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하며

조인섭(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

최근 아동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하는 사건을 맡게 되었다.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성폭력 피해자를 많이 대리해왔기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지만, 그 사건은 너무나 어린 피해 아동들에게 상상을 초월하여 너무나 끔찍한 내용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었기에, 법조인 생활 7년 만에 처음으로 그 기록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피해 아동의 부모들의 심정이 전해오는 것 같아 한동안 머리에서 사건이 떠나지 않았었다.

특히 나를 분개하게 했던 것은, 범행의 내용도 끔찍했지만, 그런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처분 했다는 것이었다. 기록을 보건데 피해아동들의 진술과 가해자의 진술이 일치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아동들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할 수 없다고 하며 불기소를 했었다. 물론 다행히도 항고가 받아들여져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졌고, 지금은 다시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재기수사과정에서도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피해자들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너무도 멀다. 아마 수사절차와 증거법상, 피해 아동들이 다시 피해사실을 진술해야 할 가능성이 많다. 그 사건은 피해 아동들이 해외에 있었는데, ‘만일 꼭 필요하다면 한국으로 가서 진술하겠다’고 했음에도 수사관은 ‘아이들의 진술을 녹음해서 보내라’고 했었다. 피해 아동들의 어머니는 ‘수사기관에서 진술녹화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녹음을 해서 보내라고 했기에, 어머니는 녹음을 해서 보냈다. 당시 피해 아이들은 피해 사실들을 ‘쫑알거리며’ 줄줄이 이야기를 했고, 어린 아기들의 입에서 그 내용을 듣던 어머니는 눈물을 삼키며 울먹이며 들어야 했고, 나중에는 울먹이며 그 아이들에게 ‘더 이상 묻지 않을게’, ‘모든 걸 꼭 잊어버려라’, ‘기억하지 마’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진술녹화를 하지 않고’ 어머니가 그냥 녹음을 해 보냈기에 피해 아이들은 다시 진술을 해야 할 것이다. 너무나 안타깝다.

아이들이 성폭력을 당하지 않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피해자들이 다시금 자신들의 상처를 다시 후벼파며 상처를 내지는 않게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성폭력 피해 아동들이 2차 피해를 당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제쯤이면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없어질까. 부디 피해 아이들의 상처가 잘 아물기를...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