'모든 사기 피해는 평등하다'는 원희룡 장관의 발언에 대한 한마디를 사전 설문으로 받았는데요.
"부동산 투기 조장하고 방치하고, 주택규제 풀고 보증금 까지 대신 갚아주니 전세사기 나 같아도 하겠다. 나라가 기획한 거나 마찬가지니 사회적 재난이 아닐까? 응?"
"모든 범죄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부정한다면 국가의 존재이유는 사라집니다. 우리가 맺은 사회 계약이 무효가 되는 순간 당신의 목은 날아갈 것입니다. 진정으로 원하십니까?"
"이런 악순환의 굴레를 방기하는 사회가 곧 재난이겠죠. 별 군데에 다 평등 찾고 계시네. 아파트 광고는 '평등하지 않은 세상' 꿈꾼다는데 그럼 아파트 그거 평등하게 나눠보던가요"
"집값 안정, 전세사기 방지 등은 나라에서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원희룡 이 국토를 떠나라! 네가 사회적 재난이다."
"저는 집을 빌린 것뿐인데 제 돈을 누구마음대로 안 주는 건가요? 제도가 이상한 것 같아요. 사회가 잘못한 게 아니면 그게 뭔가요."
이런 주옥같은 말들이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가 반시장적인 정책을 만들어서 이렇게 됐다고 탓하기도 하는데. 윤석열 정부 주거 정책의 문제점을 어떻게 보시는지.
[지수]: (임대차 3법을 문제 원인으로 돌리는 말들이 많은데)임대차 3법으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들은 갭투기자들이에요.갭투기는 보증금을 제한없이 올리고 그 보증금으로 집을 더 늘려가면서 이루어지는 건데 임대차법으로 그 과정에 지연이 생기니까 거기에서 가장 많은 악성댓글이나 악담이 있곤 했고.실제로는 그나마 임대차 3법이 있었기 때문에, 전세가 더 심각하게 상승할 수 있던 위험을 잡았다는 게 수치상으로 나오고 있죠.
사실 전세사기의 가장 큰 재료는 세입자들의 보증금이잖아요. 그게 어떻게 생산됐냐면 대출을 통해 생산이 된 겁니다. 박근혜정부 때 이미 월세화가 시작됐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면서 전세가 주택가격을 견인해주는 역할이 있으니 국가가 대신 전세대출 보증을 서주는 제도가 열리기 시작하고요.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청년들이 갭투기의 주요 표적이 됩니다. 본인이 감당 가능한 수준 이상의 높은 보증금을 대출해주고 그건 동시에 그만큼은 집값을 올려도 되겠다는 요인이 되기도 했던 거예요. 이렇게 눈덩이를 굴려왔던 역대 정부들의 책임이 있고, 해결은 지금 정부가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관객 토크
이어진 관객 토크에서는 열악하고 관리되지 않은 집들의 문제, 세입자로서 겪은 부당한 일들의 경험, 끊이지 않고 해결되지 않는 전세 사기 피해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누어졌어요.
그런 가운데, 우리가 어떻게 이러한 문제와 싸울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불법점유 같은 방식으로 투쟁할 수는 없을까요?"
[슬슬]:민우회에는 성평등네트워크팀이 있고 기후위기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기후위기와 관련한 문제로 주거, 주택 개발 문제가 빠짐없이 나오거든요. 그러면서 모든 땅을 국가 소유로 해서 나누고 그걸로 재산을 증식하지 않는 사회를 상상하면서 해볼 수 있는 활동의 예시들이 나왔어요. 재개발하는 지역에 텐트를 치고 산다거나. 불법이라도 항의 차원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지수]: 불법 스쾃이라고 하더라고요. 제 로망이에요. 오늘 사실 빈활을 마치고 온 것인데, 부천 소사역 쪽 재개발 지역이 있는데 세입자 여덟 분이 제대로 된 대책이 없는 것에 반발하며 버티고 계시고 거기에 2박 3일 머물며 간담회며 이런저런 집회를 하고 왔거든요.여전히 용역깡패라고 하는 사람들이 사람을 때리고 내쫓고 하는 일들이 발생한단 말이에요. 그럼에도 승리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연대가 강할 때 가능하거든요. 어떤 형태로든 공간을 점유하는 투쟁은 강한 연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왜 한국에서 어렵냐면요. 베를린 이런 곳은 부동산 기업이 소유한 집에 개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한국은 임대인이 개인이고, 영세한 개인이 섞여있다보니까 개인적인 싸움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큰 거예요. 그런 개인화되어 사회적인 연대가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이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싶습니다.
