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다이어리📧]〈함여〉편집부가 졸라서 쓰는 탐조 다이어리🐥🪺


〈함여〉편집부가 졸라서 쓰는
탐조 다이어리🐥🪺  





🐦‍⬛ 엘리

책, 영화, 드라마 등 온갖 콘텐츠를 좋아하고

탐조, 책, 달리기, 풋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내향인




이 계절에 흔하게 들리는 새소리는 꾀꼬리 울음소리이고, 쉽게 볼 수 있는 새 중 하나는 파랑새다. 탐조를 시작하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던 것들이다. 내 주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구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지는 관심을 기울여야 알 수 있다. 관심을 기울이는 일 중에 가장 간단한 것이 직접 보며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다. 김하나, 황선우 작가님이 쓰신 〈퀸즐랜드 자매로드〉에서 김하나 작가님은 ‘코알라의 귀여움은 실제로 보지 않으면 설명이 안된다. 이 귀여움이 사라지지 않도록 무엇이든 하겠다’라는 다짐을 한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직접 보는 것 만으로 대상에 대한 사랑이 깊어진다. 

식물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식물이 있는 장소에 가기만 하면 되지만 탐조는 새가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어야 한다. 새 울음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나뭇잎의 움직임을 살피며 나뭇잎 속에 숨어있는 새를 찾아내는 일은 보물찾기와 같다. 집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할 수만 있다면 보물찾기를 시작할 수 있다. 



탐조 클럽🔭 


내가 참여하는 탐조 클럽은 은평구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이드 선생님을 모시고 일요일 아침에 모인다. 나는 작년 8월에 시작해서 총 8번의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을 시작할 때 어느 산을 주로 가는지 자기소개를 하고 두 시간 정도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새를 기다리는 시간을 가진다. 몇 번 보다 보니 익숙해진 얼굴도 있지만 대부분 낯선 사람들과 친절한 모임을 한다.



(▲ 이미지: 숲 속에서 여섯 명의 사람들이 쌍안경을 들고 탐조를 하고 있는 사진)



탐조 클럽 참석 일기🖊️ 


2024년 8월 4일 8시 신사근린공원

첫 탐조에서 꾀꼬리와 파랑새를 보았다. 이날의 행운으로 탐조를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급한 내 성미와는 다르게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 장소에서 오래 머무는 시간이 첫날엔 답답했다. 신사근린공원 초입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기다려 준 꾀꼬리에게 정말 감사하다. 


(▲ 이미지: 나무에 앉은 꾀꼬리를 아래에서 찍은 사진 ⓒ봉산생태조사단) 

(▲ 이미지: 나뭇가지 끝에 앉은 파랑새 사진  ⓒ봉산생태조사단)


2024년 12월 25일 9시 봉산

크리스마스에 탐조하는 행사는 전 세계적인 전통이 있는 문화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탐조가 매년 계속되기를 바란다. 


2025년 2월 2일 9시 안양천 

탐조 중 가장 많은 새를 만난 날이다. 안양천에서 본 온갖 오리 중 쇠오리가 너무 귀엽고 예뻤다. 천변 길가 수풀과 나무에서 메트로놈처럼 꼬리를 움직이던 힝둥새가 인상적이었고 밀화부리가 나무에 핀 것을 보았다. 


(▲ 이미지: 새들이 있는 안양천 전경 사진)

(▲ 이미지: 나무에 핀 밀화부리 사진)


2025년 5월 25일 9시 백련산 

백련산은 관리가 덜해서 새들이 살기 좋은 숲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많은 새를 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새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는 물과 먹이와 나무라고 한다. 다듬어진 산에는 물웅덩이도 사라지고 새들이 숨을 덤불도 없어진다. 죽은 나무도 그냥 두어야 새들이 먹이도 얻고, 지저분한 덤불도 우거져 있어야 새가 안전하게 숨을 곳을 갖게 된다.



탐조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 


『한국의 새 』라는 책을 탐조 모임의 선배님들은 모두 가지고 있었다. 쌍안경은 가이드 선생님이 8x34 배율을 추천해 주셔서 구입했다. 최근에 탐조에 미친 탐정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렇게 사건 현장이 되어버렸다〉라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았는데 주인공은 새 목록을 들고 다니면서 새로운 새를 볼 때마다 목록에 체크를 했다. 주인공을 따라 종추(자기가 본 새 리스트에 새로운 종의 새를 추가하는 것)를 해보자.



탐조를 하며 변한 것 🪶 🚶 


처음으로 박새와 쇠박새를 구별했을 때 탐조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았다. 이름 모를 풀꽃은 개망초, 구절초가 되고 그저 산새들의 울음소리는 꾀꼬리 소리, 청딱따구리 소리로 바뀌는 순간이 행복하다. 세상의 작고 여린 것들을 기억하고 이름을 알아주는 것은 보통의 일상에 행복을 끌어오는 일이다. 종종 혼자서 동네 뒷산에 오른다. 여러 명이 오를 때보다 새들은 더 쉬이 자신을 보여준다. 천천히 산길을 걷다 보면 이제는 자주 보아 익숙해진 박새나 곤줄박이를 만나기도 하고, 가끔은 꾀꼬리나 뻐꾸기를 만난다. 산책에 있어서도 목표에만 집중하던 나는 이제는 아주 느린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뒷산 둥지에 포란 중인 되지빠귀와 인공 새집에 알을 낳고 키우는 박새도 관찰하고 있다.

탐조로 알게 된 하나는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둘 때 자연에게도 그리고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도 이롭다는 것이다. 부러진 나뭇가지도 말라 우거진 지저분한 덤불도 물이 질벅거리는 웅덩이도 모두 새들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깔끔한 숲길을 위해 덤불을 정리하면 뱁새들이 머물 곳이 사라지고, 웅덩이를 없애면 새들이 마실 물과 목욕 자리가 없어진다. 까치집이 있던 높은 나무를 베어내면 까치집을 재활용하던 파랑새, 새호리기가 번식할 곳이 사라진다. 서울에 최초로  러브버그가 집단 발생한 봉산은 다양한 수종이 자라고 있던 곳의 삼림을 베어버리고 단일 수종인 편백나무 숲을 조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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