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반성폭력[기자회견문] 디지털성폭력 삭제요청 유출사태, 피해촬영물 유포와 다름없다. 구글은 피해를 확산시킨 책임을 다하라.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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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폭력 삭제요청 유출사태, 피해촬영물 유포와 다름없다. 

구글은 피해를 확산시킨 책임을 다하라.


지난 9월 8일, 언론사 보도를 통해 구글과 협약을 맺고 있는 한 연구 기관의 프로젝트 사이트에 디지털 성폭력 피해 당사자와, 정부 기관의 삭제 요청이 게시되어 온 사실이 밝혀졌다. 게시된 정보에는 피해자의 이름, 연락처, 거주국, 삭제를 요청하는 촬영물에 대한 설명, 촬영물이 게시된 사이트, 삭제를 요청하는 피해자의 메시지 등 다수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었다. 구글은 위와 같은 피해자의 정보를 그대로 협업 연구 기관에 전달했고, 연구 기관에서는 이 정보들을 누구나 검색해 접근하고 심지어 활용까지 가능한 기관 공식 사이트에 게시했다.


구글의 정보를 전달받은 연구 기관은 온라인 공간 내 삭제 요청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설립되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촬영물을 삭제하고자 하는 피해자의 요청을 다른 저작권 등의 삭제 요청과 동일하 게 취급하고, 분별없이 게시한 것은 이 과정을 경유한 모든 주체가 온라인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는 사실만을 보여준다.


삭제 요청 정보의 유출은 피해촬영물 유포와 다름없다. 온라인 젠더 기반 폭력이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이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작동하며, 이 낙인은 촬영물만이 아니라 피해자라는 정보 자체로도 구성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피해촬영물이 온라인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여성들에게  ‘내 촬영물 역시 유포될 수 있다’라는 불안이 야기되는 것처럼, 삭제 요청 정보의 유포 역시 자신의 삭제 요청 정보가 다른 기관에 제공되고, 또다시 유포될 수도 있다는 불안을 낳는다.


피해촬영물 삭제는 피해자가 가장 절박하게 원하는 최소한의 조치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촬영물을 구글에 검색하고, 검색 결과에 따라 대응 과정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광범한 온라인 공간에 피해가 얼마나 확산되고 있는지 가늠하는 척도로 구글을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글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서 온라인 젠더 기반 폭력 피해촬영물 삭제 요청과 그에 대한 처리에 막대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구글은 삭제 요청에 포함된 피해자의 여러 정보를 유출했고, 유출 사실을 신속히 파악하지 못했으며, 유출된 정보는 한국인 피해자에 한해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은 지 13일 만에야 삭제됐다. 이는 피해촬영물을 삭제할 권한을 가진 플랫폼으로서 책임을 유기한 명백한 과실이다.


게다가 구글은 이번 유출에 대해 원칙적으로 ‘민감 정보 공유 금지 원칙’을 시행하고 있으나, 사람의 실수로 유출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글에 제출되는 수많은 삭제 요청 중 그 ‘민감’한 정보를 가려내는 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정보가 민감하지 않다고 여겨져 협업 기관에 전달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이 구글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적극 대응해야 한다. 성평등가족부는 구글 고발을 검토 중이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국제기구와 협력해 추가 피해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 정부로서 해야 할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방미심위는 ㄹ사이트에 유포된 삭제요청 중 BJ 피해자의 삭제 요청 유출 건에 대해서는 차단 심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는 추후 철회되었지만, 결정 자체로도 한국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를 다루는 관점과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법제는 ‘음란한 이미지’를 동의 없이 생성, 유포 등을 한 행위를 디지털 성범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이미지 생성, 유포 등에 동의를 철회할 권리는 보장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스스로 ‘음란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여성의 피해는 피해로 보지 않겠다는 유구한 ‘피해자다움’의 반복이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 기업인 구글은 이미 디지털 성폭력의 외연을 크게 확장해 온 역사가 있다. 그럼에도 피해자의 삭제 요청을 안전하게 보호하기는커녕 피해자의 각종 정보를 외부에 공개되도록 한 이번 사태에 대해 구글은 명확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구글은 삭제 요청 유출 사태의 명확한 경위를 밝히고 대책을 발표하라. 예외적인 실수라는 변명이나 석 줄짜리 사과가 아닌 제대로 된 답변이 필요하다. 아직 파악하지 못한 유출이 더 있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전수조사하고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 발표하라. 여전히 노출되어 있는 다른 국가의 삭제 요청에 대해서도 신속한 대책 마련하라.
  2. 빅테크 플랫폼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라. 막대한 영향력으로 피해촬영물을 유통하는 플랫폼으로서, 온라인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관점 자체를 재편해야 한다. 피해촬영물을 저작권과 변별성 없이 다루는 구글의 근본적 관점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태는 이어질 것이다.
  3. 삭제 프로세스 전면 개편하라. 여전히 피해자들은 구글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경유하는 비동의 유포에 고통받고 있다. 기업의 영리적 이익이 아닌 피해자의 회복과 권리의 관점에서, 피해자가 비동의 유포에 대한 삭제를 기약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지지부진한 삭제 프로세스 전면 개편하라. 
  4. 대한민국 정부는 구글 유출 사태 엄중히 대응하라. 나아가 피해자가 이미지 생성과 유포, 소지 등에 동의를 철회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한국의 디지털성범죄 대응 정책을 제고하라.


2026년 9월 14일 

구글 디지털성폭력 삭제요청 유출 사태를 규탄하는 36개 단체 일동  

(사)경남여성회 경남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가족과성건강아동청소년상담소, 간호사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NURSING FEMI, 경기자주여성연대,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동서울여성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법무법인 혜석, 분당여성회, 사단법인 대구여성의전화,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서울여성회,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수원여성회, 언니들의병원놀이, 이레성폭력상담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여성공감, 전국여성연대, 정치하는엄마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진보당 여성위원회, 진보대학생넷,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탁틴내일, 포항여성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사회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 행복누리 목포여성상담센터 전남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총 36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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