[꼬깜]: 다들 세입자여서 (모이기)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잖아요. 이렇게 계속 이야기하고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이런 활동들이 우리에게 또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무리 액션
(사진8. 토크쇼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한 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단체사진. )
우리의 지속적인 연대와 투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토크쇼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마무리 액션으로, 전세사기 문제의 책임 있는 해결과 주거권 보장을 정부에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전세사기'는 정부 정책 실패다"
"집 걱정 없는 세상 좀 살아보자...!"
"모두의 주거권 국가가 보장하라!"
함께 외친 말들이 정부에 가닿도록 계속 연대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민우회도 모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윤석열정부 망국정치 업앤다운 토크쇼는 7월에도 이어질 예정인데요!
7월 27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꼭꼭 일정체크 해주시고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7월 토크쇼 홍보물 보기: https://www.womenlink.or.kr/notices/25082
2023년 6월 29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합정 카페 디어라이프에서 6월 업앤다운 토크쇼가 열렸습니다.
행사날 비가 주룩주룩 내렸는데요.
참여자들이 안전하게 찾아오실 수 있을지, 분위기가 너무 심란하진 않을지 걱정하며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이번 토크쇼의 주제인 집 문제에 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고 생각하면서요.
(사진1. 토크쇼 참여자가 접수대에서 등록을 하고 있다.)
걱정이 무색하게,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참여자 분들께서 속속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당일 현장 신청으로 함께해주신 분들도 계셨답니다.
(사진2. 윤석열정부의 주거정책에 관한 업앤다운 리포트 ③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 토크쇼 전경.)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윤석열정부의 주거정책에 관한 〈업앤다운 리포트③〉 (링크)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활동가 꼬깜의 사회로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가담자가 삼천 명에 피해자가 천팔백 명에 이르는 거대한 사회적 재난인 전세사기 문제를 어떻게 국가의 주거정책 측면에서 이해하고, 함께 대응해갈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토크쇼의 취지를 다시 한번 떠올리며 패널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패널 발표
(사진3,4. PPT를 띄퉈놓고 발표하고 있는 슬슬의 모습. )
첫 번째 패널인 슬슬님은 전세사기 피해당사자로서 경험을 나눠주셨어요.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집이 어떤 의미였는지, 사기 피해를 어떻게 인지하게 되었는지, 피해 과정을 돌이켜보고 함께 대응하며 느낀 임대차 계약과정의 문제와 정부 대책의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셨습니다.
[슬슬]
"밥도 같이 먹고 여행도 같이 다니는 가까운 동네 친구 두 명이 각자 보증금에 월세를 내고 살고 있으니, 그 돈을 합쳐 거실 있는 집을 구해보자고 했어요.셋 다 비혼 페미니스트이고, 혼자 살기보다 함께 살아가고 싶고,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고 독립하기 쉽지 않았던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 그렇게 셋이 가족을 꾸려서 같이 사는 부푼 꿈을 꿨죠.셋이니까 방은 3개 이상, 전세, 안전을 고려하여 신축으로, 강아지가 함께 살 수 있는. 이 조건들을 가지고 적당히 마음에 드는 집을 골라서 들어갔어요.”
“신축이니 하자 점검을 빠르게 해서 건축주에게 전달해야 해서 반상회를 열었어요. 그런데 그 중 13가구의 집주인이 같았고, 하자 보수 건을 집주인에게 알리려고 연락했더니 전화번호 결번인 상태였고, 이상하다 하며 검색해보니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이 있는데 가해자가 우리 집주인과 같은 이름인 상황을 겪게 된 거죠."
