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이병순 연임을 위한 막장 개편을 규탄한다
-‘시사360’폐지, 시사기획‘쌈’명칭 변경, 김제동 퇴출의 야만을 중단하라
이병순 씨가 KBS 사장 자리를 찬탈한 지 1년이 지났다. 도덕성도 정통성도 없었다. 이병순 사장은 이명박-최시중-이병순으로 이어지는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 그 꼭두각시 놀음이었을 뿐이요, 사실상 쿠데타였다. 그 결과 지금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최소한의 근거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지금 KBS를 앞에 두고 방송의 자유와 독립, 방송의 공적 책임, 시청자의 권익 보호, 민주적 여론형성과 같은 방송의 기본적인 가치 따위는 거론 자체가 우스꽝스런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시사교양프로그램을 만들던 제작자들을 경향각지로 쫓아냈다. 9시뉴스는 국정홍보방송으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이 정도로 이병순 사장의 욕심을 채우지 못했다. 사장이라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충성, 더 많은 실적이 필요했다. 더 이상 손 댈 곳이 없어보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하나 남아 유지되어온 시사보도프로그램 ‘시사360’을 마지막 제물로 삼았다. ‘쌈’이라는 명칭에도 시비를 걸었다. 마침내 개별 방송인 퇴출 작전까지 감행했다. 날선 칼에 맞은 김제동 씨는 마지막 ‘스타골든벨’ 녹화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이병순 사장, 그는 공영방송의 구성원이 아니었다. 공영방송의 공적 가치를 파괴하기 위해 파견된 청부사장일 뿐이었다. 이병순 사장은 권력을 찬탈한 후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드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피디들이 약자를 배려하는 치우친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위법인가 적법인가 여부”라고도 했다. “사안의 본질보다 현상이 중요하다”는 말조차 서슴없이 내뱉었다. ‘시사360’에게 ‘팔도명물360’을 강요하더니 급기야 ‘세상은 지금’을 신설해버렸다. 이 와중에 애꿎은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철퇴를 맞았다. 기자와 피디의 존재 이유를 말살했다.
시민의 눈에 비친 ‘시사360’은 물러터진 프로그램이었다. ‘시사360’ 제작자들이 자기 검열과 싸워가며,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켜가며 힘들게 어렵게 만들어왔다고는 하지만, 동 시간대 시청률 1,2위를 다툴만큼 의미 있었다고는 하지만 시민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턱도 없었다. 부정과 불합리, 거짓과 허위의 곳곳을 파헤치며 권력과 자본에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내뿜었던 과거 시사보도프로그램과는 이미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이마저, 이 연성의 물러터진 프로그램마저 방송장악의 재단위에 올려져, 이병순 사장의 야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연임을 위한 제물로 쓰여질 운명을 맞았다.
김제동 씨의 ‘스타골든벨’ 퇴출은 야만이다.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고 한다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병순 사장과 KBS는 아무 것도 밝히지 않았다. 이번 가을 프로그램 개편과 편성 과정을 이해하고 있는 KBS 구성원을 만나볼 수가 없다. 이사회에조차 개편과 편성의 원칙과 과정을 보고하지 않았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떤 방송인이든 가차없이 정리할 수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든 자를 수 있다는 이병순 사장의 무력시위라고밖에 할 수 없다. 공영방송의 마지막 남은 공적 요소의 싹쓸이, KBS 사장 선출 한 달을 앞둔 이병순 사장의 막판 승부수인 것이다.
우리는 ‘시사360’ 폐지와 ‘쌈’의 명칭 변경, 그리고 김제동 씨의 퇴출의 야만을 목도한다. 공영방송을 유린하는 이병순 사장의 폭압에 전율하며, 솟구치는 분노를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되었음을 밝힌다. 우리는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공영방송 KBS의 운명을 이병순 사장의 손아귀에서 휘둘리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시기가 온 듯하다. 이병순 사장이 공영방송 KBS를 궤멸하기 전에 시민사회가 KBS의 숨통을 거머쥐고 그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이것은 말뿐인 경고가 아니다.
2009년 10월 14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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