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가사노동자도 노동자다! 시대를 역행하는 차별, 상병수당 배제 중단하라!
정부가 2027년 상병수당 본사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설계는 시작부터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밀어낼 것인지의 문제를 드러낸다. 65세 이상 노동자를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 그리고 근로기준법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으로 인해 애초에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 자체가 봉쇄되어 있는 가사노동자들이 구조적으로 제외된다. 우리는 오늘 이 이중, 삼중의 배제를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고령 여성 노동자인 가사노동자
국내 돌봄·가사 노동자 중 여성은 94.1%에 이른다. 60대가 42.6%로 가장 많고, 65세 이상도 28.2%에 달한다. 가사노동자는 평생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키우고, 노인을 부양하며 사회적 재생산을 떠받쳐 왔다. 지금도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
왜 고령 여성은 계속 일하는가
고령 여성노동자는 노후소득이 충분하지 않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 여성의 월평균 수급액은 남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수급률도 여성이 남성보다 낮다(남성 55.4%, 여성 41%).
이 격차는 우연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격차와 고용 불안정, 그리고 사회보장 보호체계의 제도화된 차별이 고스란히 연금수급에서 성별 격차로 이어진다. 여성이 육아와 돌봄을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거나 불안정·저임금·비공식 고용에 머물러 온 결과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이 격차의 72.5%가 개인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불평등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평생 돌보는 일을 하고, 사회적 돌봄(안전망)에서 배제 당했다.
무급으로든 유급으로든, 여성 그리고 가사노동자는 평생 돌보는 일을 해왔다. 우리 사회의 재생산은 즉, 다음 세대를 길러내고 아픈 이를 돌보고 노쇠한 이를 부양하는 일은 이들의 노동에 빚지고 있다. 사회는 가사노동자에게 돌봄을 의존하면서도 정작 그 노동자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회구조적 모순이자 제도적 기만이다. 그 기만의 핵심 축이 바로 근로기준법 제11조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이다. 가사노동자는 애초에 고용보험·산재보험에 가입할 길조차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문제를 시정하기는커녕,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 도입에서 가사사용인과 65세 이상을 제외함으로써 차별의 겹을 더 높이 쌓으려고 하고 있다.
일하다 다쳐도, 아파도 가사노동자는 방치되었다.
2021년 「가사근로자 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 법은 정부 인증기관에 고용된 가사근로자에게만 적용되며, 그 수는 전체 가사노동자의 1~2%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여전히 근로기준법상 '가사사용인'으로 분류되어 노동자 인정도 받지 못한 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조차 안된다.
가사노동자는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어도 아무런 보상이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상병수당의 문 앞에서 차별과 배제의 설움이 짙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사회보장은 꾸준히 확대되어 왔지만, 가사노동자에게 그 발전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가사노동자는 늘 그 바깥에 남겨져 왔다. 제도가 확대될수록, 오히려 그 바깥에 서 있는 가사노동자의 배제와 차별은 더욱 선명해진다. 기존의 제도적 배제가 새로운 배제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된다.
국제 사회도 이미 차별 시정의 답을 내렸다.
대한민국이 1990년 비준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은 '공정하고 우호적인 근로조건 및 사회보장 권리'가 가사노동자에게도 차별없이 주어져야할 권리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2017년 대한민국 정기 보고 최종견해에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전 분야에 확대 적용할 것'을 촉구하고 가사노동자에도 '저하되지 않은 수준의 노동권'을 법적으로 보호하도록 시정을 권고했다.
대한민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차별협약(C.111) 전문가위원회는 “여성이 다수인 산업이나 직종을 노동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간접차별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유럽사법재판소는 2022년 스페인의 가사노동자 실업급여 적용 제외를 간접차별로 판단했다.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분야를 노동법과 사회보장체계에서 배제하는 것이 성별에 기반한 간접차별이라는 인식은 이미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소득은 선진국을 향해 가면서, 여성이 대다수인 가사노동은 여전히 법 밖에 방치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와 유사한 인구 규모의 고소득 국가들은 이미 대부분 가사노동자(개인/가정고용 포함)를 노동권의 주체로 인정하고 사회보장을 적용하고 있다(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우리의 요구
국가는 가사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확대해야 할 책무를 지닌 주체다. 그러나 그 책무를 다하기는커녕,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70년 넘게 이어진 차별을 그대로 방치한 채 상병수당이라는 새로운 사회보장 제도에서마저 이들을 밀어내려 하고 있다.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차별이며, 우리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65세 이상 노동자도 노동자다. 정부는 나이를 이유로 한 상병수당 배제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65세 이상 노동자에게도 상병수당을 지급하라!
하나, 가사노동자 상병수당 차별을 즉각 중단하라! 다양한 취업 증명자료를 인정하라!
하나, 모든 노동관계법에서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을 즉각 삭제하라! 4대 보험 가입 봉쇄당한 것도 서러운데, 상병수당까지 배제할 셈인가.
하나, 정부는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권고 및 국제노동기구 차별금지 의무를 이행하여 가사노동자에게 다른 노동자와 동등한 노동법적·사회보장적 권리를 보장하라.
가사노동자도 노동자다. 우리는 오늘의 이 자리를 시작으로, 모든 가사노동자가 온전한 노동자로 인정받고 동등한 사회보장을 누리는 그날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 2026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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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가사노동자 노동권 보장 연대(준)
한국노총 가사·돌봄 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사)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노동자권리연구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국YWCA연합회, 수원여성회, 대구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사)경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수원여성노동자회
[기자회견문] 가사노동자도 노동자다! 시대를 역행하는 차별, 상병수당 배제 중단하라!
