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 더불어민주당 언론특별위원회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하여
○ 일시 : 2025년 11월 5일 오전10시
○ 장소 : 참여연대 아름드리홀(2층)
○ 사회 : 이지은(참여연대)
○ 발표
-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전체적 문제점_손지원(오픈넷)
-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_김동찬(언론개혁시민연대)
-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포함된 ‘혐오와 폭력 선동’을 바라보는 시선_랑희(인권운동공간 활)
- 유럽의 DSA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_오병일(디지털정의네트워크)
○ 공동주최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미디어기독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오픈넷,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기조발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문제점
: 최민희 의원 대표발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손지원(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오픈넷 자문위원)
1. “허위(조작)정보 근절, 징벌”을 외치는 사회는 과연 민주적인가
모든 법이 그러하듯, 일명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입법목적은 일응 타당하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고, 접하고, 사회를 움직이는 대부분의 정보들은 진실임이 명백히 입증된 정보보다는, 아직 진실인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혹은 입증할 수 없는 정보들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정보들은 ‘허위’로 프레임 씌워질 수 있고, 모든 발화자들은 징벌의 칼날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즉, “허위(조작)정보 근절, 징벌” 기조는 사회의 모든 발화(자)와,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민주적 공론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2. 허위정보,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은 적절한가
법안은 허위정보,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을 신설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불법정보와 허위정보를 구분하고 “허위정보”는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를 의미하고 “허위조작정보”란 “허위정보 중 유통될 경우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정보”를 의미한다. 둘을 구분한 이유부터 ‘조작’을 포함한 개념에 왜 ‘타인의 법익 침해’를 요건으로 넣은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 “풍자와 패러디는 제외한다”는 단서 규정 역시, ‘풍자’, ‘패러디’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해당 정보가 이에 해당할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도 상대적이고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설픈 규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일부가 허위라도 허위정보로 보아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대상이 될 수 있게 하는 것도 위험하다. 현재 판례는 표현 내용 중 일부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나 과장이 있더라도,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내용의 주요 부분이 진실이라면 전체적으로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고 면책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는데, 이 규정으로 인해 내용 중 일부의 허위성을 이유로도 정보 전체가 검열되거나 허위정보를 유통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질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3. 표현 행위에 대한 특수한 손해배상제도 신설 - 언론, 표현의 자유 후진국 선언?
본 법안은 한마디로 민사 손해배상제도의 일반원칙을 벗어나 원고(표현대상)에게 유리하고 피고(표현주체)에게 불리한 소송당사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특수한 손해배상제도를 예정하고 있다. 손해액 증명이 안 되어도 법원에서 5천만원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고,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인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인 ‘타인을 해할 의도’ 추정 규정으로 인해 많은 경우 입증책임이 사실상 전환되어 피고가 타인을 해할 의도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대상은 “게재자 가운데 정보게재수, 구독자수, 조회수 등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서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다. “게재자”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여 정보통신망에 직접 제작하거나 선별한 정보를 게재해 유통하는 자”를 말하는데, “선별한 정보를 게재, 유통하는 자”도 포함하기 때문에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아도 다른 콘텐츠를 부분 편집, 공유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또한 법적으로 “업으로”라 함은 반복성, 계속성에 초점이 있어, 언론사는 물론이고 사실상 모든 SNS나 콘텐츠 플랫폼에서 일정 수준의 구독률을 보유한 채널, 계정의 운영자들은 모두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온라인 인플루언서 뿐만이 아니다. 제44조의10 제4항에서는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타인을 해할 의도로 공표한 자는 비록 정보통신망을 통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제3항과 동일한 책임이 있다. 다만, 공표한 자에게 공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공표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될 것임을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해당할 것임을 감안하면, 모든 오프라인 공표자, 제보자 등 모든 발화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피해자의 손해액만큼의 보상, 즉, ‘전보배상’이 민사 손해배상의 원칙인 나라에서, 이렇듯 표현행위(정보 유통 행위)에만 특수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 표현행위를 다른 행위보다 더욱 엄중하게 규율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곧 ‘표현 엄벌주의’, 즉, 표현행위를 하나의 거대한 위험물로 취급하여 표현행위에 대한 주의의무와 책임을 가중시킨다는 기조를 천명하는 것이다. ‘표현’이란 것이 위험물이 되어버린 만큼 시민들과 언론은 표현행위를 두려워하게 되고 자기검열을 심화시킬 것이며 이로써 자유로워야 할 민주주의 공론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곧 유엔 등 국제사회와 시민사회가 오래전부터 언론, 표현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반대해온 근본적인 이유다.
