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까지

스스로의 삶의 주인이 된다는 건

한 정 원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민우회 회원)

고령화 사회, 변화와 예측 사이

한국이 빠른 속도로 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명백한 사실이다. 2000년 노인 인구 7%를 넘어서 고령화사회가 된 한국은 이제부터 10년 내로 노인 인구가 14%이상인 고령사회에 접어들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의 원인으로는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으로 인한 저출산, 평균수명의 연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고령 사회가 된다면 우리의 현실이 어떻게 변화할지 구체적 전망에 대한 제시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노동력이 감소가 될 것이고, 이에 노인부양부담이 늘어나며 연금 등 복지지출이 증대할 것이라는 변화가 자주 예측될 뿐이다.

지금 현재의 상황을 보자면, 한국에서의 노동력감소는 대체이주(replacement migration)의 현상을 낳고 있으며 이는 생산영역 뿐 아니라 재생산영역까지 영향을 지대하게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역의 고령화현상은 편차가 매우 심해서 2010년 전국의 고령화비율은 10.7%이지만, 서울은 9.3%, 강원은 14.6%, 전남은 18.5% 에 이르러 이에 대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필연적 제도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연금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이은 제5의 사회보험으로 보편주의적 제도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노인돌봄의 책임을 국가가 인식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후기고령자의 증가, 가족의 책임성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 등을 생각할 때 우리사회가 필연적으로 받아들였어야 하는 제도이며, 앞으로도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2010년 기준 전국의 노인 인구는 약 550만명인데, 장기요양인정자수는 약 32만명으로 전체 노인인구 대비 약 5.9%에 이르며 이 중 여성이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노인돌봄은 이와 같이 시설화되는 경향이 뚜렷하고 실제로 2005년 이후 전국의 요양병원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요양시설 또한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는 편이어서, 차후 노인돌봄은 가족 내 보다 가족 외에서 점차 서비스가 확대되어 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고령화 추이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여러 가지 제도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데 급급하여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들이다. 즉, 손가락만 바라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노인 돌봄이 사회화되어가면서 주력해야 하는 것은 시설이나 병원의 증가 또 흔히 말하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 뿐만이 아니라 생각한다. 왜 노인 돌봄이 사회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인식한 이후에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돌봄서비스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뒤를 잇지 못하고 있다. 당위성은 존재하는데 정작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와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인 것이다. 예를 들어, 호주의 노인돌봄은 원칙적으로 자립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 안에서의 말기환자보호 또한 최대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존엄성'이 유지되기 위해

존엄 케어는 노인이 생의 마지막까지 자신이 스스로의 삶의 주체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른 예로 일본의 유명한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재활 프로그램을 삶속에 결합시켰는데, 이 또한 최대한의 자립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 휠체어에 탄 노인들은 내려서 스스로 프로그램 실로 걸어들어가야 한다.

우리의 노인돌봄의 목적은 무엇일까.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점차로 노인돌봄이 사회화되어가는 것도 부인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가족이 더 이상 못하기 때문에 임종때까지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일까. 많은 치매환자들이 안전보호라는 명목으로 침대에 묶여 있고, 씹을 수 있는 환자들에게도 편의를 위해 음식이 갈아서 제공된다.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돌봄서비스, 그리고 누구나가 노인이 되었을 때 바라는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