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요즘 티브이의 공익광고 하나가 눈에 띈다.

“부장 000은 자상하지만, 남편 000는...?”시리즈로 사회생활과 가족관계안에서의 대비된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면서(청소기 돌릴 때 발 올리는 모습 대박!), “밖에서 보여주는 당신의 좋은 모습, 집안에서도 보여주세요.”로 끝맺는 공익광고다.

언젠가 00노조에 회의를 갔을 때, 한 남성간부가 “우리 남성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밖에서 열심히 ‘평등과 인권’에 대해 외치다가 집에 들어갈 때 대문 앞에서 ‘평등’이라는 가방을 놓고 들어간다는 자조 섞인 말들을 한다”라고 한 것이 기억난다.
사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사회의 진정한 민주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는 것일 게다.

최근 트윗에서 많은 ‘진보’남성들의 열광적 지지를 얻은 영화 “도가니”.
그 소설이나 영화의 완성도나 현실을 잘 고발하고 있다는 것, 그 사건은 끔찍한 사건이고 제대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과 별개로 나는 이 열광이 불편하다. 아동성폭력 가해자 화학적 거세하자고 거품 물다가도, 국회의원 성희롱가해자 제명시키면 우리 중 누가 살아남겠냐며 용서하는 국회를 가진 사회라서 그렇다. ‘도가니’의 성폭력에 분노한다면서 여성국회의원을 ‘관기녀’, ‘00녀’등으로 부르는 것을 전혀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진보’사람과 그것을 지적하는 용기있는 진보‘남성’을 거의 보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거의라는 말은 있긴 있었다는 뜻. 어찌 보면 더 주목할 만한 일이긴 하다. 세상이 그래도 조금씩 변하긴 하나부다.)

그래서 그 공익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안과 바깥의 경계를 허물어야 하는 것 말이다. 일상이 곧 정치라는 사실 말이다.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등 수많은 폭력들이 ‘가족’ 안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가족이기에 참고 용인되는 게 아니라 가족 또한 민주주의와 관계의 존중이 실현되어야 하는 하나의 공동체이며 사회는 그것의 확장된 형태라는 메시지를 갖는 듯 했다. 참 아이디어, 소재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전. 여성가족부 새장관 취임을 맞이하여, 여성가족부 홈피를 방문했더니 그 광고가 떠억하니 거기에 있는 거다. 아, 이거 여가부가 발주한 거였어? 그래, 여성부 잘했어라고 하고 싶었는데, 제목이 ‘가족의 가치’다. 얼래?
‘매주 수요일은 가족사랑의 날’이라는 표어와 함께 소개되고 있었다. ‘가족사랑’이라는 포장 때문에 얼마나 가족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사라지고 곪아가고 있는데...나는 이 광고의 주제가 최소한 ‘대화하고 존중하자’라던가 ‘가까운 사람한테도 잘하자’라던가 이것도 아니라면 ‘행동의 일관성’, ‘이중인격반대’ 따위일 줄 알았는데...‘가족사랑’이다..구리다..그런데 비스듬히 밑에 ‘가족송’이라는 것도 보인다.

방시혁이 만들고 위대한 탄생의 김정인이 불렀단다. 오호. 그래? 하고 틀었다. 후덜덜덜. 뜨악.

기쁠 때에도, 슬플 때에도 가족이라서 고고고마워요.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해줘서 고고고마워.’ 엄마 품에서 잠이 들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아빠, 엄마 아니에요. 우리가 더 고고고마워요.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나만 보면, 우리 예쁜 딸 고마워요. 아니예요. 함께라서 고마워요.      
                                                                           

요즘은 사람들 많이 바뀌었다. 여성가족부는 티브이도 안보나? 개그맨 이00님이 웃으며 말하길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가 남성들에게 억압적인 노래라잖아. 기억나나? 이 노래가 유행되던 시절이 IMF시기다. 여성들이 대거 짤려 나갔던 때지. 이 노래가 얼마나 짜증났는지 모른다. 아이들과 앞치마 두른 엄마들이 나와서 매일같이 불러댔지. 여자들만 기분 나쁜 줄 알았더니 남자들도 힘들었군. 대체 누구 좋으라고 불러제낀 노래야? 여튼, 이 노래를 이렇게 개사해서 부르더군.

“♬♪아빠 푹 쉬세요. 우리가 일 할께요. 엄마도 벌잖아요. 아빠는 푹 쉬세요.”  으하하.

그런데 좀만 더 바꿔보면 어떨까?

“모두 푹 쉽시다. 열심히 했잖아요. 조금만 일합시다. 내일도 있어요.” ♬♪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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