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사회현안[입장] 성평등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연합정치시민회의의 위성정당 참여 사태에 부쳐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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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성평등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연합정치시민회의의 위성정당 참여 사태에 부쳐

 

 

지난 21대에 이어 22대 총선에 또다시 비례위성정당이 출현하여 정당득표율대로 국회 의석을 배분하여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사회 인사들이 ‘연합정치시민회의’라는 이름으로 더불어민주당과 협력하여 위성정당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통합형 비례정당이라고 주장했으나 당명은 ‘더불어민주연합’으로 정해졌다.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개혁과제인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유로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를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탈락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반윤석열’이라는 구호 아래, 거대 양당 중심 기득권 정치의 종식이라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치제도 개혁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정작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정치와 사회라는 지향을 잃은 것은 아닌지 자성의 질문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간 시민사회는 표심이 국회 의석에 반영되어 다양한 얼굴과 의제가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서, 비례의석수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위성정당을 창당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 시민사회는 강력히 비판했다. 이를 뒤집으며 위성정당에 적극 결탁하는 것이 과연 ‘정권심판론’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일시적인 전략인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이후 총선에서는 위성정당이 당연한 기본값이 될 게 뻔하다. 퇴행을 초래하는 정부를 막기 위해 ‘퇴행적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사회개혁을 외치는 시민사회의 전략이 될 수는 없다.

 

연합정치시민회의의 행보는 일부 시민사회 인사들에 의해 주도되었으나, 마치 시민사회 전반이 동의하는 것처럼 과잉대표되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속해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여성단체연합 역시 소속 단체들과 충분히 숙고하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연합정치시민회의 참여 여부가 소수에 의해 결정되고 추진되었다. 정권심판이라는 목표에 급급하여 거대 야당과 연합하여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방식이 시민사회의 정치 참여로 적절한지, 사회개혁과 성평등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인지 토론할 기회조차 만들지 않은 패착을 깊게 성찰해야할 것이다.

 

연합정치시민회의가 불러일으킨 22대 총선의 결과를 우리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정권심판론’과 ‘정권안정론’의 대결로 점철된 총선에서 성평등은 온데간데없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워 당선된 윤석열 정부가 자행한 민주주의 퇴행의 핵심에는 성평등 민주주의가 있다. 성평등 민주주의의 회복 없이는 정권심판도 없다. 시민사회의 역할은 의회 권력을 거머 쥐기 위한 기득권 정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다. 거대 양당과 고소득·고학력·중년 남성 중심의 국회를 여성·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얼굴과 의제가 살아숨쉬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로 바꿔내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시민단체의 일부이자 대중여성운동단체로서 앞으로도 한국여성민우회는 성평등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에 대한 거리두기를 통한 비판을 이어갈 것이며 여성, 시민들의 목소리를 견인하는 역할을 다할 것이다.

 

2024년 4월 3일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