4. “타인을 해할 의도” 추정 규정의 문제점
법안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인 “타인을 해할 의도”를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 게재자가 사실의 근거로 인용한 자료를 「민사소송법」 제347조에 따른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도 불구하고 제출하지 않는 경우 2. 이미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판명되어 형사처벌 또는 손해배상이 이루어졌던 내용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유통한 경우 3.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정보도가 이루어졌던 내용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유통한 경우 4. 소가 제기된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기 전 1년 동안 다른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 유통이 2회 이상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경우 5. 기술되거나 진술된 본문 또는 전체 내용에는 없는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제목 또는 자막으로 강조한 경우 6.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전후하여 피해자 또는 이해관계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인사조치 또는 부당한 정책조치를 요구한 경우 7.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의 유통 전에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피해자의 입장이나 의견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다만, 피해자가 불응한 경우는 제외한다) 8. 소가 제기된 법인 또는 단체의 피용자에게 고의와 타인을 해할 의도가 있었음이 인정되는 경우 |
제2호, 제3호의 ‘유사성’은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자의적으로 해석될 위험이 높다. 제7호의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도 마찬가지다.
또한 제7호 ‘피해자의 입장이나 의견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 역시, 대부분의 발화의 대상은 유명인, 공인일 것인데, 대형 언론이 아닌 일반인 게재자들은 이들에게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불리한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소가 제기된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기 전 1년 동안 다른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 유통이 2회 이상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경우”를 규정한 제4호가 제일 문제적이다. 과거에 유통한 정보의 내용은 본 소송의 대상인 정보의 유통에 있어 ‘그 당사자를 해할 의도’가 있었는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이 규정으로 인해 원고가 피고가 1년 간 유통했던 모든 정보의 내용을 검토해서 그 중 2건 이상을 불법정보 또는 허위정보라 주장하면, 피고는 본 소송과는 무관한 과거 정보들의 불법성, 허위성 여부를 해당 소송에서 다투고, 법원이 이를 판정해야 하는 매우 부당하고 소모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제8호에서 타인을 해할 의도를 가진 자가 해당 정보를 제작, 유통한 당사자가 아닌 법인 또는 단체의 모든 ‘피용자’를 대상으로 규정한 것도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5. 허위정보 뿐만 아니라 모든 불법정보도 징벌 대상
또 중요한 것은 이 법안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과징금 부과 대상 등으로 허위정보 뿐만 아니라 ‘불법정보’를 함께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7 제1항의 불법정보 규정은 다음과 같다.
1.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ㆍ판매ㆍ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4.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 5.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정보 6.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6의2. 이 법 또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내용의 정보 6의3. 총포ㆍ화약류(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물건을 포함한다)를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설계도 등의 정보 6의4.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마약류의 사용, 제조, 매매 또는 매매의 알선 등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7.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 8.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9.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11 |
즉,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판단되는 정보, 청소년유해정보, 혹은 제9호에서 “그밖에 범죄 목적, 교사, 방조 정보”를 규정함에 따라 모욕죄, 업무방해죄, 저작권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판단될 수 있는 정보들을 유통한 경우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 부과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6.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아니라 “언론, 표현의 자유 위축법”이다.
