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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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페미니즘 콘텐츠란 무엇일까요? ‘우영우’ 부터 ‘헤어질 결심’까지
(2022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줄기 빛 영업팀 상반기 결산) 2022년의 절반이 훌쩍 지난 7월 어느 날!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 줄기 빛 영업팀 멤버들이 민우회에 모였습니다. 바로바로 상반기 콘텐츠 결산을 하기 위해서 새벽바람, 나타샤, 시언, 해일, 수다, 아믛, 보라, 단호박, 윤소, 영지가 만난 건데요. (마음으로 함께한 첼시, 밤톨, 감자, 제로, 하나도 있어요~) 상반기 결산에서는 무엇을 했을까요? 영업팀 멤버들이 보았던 콘텐츠 중에서 페미니스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그 외에 평소에 어떤 콘텐츠를 보았는지, 이 콘텐츠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ppt 순서 이미지) 2022년 상반기,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나섰던 영업팀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먼저, 페미니즘적 요소가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상반기에 내가 본 콘텐츠 목록] 작성 후 키워드와 함께 공유하고 각자의 취향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영업팀의 상반기 콘텐츠 모아보기) 단호박 : 저는 이어즈&이어즈, 소년심판, 나의 해방일지, 세자매, 닷페이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유튜브 등을 재밌게 즐겨봤고 그래서 키워드 하나는 ‘사회문제’이고요. 또, 지정생존자, 우연과 상상, 고요의 바다 , 귀신친구를 재밌게 봐서 ‘상상’도 키워드로 정해봤어요. 보라 : 제 키워드는 ‘여성캐릭터’, ‘실용성’이에요.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스물다섯 스물하나], [옷소매 붉은 끝동], [멜로가 체질]처럼 매력적인 여성캐릭터가 나올 때 그리고 그들간의 관계성이 재밌을 때 몰입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운동이나 인테리어, 요리처럼 실용성 있는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많이 봐요. 수다 : 제 키워드는 ‘다양성’입니다. 저는 주로 TV콘텐츠를 보는데요. 다양한 여성상을 응원하는 마음이에요. [붉은 단심]의 경우에 여성캐릭터를 역사와 다르게 그리는 걸 흥미롭게 봤고, [옷소매 붉은 끝동]은 덕임이의 역할을 부각시켜서 열심히 봤고 [나의 해방일지]의 여성캐릭터들에 열광했어요. 해일: 제 키워드는 ‘생산적’, ‘사랑 이외의 소재’인 것 같아요. 저는 한국 콘텐츠를 보면 너무 사랑얘기만 해서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더라고요. 제일 추천하고 싶은 건 미국 드라마 [석세션]인데요. 재벌가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회사를 형제 넷 중에 누가 상속할지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 중 셋이 아들인데 치고 받고 싸운다기보다는 블랙코미디라서 재밌어요. 윤소 : 저의 키워드는 ‘음식’과 ‘범죄’와 ‘마침내’입니다. [선술집 바가지], [심야식당], [오늘 밤은 코노지에서], [고독한 미식가]를 봤고요. 근데 여성이 메인 주인공인 건 참 없다는 걸 경향 속에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최근엔 [맛있는 녀석들]이 출연자 3명이 남성, 2명이 여성이 되어서 그 출연자 구성을 계기로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마인드헌터], [CSI], [마인드헌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같은 수사물을 볼 땐 ‘역시 여자만 죽는 군’이런 생각을 해요. 그리고 마침내는 아시다시피 [헤어질 결심]이고요. 별점 5점을 준 영화였습니다. 시언 : 저는 사실 리스트 만드는 숙제를 해오지 않은 사람인데요. 이렇게 가끔 실패하는 여성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네요(웃음) 저는 여성 주인공이나 여성 감독이라고 해서 여성서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키워드를 ‘침투’와 ‘확장’으로 잡아봤어요. 여성서사가 딱 어떤 것이다라고 정의하기 보다는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실천이 아닐까 싶어요. 재미있게 본 콘텐츠는 유튜브 [해쭈] 채널인데요. 그녀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행복하달까? 그래서 좋더라고요. 나타샤 : 제가 상반기에 인상깊게 본 [강구바이 카티아와디]는 인도의 실화 이야기이더라고요. 사귀던 남자에게 속아서 성판매 여성이 된 주인공이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인거에요. 인도에서 이런 영화가 나오다니 감탄하면서 ‘투쟁’과 ‘독립’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봤어요. 새벽바람 : 저는 드라마 중에선 [계단]이라는 8부작 중국 드라마를 추천하고 싶어요. 여성 주인공이 폭발 사고에서 회귀를 하면서 모두를 살리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인상깊었어요. 웹소설은 여성주인공인 판타지 장르 중에서 [SSS급 각성불능자]를 봤어요. 모두가 초능력을 가진 세상에서 혼자만 초능력이 없어서 주목받는 주인공이에요. 현실에서는 장애를 가진 학생을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어떻게 대하는지 같은 걸 떠올리게 해서 판타지이지만 현실이랑 매칭되는 인상깊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키워드는 ‘판타지’와 ‘연대와 유대’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영지 : 제 키워드는 ‘여성’, ‘스포츠’, ‘판타지’입니다. 저는 대부분 여성출연자인 콘텐츠를 열심히 보고요. [예랑가랑], [햄튜브], [해쭈], [박막례 할머니], [언제나 가을]같은 유튜브 콘텐츠를 봐요. 야구를 하고 있고 좋아해서 야구 중계를 열심히 보고,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 [엑스맨] 같은 판타지를 봅니다. 아믛 : 저는 상반기에 너무 바빠서 많이 보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예능 [식스센스]를 많이 봤어요. 여자 출연자들이 하나하나 개성이 있었는데, 그걸 남자 MC가 가운데에서 다 받아주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해서 보여줬다는게 의미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원래 공포영화를 시즌 별로 보는데 최근엔 [주]를 봤어요. 여성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미묘한 내러티브를 잘 살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 키워드는 꼭 성공한 여성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여성이 드러나는 ‘가시성’인 것 같아요. 다양한 키워드를 나누며 각자의 취향과 올해 상반기 콘텐츠의 경향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업팀의 상반기 결산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통합하여 함께 만드는 '콘텐츠 지도'를 제작했어요. 콘텐츠팀과 영화팀으로 나누어서 시작되었는데요. (드라마팀 지도) 침투와 확장 드라마팀은 ‘침투’와 ‘확장’으로 지도를 시작했어요. ‘침투’에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들이 있는 콘텐츠를 연결해 보았고, ‘확장’에는 적극적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콘텐츠를 연결해보았어요. (영화팀 지도) 여성 히어로를 더 많이 보고 싶다 영화팀은 소재가 비슷하거나 같은 감독인 영화들을 이어가며 지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캡틴마블, 완다비전, 블랙위도우 같은 여성 히어로물은 평가가 좋지 않으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고 시리즈가 이어서 제작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갑자기) 쏟콘빛 영업팀이 왜 영업팀인지 아시나요? 페미니즘관점으로 콘텐츠 추천평을 써서 페미니스트에게 ‘영업’하기 때문인데요. 다들 어떻게 영업 잘 하고 계신가요? 추천평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패들렛에서 쏟콘빛 영업팀 추천평 보기(클릭) 여성 캐릭터, 여성 창작자 못잃어… 보라 : 저는 추천평을 모아놓고 보니까 여성캐릭터 얘기를 주로 했더라고요. 예를 들어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여성주인공과 그 친구들 이야기들을 주로 하는 것처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주목하는 추천평을 많이 쓴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단호박 : 저는 여성창작자를 되게 좋아하는 거예요. 오디오매거진 [조용한 생활]을 추천했는데, 인터뷰 대상이 누구였는지 나열을 했더라고요. 그리고 김보라 감독, 이은규PD같은 여성창작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확장하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그려나갈지 좀 궁금해서 길게 썼어요. 수다 : 저는 그냥 제가 꽂힌 걸 쓰는 것 같아요. [69세]는 노년 여성 주인공이 조용조용한데 강단 있는 어조로 계속 질문을 던지는 걸 보고, ‘나도 나이가 들어서 저런 처지일 때 저렇게 용기 내어 말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꽂혀서 썼어요. 샤론님이 쓰셨던 [조용한 희망] 추천평을 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전달할 수 있구나 느꼈어요. 페미니스트 킬 조이? 아니! 시언 : 저는 진짜 재밌어서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페미니스트 재미없다’, ‘여자들 재미없다’라는 말이 너무 싫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재미있는거 볼 거 엄청 많다!’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재미 없는 콘텐츠에 대한 추천평은 절대 쓰지 않습니다. 줄거리 말고도 할 말이 얼마나 많게요~ 나타샤 : 사실 콘텐츠 소개할 때 줄거리 나열이 제일 쉽잖아요. 근데, 저는 제가 스포를 싫어해서 줄거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쓰려다 보니 추천평 쓰는게 어렵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인물들의 감정, 심리적인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윤소 : 저는 하나의 작은 장면이라도 구체적으로 묘사해주는 추천평이 좋더라고요. 의미 없게 쓱 지나갈 수 있는 3초 정도 되는 장면도 포착해서 의미있는 변화로 해석해 주면 좋더라고요. 예를 들면 2년 전에 민우회에서 [정직한 후보]를 넷플릭스 파티를 했는데, 보통 미디어에서 '남성'의 역할로 그려졌던 건(정치인, 방송국 PD, 오퍼레이터) 여성 캐릭터가, '여성'의 역할로 그려졌던 건(무속인) 남성 캐릭터가 맡고 있다는 걸 누군가가 얘기해 주었어요. 페미니스트들이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다 윤소 : 저는 시언님이 쓴 [마녀체력농구부] 추천평 읽으면서 콘텐츠를 지켜보고 때론 응원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녀체력농구부]가 초반에 코치들이 여성 출연자들을 무시해서 비판을 많이 받았었잖아요. 그래서 쏟콘빛 추천으로 들어왔을 때 의아했는데, 이후 회차를 보니 여성 출연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면서 콘텐츠가 변화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보라 :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공감이 되는게, [오늘부터 운동뚱]도 첫 회 자막이 엉망진창이었거든요. 여성출연자가 운동을 힘들어하는 모습에 자막으로 계속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김민경이라는 개그우먼이 돋보이는 콘텐츠가 되었잖아요.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지켜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각자 콘텐츠를 보고 추천평을 써온 영업팀 멤버들이 모여 자신과 서로의 추천평을 돌아보고 추천평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쏟콘빛 영업팀에서 페미니즘 관점으로 ‘페미니즘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었네요! 근데, ‘페미니즘 콘텐츠’란 무엇일까? 단호박 : 여성 창작자가 만든다고 페미니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성이 만들었을 때 섹스신이나 폭력 장면 등을 묘사하는 방식이나 카메라 움직임이 좀 다른 것 같거든요. 근데 또 페미니즘 관점에서 문제적인 콘텐츠를 지적하면 방송사나 영화 제작사에서 ‘여성 스태프가 만들었다’라면서 문제를 회피하기도 하는 걸 보면 고민스럽습니다. 윤소 : 제작자가 아무리 페미니즘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책임자에게 승인받고, 광고주에게 보여주는 많은 구조 속에서 제작자의 관점이라는건 지켜지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한 명의 창작자로 핑계를 대는 건 비겁한 행동이고요. 수다 : 맞아요. 예전에 어떤 작가가 그러시더라고요. 작가들은 드라마를 왜 이렇게 쓰냐고 질문을 했더니, 좋은 내용을 써도 PD가 남자고 위에 국장도 대부분 남자고 그래서 우리가 비판하는 식의 드라마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여성 원톱 주인공이라면 페미니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까? 새벽바람 : 여성 원톱일 때 오히려 여성성이나 모성애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작하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수다 : [방구석 1열]에서 변영주 감독이 했던 얘기가 떠오르는데, 뭐든지 간에 여자들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셨어요. 영화계 안에서 감독이든 카메라 감독이든 조연출이든 여자들이 그 판에 끼기가 너무 어려운가봐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콘텐츠가 페미니즘 콘텐츠가 절대로 아니야 라고 선 긋기보다는 맥락에 무게를 두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구조를 바꾸려면 기회가 많이 열려야 되는 거니까, 여성창작자, 주인공 관련해선 양쪽으로 고민해야되는 것 같아요. 새벽바람 : 맞아요. 제가 대학교 학부 때 영화 전공이었고, 유독 여학생이 많았던 학번이었는데, 교수님들이 걱정을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일해야하는데 여자가 너무 많지 않냐는 식으로...현장 가서 일하는 친구들 얘기 들어봐도 남초판이고 공고한 남성중심문화가 있더라고요. 여성들이 좀 많이 진출하면 조금 바뀌지 않을까 기대는 들어요. 나타샤 : 단순히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고 해서 여성주의 영화라고 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제가 봤던 영화들 중에서는 새로운 시도, 신선한 면들도 많이 부각이 되어서 의미가 있다고도 생각하거든요. 여성 빌런캐릭터도 많이 보고 싶고요. 비슷한 소재여도 남자 주인공이었으면 안그랬을 것 같은데, 여성 주인공인 경우에 남초커뮤니티에서 ‘별점테러’, ‘댓글테러’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이 목소리를 더 많이 냈으면 좋겠어요. 페미니즘 콘텐츠를 정의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시언 : 사실 덕질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가시를 바르고 즙을 짜서 착즙을 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페미니즘 콘텐츠는 어떤 개념이라기보다는 앞으로 가는 위치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호박 : 적극적인 해석의 중요성을 계속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어서 장면 묘사에 대해서도 얘기해볼게요. [오징어게임]이나 [DP]같은 콘텐츠에서 폭력장면이나 신체묘사 같은 장면이 많이 비판받잖아요. 신체나 폭력 등 묘사에서 어떨 때 불편함을 덜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수다 :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의 ‘섹시한’ 모습이 정형화된 게 있잖아요. 그런 걸 여자 스스로 이용하면서 생존하거나 무엇인가 쟁취해나가는 캐릭터가 있으면 아무리 대박이 난 콘텐츠였더라도 잘 만들었다고 평가하진 않아요. 예를 들면 [오징어게임]의 ‘한미녀’역할 같은 거죠. 근데 그렇다고 마냥 비판하기에는 그 많은 남자 캐릭터들 사이에 여자 캐릭터 몇 명 없는데, 그냥 없애버리면 어떡하나 걱정스럽기도 해요. 사실 다양한 여성이 있을 수 있는 것도 맞고요. 새벽바람 : 폭력을 묘사할 때 실제 폭력을 찍는 사람들이 남성창작자들이 많았거든요. [최선의 삶]이라는 영화는 여성 감독에 여성 주연인 작품인데 여기서는 폭력 장면을 *디졸브해서 폭력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여주고 커트해서 끝나게 했더라고요. (*디졸브 : 장면을 바꿀 때에, 하나의 화면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그 위에 다음 화면이 천천히 나타나는 기법 – 표준국어대사전) 이렇게 편집과 소리를 이용해 폭력을 당한 걸 보여줄 수 있는데, 드라마 같은 데에선 진짜 실제로 때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걸 볼 때마다 많이 불편한 것 같아요. 미디어에서 소수자 재현은 어떨까요? 새벽바람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건 되게 좋다고 생각해요. 201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비판했던 게 자폐스펙트럼 장애인들은 드라마에 종종 나왔지만 모두 작가의 말을 대변하는 착한 인물로만 정형화된 캐릭터로 출연한다는 거였거든요. 이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고 장애가 미디어에 보여졌을 때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지조차 고려하지 않은 느낌을 받다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작품이 나오는게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단호박 : 맞아요.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대중들에게 알리는 케이스가 되기도 했고, 소수자가 주변에 분명히 있지만 TV에선 잘 등장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비판해왔는데 등장하는 자체에 의미가 크죠. 영지 : 다른 드라마에서는 어떤 사람이 차별을 겪었을 때 주로 주변 사람들이 대응해주잖아요. 근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다른 사람이 대응해 주더라도 당사자가 차별받은 부분이나 상황을 직접 말해요. 사실 그걸 보고 있는 비장애인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는데,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윤소 : 미디어에서 예를 들면 룸싸롱 장면이나 강제 키스처럼 완전히 없어져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페미니즘 관점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 장면이 있으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절반 정도밖에 방영되지 않았는데, 많은 논란을 촉발시켰잖아요. 이 촉발이 좋다고 생각해요. 콘텐츠의 좋음과 나쁨을 떠나서 계속 페미니즘 콘텐츠란 무엇일까, 페미니즘 관점이란 무엇일까, 여성 서사는 무엇일까 끊임없이 촉발하는 장면과 이 장면을 포착하고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고 그걸 우리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다 : 전에 [굿닥터]라고 천재 남자 의사인 주인공인 드라마 있었잖아요. 이제 우영우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로 나오는 것 자체에서 세상이 바뀌나 생각도 했어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벌써 약속했던 시간이 지나버렸어요. 할 말이 너무 많은데 2시간의 만남은 너무 짧기만 하네요. 이야기 할 것이 쌓여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 줄기 빛 ‘영업팀’은 앞으로 더 많은 페미니즘 콘텐츠를 발굴해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10월에는 더 많은 페미니스트와 함께 만나는 자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 페미니즘과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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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성폭력 사건에 부쳐] 언론은 ‘사건따라잡기’ 형식의 선정적·자극적보도를 당장 중단하라. CCTV가 답이 아니다! 인하대는 학내 문화 점검부터 이행하라! 인하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연한 '강간문화'를 중단하기 위해 공동체 변화가 필요하다.