“한 사람이 3년 안에 집을 490채 소유하는 동안 왜 정부는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을까.내가 뭘 잘못한 걸까? 등기부등본 깨끗한 거 확인했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자책하며 되돌아보게 됐어요.입주하면 이자를 지원해준다, 옵션을 해준다, 멀쩡한 집이었으면 그런 혜택을 제안하지 않았을 텐데 당시에는 얼마 남지 않은 계약 건을 빨리 털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해서라는 그들의 설명을 납득했던 거죠. 그리고 그 집이 불법 증축이에요. 그런데불법 증축을 하는 것이 굉장히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황에서 그게 별 것 아닌 것처럼 설명했던 공인중개사의 말.대출 받기 어려우면 연계된 대출 상담사가 있다며분양사가 명함을 줬는데, 그건 괜찮은 곳이었을까? 모두 의심의 정황들로만 남았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카톡방에 들어가고, 피해자 모임을 만들고 피해 규모나 유형 조사가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에 조사 문항을 짰어요. 그리고 제안서를 피해자 카톡방에 올려보기도 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힘이 받아지진 않았어요. 당시 있었던 일들 중에 제일 화가 나는 건(공공기관) 어디에 전화하면 저희 담당 아니고, 어디에 전화하라 하고. 과마다 말을 다르게 하고, 그런 사례 들어본 적 없다고 말할 정도로 사태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일원화 된 정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때(2019년)와 2023년은 조금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원도 있고,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있고. 그러나 왜 여전히 또 반복되지? 라는 큰 분노가 있죠. 그때 혹은 이전에 있었던 문제제기에 따라 제도가 잘 만들어지고 정부가 대응했다면 피해가 반복되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문제제기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때 제가 처음 피해를 입고 해멨던 때보다는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 생각하며 지금처럼 계속 뭔가 자리가 있을 때 저의 이야기를 하거나 여러분과 나누는 시간들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5,6. PPT를 띄퉈놓고 발표하고 있는 지수의 모습. )
두 번째 패널인 지수님은 주거 문제에 대응하는 민달팽이유니온의 활동가로서 문제의 현황과 경험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현재 주택 시장과 정책의 문제가 무엇이고, 전세 사기는 어떤 사회적 환경 위에서 발생할 수 있었는지. 역대 정부의 주거정책 기조가 가진 한계가 무엇인지, 그 한계 위에서 권리로서 주거권을 어떻게 요구할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눠주셨습니다.
”우리가 보통 부동산 가서 집 볼 때 이 집의 건축물대장, 위반사항, 임대인의 빚, 세금체납 이런 거 누가 알려줍니까?‘다들 요새 이렇게 집 구해요.’ ‘임대인 없이 계약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임대인 돈 많아요. 그거 얼마 된다고 못 돌려주겠어요.’ ‘이 정도 빚 없는 집 없어요.’ 이런 말씀을 많이 들으세요. 그런데 그런 말들에 너무 오랜 세월 이 사회가 익숙해져 있어요.전세사기 피해는 뭘 모르던 사람이 당하는 게 아니라 알려고 해도 임대차 시장에서 관행적으로 용인되어왔던 문제 때문이에요."
“역대 모든 정부가 계속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판자촌 밀고 복지 없애고 그래왔던 겁니다. 그런데 이미 이 나라는 사람이 집보다 적어요.사람이 100명 있으면 집이 103개 있어서 남아도는 거예요. 그런데 그 집을 자기 것으로 소유한 사람은 60%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그 집은 다 어디 갔냐는 거죠. 그리고 그 집을 짓기 위해 쫓겨난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 같이 묻고 싶어요.”
“집이 삶의 격차를 벌리는 무언가가 되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안정을 위해 집을 갖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주의가 강해집니다.그리고 그 책임이 여성에 떠넘겨져요. 성차별적인 자본주의 시장구조에서 여성이 그나마 삶의 주도권, 가정에서 역할, 지위, 인정 등을 얻을 때 자가 소유라는 게 중요했던 거죠.그걸 실패하면 내조 못 한 것으로 취급하고, 성공해도 한편에서 복부인이라고 욕먹기도 하고.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런 식의 삶을 이어가야 하나? 호불호를 떠나 일단 불가능할 것 같아요. 성별임금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집값은 치솟는 상황에서요."
"'영끌 세대' 이야기할 때 순자산 4억 있는 사람들 청년이라고 내세우면서 최초로 집 갖는 사람들 돈 깎아줘야 해. 그런 말들을 했거든요. 그런데 당시 청년 1인 가구 중 75.1%가 저소득이었고, 계속 빚이 느는 이유는 보증금이었어요.그런데도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청년이 분양, 청약 노리고 있다면서 공공임대 줄이더니 종부세만 깎아주고, 주택을 또 공급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역대 정부, 지금 윤석열 정부가 강화하는 계속 집을 공급하고 개발해서 대출이나 투기 이익들을 양산하는 방식과 전세사기를 같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식으로 집값이 오르고 세입자가 많은 금액을 대출받고 거기서 갭투기로 깡통으로 집을 늘려가던 사람들이 잠깐 삐끗 했을 때 피해는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겁니다. 그 전세사기 피해조차 세입자 보증금 돌려주기 위해 임대인 대출 해줍시다, 국토부와 금융위에서 이런 정책을 구성하는 데에 쓰이고요.