본 법안은 ‘언론 개혁’을 떠나 미디어 활동을 하는 전 국민을 강력 규제, 개혁 대상으로 만들었다. 본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진영을 막론하고 언론과 유튜버들을 상대로 한 불법, 허위정보 시비와 손해배상청구 등의 소송전은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언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임은 자명하다. 바이든-날리면 보도 사건 1심 판결 후 이를 계속 주장하는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사실만 보아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제도는 최악의 집권자가 나타났을 때를 상정하고 설계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명분만 앞세워 어설픈 규제 강화 법안을 졸속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제도의 부작용과 국제사회, 시민사회의 우려를 숙고하여 법안을 전면 재검토하길 바란다
기자간담회 자료집 전문 읽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 더불어민주당 언론특별위원회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하여
○ 일시 : 2025년 11월 5일 오전10시
○ 장소 : 참여연대 아름드리홀(2층)
○ 사회 : 이지은(참여연대)
○ 발표
-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전체적 문제점_손지원(오픈넷)
-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_김동찬(언론개혁시민연대)
-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포함된 ‘혐오와 폭력 선동’을 바라보는 시선_랑희(인권운동공간 활)
- 유럽의 DSA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_오병일(디지털정의네트워크)
○ 공동주최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미디어기독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오픈넷,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기조발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문제점
: 최민희 의원 대표발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손지원(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오픈넷 자문위원)
1. “허위(조작)정보 근절, 징벌”을 외치는 사회는 과연 민주적인가
모든 법이 그러하듯, 일명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입법목적은 일응 타당하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고, 접하고, 사회를 움직이는 대부분의 정보들은 진실임이 명백히 입증된 정보보다는, 아직 진실인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혹은 입증할 수 없는 정보들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정보들은 ‘허위’로 프레임 씌워질 수 있고, 모든 발화자들은 징벌의 칼날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즉, “허위(조작)정보 근절, 징벌” 기조는 사회의 모든 발화(자)와,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민주적 공론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2. 허위정보,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은 적절한가
법안은 허위정보,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을 신설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불법정보와 허위정보를 구분하고 “허위정보”는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를 의미하고 “허위조작정보”란 “허위정보 중 유통될 경우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정보”를 의미한다. 둘을 구분한 이유부터 ‘조작’을 포함한 개념에 왜 ‘타인의 법익 침해’를 요건으로 넣은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 “풍자와 패러디는 제외한다”는 단서 규정 역시, ‘풍자’, ‘패러디’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해당 정보가 이에 해당할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도 상대적이고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설픈 규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일부가 허위라도 허위정보로 보아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대상이 될 수 있게 하는 것도 위험하다. 현재 판례는 표현 내용 중 일부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나 과장이 있더라도,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내용의 주요 부분이 진실이라면 전체적으로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고 면책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는데, 이 규정으로 인해 내용 중 일부의 허위성을 이유로도 정보 전체가 검열되거나 허위정보를 유통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질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3. 표현 행위에 대한 특수한 손해배상제도 신설 - 언론, 표현의 자유 후진국 선언?
본 법안은 한마디로 민사 손해배상제도의 일반원칙을 벗어나 원고(표현대상)에게 유리하고 피고(표현주체)에게 불리한 소송당사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특수한 손해배상제도를 예정하고 있다. 손해액 증명이 안 되어도 법원에서 5천만원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고,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인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인 ‘타인을 해할 의도’ 추정 규정으로 인해 많은 경우 입증책임이 사실상 전환되어 피고가 타인을 해할 의도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대상은 “게재자 가운데 정보게재수, 구독자수, 조회수 등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서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다. “게재자”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여 정보통신망에 직접 제작하거나 선별한 정보를 게재해 유통하는 자”를 말하는데, “선별한 정보를 게재, 유통하는 자”도 포함하기 때문에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아도 다른 콘텐츠를 부분 편집, 공유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또한 법적으로 “업으로”라 함은 반복성, 계속성에 초점이 있어, 언론사는 물론이고 사실상 모든 SNS나 콘텐츠 플랫폼에서 일정 수준의 구독률을 보유한 채널, 계정의 운영자들은 모두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온라인 인플루언서 뿐만이 아니다. 제44조의10 제4항에서는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타인을 해할 의도로 공표한 자는 비록 정보통신망을 통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제3항과 동일한 책임이 있다. 다만, 공표한 자에게 공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공표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될 것임을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해당할 것임을 감안하면, 모든 오프라인 공표자, 제보자 등 모든 발화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피해자의 손해액만큼의 보상, 즉, ‘전보배상’이 민사 손해배상의 원칙인 나라에서, 이렇듯 표현행위(정보 유통 행위)에만 특수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 표현행위를 다른 행위보다 더욱 엄중하게 규율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곧 ‘표현 엄벌주의’, 즉, 표현행위를 하나의 거대한 위험물로 취급하여 표현행위에 대한 주의의무와 책임을 가중시킨다는 기조를 천명하는 것이다. ‘표현’이란 것이 위험물이 되어버린 만큼 시민들과 언론은 표현행위를 두려워하게 되고 자기검열을 심화시킬 것이며 이로써 자유로워야 할 민주주의 공론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곧 유엔 등 국제사회와 시민사회가 오래전부터 언론, 표현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반대해온 근본적인 이유다.