[인하대 성폭력 사건에 부쳐] 언론은 ‘사건따라잡기’ 형식의 선정적·자극적보도를 당장 중단하라. CCTV가 답이 아니다! 인하대는 학내 문화 점검부터 이행하라! 인하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연한 '강간문화'를 중단하기 위해 공동체 변화가 필요하다. 1. 성폭력 사건을 선정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다루지 않는다. 피해 내용을 자세히 묘사해 선정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성폭력보도 가이드라인_한국여성민우회 민우회 성폭력보도가이드라인 외에도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각종 언론사는 선정적 보도를 금지하는 보도준칙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인하대 성폭력사건에서 보도준칙을 지키는 기사를 보는 것은 어려웠다. 2. 피해자 성별은 드러내고 가해자 성별은 드러내지 않는 보도, 불필요한 상황 묘사, 모자이크 처리 한 혈흔이 묻은 바닥 사진, 피해자가 ‘성폭력을 거부’했다는 어휘사용,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냐’며 가해자의 말을 유통시키는 행태까지. 뉴스통신사들의 1차 보도를 시작으로 많은 언론들이 이러한 행태를 반복했다. 3. 이로 인해 이미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선정적인 방식으로 사건을 재생산하고 피해자 인격을 모독하고, 가해자를 일상에 없는 '악마'로 그리고 있다. 언론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사건따라잡기' 형식의 보도를 당장 중단하라. 언론은 대학 공동체 성폭력 사건 발생 이유를 진단하고성폭력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의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질문하는 보도를 지금부터라도 이행하라. 4. 교육부와 인하대는 '성폭력예방교육 및 상담을 강화한다는 교육관련 대책과 보안·순찰인력을 증원하고, CCTV를 추가설치하고 야간 시간에는 승인받은 학생만 건물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출입 가능 시간대를 조정하는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았다. 대학 내 성폭력사건은 없었던 일이 아니다. 2019년 교육부통계에 따르면 대학 성폭력사건은 5년간 1,206건이 접수되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성폭력이 가능했던 것은 CCTV 부재, 밤늦게 노는 사람들, 음주때문이 아니다. 5. 인하대학교 내에서 성폭력 사건은 어떻게 처리되어 왔으며, 대학 내 공동체 문화는 어떠했는지, 학생 커뮤니티 안에서 무엇이 용인되어왔고, 학교 측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공동체 조직문화 점검에서부터 정확한 재발방지대책이 나온다. 6. 위계적이고 차별적인 문화, 아무렇지 않게 여성을 대상화하는 문화, 성적‘농담’과 ‘가벼운’ 추행은 별일 아니라고 여기는 분위기, 불법촬영과 성폭력이 일상화되고, 누군가의 피해를 조롱하고, 외면해온 현실을 대학 공동체는 직면해야 한다. 가해자의 제대로 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로만 끝나서는 안된다.이는 인하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연한 '강간문화'를 중단하기 위해 일상에서부터 정의에 대한 평균감각을 변화시키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의 노력이 동반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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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서로서로 잘 돌보는 공동체를 상상하다!" 뚝딱뚝딱, '가족' 새로 짓기 집담회 3회차
〈뚝딱뚝딱 '가족' 새로 짓기 집담회〉 마지막 3회차! "서로서로 잘 돌보는 공동체를 상상하다!" 오늘은 법적 가족이 아닌 사람과 돌봄을 나눈 경험을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사진 설명(왼쪽): 집담회 장소 ppt화면에 시작 화면이 떠있다.) (사진 설명(오른쪽): 집담회 장소 테이블에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고 ppt화면에는 오늘의 프로그램이 안내되어 있다.) 돌봄에 대한 경험과 관심이 많은 쪼이, 채은, 캔디, 도형, 문루나, 그리고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여는 말] (이미지 설명: 법적가족 중심 돌봄 제도 문제들이 설명된 ppt 자료) 본격적인 시작 전에 늘 그렇듯, 온다 활동가의 여는 말 시간이 있었어요. ‘법적 가족’에게만 보호자 자격을 부여하는 관행들, 법적 가족 중심의 현 돌봄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조목조목 살펴보았습니다. [각자의 '법적 가족' 밖 돌봄의 경험 적어보고, 이야기하기] (사진설명: 돌봄 경험을 적어보는 활동지 인쇄물 사진) 이번에는 각자의 돌봄 경험을 적어보고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아래 항목을 채워보세요! 1. 누구를 돌보았나요?/ 누구에게 돌봄을 받았나요? 2. 어떤 돌봄을 했나요? / 어떤 돌봄을 받았나요? (예: 아픈 친구의 집에 가서 주기적으로 집안일을 해주고 고양이를 돌보았어요. / 1년 간 배우자를 간병했어요. /몇 주 간 다리를 다친 동료의 출근 길을 도왔어요. / 동거인의 병원에 동행했어요.) 3. 돌봄에 참여한 사람들은 누구였나요? (참여한 사람의 수와 관계, 돌봄에서 각자의 역할, 비중 등을 적어주세요.) 4. 법적 가족이 아니어서 돌봄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같이 사는 동거인이 있어요. 그래서 그 친구한테 코로나 걸렸을 때 돌봄을 받았고. 그리고 고양이를 저와 동거인이 없을 때 다른 친구들이 와서 돌봐준 적이 있어요. 저희 동네 페미니스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암 진단을 받아서 병원에 장기적으로 입원을 해야 되는 상황에 있었고, 그때 돌봄단을 꾸리게 되었어요. 동거인이 있었지만 돌봄을 전적으로 혼자 다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동네 페미니스트 그룹과 아픈 친구의 아주 오래된 친구들, 또 그 친구가 하고 있는 소모임이 같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소모임 그룹이 당번 시스템으로 돌봄을 했어요. 제가 수술을 했을 때 돌봐준 사람이 법적 가족이 아니어서 겪은 어려움은 끊임없이 관계를 증명해야 된다는 것. 병원을 가거나 어딜 가거나 입원실에서 둘은 무슨 사이냐 그런 걸 묻는다거나. 그리고 이 관계를 증명해야 된다는 건 병원에서뿐만 아니라 원 가족에게도 계속 끊임없이, 제 동거인과 다른 가족들이 계속 저의 돌봄자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원가족에게 이 관계는 어떤 관계이다 어필하기 위한 활동들을 매번 하거든요. 처음에 서울에 이주하게 되면서 셰어하우스에 들어가게 됐는데, 거기서 제가 서울에 적응할 수 있게 병원 같은 걸 알려준다거나 '이런 게 관심 있으면 이런 쪽으로 가보세요' 이렇게 추천도 되게 많이 받으면서 이런 게 돌봄이구나라고 처음 느꼈던 순간 같고. 그리고 그 이후에 친구들이랑 같이 살게 됐을 때는 항상 돌아가면서 한 명씩 아프거나 우울한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럴 때 생계적으로 공금 같은 걸 미리 모아놓고 그 사람이 회복될 동안 도와주기도 하고, 가사 노동에서 조금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양해해 주기도 하고. 또 한 명이 수렁에 빠지면 밥도 잘 안 먹게 되고 밖을 안 나가게 되는데 여러 명이니까 끌고 나가주기도 하고. 그걸 일대일로 챙기면 되게 힘든 것 같은데 여러 명이니까 한 명이 하다가 또 다른 사람이 시도하기도 하고. 몇 년 동안 파트너가 암에 걸려서 아파서 간병을 했고 파트너가 사망을 한 일이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파트너를 돌보면서 저도 친구들하고 돌봄을 굉장히 많이 공유를 하게 된 것 같아요. (...) 저는 처음에는 내가 이 사람을 다 돌봐야 된다는 욕심, 사실은 욕심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내가 얘의 주돌봄자이다라고 하는 것을 모두에게 인지시키고 인정받는 걸 너무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최선을 다했던 것 같은데. 아픈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일상적인 일들을 점점 못하게 되었을 때 돌봄은 진짜 일상적인 거였어요. 나중에는 화장실에 데리고 간다,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건강할 때는 시간에 맞춰서 밥을 세 끼 먹인다. 사실 이게 제일 힘들었거든요. 저는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도 아니고 청소를 열심히 하는 사람도 아니고. 먹고 입고 자고 싸고 이 기본적인 것들 해결하는 게 가장 큰 돌봄이었다는 생각을 하고요. 또 중요했던 건 병원에 같이 가는 거. (...) 그래서 친구들이 이런 것들에 많이 참여를 해주기 시작했어요. 병원에 같이 데려다주고 집에 데려다주고. 요양원에 있을 때는 요양원까지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주고 좀 상태가 좋았을 때는 같이 여행을 가주고 맛있는 것도 같이 해 먹고 이런 것들을 친구들이 계속 같이 나눌 수 있었어요. 사실 저는 잘 몰랐지만 혼자 독박으로 돌봄을 한다고 했던 건 되게 저의 무모함이었던 것이죠. 돌봄은 당연히 공유해야 하는 것? 그래야 (주돌봄자인) 저도 오랜 돌봄이 가능하고. [공통 주제 수다] 공통주제1. 나는 누구와 돌봄을 나눌까? 이번에는 공통 주제 수다를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나는 누구와 돌봄을 나눌까?’ 내가 돌봄이 필요할 때 누구에게 돌봄을 요청할 수 있을지, 법적 가족이 아니어도 돌봄이 필요하다면 내가 돌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 봤어요. 저번에 직장 내규 성토 집담회에서 코로나에 걸린 상황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돌봄이라든지 네트워크에 관한 얘기를 하셨는데 어떤 분은 "친구가 있으시구나 부럽다" 하시면서 코로나 걸렸을 때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현관 비밀번호를 풀어놓고 계셨다고 하셨어요. 혹시 연락이 안 되고 이러면 직장 동료라도 와서 나를 어떻게 해줬으면 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사실 고독사 얘기도 많이 나오잖아요. 사회적으로, 관계 자본이 없는 사람에 대한 부분도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 돌봄을 요청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누구의 돌봄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도 이슈가 되어야 해요. 아까 내가 돌보고자 하는 사람의 부모님과의 알력 이런 얘기했는데. 돌봄이 필요한 때는 정말 취약하고 신경도 굉장히 예민해져 있는 상황인데 이제 혈연 가족들은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돌보려고 하는 욕구와 의무가 충만해지는데... 난 돌봄을 누구에게 요청하고 거절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되게 크게 됐던 부분인 것 같아요. 사실 아직 법적 가족, 배우자 다음으로 파트너가, 어쨌든 뭔가 애인이라든가 이런 관계가 더 인정받는 관계 혹은 서로 책임자가 되는 관계라고 여겨지다보니까, 이 관계 안에서 돌봄도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가 아프거나 할 때 도움이 좀 더 필요할 것 같고, 친구의 애인도 독박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내가 도움을 더 주고 싶은데도 '조금 그런가?' '얘기해도 되나?' 이렇게 주저하게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이런 관계도 좀 더 확장해 나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어요. 돌봄을 더 편하게 주고받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편하게 요청받고 요청할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들기도 했습니다. 공통주제2. 내가 생각하는 좋은 돌봄은? 두 번째 공통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돌봄은?’이었습니다. 돌봄에 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면 좋을지, 공동체, 관계, 환경 등의 차원에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돌봄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좀 그런데 혼자 독립적으로 잘 사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특히나 자존심이 너무나 세서 누구에게 도움 요청하기를 되게 싫어하거든요. 진짜 그게 너무 심한데, 우리 모두가 돌봄의 요청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No Sorry, Yes Thank you(미안해 말고, 고마워)' 이걸 진짜 마음속 깊이 품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야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 요청을 할 수도 있고. 그래야 우리가 공동체가 유지가 되고 삶이 유지가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친구들이 같이 살다가 한 명씩 나가게 되었는데요. 같이 묶여있을 때는, 주거를 같이 하거나 이웃하거나 옆집에 살거나 이렇게 할 때는 공동체로 유지가 됐는데 한 명이 이탈하니까 본인이 거기에서 더 이상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이제 거기 구성원도 아니고 타지에 사는데 민폐가 될까 봐. 그런데 남아있는 저희는 아무도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꼭 같은 동네에 살지 않아도, 같이 가까이 있지 않더라도 돌봄의 공동체라는 걸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살면서 기본적으로 영위해야 되는 필수적인 것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돌봄과 관련된 그런 노동을, 예를 들어 가사노동 이런 것들을 공무원이 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 돌봄 노동 시장에서 그분들 임금 책정도 되게 문제 많잖아요. 노동 환경도 그렇고. 그래서 아예 공무원으로 만들어서 나라에서 필요할 때 어떤 복지 제도로 파견할 수도 있고, 필요한 사람은 비용을 내고 할 수도 있고.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까 친구가 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 했는데. 물론 친구들 그룹이 있고 이런 그룹이 생겨서 여러 사람이 개입해서 돌봄을 돌아가면서 하고 독박하지 않게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죠. 그 사람들이 주는 대체할 수 없는 안정감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정부의 개입이 당연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꼭 필요한 조건인 것 같아요. 좋은 돌봄이라고 했을 때. 그런 조건이 있어야 번호 키를 풀어놓지 않아도 되는. 그건 너무 슬픈 이야기 같거든요. 돌봄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제가 최근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병원에 입원을 해서 제가 입원 병실에 간병을 갔는데 제가 간병할 줄을 모르는 거예요. 환자를 일으키고 이렇게 해야 되는데 제가 그런 걸 할 줄을 잘 모르는 거예요. 마음은 있지만, 경험이 별로 없다 보니까. 그래서 이런 실질적인 어떤 간병이나 돌봄, 보육이나 이런 것들도 보편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배울 수 있어야 되겠구나.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 영역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일반적인 시민교육으로서 필요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모두가 나도 할 수 있지,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라는 기본 세팅이 되는 게 인식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돌봄에 대한 인식 얘기가 나왔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까지가 돌봄일까에 대한 생각 자체가 너무 없다라는 거고. 돌봄이라는 단어에 너무 큰 무게가 이미 지워져 있는 거예요. '돌봄장'을 만들면서 얘기를 나눴던 건 돌봄은 정말 그렇게 큰 무게의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부터 정말 다양한 것들이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돌본다고 하는 것은 정말 ‘물건 사서 너네 집 앞에 놔둘게’ 아니면 ‘내가 대신 주문해줄게’ 이런 것들부터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다양하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내가 돌봄을 해, 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돌봄이 정말 다양하다. 이것도 돌봄이잖아. 내가 너네 집 가서 식물에 물 한번! 너의 식물을 내가 함께 돌봐주었다! 이런 거까지 좀 돌봄의 범위를 넓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어떤 돌봄을 내가 필요로 하는지 아는 게 또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아팠던 경험이 거의 없고 그냥 아파도 혼자 좀 이렇게 감내하고 그런 캐릭터이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거예요. 