패널 토크
발표에 이어 사회자 꼬깜, 슬슬, 지수님이 함께하는 패널 토크가 이어졌습니다.
(사진7. PPT 화면을 배경으로 꼬깜, 지수, 슬슬이 나란히 앉아있다. 슬슬이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고 있다. )
[꼬깜]:저희 토크쇼 제목이 UP&DOWN 토크쇼인데요. 윤석열 정부 들어서 내 삶에서 올라간 것과 내려간 것이 있다면?
[슬슬]: 올라간 것은 이자, 혈압. 떨어진 건 인류애?(웃음)이렇게 사기를 쉽게 전략적으로 조직적으로 칠 수 있는 상황, 정부도 나에게 사기치는 상황에서 DOWN을 느낍니다.
[지수]: UP은 화가 늘었고. DOWN은 윤석열정부에서공공임대주택 예산이 5조 7천억이 삭감됐거든요. 그게 돈으로도 너무 큰 규모인데그 돈을 통해 누군가 더 나은 집에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 거잖아요. 그게 가장 크게 느껴지는 DOWN입니다.
[꼬깜]:두 분 이야기 들으면서 자취집을 구하던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두 분의 첫 집 계약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지수]: 전봇대에 '하숙 여자 구함' 써 있는 전단지 똑 떼서 전화해서, 문 앞에 서서 집안을 쓱 보고 아래층 내려가서 메모장 같은 데다 이름, 학번, 엄마 이름, 엄마 전화번호 등을 쓰고 나눠가진 게 첫 계약이었어요.
[슬슬]:저는 계약서를 쓰긴 했는데 처음 써보니까 너무 떨렸지만,계약 많이 해본 사람처럼 쿨한 척, 아는 척했던 그때 저의 모습이 조망되고요.담배냄새가 많이 나는 오래된 원룸, 체리색 몰딩 그런 게 생각 나고.
[꼬깜]: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20대 여성으로서 물정 모를 거라는 게 중개인에게 너무 쉽게 노출되는데, 아닌 척 하는 거 있잖아요. 원가족과 떨어지는 게 20대 초반의 꿈이잖아요. 다 그렇진 않겠지만. 그러면서 처음 집을 구할 때 느꼈던 좌절이 있잖아요. (슬슬: 내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이 집이구나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저는 그때 비가 왔는데 비오는 반지하 수유동에서 울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비가 와서 잘됐던 것 같아요. 습한 걸 미리 확인하고.(웃음)
[꼬깜]:민달팽이유니온에선 주로 강의나 상담활동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하시면서 기억나는 사례나 최근 경향이 있다면요?
[지수]: 일단 피해 규모에 압도됩니다. 기업에 남는 사례가 있으려면 1년에 한 건 이래야 할 텐데 예를 들어 흔히 건축왕이라고 부르는 인천 미추홀구는 피해 주택이 2천 7백 채거든요.그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삶이다 보니 그 압도감이 너무 커요.
그래도 기억에 남는 사례는 이사 당일, 기존세입자의 보증금은 아직 돌려주지 않았고,새로운 세입자가 이사 오는 길에 임대인을 믿고 보증금을 보낸 상황에서 임대인이 그 둘의 보증금을 들고 도망간 거예요. 그러면 새로운 세입자는 집에 아직 입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 결정 신청을 못 해요.이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처음 그 이야길 들었을 때 둘이서 한 시간 동안 거리에 계속 서 있었어요. 어떡하지? 하면서.
또 원희룡이 장관이 된 이후 처음 열렸던 집회가 전세사기 피해자분들이 행진했던 집회입니다. 그때 원희룡 집 앞에서 피해자 분들이 다 소리치며 이야기 하고 마무리를 하고 흩어졌는데, 집을 못 가시는 거예요. 왜냐하면 너무 불안해서. 이 나라가 나를 피해자로 인정 안 해주면 어쩌지? 집에 가면 혼자고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고. 전세사기라고 해버리니까 사기가 아니면 보호가 안 되고, 사기라고 해봐야 모든 사기는 평등해야 한다고 하는 상황인 거예요.그런 것들을 마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꼬깜]:토크쇼를 기획하며 신청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았는데, 민달팽이유니온에서도 이런 행사를 하면 참여가 적다고 하셨거든요. 그 이유를 뭐라고 보시나요?