4. “타인을 해할 의도” 추정 규정의 문제점
법안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인 “타인을 해할 의도”를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 게재자가 사실의 근거로 인용한 자료를 「민사소송법」 제347조에 따른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도 불구하고 제출하지 않는 경우
2. 이미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판명되어 형사처벌 또는 손해배상이 이루어졌던 내용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유통한 경우
3.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정보도가 이루어졌던 내용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유통한 경우
4. 소가 제기된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기 전 1년 동안 다른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 유통이 2회 이상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경우
5. 기술되거나 진술된 본문 또는 전체 내용에는 없는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제목 또는 자막으로 강조한 경우
6.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전후하여 피해자 또는 이해관계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인사조치 또는 부당한 정책조치를 요구한 경우
7.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의 유통 전에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피해자의 입장이나 의견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다만, 피해자가 불응한 경우는 제외한다)
8. 소가 제기된 법인 또는 단체의 피용자에게 고의와 타인을 해할 의도가 있었음이 인정되는 경우
제2호, 제3호의 ‘유사성’은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자의적으로 해석될 위험이 높다. 제7호의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도 마찬가지다.
또한 제7호 ‘피해자의 입장이나 의견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 역시, 대부분의 발화의 대상은 유명인, 공인일 것인데, 대형 언론이 아닌 일반인 게재자들은 이들에게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불리한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소가 제기된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기 전 1년 동안 다른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 유통이 2회 이상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경우”를 규정한 제4호가 제일 문제적이다. 과거에 유통한 정보의 내용은 본 소송의 대상인 정보의 유통에 있어 ‘그 당사자를 해할 의도’가 있었는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이 규정으로 인해 원고가 피고가 1년 간 유통했던 모든 정보의 내용을 검토해서 그 중 2건 이상을 불법정보 또는 허위정보라 주장하면, 피고는 본 소송과는 무관한 과거 정보들의 불법성, 허위성 여부를 해당 소송에서 다투고, 법원이 이를 판정해야 하는 매우 부당하고 소모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제8호에서 타인을 해할 의도를 가진 자가 해당 정보를 제작, 유통한 당사자가 아닌 법인 또는 단체의 모든 ‘피용자’를 대상으로 규정한 것도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5. 허위정보 뿐만 아니라 모든 불법정보도 징벌 대상
또 중요한 것은 이 법안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과징금 부과 대상 등으로 허위정보 뿐만 아니라 ‘불법정보’를 함께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7 제1항의 불법정보 규정은 다음과 같다.
1.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ㆍ판매ㆍ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4.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
5.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정보
6.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6의2. 이 법 또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내용의 정보
6의3. 총포ㆍ화약류(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물건을 포함한다)를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설계도 등의 정보
6의4.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마약류의 사용, 제조, 매매 또는 매매의 알선 등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7.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
8.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9.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11
즉,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판단되는 정보, 청소년유해정보, 혹은 제9호에서 “그밖에 범죄 목적, 교사, 방조 정보”를 규정함에 따라 모욕죄, 업무방해죄, 저작권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판단될 수 있는 정보들을 유통한 경우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 부과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6.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아니라 “언론, 표현의 자유 위축법”이다.
본 법안은 ‘언론 개혁’을 떠나 미디어 활동을 하는 전 국민을 강력 규제, 개혁 대상으로 만들었다. 본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진영을 막론하고 언론과 유튜버들을 상대로 한 불법, 허위정보 시비와 손해배상청구 등의 소송전은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언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임은 자명하다. 바이든-날리면 보도 사건 1심 판결 후 이를 계속 주장하는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사실만 보아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제도는 최악의 집권자가 나타났을 때를 상정하고 설계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명분만 앞세워 어설픈 규제 강화 법안을 졸속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제도의 부작용과 국제사회, 시민사회의 우려를 숙고하여 법안을 전면 재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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