아팠을 때, 어떠한 돌봄을 나는 원하고 어디까지 돌봄을 요청할 수 있을지를 내가 알아야지 그걸 또 경험해야지 타인을 돌봄 할 수 있구나 라는 걸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돌봄 받고 싶은지를 모르니까 동거인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시간이 좀 있기도 하고, 그래서 거기에서 오는 어떤 감정의 약간 삐걱거림과 어려움도 있었고.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한번 친구들이랑 했거든요. 너는 어떤 돌봄을 원하니? 라고 했을 때 어떤 친구는 나는 심부름만 해주면 된다. 완전 Thank you. 그리고 어떤 친구는 아프냐, 지금 상태가 어떠냐 라는 걸 끊임없이 물어보는 돌봄을 나는 원한다. 그런 얘기를 관계망 속에서 계속하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그것뿐만 아니라 친구가 그 얘기 했거든요. 친구들하고 어떤 돌봄을 원하니?에서 약간 더 가서 어떤 돌봄을 누구에게까지 요청할 수 있냐, 그러니까 정확히 물어봤던 건 정말 네가 아파서 누워있을 때 네 똥을 누구까지 닦아달라고 얘기할 수 있을 거니? 나 괜찮아? 아니면 너 엄마 괜찮아? 제 파트너는 엄마한테 그렇게 하는 거보다 너에게는 가능하다, 이런 얘기를 하기는 했는데. 그런 정말 구체적인 것들 하나하나 상상해 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키워드 수다] (사진 설명(왼쪽): 포스트잇에 키워드들이 쓰여있다. ‘돌봄 공동체’, ‘가족요양보호사’, ‘보호자 권리’) (사진 설명(오른쪽): ppt화면에 키워드들이 나열되어 있다.) 본격적인 키워드 토크를 시작했어요.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적어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키워드 1. [가족요양보호사] 저는 결혼하지 않고 살 거로 생각하고 제 원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거든요. 근데 점점 내가 나이 드는 만큼 내 부모도 나이가 드니까 저는 이제 부모 돌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제가 삼남매 K-장녀인데. 이 두 명의 동생들은 다 결혼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정말로 법적 가족을 구성하고 부양해야 되는 자녀들이 있기 때문에 이 연로한 부모에 대한 돌봄에 우선순위가 자연스럽게 고개의 방향이 저에게로 향하고 저도 나를 보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끊임없이 다짐하는 것은 이 부모 돌봄과 관련해서 동생들과 어떻게 배분해 나갈 것인가 그걸 고민하고 실천을 해야 된다. 하지만 가족 요양보호사들이 진짜 많이 있고 거기에 주로 돌봄 하는 1순위가 딸들이고 심지어 제가 되게 좀 충격적으로 놀랐던 사례는 조카가 이모부를 돌보는 사례도 있더라고요. 가족 요양보호사로서. 이게 정말 가부장제 시스템 속에서 여성의 돌봄이 이렇게 되는 거구나 라는 걸 느꼈는데. 그냥 언젠가 저 가족 요양보호사라는 게 나의 미래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게 말이 좋아 가족 요양보호사지, 그냥 가족이 하게 만들어놓고 돈을 조금 주는 그런 방식인 거여서 너무 문제가 많은데. 사람들은 어쨌든 편한 사람한테 돌봄을 받고 싶어 하니까. 기댈 사람 결국 가족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까. 너무 공감이 갔던 게 왜 제가 비혼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자동으로 돌봄에 배정되어야 되는지. 저는 다섯 시간 거리에 살고 있고 다른 형제가 더 가까운 데 살고 있음에도. 그런데 이 무게 자체가 공평하지 않다는 말이 납득이 안 되는 거예요. 엄마한테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나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키워드 2. [보호자권리/면회권/정보접근권] 저희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동거인이 그 장례식장에 함께 3일 동안 참석하고 싶어했어요. 외할머니와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근데 동거인이 직장에 경조사 휴가를 요청을 했어요. 그 직장은 그래도 나름 영리이기는 하지만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직장이라서 이야기를 했는데 직장에서 '경조사 휴가를 좀 주기에는 어렵고 재택 처리로 할게. 그래서 장례식장에 다녀와.' 그렇게 되기는 했거든요. 그나마 재택 처리가 됐던 이유는 그 상사가 페미니스트이고 저와 동거인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에 그렇지 않았더라면 재택 처리조차 불가능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좀 들어서 보호자 권리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매우 곤란했다는 얘길 드리고 싶은데. 왜냐하면 면회권이 굉장히 한정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는 동성 파트너가 있는 상황이고 그 파트너의 어머니는 둘이 파트너인 상태를 전혀 모르시는 분인 거예요. 그래서 이제 나중에 호스피스에 가게 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 호스피스는 정말 오늘내일인 거잖아요. 그런데 어머니가 들어가겠다고 하셨을 때, ‘내가 안 돼요, 내가 가야지.’ 이렇게 얘기를 절대 할 수 없는 거예요. ‘내가 법적 파트너였으면 저 어머니가 나를 제치고 내가 들어가겠다고 했을까.’ 이 생각이 되게 많이 들고. 나중에 그러다가 전화로 장례식장으로 오라고 이 얘기 들을까 봐 되게 무서웠거든요. (...) 법적 가족이라고 하는 테두리는 정말 맨 마지막 가장 결정적인 곳에서는 힘을 발휘한다. 이 모든 정보, 나중에 진단서를 뗀다거나 아니면 도와서 같이 일을 하려고 해도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지고 와야 되는 게 되게 많더라고요. 호스피스 갈 때도 호스피스 상담을 해야 되는데 환자가 못 움직이면 제가 대신 가야 되는데, 가면 네가 왜 오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법적 가족이 상담을 받아야 된다고 해서 저는 환자의 동의서, 위임장 이런 거 바리바리 싸 들고 가서 눈물에 호소를 하고 이런 걸 해야 됐기 때문에 정말 가장 끝부분에서는 진짜 법적이라고 하는 건 이럴 때 나타나는 구나. 이런 것들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가까운 사람이 아파서 응급실 같이 갔을 때 코로나 때문에, 친구라고 얘기했더니 "밖에서 기다리세요." 이러는 거예요. 얘가 그래도 대화는 할 수 있고 그런 상태이기는 해서 일단 집에 가기는 했는데, 얘가 얼마나 더 아플지 모르는 상태니까 얘가 혹시나 많이 아파졌으면 어떡하지? 근데 그럴 때 나한테 연락이 오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법적 가족이 아니니까. 그래서 그런 게 되게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던 상황이 있어서. 그래서 비상연락망 이런 게 법적으로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되게 많이 들고. 내가 아팠을 때도 사실 지금 나랑 가까운 사람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인데, 저기 멀리 있는 내가 몇 달에 한 번 보지도 않은 부모님한테 연락이 가봐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데 그런 생각이 너무 드는 거예요. 확실히 특히나 이렇게 아플 때나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 내가 원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한테 실질적으로 보호자 권리가 주어질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도 보호자 권리 관련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거부할 권리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동거인이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게 됐는데 저희도 ‘친구예요.’ 이렇게 말하니까 ‘따로 오세요.’ 해서... 근데 부모랑 절연을 했는데 어떻게 거기서 부모한테 전화를 하게 돼서 지역에 계시던 부모님들이 새벽에 올라와서 혼돈의 상황이... 그래서 이게 제도로 묶이고 해체되고 하는 게 본인의 의지로 할 수 있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키워드 3. [돌봄공동체] 독박 돌봄을 하지 않으려면 공동체가 있어야 되고 그 공동체를 꾸리는 방법이 저한테는 사회적 가족의 형태인데. 왜 해외에도 파트너십 같은 제도로 여러 사람을 묶은 게 없을까? 했을 때 행정 관련된 일을 하는 친구가 돈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두 명도 일이 커지는데 이게 1:1:1이 되는 순간 이게 몇 배로 더 커지고 해서 절대 그 비용을 사회가 감당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저는 일대일 관계는 너무 서로에게 독박 돌봄을 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공동체를 꾸릴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사회적 가족으로 살 수 있을까 그런 거에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그 간병의 경험 이후로 네트워크, 공동체 이런 것을 좀 구성을 해봐야 되나? 이런 고민을 좀 하고 있어요. 그 당시에 간병을 했을 때도 가장 병실 간병을 많이 한 돌봄자가 있었고 그다음으로 제가 같이 많이 하면서 저는 주로 아픈 사람의 집안과 그 사람의 반려동물을 거의 책임지고 청소, 빨래하고 이런 것들을 거의 다 책임지다시피 했거든요. 그리고 그 외의 친구들이 필요한 거 챙겨다주고 왔다 갔다 하면서 거의 주변의 관계 자원이 다 돌아간 거죠. 그래서 그런 식으로 가능한 사람들을 엮어서 뭔가 나눌 수 있는 것들을 항목화도 해보고 비상 연락망 같은 것도 만들고 그런 것들을 시도해봐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5년 전만 해도 다들 아픈 데가 거의 없었는데 다들 좀 아프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이제 슬슬 필요한가? 생각이 들어서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너무 관계에만 기대서 해야 한다는 게 많이 아쉽다는 생각도 들기도 해요. 저 같은 경우 독박 돌봄을 하려고 했다가 주변의 친구들이 알음알음 도와줬는데.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긴박해지니까 갑자기 정말 따로따로였던 세 그룹 정도 되는 친구들이 단톡방을 하나 파서 자기들이 돌봄 공동체를 만들었거든요. 그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던 건 정말 이 공동체 친구들이 제가 해야 되는 어떤 결정들을 같이 도와주거나 그걸 집행하는 것들을 본인들이 척척 나눠서 진행을 해주는 그 자체가 굉장히 실질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이것은 그냥 저희가 기존에 어떻게 우리가 돌봄 공동체를 만들어 놔야지가 아니라 어떤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다 같이 모여서 대응할 것이라고 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들이 다들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기존에 아픈 사람을 돌봐봤다거나 그런 경험들이 다들 조금씩 있었기 때문에 또 가능하기도 했던 것 같고. 돌봄 공동체 하면 정말로 누구누구 그렇게 구성원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레이어(층)가 겹쳐지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계속 겹쳐지고 흩어지려면 저는 아까 말한 것처럼 'No Sorry, Yes Thank you' 진짜 필요하다는 생각이 좀 들었고. 근데 그러려면 정말로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가, 지역이라는 게 되게 중요하게 작동되는데. 저의 염려 중 하나는 저는 터전이 은평이거든요. 그래서 거기 페미니스트 친구들도 있고 사무실 동료들도 있어서 레이어가 겹쳐질 것 같기는 한데 이 은평 집값이 점점 올라가면 나는 은평을 떠나게 될 것 같은 염려가 있거든요. 내가 집을 사거나 그럴 수는 없기 때문에. 돌봄이라는 게 진짜 주거와 연동이 된다. [마무리. 돌보고 돌봄 받는 사회를 위해 필요한 조건은?] 마무리 프로그램으로, 참여자가 모두 함께 '누구나 돌보고 돌봄 받는 사회'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마인드맵으로 그려보았어요. (사진설명: 집담회 참여자들이 마인드맵을 그리고 있다. ) (사진설명: 마인드맵 사진. 가운데 타원 안에 '돌보고 돌봄받는 사회'라는 글자가 쓰여 있고, 관계-가족의 해체와 조립이 자유롭게!, 동네친구,네트워크가족,돌봄장,돌봄TF, 식구 / 권리-주거권, 돌봄거부권, 수술동의서, 정보접근권, 면회권, 보호자권리 / 인식-돌봄 1kg~1000kg, 노 쏘리 예스 땡큐, 돌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돌봄노동에 대한 인식 향상, 돌봄공교육 / 제도-돌봄휴직, 돌봄공무원, 생활동반자법,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민법 779조 삭제 등의 내용이 영역별로 적혀 있다.) 참여자들이 완성한 '누구나 돌보고 돌봄 받는 사회를 위한 조건' 마인드 맵이에요. 후기를 보시는 여러분도, 좋은 돌봄을 위한 사회적 조건들을 함께 고민해보시면 어떨까요? :) 3회차를 마지막으로 〈뚝딱뚝딱, '가족' 새로 짓기〉 집담회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집담회는 혈연, 혼인 중심의 '정상가족' 관념 속에 구겨져 들어가 있던 수많은 권리와 의무들, 삶의 이야기들을 펼쳐내고, 사람들의 실제 경험에 맞추어 가족을 다시 생각해보는 자리였어요. 집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협소한 '법적 가족' 기준을 바꾸기 위한 액션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뚝딱뚝딱, '가족' 관념을 새로 짓기 위한 성평등복지팀의 앞으로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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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후원의 밤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 후기
2022년 후원의 밤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 후기 지난 수요일 (어제 같은데 벌써 지난 수요일이 되었네요?) 7/13 저녁 7시. 충무로역 인근 ‘라비두스’에서 한국여성민우회 2022년 후원의 밤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가 열렸습니다. 그 가슴 벅찼던 현장을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준비에 진심인 우리 3년 만의 오프라인 ‘후원의 밤’을 준비하며 활동가들 역시 너무 설렜습니다! 우리 정말 후원자들 얼굴도 보고?! 같이 밥도 먹고?! 활동가 인사도 직접 하고 그러는 거야?! 막 이런 마음에 떨리고 너무 기대됐어요. 후원을 요청드렸던 회원분들과 지인, 기업에서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에 ‘잘하고 싶다’, ‘우리 좀 멋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몽글몽글~ 하필 비까지 쏟아지면서 활동가들의 긴장지수는 점점 더 올라가고... *사진설명: 사무실에서 후원의 밤 마지막 순서, 팀 소개를 준비하며 분주한 활동가들 *사진설명: ‘라비두스’에 도착해서 포토존 커튼을 망치고 있는 활동가들 드디어 참석자분들이 빗속을 뚫고 한두 분씩 입장하기 시작하셨어요! 일찍 도착하신 참여자분들은 일단 데스크에서 참여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을 하고, 후원의 밤 리플릿을 받으시고 도시락과 테이블을 결정하면 됩니다. 여유가 있다면 민우회 후원 티셔츠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나는 Weird[이상한] 인가 Wild[야상의] 인가 Tired[피곤한]일까 고민에 빠짐) *사진설명: (좌)조금씩 입장을 시작하고 계신 참여자들/ (우)민우회 후원티셔츠 판매 데스크 민우회는 코로나19여파가 가시지 않아, 약간의 우려를 가지고 참여자분들을 위한 식사를 도시락으로 준비했습니다. 도시락은 ‘논비건’과 ‘비건’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둘 다 우위를 가리기 어렵게 맛있었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검정색 수거 가능 도시락통에 담긴 논비건 도시락은 이주여성 운영 마을기업에서 주문한 것이고요. 비건 도시락 역시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한 종이 용기를 사용하였습니다. *사진설명: (좌)도시락을 지키는 자들/ (우) 수거가능용기, 논비건 도시락 포토존: 공기처럼 일어서기 후원의 밤에 빠질 수 없는 포토존! 다행히 비가 조금씩 그쳐서 ‘라비두스’ 잔디밭을 배경으로 민우회가 준비한 피켓을 들고 사진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촬영 컨셉은 공기처럼 일어서기?) 풍선이 잔뜩 준비된 포토존에서 많은 참여자분들께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진기록을 남겨주셨어요! *사진 설명: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에 응해주신 활동가와 회원들! 낯가리는 외향인을 위한 테이블? ‘후원의 밤’ 참여자들의 착석 과정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관문! 어떤 테이블에 앉을 것이냐! 민우회는 혼자 오실 다양한 후원자분들을 위해 홀로 참여해도 작은 공통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만한 테이블 테마를 정했습니다. 구석에 위치한 ‘구석을 좋아하는 사람들’,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 ‘퇴근하고 힘내서 온 사람들’, ‘파리바게뜨 불매운동에 함께하는 사람들’ 등등의 테이블이 있었답니다. 