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맞이하며

벤자민(권미혁, 민우회 상임대표)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 해가 저물고 2010년이 시작되었다.
돌이켜 보면 한국사회에서 다사다난, 혹은 우여곡절이라는 말이 안 들어간 연말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변화가 빠른 사회임의 반증이리라. 
그럼에도 지난 2009년은  또 다른 의미에서 사회격변의 해라고 정리하고 싶다.
집권자의 국정철학에 의해 얼마나 빨리 ‘인권’, ‘환경’, ‘평등’, ‘사회 공공성’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힘을 잃을 수 있는가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2010년 예산 공동대응모임’의 내년도 예산분석 자료에 따르면 친서민 예산이 막대하게 삭감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예산이 전액 삭감된다. 그 외에도 저소득층 월세 지원예산과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 한시생계구호사업 예산, 결식아동급식 한시적 지원금과 저소득층 에너지보조금,  일자리 대책예산, 사회적 일자리창출 지원금, 학자금대출 신용보증기금 지원, 기초수급생활자 의료비지원금 등도 대부분 삭감된다.
반면 2012년까지 무려 90조 원에 달하는 부자감세가 강행되며 2012년까지 30조 원에 달하는 ‘4대강 죽이기(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이다)’ 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같은 기조는 바로 2009년 한 해 동안 진행되었던 ‘사회 공공성 말살’이라는 통치행위의 결과이다.

언뜻  되돌아보아도 각종 반민생 악법의 날치기 처리, 용산참사, 쌍용자동차사태, 시국선언 공무원과 전교조 교사의 해임, 촛불 관련 사회단체의 탄압,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희망적인 소식도 있었다. 지난 12월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성지용)의 판결이 그 중 하나이다.
2008년 광우병 대책회의에 참여한 1800여개 시민단체를 불법시위 단체로 규정한 경찰은 각 부처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에 여성부는 대책회의 참가 여부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 한국여성의 전화를 불법시위 단체로 간주하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법원은 여성의전화가 여성부를 상대로 낸 보조금 지급 거부 취소 소송에서 "(불법집회 참여 여부)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단체를 불법 시위 단체로 간주하고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을 일탈한 처분"이라고 밝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비록 작은 판결 하나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양심이 살아있다는 증거라 반갑다. 그리고 정부의 일방 독주형 정책 운용의 거센 바람으로 인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많은 시민과 운동세력들이 삶의 현장에서 이런 작은 저항과 변화를 이끌고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민우회도 마찬가지다.

2010년, 민우회는 그동안 우리가 쌓아왔던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민우회의 모토인‘생활 속에서, 함께 하는 (여성)운동’을 위해,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회원과 시민들을 만나려고 준비하고 있다.
어려울 때 하는 사회운동이야 말로 진짜 운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