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를 대비해야 할 삶의 방법 :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캠페인에 나서자

◆남윤인순 (한국여성민우회 재정 감사, 시민정치행동‘내가꿈꾸는나라’준비위원)

몇 년 전만 해도 봄에 내리는 눈은 뉴스거리였으나 이제는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기후변화를 확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이제 인간 맘대로 자연을 활용하는 사회가 아니라, 자연재난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위험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지진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고, 원전 폭발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최고의 재난인 셈이다.

그동안 여성운동에서는 돌봄의 위기와 생태의 위기에 주목하면서 위험사회를 예고해왔다. 돌봄의 위기 대응은 성 평등한 가족문화와 복지정책을 요구해 왔지만 이명박 보수정권은 가족 안에서 위기를 해결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생태 위기는 주로 4대강 개발 반대운동으로 집약되었으나 토건세력과 이명박 정부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고 강행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정책을 요구하고 정책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면서 크게 무력감을 느꼈다. 정치체제에 대한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무력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시민들은 민주화된 공간에서 정치를 정치사회에 맡겨놓고 일상의 경쟁에서 허덕이고 있고, 시민사회단체들은 분야별로 분화되어 대변형 활동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하면서 정치적인 활동을 기획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정치가 문제다’라는 인식엔 공감했으나 보수가 판을 지배하는 정치구도를 바꿔내는 종합적인 기획이 부재했다. 생각해보면 지난 3년간 이명박 정부가 사고 치면 그것에 대응하기 바빴던 것이다. 다행히 지난 지방선거에서 연합정치가 형성되고 친환경무상급식이 유권자의 호응을 받으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 숨 쉴 틈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제 정치사회에서 물러나 있던 시민들이 다시 정치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정치세력 하부토대를 보면 반공보수세력과 호남세력+친노세력, 노동조합세력 정도이다. 지난 20여 년간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성장했으나 탈정치화된 시민, 여성, 촛불, 지식인 등이 정치의 하부토대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면 정치사회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갖지 않으면 우리는 위험사회에서 힘없는 개인으로 삶을 마감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시민국가 만드는 운동을 해보자는 것이다. 이념적 진보가 아닌 생활 진보의 풍부한 내용을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 내고, 이를 수렴할 수 있는 시민지도자가 정치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는 지역에서 시민의회, 지방시민정부를 만드는 꿈을 갖고 지금부터 시작해 보는 거다. ‘내가꿈꾸는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역커뮤니티를 만들고 참여하자는 것이다. ‘내가꿈꾸는ㅇㅇ’를 형성하기 위해 커피파티 방식으로 만나면서 정치를 소재로 수다도 떨고 교육을 하고, 지역에 문제가 생기면 서명하고 청원하고 연대하는 활동이다. 일상에서 생기는 많은 문제를 정치와 연계하고 행동하자는 것이다.

당장 정당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시민정당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당장 그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정당법도 달라져야 하고 기존의 개혁, 진보 정당들이 교통정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바라건대 4월 보궐선거 이후에 진보, 개혁을 표방하는 정당이 일부는 통합되었으면 좋겠다. 2012년 총선, 대선은 통합과 연대를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이 바라는 정책요구를 드러내고 수렴해서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는 적극적인 유권자운동도 벌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위험사회를 극복하는 길은 대안운동과 대변운동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치가 문제다’라는 것에 공감한다면 당장 삶이 고단하더라도 정치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중 날개로 펴서 날아야 한다.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만나는 시민들은 일상도 바쁘지만 정치적인 민감성이 높다. 정치적인 욕구는 있는데 정당에 가입하기 싫은 시민들과 정치적 대화를 하고 정치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예를 들어 ‘민우회가꿈꾸는고양시’를 만들어서 회원과 시민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여성정치학교도 열고, 국공립보육시설 확충하는 서명운동도 벌여 보는 거다. 이제 시민정치행동‘내가꿈꾸는나라’가 만들어지면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활동이 소통되고 연대하는 기반이 구축될 것이다.

물고기가 모여 커다란 고래가 되는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