덕분에 혼자 오신 분들도 각자 원하는 테이블을 고르셔서 쑥스럽지만 옆 사람들과 친밀도 +10 정도 가지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사진설명: (좌)후원의밤 테이블 배치/ (우)테이블마다 배치된 테이블 테마 이름표 7:30 드디어 ‘후원의밤’ 시작 *사진설명: 시 낭독을 위해 암전 된 무대 7:30이 되자 실내의 불이 꺼지고 떠들썩했던 장 내가 조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면서 올해 후원의밤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의 모티브가 된 마야 안젤루의 시, ‘그래도 나는 일어설 것이다’가 어둠 속에 낭송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일어설 것이다 당신은 비틀린 왜곡된 거짓말로 나를 역사에 기록하려 할 것이다 나를 더러운 곳에서 짓밟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먼지처럼 일어설 것이다 태양처럼 달처럼, 밀물과 썰물처럼 뚜렷하게 높이 솟구치는 희망처럼 나는 일어설 것이다 당신은 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기 원하는가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길 바라는가 당신은 내 영혼이 눈물에 젖어 약해지고 내 어깨가 눈물방울처럼 축 쳐지기를 원하겠지 당신이 말로 내게 총을 쏠 수도 있다 당신이 눈으로 나를 벨 수도 있다 당신이 증오로 나를 죽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공기처럼 일어설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의 오두막으로부터 뛰쳐나와 나는 일어설 것이다 고통의 뿌리인 과거로부터 나는 일어설 것이다 나는 검은 바다처럼 뛰어오르고, 넓은 곳으로 달릴 것이며 파도 속에 솟구치고 부풀어 오를 것이다. 테러가 일어나는 공포의 밤들을 뒤로하고 나의 선조들이 내게 준 선물들을 안고서 나는 일어설 것이다. 나는 억눌린 자들의 희망이며 꿈이니. 나는 일어설 것이다. 거짓과 증오와 테러, 짓밟힘 속에서 선조들에게 받은 선물을 안고 먼지처럼, 그리고 공기처럼 다시 일어나겠다는 시가 정말 마음을 울리는데요. 회원 청오리, 모리, 그리고 동북민우회 활동가 이응. 이렇게 3명이 읊어내려가는 시구절에 마음이 장엄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낭독자분들 마이크를 모두 걷기도 전에, 바로 후원의 밤 분위기가 전환됩니다. ‘라비두스’ 2층 계단에서 화려한 조명 속에 꽃가루를 흩날리며 바로바로 한국여성민우회 공동 대표 나우와 미몽이 흥겨운 노래와 함께 걸어내려오는데요! 무대에 내려온 나우와 미몽은 ‘덤디덤디(DUMDi DUMDi)’에 맞춰 칼군무를 선보여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사진설명: 계단을 내려오는 민우회 공동대표 *사진설명: 칼군무를 선보이고 있는 민우회 공동대표 (좌)미몽(강혜란) (우)나우(최진협) *사진설명: 후원의밤 진행을 맡은 사무처장 꼬깜 *사진설명: 후원의밤에 참여해주신 후원자분들 오늘 진행은 민우회 사무처장 꼬깜이 맡아주셨습니다. 2022년 후원의밤을 통해 흔쾌히 민우회를 응원해 주신 후원자를 소개해 주셨고,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지만 참석자 다섯 분에게 마이크를 돌려 간략하게 인터뷰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후원 기업에서 참석해 주신 분과 ‘라비두스’에서의 특별한 사연을 공개해 주신 회원님, 또 활동가의 가족분들까지 각기 다른 이유와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민우회 ‘후원의 밤’이라는 곳에 모인 우리들만의 특별한 인연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토크프로그램: 나의 페미니스트 동료에게 건네는 말 후원의 밤에 또 참석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활동가 바사와 베리가 특별 MC를 맡아주셨어요. 참여자분들에게 페미니스트 동료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적어달라고 부탁드렸고, 테이블에 함께 앉은 사람들과 메모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본인이 받은 메시지 중 모두에게 나누고 싶은 메모를 발표해달라고 부탁드려 참석자 모두가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설명: 등장만으로도 유쾌함을 선사하는 활동가 바사, 베리. *사진설명: 열심히 옆 사람에게 받은 메모를 읽고 계신 참가자1 *사진설명: 열심히 옆 사람에게 받은 메모를 읽고 계신 참가자2 *사진설명: 열심히 옆 사람에게 받은 메모를 읽고 계신 참가자3 읽어주신 메시지들은 예상대로 정말 주옥같았었는데요. 몇 개를 이 자리에서 공유해 봅니다. 처음으로 발표하겠다 손들어주신 참여자분께서 민우회에 길이 남을 멋진 3행시를 읽어주셨습니다. -민: 민망한 이야기지만 저는 회원이 아니에요. -우: 우리 회사에 다니는 김회장님이 맛있는 거 먹자고 데려오셨어요. -회: 회원 어디서 신청한다고요? 3행시가 끝나자 참석자분들의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진행자 바사, 베리 활동가는 친절하게 회원 신청 데스크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또 기억에 남았던 것은 어떤 페미니스트 자매의 메시지를 골라주신 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언니에게 보내는 동생의 메시지 같았는데요. 언니를 통해 페미니즘을 알게 된 동생이 언니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메시지였습니다. “고마워. 흑역사를 줄여줘서 고마워. 오늘도 나 데려와줘서 고마워~!” 짧은 메시지였지만, 우리 모두 누군가 덕분에 페미니즘을 접하게 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공감가고 훈훈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발표하지는 못하셨지만 너무 좋은 메시지들이 많았어요. 참여하신 분들도 너무 적극적으로 적어주신 덕분에 좋은 메시지들을 서로 나눌 수 있었고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될 수 있었어요! 참가자분들의 메시지 몇 개 소개합니다. “우리 킵고잉” “어쩌다 구석러.. 오히려 좋아요. 함께 공기처럼 일어서요” “우리 서로 지치지 말고 솔직하게 더 많이 깽판치며 나아갑시다” “내가 빽이 되어줄게 당당하게 살아” “어두운 밤, 별빛을 따라 함께 걸어갈 우리가 있어요. 힘냅시다” “성평등을 향한 여정, 연대와 서로의 손 맞잡고 지치지 않고 나가요!” “함께 있겠습니다. 언제나 싸움이 필요할 때! 혼자 싸우게 두지 않을게요 함께 이겨냅시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요. 내일과 내일 모레만 지나면 토요일(퀴퍼)입니다. 잘 버텨봐요!! ” *사진설명: 참가자 한 분이 남겨주신 메모 ('매 순간 하는 우리의 선택이야 말로 우리가 진정 누군지 보여주는 거란다'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중에서) *사진설명: 매우 열심히 메모를 적고 있는 참여자분들 다시 만난 세계 회원 토크로 한껏 훈훈해진 분위기!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끝날 시간이 다가오는데요, 이렇게 오랜만에 모인 오프라인 모임에서 공연이 빠질 순 없죠? 민우회 회원 ‘박여름’님께서 마무리 공연을 해주셨습니다. 여름님은 〈Love me like〉, 〈다시 만난 세계〉, 〈Good night〉 이렇게 3곡을 열창하셨고 우리 마음을 촉촉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사진설명: 공연 중인 박여름님1 *사진설명: 공연 중인 박여름님2 또 만나요 행복했어요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이 팀별로 나와서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고요. 정말 마지막으로 함께 모인 이 순간을 남기고 싶어서 참가자들과 활동가들 모두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후원자들과 오프라인으로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는데요. 늘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열기를 몸소 느끼고 나니 정말 지쳐있던 일상에 힘이 뿜뿜 넘치는 자리였습니다. 순간이었지만 너무 행복했고요! 또 내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보며 참가자분들을 배웅했습니다. 참석해 주신 분들, 그리고 후원의 밤을 위해 민우회를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진설명: 참가자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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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우리도 같이 좋은 집을 구하고 싶다!"- [뚝딱뚝딱, '가족' 새로 짓기 집담회] 2회차
[뚝딱뚝딱, '가족' 새로 짓기 집담회] 두 번째 시간은 “우리도 같이 좋은 집을 구하고 싶다!라는 주제로 2022년 6월 24일 금요일 저녁 7시30분 한국여성민우회 교육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도 같이 좋은 집을 구하고 싶다! - 뚝딱뚝딱, '가족' 새로 짓기 집담회 이미지] [집담회 참여하고 있는 참여자들과 활동가의 이미지 ] 주거권을 주제로 두 번째 집담회가 진행되었는데요. 법적가족이 아닌 가족들과 살거나 살았던 경험이 있는 희라, 여경, 캔디, 쪼이 4명과 민우회 활동가들이 함께 했습니다. [법제도상의 가족 규정현황과 주거정책을 개괄 설명하고 있는 활동가의 이미지] 첫 번째 집담회 시간과 마찬가지로 서로 자기소개 시간을 가지고, 온다 활동가가 법제도상의 가족 규정현황과 주거정책을 개괄 설명하고 법적 가족 중심 주거제도의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사진 좌측: [ ]가 사는 살고자 계획하는 집!, 1. 우리 집에는 누가 살고 있나요?, 2. 우리 집을 중심으로 한 관계망을 같이 그려봐요! 밑으로 빈 사각 박스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 3. 우리 집에 함께 사는 이들의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 주거제도의 기준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우측: 집답회 참여자가 그리는 관계망 이미지 > 이후 프로그램은 배포된 활동지를 통해 우리집+관계망을 각자가 그려보고, 법적가족이 아닌 가족으로 ‘같이’ 살집을 구했던 경험담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후 주거제도 관련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해당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주거제도 세대 기준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아래 내용은 그 날의 분위기를 느껴보실 수 있도록 공통 주제 수다와 키워드 수다 내용 중 일부를 가지고 왔습니다. [공통주제 수다] 2회차 집담회에서는 [우리의 ‘같이’ 살 집 구하기 경험]과 , [내게 함께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공통 질문으로 같이 살 집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했는지? 집을 구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애기를 나누고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내가 꿈꾸는 함께 사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공통 주제 1. [우리의 ‘같이’ 살 집 구하기 경험] 운동을 통해 만난 언니와 많이 친해졌어요. 근데 그 언니가 서울에 올라와서 임용고시를 준비할 일이 생겨서 제가 “그냥 같이 살자” 해서 같이 살게 된 경험이 있어요. 근데 그때 같이 살게 될 집에 일단 필요했던 조건은 방이 2개로 나뉘어 있느냐, 그게 제일 중요했고요. 두 번째로는 우리가 사는 집 근처에 우리가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즉각 달려올 수 있는 경찰서라든지 그런 장치가 마련되어 있느냐, 그게 두 번째였던 것 같고. 지하철역이라든지 그런 건 오히려 같이 사는 데 있어서는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건 그냥 내가 원하는 주거 조건에 부합하는 문제인 것 같고 같이의 경우에서는 안전이 제일 우선이었어요. 우리나라 아파트든 뭐든 다 문제점이 무조건 부부로 상정하고 설계하기 때문에 방의 크기가 너무 다른 거예요. 하나는 크고 하나가 작은 게 너무 일반적이고 당연하고 이러다 보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전 룸메와 같이 방 구할 때 항상 고민했던 지점이…. 근데 이게 사람이 참 뭔가 쪼잔해지는 것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큰 방이 활용도가 높으니까 큰 방을 선호하게 되는데 내가 큰 방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그냥 작은 방을 쓰게 되면 또 억울하고. 이런 문제들이 사실은 개선이 되어야죠. 저는 사람들과 같이 살 때 같이 집을 구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대부분은 누군가가 살고 있는데 들어와서 같이 살게 되는 구조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렇게 살게 되면 같이 살 집을 구하는 게 아니라 살고 있는 집을 같이 사는 집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거기에서 오는 긴장 같은…. 다행히 보통 저는 파트너가 들어오는 경우여서 방을 두 개로 나눠서 ‘네가 이 방, 내가 이 방’까지는 안 해도 되는 경우긴 했으나 그래도 짐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이 짐을 어떻게 하고 이 좁은 집 안에서 각자 독립적인 시간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 것인가가 크게 문제가 되었던 것 같아요. 공통 주제 2. [내게 함께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내가 누구와 살더라도 파트너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한집에 같이 산다는 건 내가 이 사람의 인생의 어떤 부분을 책임진다고 하는 게 크다는 것을 점점 느끼는 것 같아요. ‘나 너 좋아, 너랑 너무 즐겁고 너랑 신나니까 같이 살래’ 이게 같이 사는 거라고 옛날에 저는 생각했거든요. 친구들과 같이 놀고 맨날. 근데 지금 같이 산다는 건 상대방의 상태를 살피고 이 사람의 상태가 어떤지 보고 모두가 괜찮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책임지는 것들이 함께 산다는 것인 것 같아서 참 함께 산다는 거 어렵다.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현재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현재에 있는 동네로 미래에 같이 살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어서 저희 동네를 그렸는데 저는 주변에 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도 동네 관계망이 중요한 것 같아요. [키워드 수다] 다음으로는 주거권 권리에 관한 키워드 수다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주어진 키워드 가운데 각자가 관련된 고민이나 사례가 있으면 포스트잇에 키워드를 적어 함께 생각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사진 좌측: 키워드 수다를 진행하고 있는 참여자들의 현장 이미지 / 사진 우측: 공공임대주택, 주거급여, 주거대출지원, 임대료지원, 주택청약,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 가점제, 세대 기준, 공동명의, 공동대출, 같이 살던 집, 일인가구평수제한, 안방, 작은방?, 사회주택, 키워드 수다에 제공된 키워드 단어가 나열 되어있다.] 키워드 1. [공공임대/1인가구 평수제한] 공공임대주택을 정말 여러 가지로 고민했는데 1인 가구 평수 제한도 있고 1인 가구로 들어가면 다른 사람, 혈연이 아닌 사람이 못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1인 가구라서 안 되는 건가? 그런 것들도 결국 문제가 많이 되더라고요. 1인 가구는 그냥 1인 가구에서 늘어나면 무조건 다른 데로 옮기라는 건가? 그러니까 기준이 뭔지 사실은 점점 더 모르겠어요, 공공임대가 공공임대로 멈추는 것이 아니고 공공임대-주택청약-1인 가구 평수 제한까지 이렇게 쭉 연결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집이 되게 작아요. 1인 가구 평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방 하나, 거실 겸 방 하나, 그리고 그사이에 부엌이 이렇게 있는데 이것이 그래도 평수 제한에 저는 너무 분노하며 ‘공공임대주택 따위는 살지 않겠어’라고 그렇게 결심한 거였는데 들어가려 해도 청약이 있어야 들어가는 거더라고요. 키워드 2. [주택청약/가점제] 가점제 같은 경우에는 지금 얘기되고 있는 신혼부부나 출산 양육에 대한 가점 부분이 아닌, 가점은 무엇을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가점이 필요한가? 필요할 수는 있겠지? 그럼 돌봄인가?’ 이런 고민을 같이 나눠보고 싶어서 가점제에 대한 것을 썼습니다. 지금 친구들과 같이 살고 있어요. 세 명이 가족을 하기로 했다면 서로 부양가족이라고 불릴 수 있는 거잖아요. 워낙에 가족도 각자 경제가 다 분리되어 있어도 부양가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거니까 그랬을 때 주거 공동체, 소위 공동체로 얘기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부양가족으로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부양가족이 생계 활동이 어려운 사람들, 어린이라든지 노인 분들을 부양하고 있는 부분에 가점을 주는 건데 사실 법적 가족 안에서만 부양이 이루어지지는 않잖아요. 실질적으로 혈연관계가 아닌데 돌봄을 하는 경우도 되게 많고요. 키워드 3. [주거비/대출지원] 저는 주택을 소유하고 싶다 아니면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살면서 별로 없어요. 그래서 주택청약 든 것도 제 친구가 강제로 연행해서 은행 가서 만들었거든요.