[지수]: 사실세입자가 뭉치기 어려운 구조가 있는 상황에서 다음에 조심하는 게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여겨지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또 전세사기가 삶 전체를 흔드는 큰일이거든요. 그래서 외면하고 싶고, 나랑은 상관없으리라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집에서 겪는 고충들이 너무나 개인적이잖아요. 왜냐하면, 주소가 드러나고 소득수준도 짐작하게 되니까요.혹은 내가 노력해서 벗어나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고요. 왜 어디에 산다는 게 누구에겐 자랑하고 드러내고 싶어 안달이고, 누구에겐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조차 공개하고 싶지 않게 되는지 싶어요.
[꼬깜]:슬슬님은 피해 대응의 경험 속에서 그럼에도 제일 희망적이었던 게 무엇인가요?
[슬슬]:우선 그 상황에서 빠개지지 않고 잘 살아남았다는 거.일방적으로 누구를 탓하면서 끝내기 좋은 상황이었는데 그러지 않고 멋지게 해내고 있고.마음에 들어서 구한 집이었는데사기 피해를 겪고 나서 들어가기 싫은 공간이 되는 게 싫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셋이 작당하며 사는 유쾌함을 찾았어요.
[꼬깜]: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신축을 원해서, 공부를 안 해서 당했다 이런 식의 악성댓글이 많다고 들었어요. 이런 피해자에 대한 낙인, 특히 성별화된 낙인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수]: 사실 임대인은 세입자가 월세 두 달치만 밀려도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반대로세입자가 계약해지 요구를 하려면 보통 수준의 문제로는 안 돼요.내담자가 안전 문제 때문에집주인에게 방범창 설치를 요구했는데 거절당하고, 계약기간 동안 자비로 방범창 설치를 해놓고 나가겠다고 해도 거절당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는데, 그게 해지의 이유로 여겨지지 않아서 무력했던 사례가 있었어요.
이렇게안전에 대한 임대인의 의무가 법이나 제도로 없다 보니 비싼 돈을 내고라도 안전한 집을 찾게 되는데, 서울에 있는 신축 빌라들은 백이면 백 깡통이고요.다른 사례로 둘이서 3룸을 구하게 됐는데, 전세가가 4억 2천 9백이었거든요. 그런데 대출을 중개사가 해준다고 하니 갔는데, 뭔가 수상해서 다른 시중 은행 7곳을 돌아보니 대출이 다 거절된 거예요. 그래서 집 감정가를 몰래 따와 보니 3억인 거예요. 안전한 집이 필요해서 그런 집을 찾고자 했다는 이유로 1억 이상 부풀려진 집에 덜컥 들어가서 그 무게를 삶의 책임으로 짊어지게 될 뻔한 거죠.
이건국가가 임대차 시장에 나오는 물건과 그걸 이용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관리 행정이나 규제를 안 함으로써 그 피해가 열악한 주거에서 더 쉽게 취약해지거나 위험해지는 사람들에게 전가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꼬깜]: 안전에 대한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고, 그 방식으로 CCTV 방범창 있는 신축을 들어가고 그러면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는 곱절의 피해가 있는데 한편에선 ‘여자들은 새 것 찾느라 저렇게 됐다’라는 낙인이 있는 거죠.
[슬슬]: 구옥 들어가서 사고 생기면 왜 CCTV도 없는 집에 들어갔냐고 피해는 네 탓이라고 욕하는 댓글이 달리잖아요. 그냥 욕하고 싶어서 하는 것 같아요.
[꼬깜]:'모든 사기 피해는 평등하다'는 원희룡 장관의 발언에 대한 한마디를 사전 설문으로 받았는데요.
"부동산 투기 조장하고 방치하고, 주택규제 풀고 보증금 까지 대신 갚아주니 전세사기 나 같아도 하겠다. 나라가 기획한 거나 마찬가지니 사회적 재난이 아닐까? 응?"
"모든 범죄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부정한다면 국가의 존재이유는 사라집니다. 우리가 맺은 사회 계약이 무효가 되는 순간 당신의 목은 날아갈 것입니다. 진정으로 원하십니까?"
