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생긴 일

이경희 : 여성노동센터 회원

작년 10월에 있었던 일이다. 주일 저녁 예배에서 목사님이 설교 중 한 통계의 내용을 소개했다. 우리 나라에 있는 부끄러운 1위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각각 여성과 남성에 관한 것이었다. 여성에 관한 것은 여성부의 존재, 여성할당제의 존재, 생리휴가의 존재 그리고 성피해 의식, 성형수술, 낙태수술, 제왕절개가 각각 1위라는 내용들이었다. 남성에 관한 것은 40대 사망률 1위, 성별간의 수명차-여성과 남성의 수명 차이가 가장 크다는 얘기다-1위 등이었다.

여성에 관한 부끄러운 1위 내용들은 '이것이 어떻게 여성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내용인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반면 남성에 관한 부끄러운 1위 내용들은 '이게 뭐가 부끄러운 내용인가' 싶었다.
여성들의 소리와 경험이 정책에 반영되기 힘든 배경을 기반으로 설치된 여성부의 존재, 노동시장에서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 성차별적인 대우에 대한 적극적 평등조치로 마련된 여성할당제의 배경, 생리휴가를 거론하기 전에 여성들의 노동역할 연속성을 보장하는 정책이 굉장히 미비한 것, 가정, 노동시장, 사회, 국가에서의 실질적인 성차별 행태,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주체로서 살아가기보다는 타인의 요구와 사회 구성적 문화적 요소인 몸으로서 요구받고 있는 현실, 남성은 제외시키고 여성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가부장적인 편견, 여성의 몸을 경제적인 이윤을 위해 이용하려는 정치적 음모를 제대로 안다면 이런 것들을 부끄러운 1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반해 왜곡된 회식문화, 가부장적 결혼관계 등 남성들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40대의 높은 사망률, 성별간의 수명차 등으로 가리는 이 통계도 성차별적이다.
각각에 대한 설명과 배경이 없는 상태에서 '설교' 중에 이러한 내용들이 언급되었다는 것에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설교'는 공개적이고 대중적이며 권위도 가지고 있어서 메시지가 그대로 수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온 나는 나의 불편한 마음을 표현해야 할 권리와 의무감을 느꼈고 표현방법을 놓고 고민하였다. 공개적으로 왜곡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설교'의 특성과 비슷한 '도구'를 생각해 내야 했다. 교회 홈페이지가 생각났다. 각 부서별-청년1,2부, 마리아회, 남전도회, 목사님 홈-게시판을 활용했다. 사이트 상의 게시판은 많이 활성화가 되어서 충분히 공개적이면서 대중적인 '도구'로 활용하는데 유용했다. 권위부분에 있어서는 여성을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가 나와있는 성경구절과 여성학 자료들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여성에 대한 편견...올바로 알자'라는 제목 하에 써 내려갔다. 여성에 관한 부끄러운 내용들에 대한 각각의 내용과 배경설명을 최대한 실으면서 최소의 양으로 쓰려고 노력하였다.

글을 올린 다음날 목사님은 아침 일찍 게시판 글을 확인하고 내게 이메일을 보내셨다. 좋은 글을 적어 주어 고맙다는 것과 예배시간 관계상 설명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해명의 글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목사님의 설교에 토(?)를 달고 공개적인 게시판을 활용-내가 알기로는 우리 교회 최초이다-하여 문제제기 하는 부분에 대해 나 역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설교'의 특성-권위와 효과-을 생각해 볼 때 개인적으로 목사님께 찾아가서 말씀드리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었던 것이다.
성경을 남성들이 기록하고 해석하면서 왜곡된 여성과 하나님의 이미지를 많이 낳았다.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은 왜곡된 여성과 하나님의 이미지를 보다 더 객관적인 이미지로 회복해 주며 폭넓고 다채로운 신앙경험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성경에서 창세기 1장 27을 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은 자기의 이미지로 여성과 남성을 창조하셨다고 성경에서는 말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여성과 남성은 똑같이 소중한 존재로서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을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변질되고 왜곡된 여성과 소수자와 하나님의 이미지를 여성주의적 패러다임을 통해 올바로 알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