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이러다 죽을지도 몰라” 그래서 ‘이게 있어야 하는 건가 보다’ 하고 해놨는데 저는 전체적으로 드는 생각은 그게 한국에서 자꾸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진짜 없으면 큰일 날 수 있고 죽을 수도 있는 그런 것들을 다 그냥 뺏어간 다음에 이런 이상한 제도를 엄청 복잡스럽게 만들어놓고 조금씩 주면서 “나 잘했지? 나 잘했지?” 이런 느낌인 거예요. 저 아까 신혼부부 특별 공급 적어놨는데 제가 지금 전세를 사는데 전셋집을 구할 때 동생네 부부가 결혼해서 동시에 집을 서로 구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정말 너무 다른 거예요. 너무 충격적일 정도로 다르고. 신혼부부가 도대체 뭐길래 얘네들은 구할 수 있는 선택의 범위가 되게 넓고 여기서도 골라볼 수 있고 저기서도 골라볼 수 있는데 나는 일단 금액에 맞춰서 이 한도 내에서 구해야 하는 게 너무 차이가 크고 이자 차이도 너무 커서 진짜 크게 분노한 적이 있어요. 제가 단독 세대주여야만 지원할 수 있는 주거 정책이 있었는데 원룸은 주거 형태가 너무 원룸인데 거기에 두 명의 세대주가 있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해서 출입문이 두 개가 있거나 이런 식의 분리 공간이 있어야 세대주로 등록할 수 있다는 주민센터의 얘기를 들었을 때, 실제 구할 수 있는 공간이 원룸밖에 안 되고 우리는 임시적으로 이 공간에서 살다가 찢어지기로 약속한 상태, 그랬을 때 제도적으로 단독 세대주여야만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공간이 안 되어서 못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불편한 문제를 겪은 적이 있어서. 그래서 실사를 나온다고 그러기도 하고. 실제 출입문이 두 개 있는지 확인해야만 별도로. 그게 약간 이해가 안 되고. 그 지역의 주민센터가 빡빡해서 더 그렇게 했을 수도 있는데 그 일을 겪고 굉장히 당황하긴 했거든요. 그러니까 한집에 살더라도 한 방을 월세를 내고 살 수 있잖아요. 그랬을 때 나는 세대주로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상황이 있어서 주소지에 세대주로 별도, 이 집의 나머지 사람들과 다른 별도의 또 하나의 세대주로 등록하려고 하는데 이게 출입문이 있거나 공간이 넓거나 이러지 않으면 별도의 세대주로 등록이 안 된다 그래서 반려가 되어서 세대원으로 들어갔던 적이 있어요. 키워드 4. [공동명의/대출] 부부 공동명의로 했을 때 세금의 혜택 같은 것이 있어서 퍼센트 나누고 어쩌고저쩌고 읽어봤는데 복잡하긴 하더라고요. 공동명의를 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부부관계가 아니어도 되는, 무리 없이 되는 어떤 제도여야 하지 않나. 당연히 제가 만약에 성별이 다른 이성과 결혼 관계가 아닌 공동체를 꾸리고 있었을 때 사람들이 당연히 신혼부부로 오해하고 공동명의나 이런 것들에 대한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사회 제도가 필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빠는 법률혼 관계니까 대출 할때 여러 가지 선택지들을 놓고서 고민하더라고요. 공동명의를 할까, 아니면 우리가 신혼부부 대출을 받아서 이렇게 할까, 아니면 버팀목 대출을 받을까, 아니면 내가 개인 대출을 받을까? 이 얘기를 오래 하면서 싸우는 것 같았지만, 그게 말하자면 가족들의 공통 관심사가 되어서 그걸 확 얘기하고 이러는 게 되게 부러운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아마 제가 파트너를 데려와서 뭔가를 하려고 했을 때 그런 선택지를 전혀 늘어놓을 수 없을 거고 그것이 한 가족 공동의 고민이 되지도 못할 거거든요. 마무리. 주거제도 ‘세대’ 기준 바꿔보기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법적가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법제도 아래서 법적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 사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협소한 법적가족중심 주거제도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후, 내가 원하는 집의 모습과 동네 관계망을 그려보고, 좁은 의미의 주거정책 세대 기준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꿔보는 시간을 가지며 시간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법률혼 관계가 아닌 동성 파트너가 세대에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설거지 좋아하는 내 친구가 내 세대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 세대 기준 자체가 많이 허물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는 동거인, 이 말 하나로 그게 파트너든 어떤 관계든지 간에 같은 주소지에 그 공간을 공유하는 세대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기에 주택공급신청자라고 쓰여 있어서 그냥 주택공급신청자의 돌봄 대상 혹은 반려 생물, 이 정도로. 생물에 인간도 포함되고요, 당연히. 세대의 항목이 사람 말고 다른 거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먼저 생각했고요. 그래서 저는 반려동물이 제일 먼저 들어가고 주택 공급 신청자가 지정하는 사람이라고 쓰면 좋겠는데 그걸 최대 몇 인이라고 써야 하는 걸까와 지정하는 사람의, 제가 제 친구와 살고 싶으면 제 친구의 파트너가 있을 수도 있고 지정하는 사람의 무엇, 이렇게 쓰여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똑같은 것 같은데 저도 생활 동반자인데 거기에 반려동물 포함해서. 그 이유는 제가 독점적 관계 자체를 안 좋아하고 비혼주의자이기 때문에 애인이 아닌 관계여도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같이 좋은 집을 구하고 싶다!"- [뚝딱뚝딱, '가족' 새로 짓기 집담회] 2회차 집담회 후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마지막 집담회 "서로서로 잘 돌보는 공동체를 상상하다!" 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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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선택가족'을 인정하는 기업으로 레벨업! - 직장 내규 바꾸기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선택가족’을 인정하는 기업으로 례벨업!] 직장내규 바꾸기 캠페인 시작합니다! ① 한국여성민우회는 시민들과 함께 기업들과 함께 ‘선택가족’을 인정하는 기업으로 례벨업! 더 좋은 기업으로 직장내규 바꾸기 캠페인 시작합니다! ② ‘법적 가족’만 인정하는 직장 내규, 왜 바뀌어야할까요? 한국사회(2021년 9월 행정안전부 기준)는 주요 삶의 형태가 4인 가구 이상(19.0%)에서 1인(40.1%), 2인 가구(23.8%) 중심으로 변화했습니다. ③ ‘법적 가족’만 인정하는 직장 내규, 왜 바뀌어야할까요? 법적혼인,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친밀한 관계로서 ‘가족’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4인 가구 기준의 직장 내규와 복리후생도 달라진 노동자의 가족 구성과 인식에 맞게 바꿔봐요! ④ 변화를 약속해요 약속1.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는 내규! - ‘선택가족’ 1인을 노동자의 가족으로! 경조사휴가, 경조금, 돌봄휴가 및 돌봄휴직 등 ‘가족’범위에 노동자가 지정한 1인을 포함합니다. ⑤ 변화를 약속해요 약속2. 성평등 내규! - 친가, 외가 차등 적용 없는 내규로! 여전히 친가, 외가 구분하여 차등 적용하고 있다면 평등한 기준을 마련합니다. ⑥ 7월 11일, 주요 100대 기업과 사회적 기업 등에 내규 개선을 제안하는 제안서를 보냈습니다. 선택가족을 인정하는 기업으로 레벨업! 캠페인에 참여할 기업에 변화를 약속하는 약속문을 요청하였습니다. 캠페인 결과는 10월에 공개합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려요! [ ↓↓↓이전 카드 뉴스 ↓↓↓] [카드뉴스] "회사 내규에서 내 '가족'을 찾아봤다“ ① 통계편 [카드뉴스] "회사 내규에서 내 '가족'을 찾아봤다“ ② 사례편 ☆★☆내 회사가 경조사휴가·돌봄휴가 등에서 '법적 가족'만 인정한다면! 민우회에 알려주세요. 평등 내규를 위한 제안서를 보내겠습니다.★☆★ [접수는 요기로 →] ‘에라잇! 회사 내규 좀 바꿔보자’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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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후기] 찰떡 같은 페미니즘으로 즐거운 영어공부...
영어공부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모임 머스타드는 아직 한여름의 뜨거움이 찾아오기 전, 5월 31일부터 6월 28일까지 다섯 번의 화요일 저녁에 진행된 한국여성민우회 회원소모임입니다. 머스타드엔 민우회원 김회장, 샐리, 설나, 스머프, 제이, 지지가 함께했어요. 이번엔 작년에 진행했던 영어공부 소모임 케첩(케첩 후기 보러가기)과 조금 다르게 매주 새로운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정해서 일주일 간 듣고 만나기로 했어요. 그래서 총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함께 들었답니다! (이미지 설명: 모임 진행 방식에 대한 안내가 적힌 노션 페이지 캡쳐이미지. '매주 하나의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듣고 모이기, 공부를 인증하는 로그 페이지를 사용하기, 모임 때 근황과 생각을 영어로 쓰고 말하는 시간을 갖기, 모임에 안 올 경우에 대한 패널티 제안'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 모임은 매번 이런 순서로 진행됐어요. ● 한 주간의 민우회 활동에 대해 간단히 공유하고(by활동가) 이야기나누기 ● Me These Days... : 요즘의 특별한 경험, 생각, 기대되거나 걱정되는 일 등 자기 근황을 영어로만 말하기! (끼약) ● 이번 주 같이 들었던 팟캐 에피소드 내용과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영어공부 관련 질문 나누기 ● 15분 영작 : 주어진 주제에 대해 짧은 글을 영어로 쓰고 공유하기, 영작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머스타드에서 들었던 다섯 개의 팟캐 에피소드들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간단히 소개해 볼게요. ▶ 첫 번째 리스닝 자료는 Unladylike의 127번째 에피소드, "Ask Unladylike: Mom-Daughter Body Image". (이미지 설명: 울긋불긋한 서양 배pear 사진 위에 'unladylike'라는 글자를 적어 넣은 팟캐스트 홍보이미지) ▶들어보기: Episode 127: Ask Unladylike: Mom-Daughter Body Image — Unladylike "제목이 '엄마와 딸의 몸 이미지'라니, 정말 열받는 이야기가 가득하겠군?!"이라는 예상을 하고 들었지만... '자신과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제 어린 딸을 성평등하게 키우고 싶어서 외모 칭찬도 안 하고 있는데 주변의 악영향이 너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런 고민상담들이어서... 아니.. 이렇게 따뜻하다니? 어나더 레벨이잖아? 하고 놀랐다는 이야길 나눴던 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팟캐스트 진행자들도 언급하지만 사실 외모 이슈에 대해서라기보다는 가까운/사랑하는 사람을 통제하거나 그의 삶에 개입하고 싶은 마음을 적정하게 관리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심적으로 다뤄지는 에피소드였어요. 우리는 한국 사회가 사람들의 (특히 여아들의) 몸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각자 자기 가족이나 주변에서의 외모 관련한 코멘트를 받았던 경험들, 외모 칭찬을 하게 되는 순간에 대한 생각들 등등 첫날이었음에도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 두 번째 주에 같이 들었던 팟캐는 뉴스 미디어 Vox에서 운영하는 팟캐 Today Explained 중 "The Shooters were 18" 였어요. (이미지 설명: 노란색과 검은색의 Today Explained 로고와 재생목록 캡쳐 이미지.) ▶들어보기: Megaphone: A Modern Podcasting Platform 이즈음 미국 뉴욕 주의 버팔로와 텍사스 주의 유밸디에서 연달아 일어난 총격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공교롭게도 두 사건 다 범인이 18세 남성 청소년이었습니다. Vox에서는 작가이자 양육자인 Joanna Schoeder를 초대해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양육자나 보호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었어요. 일부 극우 세력이 계략적으로 게임 문화 안의 남성 청소년을 유인하기 쉬운 타겟으로 삼고 접근하고 있다는 점, 보호자가 아이가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나이일 때(너무 어리지도, 아직은 어른의 말을 차단해버리는 나이도 아닌 때에..) 온라인상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다루고 있었어요. 중간에 삽입된 한 극우 남성 유튜버?의... 남자들이 차별받는다 라는 발언이 너무너무나 익숙한 논리와 말투여서 순간 한국말로 들리는 줄 알았다는 농담(웃긴데 안 웃김)을 나눴답니다. 우리는 당연히도, 유해한 남성성을 탑재하도록 조장하는 한국의 유해한 남성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요즘의 (비이성적인) 반페미니즘 정서에 대한 일화를 나누며 개탄에 개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어떤 남성향 웹소설 댓글란에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 여성을 '민폐녀'로 상정하고 악플이 달리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거엔 남성들에게 환영받곤 했던 가부장적 남성상(페미니스트들은 예나 지금이나 꼴보기 싫어하는 그것..)이 이제는 '여혐'에 꽂힌 일부 남성들에게 '역차별'이라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가부장적 남성성 함께 없애요(?).. (아니 근데 그건 역차별이 아니라 그냥 차별인데...) 남성 독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작가는 여성 캐릭터를 아예 삭제해버려야 했다는 씁쓸한, 동시에 매우 상징적인 결말에 대해서도 전해들었어요. 이 날은 다같이 한숨을 푹 푹 쉬느라 기운이 빠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같이 한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기대어 힘을 내(려고 노력해) 보았던 거 같아요. 한편 이번 팟캐의 게스트가 아동청소년의 관점이나 주체성에 무감한 태도를 보이고, 아이의 SNS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프로그램을 강추하는 걸 보면서 엥..?!! 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나눴어요. 애초에 이 총격사건을 가지고 하는 얘기가 플랫폼 규제도 시민 교육도 아닌, 양육자(엄마)를 모셔다가 아이를 어떻게 단도리(?)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니? 너무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특정 집단의 불안감을 겨냥해 기획했다는 게 역력했거든요. :-/ ▶ 세 번째 주에는 Call Your Girlfriend라는 다정한 제목의 팟캐스트, 그 중 "Making Older Friends" 를 함께 들었습니다. (이미지 설명: 팟캐스트 Call Your Girlfriend 로고. C, Y, G를 형상화한 도형에 분홍색과 푸른색, 녹색이 군데군데 들어가 있다.) ▶들어보기+녹취록 읽기 : Making Older Friends — CALL YOUR GIRLFRIEND Unladylike처럼 두 명의 페미니스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인데, 이 에피소드에서는 자기 사업을 접고 다른 여성 사업가들을 인터뷰하여 책을 쓴 그레이스 보니를 초대하여 여성들끼리의 세대 간 우정에 대해 다뤘어요. 일상적이면서 별로 접해본 적 없는 주제여서 골랐습니다. 나이든 여성에게 지혜로운 현자일 것을 기대하거나 젊은 여성에게 에너제틱할 것을 기대하는 사회적 각본에 따라 다른 사람을 범주화하고 단정짓는 게 실제 그 사람과 만나기 어렵게 한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머스타드 멤버들과 함께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으로 '이 사회는 나이 든 사람에게 늘 과거에 대해서만 질문한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를 더 묻고 싶다. 더 말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꼽았던 게 기억에 남아요. 우리는 한국의 경우 서구 사회보다 나이에 대한 위계가 훨씬 심하고, 심지어 한두 살만 차이가 나도 호칭이 달라져야 하는 갑갑한 문화 때문에 세대 간 우정을 맺고 가꿔나가는 것이 더 방해받는 거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 페미니즘/성차별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도 좋은 대화를 하기 어렵게 하는 점 중 하나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또 같은 세대라고 해서....(더보기) ▶ 네 번째 팟캐스트는 (구관이 명관이다~) 또다시 Unladylike의 "Ask Unladylike: Sexual Harm in Your Social Circle?"였습니다. (이미지 설명: Unladylike 팟캐스트 로고 옆에 두 명의 진행자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고, 각각의 머리 위 말풍선에 'Ask Unladylike:', 'Sexual Harm in Your Social Circle?'이라고 쓰여 있다. ▶녹취록 읽기 : https://unladylike.co/transcripts/episode-154 와 정말 할 얘기가 넘쳐나는 에피소드였어요. 위에 Mom-Daughter Body Image도 그렇고 제목에 Ask Unladylike가 붙은 건 청취자 고민상담해주는 포맷의 코너?