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선거 교훈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인상 강행하나
[논평] 선거 교훈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인상 강행하나
6.2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전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청와대는 충청과 강원 전패, 경남 텃밭 붕괴, 수도권 고전 등의 투표 결과가 나오자 침통한 분위기라고 전해졌다. 15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에서 확인되듯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4대강, 세종시, 천안함 조치 등 국정에 대해 시민들은 투표를 통해 의사를 보여주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부 집권 3년차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한나라당의 독주와 폭압의 정치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회와 지방의회, 중앙정부를 장악한 데다 사법부와 선관위도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시민들은 지방선거 시기 직접적인 쟁점이 된 4대강, 세종시, 천안함 조치 등에 대해 심판한 것이지만, 집권 이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폭력적 관철과 방송장악을 보며 느낀 분노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방선거 결과에서 확인된 시민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집권 중후반기 구상을 포기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7월28일 보궐선거를 제외하면 임기 말까지 큰 선거가 없다는 인식하에 일부 개각과 함께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 추진, 개헌 등 국정 드라이브를 강행할 전망이다. 이 구상에는 미디어구조 재편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신료 인상 강행 시나리오도 포함돼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까지 공영방송의 정치적 장악으로 방송의 공적 기능을 해체하는 한편, 1국(관)영-다민영 체제로의 미디어구조 개편을 위한 법개정 추진으로 미디어 부문을 벌집 쑤셔놓듯 했다. 미디어공공성을 획기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광고시장 완전경쟁, 종편 허용 등 산업과 경쟁 위주의 미디어 환경을 정착한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배제된 채 전개된 집권여당의 미디어 정책은 불법으로 치달았고, 결국 작년 7월22일 국회에서의 폭거와 10월29일 헌재의 모순된 판결로 이어졌다. 방통위는 방송법과 시행령의 불법 논란을 외면하는 가운데 연내 종편 사업자 선정을 강제하고 있으며, 종편 사업자의 진출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특혜와 광고시장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KBS는 오는 6월9일 수신료 인상안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6월14일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며, 이사회는 6월24일 경 표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KBS가 수신료 금액과 근거를 어떻게 제시할 지는 지켜봐야 하나, 인상분과 함께 KBS2 광고 비율을 조정해 종편 진출을 보장하려 한다는 점에서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 집권여당으로서는 여기까지 완료해야 신방겸영의 시나리오, 즉 조중동이 방송을 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접을 때가 되었다. 거듭 확인컨대 시민들은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독주와 폭압의 정치에 반대하는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집권여당이 선거 결과에 담긴 국민여론을 고려한다면 지금껏 해온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국정운영을 하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의와 합의의 배제 속에 종편에 건내주는 수신료 인상을 강행할 것인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일 생각인지를 묻고 싶다.
2010년 6월 3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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