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방문진은 공영방송을 파국으로 내모는 ‘섭정’을 포기하라
[성명] 방문진은 공영방송을 파국으로 내모는 ‘섭정’을 포기하라
MBC 방문진 다수 이사들이 MBC에 대한 정치 공작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12일 국감에서 “방문진의 경영 감독은 (MBC의) 편집·편성을 포함한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편성과 경영이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충분히 MBC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은 억지이고 뒤는 왜곡이다.
정상모 이사는 지난 7일 이사회 도중 기자회견을 갖고 방문진 다수 이사들의 ‘섭정’을 폭로했다. 지난 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의 뉴플랜 이행상황 보고를 들은 방문진 다수 이사들이 조치와 개혁 정도 비난, 프로그램 통폐합 요구, 과감한 조치, 단체 협약 개정, 특정 규정 마련 등 압박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협의 채용원칙, 국장책임제, 보직변경 등의 조항을 건드려 사실상 본부장 책임제를 제기하는 등 국장으로부터 실권을 빼앗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화방송 기자회도 12일 ‘방문진은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하지 말라’는 입장을 채택했다. 김광동 이사가 ‘시사매거진2580’ ‘뉴스후’ ‘PD수첩’ 등의 통폐합 등을 요구한 데 대해 “MBC의 경영 문제와 관련해 간섭하는 것도 방문진법의 범위를 넘어 수렴청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프로그램에 대한 간섭까지” 벌인다며 반발했다.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다수 이사들의 MBC 경영 및 프로그램 제작 간섭은 익히 예고된 일이었다.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의 행정기관이 된 시점부터, 정부와 다수당이 직접 통제하는 공영방송 이사회가 ‘공영방송 내부 감독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준해 작동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방문진 다수 이사들은 이사회 구성 초기 ‘엄기영 사장 퇴진’의 목소리를 높이다 여의치 않자 시간을 버는 쪽을 방향을 선회했고, 이윽고 엄기영 사장의 문화방송 뉴플랜 이행상황 보고를 지시했다. 이행상황 보고 지시 자체부터가 MBC 구성원들을 혼동과 혼란에 빠뜨린 것이었으며, 급기야 이사회 횟수가 더해지면서 편집.편성 문제까지 간섭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 ‘문화방송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정한 방송 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방문진 설립목적을 다시 확인하는 것은 이미 부질없어 보인다. 기본업무로 기술된 ‘문화방송의 경영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편집.편성까지 포함된다는 주장에는 이명박-최시중-김우룡으로 흐르는 정치권력의 방송 장악의 기운이 노골적으로 실려있다.
MBC 방문진법은 MBC 구성원들이 민주화 투쟁을 통해 만든 것으로, 형식에 있어 경영과 프로그램 제작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MBC 편성.제작 주체들은 지금까지 정치와 공영방송 간의 긴장 속에서도 양질의 사회비판적인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었고, 이는 방문진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공적 책임’의 근거로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었다. X파일, 황우석 사태, 한미FTA, 광우병 쇠고기 등과 관련한 방송 컨텐츠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진실과 정의, 삶의 질을 위해 방송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방송할 때 시민들이 박수를 쳐주는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들이었다.
경영에 편성과 편집까지 포함된다는 오만을 부리는 김우룡 이사장과 방문진 다수 이사들에게 묻는다. 경영에 편성과 편집까지 포함된다고 하자. 방송장악에 혈안이 된 방문진 다수 이사들이 지금과 같은 정신과 마인드를 가진 이상 지금까지 MBC가 수행해온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 책임에 부합하는 방송 컨텐츠를 하나라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일이며 삼척동자도 고개를 저을 일이다.
섭정이라는 해괴망측한 유령이 MBC 사옥을 휘감고 있다. 공영방송 MBC를 정권 연장의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방문진 다수 이사들의 쿠데타를 시민사회는 결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않을 것이다.
2009년 10월 12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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