인데요. 이 에피소드에선 3개의 질문을 다루고 있었어요. 1)직장내 성희롱으로 퇴사한 지인 얘기를 하니까 가해자(남성 상사)에 연민을 표하며 직장에서 플러팅도 못한단 말이냐던 남사친.. 얠 어째야 할까요, 2)제 오랜 친구가 데이트폭력 전적이 있고 폭력사실을 부정하는 남자랑 연애 중이고 그의 말만 믿는데 어쩌죠, 3)성폭력 사건 이후 친구들 그룹에서 저만 아웃되고 가해자는 여전히 잘 어울려지내요. 제가 이런 상황에서 제 ex-친구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오마이갓...... 이 모든 게 내 얘기이거나 내 주변 얘기 같았던 머스타드 멤버들의 격한 공감이 있었답니다. 지금 이 후기를 쓰는 저의 과몰입으로 인해 이미 글이 너무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나눈 풍성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제가 꾹 참고 스킵할게요(죄송합니다 아쉬우신 분께 다음 소모임 참여를 권유드리며...). 한 가지만 적어두자면, 한 번의 가해행위로 영원히 아웃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가해자를 도려내기보다는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하지만, 그건 그런 폭력이 왜 용납할 수 없는 일인지에 대한 (가해 당사자 포함) 공동체 구성원들의 분명한 인지와 피해자의 안녕을 중심에 두려는 노력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이게 이 에피소드의 중요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좀 놓쳐졌다고 느낀 지점이었어요. ▶ 마지막 다섯 번째! 또 Ask Unladylike 중 "Why Can't I Make Friends?" (이미지 설명: 검은 색 단발머리에 빨간 안경, 빨간 옷, 빨간 목걸이를 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게스트 Negin Farsad가 오른쪽 전방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사진.) ▶녹취록 읽기: Episode 119 Transcript: Ask Unladylike: Why Can't I Make Friends? — Unladylike "난 왜 친구를 못 사귈까요?" 내향인의 심금을 울리는 제목에 이끌려 고른 에피소드였건만... 너무하게도 이번 게스트는 쾌활한 팟캐스터이자 코미디언인, 하이퍼-인싸-외향인인 Negin Farsad였고.. 단골 카페에서 줄 서 있을 때 앞 사람에게 말 걸어서 친구를 만들라는 조언을 들어버렸습니다(?)... 인류학적 흥미로움이 있었고요. 하지만 까칠하단 평을 듣는다며 고민을 토로한 청취자에게 자꾸 마음을 열고 다가가라는 류의 말을 하는 것은 정말 좀 아쉬웠어요. 혹시 주변에 페미니스트가 없어서는 아닐까?(사실 모름) 잘 맞는 커뮤니티를 찾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어진 두 번째 질문은 '애는 언제 낳을 거냐'는 질문에 대처하는 방법은?, 세 번째 질문은 '(백인 여성인) 내 주변의 유색인 친구들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였답니다. 머스타드 멤버들은 흥을 깨버리는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 다른 사람이 보면 너무 사소한 것에 폭발하는 것 같지만 다 축적된 이유가 있는 나만의 빡침들, (서구)(백인)외국인 친구와의 교류(의 종결) 등등등 팟캐 주제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며 엄청 많은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나누었어요. 하지만 이 날의 기억은 모든 대화들이 흥겹게 뒤범벅된 모양으로 남았는데... 마지막 모임은 벼르고벼르던 뒷풀이로 7시30분에 식당에서 만나서 술집으로 옮겨 새벽 2시...까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 ) 아니 화요일 모임이었는데 이게 무슨 일..? 다음날의 육체적 건강을 좀 희생하였지만, 광대가 아프도록 많이 많이 웃었던 밤입니다. (이미지 설명: 술집에서 6명의 머스타드 멤버들이 서로 맥주잔을 맞부딪히며 카메라를 보고 있다. 한 명은 카메라를 들고 있어 손만 보인다.) 이날 뭔가 얘기를 하다가 우리끼리 '가짜 가부장남' aka '가가남'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고는.. 왠지 무척 만족스러워하며 엄청 웃었는데...) 문득, 페미니스트들끼리 있을 때에야 언피씨한 농담도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도 생각이 나네요. ^^... 정말 공감가는 말이었어요. ■ 모임 때 영어로 써보았던 글의 주제들도 공유하고 싶어요! (이미지 설명: 노트에 펜으로 쓴 글씨. 'One thing that I really don't want to change about myself', 'Love pet'이라고 쓰여 있다) ● One Thing that I really don’t want to change about myself ● Things that relieve me when I get stressed... ● A Letter to My 70-Year-Old Self ● If I won the lottery(1billion won)…. (사실 마지막 날도 영작 주제를 준비했었지만... 술집에서 뭘 쓸 상황이 안 되더라고요ㅎㅎ) 1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영어로 이런 주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즐거웠고, 멤버들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조금씩 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어요. 짧은 글인데도 생각보다 각자의 생각과 경험이 많이 드러나게 되더라고요. 특히 일흔 살의 나 자신에게 쓴 편지를 나누었을 때, 읽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다들 노인이 된 자신에게 왠지 용기와 위로를 전하려고 하고 있었거든요. '계속 상실을 경험했을 거고 경험하겠지만 너는 그걸 다뤄나갈 힘이 있다', '여전히 서툴고 외롭고 멍청해도 괜찮다'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나가서 사랑하는 무언가를 만나 보라'고. 일흔 살까지 살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노인이 되어서도 이런 소소한 모임을 하거나, 다음 달에 뭘 하고 싶은지 같은 것을 이야기할 친구들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복권 당첨되면 뭘 할까를 상상해보는데 담당활동가인 제가 10억 원이라는 너무나... 10년 전 물가에나 걸맞는 소심한 금액을 설정해버리는 바람에 지극히 현실적인 상상들만 난무하게 되었다는 점도 기록해 봅니다ㅎㅎ (매우 구체적인 계획들을 들어보는 것도 재밌긴 했지만요) 다음에 이런 상상을 펼칠 때는 한 100억 쯤으로 스케일을 올리기로 합시다... ■ 후기를 슬슬 마무리해가기 전에, 스머프가 언젠가의 모임 때 재미있는 SNL 영상들을 잔뜩 추천해주고는 무려 머스타드 카톡방에 공유해주었던! 우리만 보기 너무 아까운!!! 영어를 몰라도 알아도 즐길 수 있는!! SNL 입문자(?)를 위한 추천 영상을 정리해주신 글을 머스타드 밖의 페미니스트 동료들께도 공유드립니다. (스머프, 공유와 허락 감사해요♥) ▶ 민우회원 스머프의 SNL 추천 영상 리스트 ▼▼▼ https://discovered-kilogram-5ea.notion.site/SNL-94... (클릭) (맛보기 캡쳐ㅇㅇ) (이미지 설명: 스머프의 영상 추천글 노션페이지 캡쳐 이미지) 머스타드 모임원들의 후기로 이 모임후기를 마무리합니다 : ) ● 샐리 작년에 후원을 시작하고 지켜보기만 하다가 사람들도 만나고 영어 공부도 하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영어 공부도 하고 다른 회원분들과 여러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좀 더 부지런했으면 더 알차고 영어에 대한 흥미도 생겼을 것 같은데 퇴근하고 모임을 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옆에서 이끌어주고 함께한 분들이 있어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민우회 활동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 지지 머스타드는 저의 첫 민우회원 소모임 참여였어요! 언젠가는 소모임에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그 첫 모임이 영어 소모임이 될 줄은 몰랐네요. 일상 생활에 치여살다가 매주 페미니스트들과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저에게는 좋은 자극과 활력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영어에 대한 부담이 항상 있었지만 시도는 하지 않았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이번 소모임이 저에게는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봐야겠다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민우회 소모임 참여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고민말고 참여해보세요!! ● 김회장 버리지도 쓰지도 못하고 매해 새해 공부하겠다고 다짐만 하다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린 영어. 페미니스트들과 함께여서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페미니즘 컨텐츠를 통해 영어 공부를 하게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주눅들지 않고 평가받지 않고 영어로 말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일정 때문에 더 열심히 참여하지 못해 아쉽지만 케첩부터 함께 한 머스타드, 소스류를 다 정복할 때 까지 전진전진! ● 제이 돌이켜보니 올해 저의 5~6월이 머스타드 덕분에 조금 더 즐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누구든 한동안 온라인으로만 만나다가,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페미니스트들과의 사교생활(?ㅎㅎ)을 하니까 신기하고 좋기도 했습니다. 잉글리쉬 온리 토킹... 시간도 덜 부담스러웠고요. 영어 실력에 대해서든 무엇이든 서로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 멤버들 덕분이기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다시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지만ㅠ 다들 무사히, 영어공부도 살살 계속 해나가면서... 잘 지내다가 또 만나요! ■ 2022년 하반기에도 영어공부 소모임을 한 번 더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함께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민우회 소모임 공지가 나갈 때 관심 갖고 봐 주세요! Q ) 소모임 하려면 민우회 회원이어야 하나요? A ) Yeeeesss!!! 이참에 회원가입을 하고싶다면 이쪽으로☞ Minwoo (womenlin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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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인터뷰] 단호박X고부가같이_수요일의 특별활동 "책 좋아하신다면서요?"
#페미니스트_만남(수요일의 특별활동) ([토요일의 특별활동](정지향 작가, 문학동네) 차용) 우리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안녕하세요. 고부가같이님. 책을 만드신다고요? 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그래서 우리는 만나야 해요” 저는 사무실 영화관 행사에 온 '책 만드는' 고부가같이님의 소개를 듣고 크로스 인터뷰로 꾀어 냈습니다. 우리의 인터뷰는 위의 대화와 같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났을 때는 망원동에 무궁화와 능소화가 피던 7월 7일. 작은 더위라고 불리는 본격 더위가 시작되던 소서에 민우회 사무실에서 수요일의 특별활동으로 만났습니다. ▲망원동의 무궁화 ▲망원동의 능소화 단호박: ‘고부가같이’님 안녕하세요. 닉네임으로 활동가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되셨어요. 닉네임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고 하던데요, 왜 고부가같이가 되셨어요? 고부가같이: 신입회원 세미나 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스웨덴에서는 고부가 같이 사업을 하잖아요”라고 하는 거예요. 한국도 그래야 한다면서요. 그런데 제가 어디서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스웨덴은 대기업도 가족 기업이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있어서 대기업도 노동자에게 악독하게 안 군다나? 뭐 그런 얘기요. 근데 모녀도 부자도 아니고 ‘고부’가 같이 사업을 하는 게 일종의 모델까지 된 사회라니 너무 신기해가지고 계속 “고부가 같이 사업을 해요?” “며느리랑? 사업이 잘 되나?” 말했는데 다들 “그렇죠~” 하면서 한참 못 알아들으시더라고요. 그러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아... 고.부.가.가.치.구나’) 다 같이 깔깔깔 웃었어요. 그렇게 닉네임을 바꿨어요. 그리고 이 얘기를 제가 꼭 해야 되는데요. 혹시 마X토끼라는 분 아세요? 트위터로 짧은 말장난 웹툰 같은 것을 그리는 분인데. 그런데 제가 민우회에서 이 ‘고부가같이’로 웃은 며칠 후에 공교롭게도 똑같은 내용을 만화로 그려서 올리셨더라고요. 반응 보니까 사람들이 막 ‘마사토끼님 천재’라는 거예요. 근데 천재는 난데...(같이 웃음) 또 그런 논란도 있었어요. 고부가같이를 줄여서 뭘로 부를 것이냐, ‘고가’로 해라 ‘고치’로 해라 와글와글하셨는데 저는 ‘고부’로 정했어요. 왜냐하면 다섯 글자 중 여성을 나타내는 두 글자니까(멋있음 주의) 고부가같이: 단호박님의 닉네임은 단호박을 좋아해서 라는 그 의미인가요? 단호박: 저는 멋있는 닉네임을 하고 싶어서 친구랑 같이 고민하다가 정한 거였어요. 좀 단호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이 들어있고요, 여성단체 활동가로서 의지를 드러내고 싶었어요. 단호박: 출판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고부가같이: 가족 구성원 중에 언저리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서 ‘직업을 고를 때 출판사에서 일하는 선택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글을 읽는 건 좋은데 쓰는 건 그렇게까지 좋지 않고 남의 글을 잘 고쳐주는 것은 재미있고 자신도 있었어요. 다른 친구나 선후배들이 그런 일을 많이 맡겨주었고요. 남의 글을 더 좋은 글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먹고살기에도 좋겠다 싶어서 출판사 면접에 지원을 하게 되었어요. 단호박: 저는 부모님이 서점을 하셨어요. 저는 남매가 네 명인데, 그 네 명을 먹여 살린 것이 서점이었어요. 그런데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면서부터 손님들이 인터넷 서점으로 많이 가면서 동네서점이 쇠락하기 시작했고, 서점업도 접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릴 적 추억 때문인지 책도 서점도 좋아하게 되었어요.(저도 알라딘, YES24, 교보문고 많이 이용하는데요, 그래도 동네서점은 못 지나쳐요. 들어가면 한권이라도 꼭 구매하려고 합니다) #페미니스트_일터 콘텐츠에 이름을 싣는 것의 의미 단호박: 편집자로서 직업은 좋은가요? 고부가같이: 지금까지 해온 시간을 전체로 보면 길고 힘든 중반기(슬럼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직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그전까지 진지하게 탈-출판을 꿈꿨어요. 지금은 비교적 잘 맞는 직장을 만나 그럭저럭 다니고 있고요. 단호박: 저는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유명한 출판사인데 노동 착취가 굉장히 심하더라고요. 심지어 책에 편집자의 이름을 안 싣는 것도 봤어요. 고부가같이: 많아요. 그런데 이름을 싣는 것이 기계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에요. 이름이 굳이 안 드러나지 않는 쪽이 마음 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그런데 복합적인 것 같아요. 음… 그런데 기본적으로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이름이 들어가는 건 좋은 일 같아요. 일종의 엔딩 크레딧(마지막 자막, 함께했던 제작진의 이름이 들어가는 자막) 같은 흔적인 거죠. 이 사람이 여기서 이런 일을 했다는. 제가 예전에 어느 방송작가 분의 책을 편집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국가에서 코로나 지원금 같은 것 때문에 서류 증빙을 하라고 했는데, 20년 가까이 긴 시간을 일했는데도 놀라울 만큼 제출할 게 없더라는 이야기를 쓰셨더라고요. 보통 딱히 서류를 떼지도 않고 일하고 해산하는 일이 많잖아요. 왜 우리가 생각할 때는 방송 끝나고 엔딩 크레딧(마지막 자막) 올라간다고 생각하는데 엔딩 크레딧(마지막 자막)에도 이름이 안 나오기도 하고, 이름이 잘려 있기도 하고, 방송 끝나면 광고로 바로 이어지기도 하잖아요. 정말 열심히 일해온 것에 비해 놀랄 만큼 드러나는 게 없다고 하시던 그분 글을 떠올리니 뭔가 이름을 써준다는 게 대단한 게 아니어도 이렇게 또 사람이 하는 일을 하고 이런 데서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호박: 저는 예전에 뉴스 PD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뉴스에 제 이름이 단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어요. 아나운서, 기자, 촬영기자, 영상 편집 분들은 이름이 나가거든요. 그런데 주조종실에 있는 기술 스탭, 카메라 감독, 자막 CG, 뉴스PD 들은 이름이 나가지 않아요. 방송화면에 자막으로 이름을 넣는 사람들은 좀 더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저는 방송국의 비정규직이었으니까 문제 제기를 할 창구도 없고, 제 의견이 반영되지도 않고,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권력 관계에 대해서 많이 느꼈었어요. #페미니스트_일터의 노동권 고부가같이: 비정규직으로 일할 때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일하셨나요? 