정부가 2027년 상병수당 본사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설계는 시작부터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밀어낼 것인지의 문제를 드러낸다. 65세 이상 노동자를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 그리고 근로기준법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으로 인해 애초에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 자체가 봉쇄되어 있는 가사노동자들이 구조적으로 제외된다. 우리는 오늘 이 이중, 삼중의 배제를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고령 여성 노동자인 가사노동자
국내 돌봄·가사 노동자 중 여성은 94.1%에 이른다. 60대가 42.6%로 가장 많고, 65세 이상도 28.2%에 달한다. 가사노동자는 평생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키우고, 노인을 부양하며 사회적 재생산을 떠받쳐 왔다. 지금도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
왜 고령 여성은 계속 일하는가
고령 여성노동자는 노후소득이 충분하지 않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 여성의 월평균 수급액은 남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수급률도 여성이 남성보다 낮다(남성 55.4%, 여성 41%).
이 격차는 우연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격차와 고용 불안정, 그리고 사회보장 보호체계의 제도화된 차별이 고스란히 연금수급에서 성별 격차로 이어진다. 여성이 육아와 돌봄을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거나 불안정·저임금·비공식 고용에 머물러 온 결과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이 격차의 72.5%가 개인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불평등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평생 돌보는 일을 하고, 사회적 돌봄(안전망)에서 배제 당했다.
무급으로든 유급으로든, 여성 그리고 가사노동자는 평생 돌보는 일을 해왔다. 우리 사회의 재생산은 즉, 다음 세대를 길러내고 아픈 이를 돌보고 노쇠한 이를 부양하는 일은 이들의 노동에 빚지고 있다. 사회는 가사노동자에게 돌봄을 의존하면서도 정작 그 노동자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회구조적 모순이자 제도적 기만이다. 그 기만의 핵심 축이 바로 근로기준법 제11조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이다. 가사노동자는 애초에 고용보험·산재보험에 가입할 길조차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문제를 시정하기는커녕,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 도입에서 가사사용인과 65세 이상을 제외함으로써 차별의 겹을 더 높이 쌓으려고 하고 있다.
일하다 다쳐도, 아파도 가사노동자는 방치되었다.
2021년 「가사근로자 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 법은 정부 인증기관에 고용된 가사근로자에게만 적용되며, 그 수는 전체 가사노동자의 1~2%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여전히 근로기준법상 '가사사용인'으로 분류되어 노동자 인정도 받지 못한 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조차 안된다.
가사노동자는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어도 아무런 보상이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상병수당의 문 앞에서 차별과 배제의 설움이 짙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사회보장은 꾸준히 확대되어 왔지만, 가사노동자에게 그 발전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가사노동자는 늘 그 바깥에 남겨져 왔다. 제도가 확대될수록, 오히려 그 바깥에 서 있는 가사노동자의 배제와 차별은 더욱 선명해진다. 기존의 제도적 배제가 새로운 배제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된다.
국제 사회도 이미 차별 시정의 답을 내렸다.
대한민국이 1990년 비준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은 '공정하고 우호적인 근로조건 및 사회보장 권리'가 가사노동자에게도 차별없이 주어져야할 권리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2017년 대한민국 정기 보고 최종견해에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전 분야에 확대 적용할 것'을 촉구하고 가사노동자에도 '저하되지 않은 수준의 노동권'을 법적으로 보호하도록 시정을 권고했다.
대한민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차별협약(C.111) 전문가위원회는 “여성이 다수인 산업이나 직종을 노동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간접차별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유럽사법재판소는 2022년 스페인의 가사노동자 실업급여 적용 제외를 간접차별로 판단했다.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분야를 노동법과 사회보장체계에서 배제하는 것이 성별에 기반한 간접차별이라는 인식은 이미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소득은 선진국을 향해 가면서, 여성이 대다수인 가사노동은 여전히 법 밖에 방치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와 유사한 인구 규모의 고소득 국가들은 이미 대부분 가사노동자(개인/가정고용 포함)를 노동권의 주체로 인정하고 사회보장을 적용하고 있다(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우리의 요구
국가는 가사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확대해야 할 책무를 지닌 주체다. 그러나 그 책무를 다하기는커녕,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70년 넘게 이어진 차별을 그대로 방치한 채 상병수당이라는 새로운 사회보장 제도에서마저 이들을 밀어내려 하고 있다.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차별이며, 우리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65세 이상 노동자도 노동자다. 정부는 나이를 이유로 한 상병수당 배제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65세 이상 노동자에게도 상병수당을 지급하라!
하나, 가사노동자 상병수당 차별을 즉각 중단하라! 다양한 취업 증명자료를 인정하라!
하나, 모든 노동관계법에서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을 즉각 삭제하라! 4대 보험 가입 봉쇄당한 것도 서러운데, 상병수당까지 배제할 셈인가.
하나, 정부는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권고 및 국제노동기구 차별금지 의무를 이행하여 가사노동자에게 다른 노동자와 동등한 노동법적·사회보장적 권리를 보장하라.
가사노동자도 노동자다. 우리는 오늘의 이 자리를 시작으로, 모든 가사노동자가 온전한 노동자로 인정받고 동등한 사회보장을 누리는 그날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한국노총 가사·돌봄 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사)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노동자권리연구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국YWCA연합회, 수원여성회, 대구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사)경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수원여성노동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