"이런 악순환의 굴레를 방기하는 사회가 곧 재난이겠죠. 별 군데에 다 평등 찾고 계시네. 아파트 광고는 '평등하지 않은 세상' 꿈꾼다는데 그럼 아파트 그거 평등하게 나눠보던가요"
"집값 안정, 전세사기 방지 등은 나라에서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집을 빌린 것뿐인데 제 돈을 누구마음대로 안 주는 건가요? 제도가 이상한 것 같아요. 사회가 잘못한 게 아니면 그게 뭔가요."
[지수]: (임대차 3법을 문제 원인으로 돌리는 말들이 많은데)임대차 3법으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들은 갭투기자들이에요.갭투기는 보증금을 제한없이 올리고 그 보증금으로 집을 더 늘려가면서 이루어지는 건데 임대차법으로 그 과정에 지연이 생기니까 거기에서 가장 많은 악성댓글이나 악담이 있곤 했고.실제로는 그나마 임대차 3법이 있었기 때문에, 전세가 더 심각하게 상승할 수 있던 위험을 잡았다는 게 수치상으로 나오고 있죠.
사실 전세사기의 가장 큰 재료는 세입자들의 보증금이잖아요. 그게 어떻게 생산됐냐면 대출을 통해 생산이 된 겁니다. 박근혜정부 때 이미 월세화가 시작됐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면서 전세가 주택가격을 견인해주는 역할이 있으니 국가가 대신 전세대출 보증을 서주는 제도가 열리기 시작하고요.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청년들이 갭투기의 주요 표적이 됩니다. 본인이 감당 가능한 수준 이상의 높은 보증금을 대출해주고 그건 동시에 그만큼은 집값을 올려도 되겠다는 요인이 되기도 했던 거예요. 이렇게 눈덩이를 굴려왔던 역대 정부들의 책임이 있고, 해결은 지금 정부가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관객 토크
"한국에서는 불법점유 같은 방식으로 투쟁할 수는 없을까요?"
[슬슬]:민우회에는 성평등네트워크팀이 있고 기후위기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기후위기와 관련한 문제로 주거, 주택 개발 문제가 빠짐없이 나오거든요. 그러면서 모든 땅을 국가 소유로 해서 나누고 그걸로 재산을 증식하지 않는 사회를 상상하면서 해볼 수 있는 활동의 예시들이 나왔어요. 재개발하는 지역에 텐트를 치고 산다거나. 불법이라도 항의 차원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지수]: 불법 스쾃이라고 하더라고요. 제 로망이에요. 오늘 사실 빈활을 마치고 온 것인데, 부천 소사역 쪽 재개발 지역이 있는데 세입자 여덟 분이 제대로 된 대책이 없는 것에 반발하며 버티고 계시고 거기에 2박 3일 머물며 간담회며 이런저런 집회를 하고 왔거든요.여전히 용역깡패라고 하는 사람들이 사람을 때리고 내쫓고 하는 일들이 발생한단 말이에요. 그럼에도 승리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연대가 강할 때 가능하거든요. 어떤 형태로든 공간을 점유하는 투쟁은 강한 연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왜 한국에서 어렵냐면요. 베를린 이런 곳은 부동산 기업이 소유한 집에 개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한국은 임대인이 개인이고, 영세한 개인이 섞여있다보니까 개인적인 싸움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큰 거예요. 그런 개인화되어 사회적인 연대가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이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싶습니다.
[꼬깜]: 다들 세입자여서 (모이기)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잖아요. 이렇게 계속 이야기하고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이런 활동들이 우리에게 또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무리 액션
(사진8. 토크쇼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한 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단체사진. )
우리의 지속적인 연대와 투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토크쇼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마무리 액션으로, 전세사기 문제의 책임 있는 해결과 주거권 보장을 정부에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전세사기'는 정부 정책 실패다"
"집 걱정 없는 세상 좀 살아보자...!"
"모두의 주거권 국가가 보장하라!"
함께 외친 말들이 정부에 가닿도록 계속 연대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민우회도 모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윤석열정부 망국정치 업앤다운 토크쇼는 7월에도 이어질 예정인데요!
7월 27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꼭꼭 일정체크 해주시고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7월 토크쇼 홍보물 보기: https://www.womenlink.or.kr/notices/25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