단호박: 2년 8개월을 뉴스PD로 일했는데요. 2년이 넘으니까 방송국 노조에서도 뉴스PD 정규직화를 안건으로 올려주겠다고 했어요. 그때쯤 뉴스PD나, 방송 필수 스태프들을 정규직화하는 것에 대해 논의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결국에는 정규직이 되지 않았어요. 제가 토요일, 공휴일은 나와서 일해도 일요일이나 명절은 일을 안 하는 조건이었는데 나중엔 명절에도 나와서 일하라고 요구해 오고, 노동 요구가 많아지면서 그만두게 되었어요. 당시에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나 [자본론] 같은 걸 읽고 있었는데요. 방송국 비정규직, 그리니까 프리랜서들은 프롤레타리아도 안 되는 거예요. 프롤레타리아는 단결하라고 말하는데, 저는 제3계급 정도 되는 거고, 저는 단결할 수도, 발언권 같은 것도 아무 의미가 없구나를 생각하면서 뉴스PD를 그만뒀어요. 단호박: 출판계의 노동시장은 어떤가요? 여성분들이 많이 있는 업계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나,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인지도 궁금해요. 고부가같이: 일단 출판계가 전체 산업에서 종사자 인구가 참 적은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는 것도 좀 업계가 커야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웃음) 비정규직도 많고 정규직도 많아요. 4대 보험 적용되는 곳도 적지 않은 반면에, 악덕이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란 곳도 있고. 1인 출판사, 2인 출판사처럼 사장이 노동자인 경우도 많으니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느끼는 경우는 소수인 듯해요. 영세한 업계인 만큼 괜찮은 회사도 있고, 너무 심각하게 안 좋은 곳도 있고, 회사가 작아 오너나 상사의 선의에 기대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노동법 사각지대처럼 (규모가 작으니까 20인 이하가 수두룩하게 많은 점에서) 되게 취약하기 때문에 ‘여성이 일하기 참 좋아요’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나이브(순진한을 뜻하는 영어표현)한 것 같기도 해요. 근데 그 안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다고 생각이 되고요.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여성으로서는 기본적으로 다니기 좀 편한 것이 있고, 또 하여간에 책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다 보니 사회적으로 깊고 세심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느낌도 있어요. 편집자든 디자이너든 마케터든, 그런 점에서 괜찮은데 또 흔히 여초 직군에서 보이는, 위로 갈수록 남성이 많아지는 건 비슷해요. 여성 상급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율상으로 사장이나 부장급들은 남자가 더 많아 보이는 점은 비슷한 것 같고. 경력이 좀 덜 되거나 젊은 분들은 상대적으로 여성이 훨씬 많은 편이죠. 그런 점에서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냐고 한다면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답하기는 하지만,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면 한계도 있고 해야 될 일이 많이 있어요. 고부가같이: 단호박 님은 민우회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단호박: 언론사를 그만두고는 언론고시 준비를 했고, 그러다가 언론 시민단체에서 일하게 됐어요. 언론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보고서를 많이 썼었는데 그러던 중 박원순 사망 사건을 접하게 됐어요. 그때 종편 언론에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발언을 많이 했고, 보도도 했어요. 그런 언론 행태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보도를 지적하는 모니터링을 하고요. 그런 와중에 다른 사회 이슈보다 여성주의관점으로 사회를 더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고민 끝에 민우회에 오게 되었어요. ▲출판계의 이야기를 담은 웹툰 원작 일본 TBS 드라마 <중쇄를 찍자> ▲방송계의 이야기를 담은 노희경 작가, 표민수 작품 KBS2TV <그들이 사는 세상> #페미니스트_페미니스트라는 세계([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작가, 사계절출판사 차용) 고부가같이: 언론고시를 오래 준비했다면 그 당시 하고 싶은 이야기, 관심 있는 사회이슈는 어떤 게 있었나요? 단호박: 언론에서 사회적으로 주목하지 않는 것들을 비추고 싶었어요. 특히 지역, 여성, 사회의 소수자 이야기나 혐오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미디어가 누군가를 쉽게 혐오하게 만드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는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혐오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혐오 받는)어떤 대상에 대해서 더 많이 보여주고, 당사자에게 마이크를 주면 편견을 불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주도에 난민 수용한다고 했을 때도 사람들이 공포감에 가짜뉴스도 많이 믿었고, 막연한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했잖아요. 그때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속지 않기를 바랐고,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전달하고 싶었어요. 고부가같이: 그랬군요. 제 친구 중에 예멘에서 난민으로 한국에 온 분과 친해진 사람이 있어요. 반면 굉장히 부정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무심한 사람도 있고… 그런데 사회적으로 어떤 마이크가 되게 집요하게 안 좋은 시각을 부각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냉정하게 보면 난민에 대해(또는 다른 어떤 소수자에 대해서라도) 포용적이거나, 아님 설령 따뜻한 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차라리 잘 모르거나 무심한 사람이 많을 수 있는데, 마치 적극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대세이고 그게 보통인 것처럼 자꾸 그게 일각에서(언론 등) 계속 재생산한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어요. 단호박: 저는 그 당시에 도서관에서 이슬람 문화에 관련한 책을 많이 찾아봤어요. 문화적인 배경 없이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가 난무했으니까요. 그런데 책에서 이슬람은 평판을 중시하고,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족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에게 욕 먹을 짓을 잘 하지 않는다고 써둔 게 있었어요. 이런 문화적 배경을 조금만 고려했어도 사람들이 이슬람 문화를 싫어하지 않을텐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고부가같이: 무슨 십자군 전쟁 때처럼 이상한 생각을 하고 그러니까, 근데 또 우리가 페미니스토로서 만났으니까 아시겠지만 일군의 혐오가 있었잖아요. 이슬람 문화권의 여성 혐오적인 것을 이유로 들어서 난민을 반대하고, 혐오하고 그랬잖아요. 이슬람이 성폭행을 많이 한다든지 그러니까 여자를 꽁꽁 묶어 가둬두고 하는 것들이 뒤섞인 것들이요. 단호박: 맞아요. 공포를 더 증폭시켰죠. 고부가같이: 그런데 그런 공포심이 동력으로 사람들에게 혐오가 되었잖아요. 그러한 혐오를 저항감 없이 그냥 받아들이는 같은 여성들을 보면서 약간 위기감 같은 게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판이 짜이는구나 싶어서요. 어떤 때는 동지나 동료나, 친구인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또 갈리게 되는구나 싶어서요. 저는 트위터를 열심히 한 사람인데 2015, 16년에 페미니즘이 다시 떠오를 때 같이 놀던 사람들 중에 2018년, 19년에 다시 볼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있어요. 서로 블락(차단)을 하면서요. 분명히 2017년 정도까지는 각자 페미니스트였던 사람들과, 새롭게 정체화한 사람들이 서로 공부하고 다같이 욕하고 그런 분위기였는데 어느 순간 약간 못 보겠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예요. 친구들끼리는 언어의 수위를 조정하고, 의견 차를 좁혀가는 노력을 하잖아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이는 정말 안 보이면 끝이니까. 당장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이라든지, 어린 남성에 대한 혐오라든지 그런 것이요. 실은 제게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드는 두려움과 혐오감, 한심함, 배제해버리고 싶은 감정들이 있기 때문에 뭔지 알겠는 면도 있고 그래서 더 아득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또 예를 들어서 탈코르셋 이런 운동도 당연히 의미가 있었지만, 탈코르셋 안 하는 사람들을 비판한다든지, 기혼 여성을 비판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단호박: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어떤 시각에서 저는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거든요. 여성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서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닌데’라고 말하는 건가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고부가같이: 그럼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닌데’라고 말씀하셔야 했던 적 있으세요? 스스로도? 단호박: 네 예전에 그랬던 적이 있었어요. 저는 언론사 취직을 준비했으니까 ‘사상 검증을 한다’라는 이런 얘기도 들었던 거예요. 예상 질문으로 ‘페미니스트냐’라고 하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를 고민했었어요. 그때 ‘저는 페미니스트는 아닌데 여성의 일자리의 질, 임금차별 같은 것을 봤을 때 한국 사회에 문제가 있다’라고 답변을 준비했었어요. 면접관에 남성이 다수잖아요. 그럼 그 사람들이 봤을 때 듣기 편한 말이 뭐가 있을까 골랐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 사람들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는 표현을 써가면서 차별점을 드러낼 수 있게 할지가 고민했었어요. 언론인은 중도를 지켜야 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고 교육받잖아요. 어떻게 낙인찍히지 않으면서 내 말에 신뢰를 갖게 할 수 있는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다른 생각이지만, 당시의 고민은 그랬어요. ▲책 고르는 단호박 #페미니스트_책을 좋아하세요...(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작가, 민음사 차용) 단호박: 저는 대학 다닐 때 책의 ISBN을 정리해서 도서관에 비치하는 일을 했었는데요. 그때 신기했던 점은 책에서 봤던 사회, 문화적인 것들이 향후 2년 내에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더라고요. 그래서 드리는 질문인데 현재 출판시장에서 감지되는 트렌드가 있나요? 고부가같이: 몇 년 전, 그러니까 6~7년 전에 페미니즘 붐이 왔잖아요. 물밀 듯이, 온갖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을 달았든 안 달았든 페미니즘 서적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이제는 꼭 페미니즘 책이 아니라 그냥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담는 책이 나오고 있어요. 한편 이제 워낙 백래시의 시대이고, 트렌드도 늘 바뀌어서 이제 페미니스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도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보다는 조금 다른 트렌드가 더 눈에 띄는 것 같아요. 제가 산 책만 따져봐도 그렇고… 마이너리티(비주류)를 좀 더 전반적으로 더 발견하고 싶어 하는 흐름은 끝나지 않은 것 같아요. 여성들이 페미니즘의 이름 아래 ‘일반적’ 여자의 얘기를 듣기보다는 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이런 여성, 저런 여성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이제 여성도 넘어서서 교차성을 생각할 수도 있고, 아시아인일 수도 있고, 혹은 오히려 아프리카인이나 이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장애인, 어린이일 수도 있고요.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이 참 잘 됐잖아요. 어린이 자체도 당연히 중요한데, 사실 여성들이 어린이 문제에 더 예민하고, 어린이를 주양육자로 키우는 경우도 많고, 본인들도 다 어린이였고, 한편으로는 마이너리티(비주류) 사회적 약자로서의 그 마음을 겹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또 아시아나 아시아‘계’ 여성의 이야기, 특히 한국계이든 아니든 [마이너 필링스]나 [H마트에서 울다], [파친코]도 있고, 그런 책들이 각광을 받는 게 한국 여성도 서로를 계속 대화하긴 하지만 또 세계 속에서 한국 여성, 아시아 여성, 나아가 아시아계 여성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든지 그런 식으로 좀 넓은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베스트셀러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이 있잖아요. 읽을수록 너무 재밌는 책인데, 약간 총체적인 이야기잖아요. 과학책이 아니면, 에세이야, 소설이야? 이런 궁금증이 생기잖아요. 저자가 갑자기 자기 얘기도 하다가 갑자기 역사적인 인물이기도 하다가, 또 막 온갖 얘기를 한단 말이에요. 그 모든 것이 의외의 방식으로 잘 꿰어져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는데, 그런 책이 잘 된 것도 독자들의 목마름이 좀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어쨌든 그런 책이 다 나오면 반응할 독자들이 있는 거죠. 단호박: 맞아요. 여성들이 책을 많이 구매하죠. 저는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는 어느 시점부터는 여성 창작자의 책들만 사요. 두 개의 책이 있다면 여성 창작자의 책은 사서 보고, 남성 창작자의 책은 빌려서 봐요. 제 방식으로 여성 창작자들의 기회를 응원하는 거죠. 고부가같이: 그렇군요. 예전에 뭘 검색하다가 극우 남초 커뮤니티에서 “출판계는 완전 페미 소굴”이라고 한탄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확률적으로 페미니스트가 책을 더 많이 사고 많이 만드는 걸 어떡합니까? 억울하면 책 사!(웃음) ▲도서관의 페미니즘 도서들 ▲서점의 페미니즘 도서들 단호박: 고부가같이님은 쉬는 날에도 책을 보시는지 궁금해요. 고부가같이: 저는 의외로(?) 봐요. 짐을 덜어 놓으니까 재밌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저는 책을 잘 안 봤어요. 사기만 하고. 사는 걸로 읽었다고 착각하거나 자신을 속이고, 책들을 보면서 ‘아! 그래 내가 저런 책도, 저런 책도 샀으니까’라고 생각하고, 나의 지금 정신 세계를 다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랬는데, 사실은 머리말도 안 읽은 책도 있고, 책 소개 글 보면서 ‘그래 이런 책을 사야 돼’ 그런 마음으로 샀어요. 그런데 (안 읽어도 책을 사는 것) 좋아요. 출판계를 살리는 길이에요. 과거에는 사는 걸로 읽는 걸 대신했었는데, 그게 자꾸 스트레스로 다가왔어요. 결국 읽지 않는 나를 계속 인식을 하니까. 요즘에는 그냥 제가 재밌을 것 같은 책을 주로 읽어요. 제가 친구에게 되게 좋은 습관을 배웠는데요. 독서대 있잖아요. 독서대를 머리 말리는 공간에 놓는 거예요. 그리고 무조건 마음 먹은 책을 펼쳐놓는 거예요. 그러면 오며가며 머리를 말릴 때나 음악을 틀어놓거나 할 때 보는 거죠. 그럴 때 10페이지도 읽고, 습관처럼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게 책을 펼쳐놔야 읽지, 그렇지 않으면 10년이 지나도 안 읽는 책이 진짜 많거든요. 그런데 저 독서법으로 여기까지만 읽어야지 하면서 점점 계속 읽게 돼가지고 제가 은근히 책을 많이 읽게 됐어요. 단호박: 전 그래서 독서 모임을 해요. 읽어야 할 수밖에 없게 고부가같이: 몇 권 정도 읽으세요? 단호박: 한 달에 한 권이요. 그런데 책을 사거나 꽂아두는 건 두세 권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지하철 이동 시간이 길어요. 그래서 지하철 안에서 많이 읽게 되고, 독서 모임은 진짜 마지막 그날, 그 순간까지 읽어요. 독서모임은 3년차예요. 고부가같이: 못 읽은 채로 참석하실 때는 없으세요? 단호박: 있어요. 그럴 때는 양해를 구하죠. 그런데 저희는 기본적으로 숙제가 있어요. 호스트가 매달 바뀌는데, 호스트가 책도 선정하고, 책을 선정하면서 숙제도 같이 줘요. 얼마 전에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같이 봤는데 그때의 숙제 중 하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였어요. 숙제가 있으니까 본인이 다 읽지 않더라도 자기가 읽은 범위 내에서 숙제를 해가지고 와서 얘기해요. 고부가같이: 최근에는 뭐 읽으세요? 단호박: 여성환경연대에서 나온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를 보고 있어요. 요즘 돌봄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는데 돌봄에 대한 얘기도 있고, 에코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도 있고요. 