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여대생들은 행복한가?

● 김경애 (동덕여대 교수)

각 대학이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의 요구에는 못 미치지만 등록금 인하를 위해서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등록금이 얼마간 인하되더라도 등록금과 용돈을 조달하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피할 수 없다. 1월29일 고용노동부의 '2011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만 18세 미만) 아르바이트생의 절반 정도가 법으로 보장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여성 청소년의 경우 무려 54.5%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했고, 폭언과 성희롱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비록 청소년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도 마찬가지의 고통을 받고 있다.

2011년 11월에 개최된 동덕여대 여성학 전공학술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우리는 행복한가”에서 여대생들도 저임금은 물론, 임금 체불로 고통당하고 있음을 밝혔다. 여대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자신들을 노동 위계 구조에서 가장 하층 계급으로 규정하고, 최저시급으로, 4대 보험과 월차와 같은 복지혜택 없이 고용하고 해고하기 쉬운 노동력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인식하였다. 특히 수습기간이 있는 경우(예: 패밀리 레스토랑)에는 3개월간 수습기간 동안 정식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노동 강도로 동일 노동시간 일하지만 더 낮은 임금을 지불하여, 수습이라는 형태로 아르바이트생들을 더욱 착취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 업종의 경우 손님으로부터도 무시당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임금 체불도 흔해서 한 학원 강사의 경우 1년간 영어강사로 일하는 동안 월급을 제 날짜에 받아본 적이 없으며 강의 외에도 사소한 심부름등의 일을 무보수로 떠맡아서 해야 했으며, 또 다른 한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후 임금을 못 받아 계속 임금을 받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야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대생들은 선발 과정에서 외모로 차별당하고 노동현장에서는 성적 대상화되며 성희롱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고발하였다. 채용 조건에서 여성의 경우, “용모 단정한 여성”이라는 조건을 노골적으로 내걸고 차별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 학생은 “용모 단정한 여성”을 조건으로 내걸고 시식행사를 진행할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회사에 전화하자마자 자신의 키와 몸무게 제일 먼저 물어보았다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용모 단정한 여성”의 의미는 일차적으로 키가 크고 날씬한 미혼 여성을 의미하며, 여성들의 평균 체중을 넘는 경우에는 아르바이트 채용 시 면접의 기회도 주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명시적으로 “용모 단정한 여성”이라는 조건을 채용조건으로 내걸지 않더라도 암암리에 여대생에게 외모는 채용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한 학생은 집근처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호프집에서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주인여성이 구직 여성을 “너무 뚱뚱해”, “너무 나이가 많아 보여”, “너무 못생겼어”등으로 채용을 거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성들은 예쁘고 키가 커야하며, 결국 여자 아르바이트생은 외모 순으로 고용되었다고 밝혔다. 아르바이트해서 용돈을 벌려고 하는 것인데 능력보다도 예쁘냐, 안예쁘냐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고용되고 난 후에도 아르바이트 여대생은 고용주로부터 외모를 관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한생의 경우, 여자 주인이“살 빼라”, “입술에 립스틱 바르고 화장해라”, “옷 그렇게 헐렁하게 입고 다니지 마라”, 헤어스타일 까지 이러라 저러라고 잔소리하면서 외모를 강조하였다. 패밀리레스토랑은 물론, 심지어는 학원에서도 아르바이트 여대생에게 화장을 하라고 지시하고 안경을 끼지 말고 렌즈를 착용하라고 강요하였다.

야구 경기장의 치어리더는 “섹스마케팅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관객들의 흥을 돋우고 응원을 유도하는 것이 치어리더들의 일이지만 구단관계자는 안무를 짜거나 의상을 고를 때 ‘섹스어필’을 암묵적으로 요구한다며, 이는 야구를 배경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치어리더라는 명목을 여성들은 성차별하고 심하게는 성폭력을 자행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치어리더의 세계는 남성 관객의 노리개로, 구단관계자들의 꼭두각시로, 노출의상을 입은 모습을 찍어가는 사진기자들의 희생양이라고 한 학생은 비판하였다.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차별은 유니폼이라는 획일적인 일복 지급을 통해 구조화되어 있다.

시식행사 진행자의 유니폼은 짧은 치마와 딱 달라붙어 몸매가 드러나는 티셔츠로 정해져 있어 유니폼에 맞춰서 아르바이트생을 뽑기 때문에 뚱뚱하거나 키가 작으면 아예 뽑을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마트 판매 직원들도 꽉 끼는 상의에 아주 짧은 치마를 입고 굽이 높은 신발을 신기를 강요당한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경우도 많아 유니폼과 신발이 작업 능률을 현저히 해치고 있으나 몸매가 드러나는 유니폼을 강요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유니폼도 짧은 치마에 몸에 꽉 끼는 상의인데, 탈의실이 남녀공용인 경우가 많으며, 식사를 탈의실에서 식탁이 없이 바닥에 앉아서 남자직원들과 같이 하게 되는데 유니폼 때문에 더욱 불편하다. 영화관에서 안내를 맡는 아르바이트에서도 용모는 매우 중요하다. 남자아르바이트생의 경우, 단정한 머리와 긴 바지, 검은 양말, 벨트 착용으로 비교적 간단하나 여성의 경우 “긴 머리는 망 속으로 넣어야하며, 잔머리가 보이지 않게 젤로 고정하고, 앞머리가 있을 경우 모두 올려 핀으로 단정하게 고정시켜야하며, 빨간색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고, 커피색 스타킹을 신어야하며, 검은 플랫구두는 필수”로 착용해야하며, 반드시 치마를 착용해야한다. 여성들은 몸에 꽉 끼이고 짧은 치마를 유니폼이라는 명목으로 입히면서 여성의 몸매를 드러내게 하여 여성의 몸을 상품 판매의 전략을 채택하여 젊은 여대생들을 성 상품화하고 있다.

여대생들에 대한 성희롱 또한 만연하고 있다. 면접과정에서 고용주는 남자친구가 있는지를 묻고, 소개팅해주겠다는 제의를 하기도 하며, 일단 고용된 뒤에도 고용주 또는 고용주의 아들 등이 추근되었고, 상사들은 성적 농담을 서슴치 않았다. 사무직 아르바이트의 경우, 사무실에서 성인사이트를 컴퓨터 화면에 띄어놓고 성희롱하며, ‘열굴이 예쁘네, 여자는 얼굴만 예쁘면 되지, 결혼만 잘하면 돼’등의 말로 비하하였고, 또한 다리가 굵다면서 “김무”, “무다리” 등으로 놀리는 등 성희롱하였다. 손님으로부터의 성적 농담 등의 성희롱에도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아르바이트 여대생들은 청소년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노동의 위계구조 속에서 가장 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대생들은 부모님의 부담을 덜기 위해 용돈을 벌거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으나, 노동시장에서 이들은 사회경험이 일천하고 젊다는 이유로 손쉬운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여대생은 외모로 차별받고 성적 대상화되고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 등록금 반값도 중요하지만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여대생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장치가 전혀 없다. 교육 당국과 여성단체는 아르바이트생들, 특히 여대생을 보호하는데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