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


🙋최경화(소피아)

발달장애 자녀를 35년째 돌보며
마을 연결 코디네이터이자 사부작 활동가

 


“요즘 마을에 차니가 안 보여요!”😮


이 질문으로부터 사부작이 시작되었습니다. 마포 성미산마을에 있는 대안학교를 졸업한 차니가 마을에서 보이지 않자 마을주민 하나가 궁금해하기 시작한 거예요. 짐작하셨겠지만 차니는 저의 아들이 맞습니다. 마침 발달장애인이 졸업 후에 지역에서 더욱 고립되는 현실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던 마을 주민 다섯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셋을 포함해서요.

“차니는 쿠키 굽고 우린 뜨개질해서 마을 카페에서 팔아볼까?”

혼자서는 풀 수 없던 고민을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또 새로운 일을 벌인다는 것이 그저 좋았던 우리는 웃고 떠들며 수다를 풀어 놓았어요. 수다가 깊어지며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이 이웃과 같이 놀고 일하면 좋겠어.”

“청년들이 마을 구석구석 싸돌아다니면 좋겠어.”

“우리가 발달장애 청년들과 마을을 연결하는 허브를 만들자!”

2017년, 이렇게 마을에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이란 단체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생각했던 ‘발달장애 청년들이 이웃과 만나 동네 친구가 되고 안부를 묻는 일상’이, 마을에서 경계 없이 서로를 돌보는 돌봄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때입니다.

 

따르릉~~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전화가 왔어요!☎️


마을 안에서 이웃들과 같이 훌라를 추고 그림을 그리고 밥을 나누며 촘촘한 관계망을 짜 가던 우리에게, 2025년 여름 민우회로부터 반가운 제안이 찾아온 겁니다. 민우회는 사부작과 같은 마을에 있는 강력한 페미니스트 단체이고 사무실은 불과 200m도 안 되는 거리에 있어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은 3개년 프로젝트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에서 ‘크로쓰 워크숍’을 진행 중이었는데요. 함께서봄, 노들장애인야학, 그리고 사부작의 활동가들을 초대해 돌봄과 몸이 교차될 때 드는 고민들을 나누었습니다. ‘돌봄×몸에 ◯◯◯은 필요 없다’는 선언문을 작성하고 발표할 때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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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025년 진행된 '돌봄워크숍 난잡하게 크로쓰: 몸X돌봄'에서 모둠 토론 내용을 발표하는 소피아.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발달장애 청년들이 마을을 활보하며 관계 맺고 확장하는 일상을 우리는 ‘사부작 운동’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요. 크로쓰 워크숍을 함께하며 사부작 운동은 ‘돌봄’이고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 사랑’이란 생각에 가슴이 뛰었답니다.

 

“돌봄은 둠칫둠칫” 우리의 연결이 세상을 바꿀거야!😄


크로쓰 워크숍으로 시작된 민우회의 연결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사부작은 가을에 열린 돌봄 전시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의 공동 기획단체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부작은 여력이 되지 않아 못하겠다고 했지만, 같이 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멋진 과정이었어요. (민우회의 연결력은 대단합니다!)

청소년, 퀴어, 몸(질병권+장애권), 반빈곤 범주 관련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한 워크숍 기록들이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의 시선과 만나 실제로 전시장에 펼쳐지는 과정은 경이로웠어요. 무엇보다도 환대와 존중을 바탕으로, 누구도 배제되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고민한 전시에서 ‘돌봄’은 다정하지만 서로 연결되면 강력해지는 ‘힘’을 느끼게 했죠.

하이라이트는 단연 네트워킹 파티였습니다. 노들장애인야학의 ‘노들 에스쁘와’와 사부작의 자랑인 이웃과 청년들의 훌라동아리 '선샤인아놀드훌라' 공연이 있었습니다. 돌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겁고 심각한 분위기를 단숨에 깨뜨리며, 모두가 몸을 들썩이고 환대하는 춤의 연대를 만들어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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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전시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의 오프닝 파티 ‘돌봄은 둠칫둠칫’에서 선보인 선샤인아놀드훌라의 공연 모습. 


전시장에서 토크쇼가 진행되는 동안 사부작 사람들은 대부분 전시장 입구에 있었어요. 어떤 이는 그곳에서 연신 춤을 추고, 어떤 이는 계속해서 다음 일정을 확인하고, 누군가는 전시장 안에서 토크가 진행되는 동안 연신 “가지!”를 외쳤지요. 돌봄 토크쇼 패널로 무대에 앉아있던 가지는 항상 그렇듯 “안녕하세요, 피아노!”로 화답하고요.

어쩜! 그날도 어김없이 우리의 존재와 움직임만으로도 전시 공간은 뜨겁게 차올랐어요. 좀 더 집중하고 듣고 싶을 만큼 좋았던 토크쇼였지만, 그 공간에 함께하고 싶어 울퉁불퉁 행사를 견뎌내는 역동적인 돌봄의 경험! 계획대로 매끈하게 진행되지 않았어도 그곳의 참여자들은 모두 한 마음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연결될수록 신나고 강하다!”

 

마을마다 사부작, ‘1동 1사부작 조례’로!📝


이 뜨거운 연결력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사부작은 발달장애 청년이 마을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1동 1사부작 조례 제정'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어요. 마을의 발달장애 청년들에게는 물리적인 보호 시설이 아니라 이들을 환대하고 연결하는 사부작과 같은 ‘관계의 거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부작이 마을마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지난 5월, 민우회에서 다시 연락이 온 거예요. 망원역에서 돌봄 캠페인(“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을 진행하는데 ‘1동 1사부작 조례’ 제정 서명을 콜라보로 진행하자고요. 전화를 받고 민우회의 페미니스트 이웃들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망원역의 콜라보 돌봄 캠페인도 역시나 사부작 청년들과 함께하니 참여자 모두가 유쾌, 상쾌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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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026년 6월 25일 망원역에서 민우회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캠페인과 사부작 ‘1동 1사부작 조례’ 제정 서명 운동을 함께 진행하는 모습. 


혼자서는 막막하고 외로운 돌봄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끝내 고립되지 않겠다는 다짐. 그것이 바로 우리가 경험한 ‘페미파워-연결력’이 아닐까요? 사부작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마을 구석구석을 돌봄의 생태계로 물들여 나가려 합니다.

“우리의 돌봄은 분명, 세상을 바꾸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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