그런데 책이 6~7년 전에 나와서 올드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어요. 특히 모성에 대한 부분이요. 고부가같이: 저는 페미니스트 중에 제일 어려운 게 에코 페미니스트 같아요. 생각 없는 권력자들이 일반 시민들이 쫌쫌따리(소소하게 실천하는 행위)로 하는 일들을 말도 안 되게 바꿔버리는 것들이요. 예를 들어 최근엔 원전주의자들이 오히려 환경주의자로 행세하는 거 아시죠? 화석 연료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니까 원전을 쓰는 것이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라는 궤변을 하지요. 우리 설마 탈원전 정도는 합의된 거 아니었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당당하게 원전이 미래인데 왜 원전을 안 하느냐는 걸로 탈바꿈하니까 골이 아프고 띵한 거 있죠. 그니까 어디서부터 틀렸다고 말해야 하나 싶은 거요. 단호박: 그러게요. 숙의 민주주의 공론화위원회 이야기가 쏙 들어갔어요. 고부가같이 님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되요. 저도 친구들이랑 우리가 백날 텀블러 안 가지고 다녀도 모른다 싶다가도 그런데 내가 알고, 니들이 안다고 말해요. 그럼 친구들이랑 또 힘을 내게 되고, 나라 걱정은 페미니스트들만 하는 거 같고요. 고부가같이: 진짜 미래 걱정이나 인류 걱정은 우리만 하나 싶고요. 희망 중 하나는 모두가 각자 시민들로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인데 우리의 기준에서 (인류가) 반동이 많고 자기 파괴적이잖아요. 엄밀히 보면 우리 자신도 그런 행위를 하면서 살고…. 단호박: 그래도 주위에 친구들과 동료들을 보면 미래가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좀 더 나아질 것이고,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들이 있으니까, 백래시도 있지만.. 전 여전히 사람들이 모르고, 관심이 없어서인 것 같은데요. ▲단호박의 책장 최근에는 어떤 책을 읽으셨어요? 여러번 읽은 책은? 고부가같이: [마이너필링스] 최근에 읽었고요. 그 다음에 박찬욱 책도 읽었어요. 여러 번 읽은 책은 아가씨의 원작이었던 [핑거스미스]를 쓴 세라 워터스의 책 중 [끌림]인데요. 3부작 중에 제일 덜 유명하고 인기가 없었지만, 그런데 그런 책 있죠? 영화도 그렇고. 다 보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하는 책이요. 읽는 동안은 도대체 어떻게 끝내려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싶은 서사를 계속 풀어놔요 뭐랄까, 약간 의구심이 계속 있는데 뭐야 뭐야 어떻게 되는 거야. 싶은 되게 초현실적인 일인 것 같은데 싶은데 나중에 진상이랄까 어떻게 된 것인지 밝혀져요. 그럼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해요. [끌림]보다 [티핑 더 벨벳]을 먼저 읽으세요. 그게 제일 재밌어요. 그리고 제일 밝아요. 고부가같이: 책을 많이 읽으시는 단호박 님, 저도 책 추천 하나 해주세요. 단호박: 혹시 니체 좋아하세요...?, 저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여러 번 읽었어요. 책에서 “망치를 들고 철학을 하라” 그런 얘기를 하거든요. 내가 가지고 있는 체계라든지 관습이라든지 모든 것을 깨고 철학을 해야 된다고 말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절대적이지 않을 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어요. 그리고 거기에서 만년설을 주장하거든요. 인간이 계속 만년 동안 같은 회로를 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뒤의 만년도 똑같이 챗바퀴 속에서 돌게 될 거라고 얘기하거든요. 그러니까 문제가 있거나,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변화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얘기해요. 제가 변화 해야할까 생각하게 될 때 니체의 철학이 도움이 됐어요. 고부가같이: 그러면 단호박님의 생에 계속해서 관여를 하고 있는 문장이에요. 단호박: 맞아요. 저는 스타벅스 닉네임(요즘은 안 가요)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철인의 이름이에요. 고부가같이: 기억해 놓을게요.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죠. 이렇게 알려주시면 단호박님을 단초로 삼아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왼: 고부가같이 님이 여러 번 읽은 책 ▲오: 단호박이 여러 번 읽은 책 ▲왼: [끌림], 세라워터스 작가, 열린책들 ▲오: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병권 작가, 그린비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평가([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 민음사) 단호박: 예전에 알던 편집자가 [82년생 김지영]이 화제가 되고 난 다음에 [82년생 김지영] 신드롬은 한국 문학의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어요. 그 사람은 [칼의노래]를 썼던 김훈 작가를 최고의 문장가라고 생각한다면서요. 아마 그 사람은 [82년생 김지영]이 문장이나 서사가 문학적으로 낮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단지 현실을 보여줬을 뿐인데 인기가 있다는 것이 본인이 생각했을 때 문학의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그 이후 시간이 흘렀고 [82년생 김지영]은 한국에서 1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도서가 되었죠. 저는 [82년생 김지영]이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낸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고부가같이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부가같이: 저는 단호박도 이해가 되고, 친구분도 이해가 안 가지는 않아요. [82년생 김지영]은 큰 성취를 해낸 작품인데, 아까 말한 전통적 문학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한테 좀 시시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82년생 김지영]이 혁명적인 것은 그것을 소설이라고 내어놨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소설에 들어가지 못했던 글을 소설이라고 내놓은 자체가 문학적인 거죠. 그게 무슨 아름다운 문장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그 태도와 선언으로서 의미가 있는 거죠. 그래서 당연히 김훈 애독자는 좋아하기 어려웠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단호박: 저는 [82년생 김지영]을 보면서 이런 이야기가 없었구나를 깨달았어요. 일상적인 이야기인데 지금까지 돌아보지 않았구나를 느꼈어요. 나도 우리 엄마의 삶을 들여다봤었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던 것 같아요. 내 주변에 여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출산과 육아로 연락이 단절됐던 나의 선배들에게 연락을 했던가, 한번 연락해 봐야겠다 같은 생각들을 했어요. 고부가같이: 대단하네요. 그런 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의 힘이. 그럼 저는 한번 더 질문해 보고 싶어요. [82년생 김지영] 이전에 박완서라든지, 문학적 성취가 있는 소설가들이나 여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과 관찰력이 있고, 표현력이 엄청 뛰어난 그 사람들이 있어서 사실 여성의 삶에 대해서 말했다면 충분히 말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는 [82년생 김지영]이 전무후무한 것이다라고 말하기엔 조심스러워요. 그냥 내가 모르거나 신경을 안 썼을 뿐인 부분도 있어서 그 이전에는 아무도 안 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여성의 삶을 다룬 서사의 역사가 이미 있다는 지적을 조금 이해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전 세대에서 오히려 너무 유려하게 여성의 삶을 일상에 녹아들게 표현을 해서 문학적으로 ‘여자의 인생’ 서사 재밌다, 그래 우리 어머니들, 언니들이 살고 있지, 좋은 소설을 읽었다 정도로 만들어 버렸다면, 이제 [82년생 김지영] 같은 경우는 통계와 각주를 달고 문장도 담백하고, 좀 멋이 없다고 느껴지는 문장으로 되어 있어서 마치 영화제의 비다큐 부문에 다큐를 내버리고, 이것은 비다큐라고 주장하는 셈이죠. 그게 오히려 운동적이랄까, 약간 실험이면서 훌륭한 것 같아요.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 민음사 #페미니스트_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디플롯 출판사 차용) 고부가같이: 사랑을 믿으세요?,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나 존재가 있으세요? 단호박: 있는 것 같아요. 있어요. 네 있어요.(세 번의 과잉 긍정...) 사랑인지 모르겠지만 끝내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가족이에요. 저는 여동생도 남동생도 있는데요. 제 활동에 대해서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요. 물론 동생도 ‘누나 때문에 알았다’라고 깨닫는 부분이 있지만 20대 남성의 입장에서 강간 사건이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말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저는 동생이 알고 있고 인식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고 말을 해요. 그 대화를 하는 것도 저는 제 동생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거고, 동생도 강간·성추행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랑하고 싶은 존재들이에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회 운동도 좋지만 내 주변의 생각도 바꿀 수 없는데 어떻게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 생각하거든요. 그런 이유로 가족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불편한 상황에 대해 더 많이 말하는 것 같아요. 고부가같이 님은 사랑을 믿으세요? 고부가같이: 저는 사랑을 믿어요. 그게 동력인 것 같아요. 구체적인 얼굴들이 있잖아요. 사실 구체적일 필요가 없을 때도 있는데 그래도 어쨌든 당장 낙담하지 않게 하는 데 힘이 되는 존재가 있고, 사랑은 있어요. 단호박: 2022년에 새롭게 알게 된 게 있으세요? 고부가같이: 러브버그, 파리목 털파리과에 속하는 우단털파리의 일종. 성년이 된 이후의 시간 대부분을 짝짓기에 소비한다고 알려진 러브버그. 3일밖에 못사는데 모든 순간 사랑을 하면서 사는 존재요. 지난 금요일에 쭈꾸미를 먹으러 은평구에 갔다가 러브버그를 봤어요. 정말 그 벌레가 가득했어요. 마침 은평구 일대가 난리가 났더라고요. 아직 뉴스에도 안 나고 정보가 하나도 없을 때였는데요. 이게 뭐야 싶어서 깜짝 놀랐어요. 모든 애들이 열심히 짝짓기를 하고 있어서 깜작 놀랐어요. 그래서 검은털 파리의 생태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어요. 생식이 뭘까요. 현대인에게는 선택권이 있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이 파리는 이끌리듯이 짝짓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단호박: 그럼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날이라고 하면 뭘하고 싶으세요? 고부가같이: 마지막이면 얘기는 편하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즐기는 거겠죠. 애인을 만나서 놀 것 같아요. 가족이랑도 섭섭하니까 조금 놀고. 단호박: 애인이랑 20시간, 가족이랑 4시간 시간을 보낸다(단호박 정함) 고부가같이: 근데 20시간은 딱 정해진 거예요? 단호박: 안 정해졌어요. 애정에 비례해요. 제 마음대로. 고부가같이: 제가 꼭 애정을 시간 단위로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요(웃음). 단호박은 인생의 마지막날에 가족을 보실 거예요? 단호박: 엄마는 볼 것 같아요. 엄마만. 왜냐면 언니나 동생들은 각자 자기들의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언니나 동생들은 마지막 날에 저를 찾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엄마는 혼자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엄마와 이모들이 같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엄마만 보고 싶어요. 이모들은 죽는 날까지 “너는 왜 짝을 안 찾아가냐”, “결혼을 안 했냐?”라고 물을 것 같아요.(웃음) 고부가같이: (웃음) 어후 정상성. 진짜 깨부십시다. 이성애 중심 사회 ▲고부가같이 님의 책장 #민우회_아무튼, 민우회(아무튼, 시리즈, 제철소 출판사 차용) 단호박: 민우회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고부가같이: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 됐던 것 같긴 한데요. 확실히 기억나는 계기가 있네요. 출판사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만든 책의 강연회에 저자 부부가 함께 오셨어요. 그날 저자의 배우자께 명함을 받았는데 ‘군포 여성민우회’에서 일한다고 쓰여 있었어요. 그때 민우회를 글자로 처음 읽어서 인지한 것 같고, 지역에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단호박: 가입동기는 어떻게 되세요? 고부가같이: 트위터에 공지된 신입회원 세미나 프로그램을 보니 그러잖아도 한번 읽어보려 했던 책이 올라와있더라고요. 이 기회에 책도 읽고 민우회도 후원하자 하고 가입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대선을 거치면서 사회의 위험한 변화에 대해 위기감을 느꼈고, 오랫동안 가입 상태였던 정당을 탈퇴한 걸 계기로 평소 고맙게 생각하는 시민단체 후원금을 늘려야겠다 생각해서 가입했어요. 단호박: 신입회원 세미나의 도서였던 [페미니즘]은 어떠셨어요? 고부가같이: 책은 일단 얇아서 부담이 없었고 그리고 섹션별로 잘 토픽이 정리되어 있어서 딱 이런 신입사원이래 신입회원 모임으로 좋은 책이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완전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책은 아니었고 압축적으로 다양한 주제들을 잘 정리하고 뭐가 논쟁의 쟁점인지를 잘 정리한 책이었어요. 단호박: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언제셨어요? 고부가같이: 저희 아버지가 나이가 들면서 아무래도 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야 넌 페미니스트냐?”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당연한 거 아냐?”라고 말했거든요. 사실 제가 받아치고 싶었던 대사는 “그럼 아빠는 성차별주의자야?” 이거였지만... 옆에 다른 어른들도 있고 해서 그 정도로만 했는데 그 순간이 그래도 페미니스트 모먼트였던 것 같아요. 제가 기분 좋았던 건 옆에 있는 동생한테도 “그럼 너는 어떻냐” 그랬는데 동생이 “나도 당연하지”라고 말했을 때예요. 고부가같이: 단호박에게 궁금한 건 활동가로서 외부와의 접촉도 많고 회원도 많이 만나야 하는데 활동가가 적성에 잘 맞나요? 단호박: 네 괜찮은 것 같아요. 송년파티 같은 걸 하거든요. 그럴 때 너무 재밌고, 많이 웃었는데 집에 가는 길에 광대에 경련이 일어나는 거 아시죠.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다 쓴 거죠. 방전되면 다시 충전을 하고 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페미니스트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고부가같이: 바로 앞에 놓인 민우회 소식지에 아주 좋은 말이 쓰여 있네요. (민우회 소식지를 들고) 낙담했지만 절망할 이유는 없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고부가같이 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책 이야기로 시작해서 일터의 노동권, 정치, 에코페미니즘, 돌봄까지 주제를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밀도있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작은 더위인 소서를 지나, 엄청난 비바람과, 폭우가 쏟아지는 말복이 다가오는데요. 몸 조심하시고, 이 여름도 잘 나서 우리 더 좋은 곳에서 또 만나요! 아울러 폭우로 인해 피해입으신 분들의 안전한 일상 회복을 기원하겠습니다. (끝) (다음 크로스인터뷰를 기대해주세요!) 지난 크로스 인터뷰 읽어보기 ▶ 크로스인터뷰① 내향인들의 만남.. 영지 춘을 만나다 ▶ 크로스인터뷰② 노새, 효선님을 만나다-스포츠와 아드레날린과 물질만능주의에 관한 고찰(아님) ▶ 크로스인터뷰③ 제이, 엘라를 만나다- 안 친해도 세시간 반(놀랍게도 요약본) ▶ 크로스인터뷰④ 인터뷰 제목 뭐하지z (영지x장캡틴) ▶ 크로스인터뷰⑤ 밍기뉴x인경(전기뱀장어)의 만남. *페미니즘, 비건 그리고 음악 * ▶ 크로스인터뷰⑥ 노새x양수안나, 스포츠에 진심인 여자들 주목! ▶ 크로스인터뷰⑦ 제이x다정, 일의 좋음과 싫음 ▶ 크로스인터뷰⑧ 밍x돌(큐캔디) ‘퀴어’한(?) 둘의 만남,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돌’을 만나다 ▶ 크로스인터뷰⑨ 보라X은하수, 풋살, 뮤지컬, 술 - 마음의 방이 많은 은하수와 함께 ▶ 크로스인터뷰⑩ 베리X첼시, 에너지 부자들의 만남 나도 뭘 좀 좋아하는 페미니스트인데.. 인터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지금 회원가입하시고 적극적으로 질척거려주세요!(하신 분들은 그냥 질척 가능 ㅎㅎ) [email protected] (민우회원팀) [회원가입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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