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공인 논란을 생각한다

                                                          박민영(인문학 강사)

잊어버릴 만하면 반복되는 해묵은 논란이 하나 있다. ‘연예인은 공인인가 사인인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연예인들 자신들도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연예인들이 어떤 사고를 쳤을 때 ‘공인으로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반면 언론에 의해 사생활이 노출되었을 때는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며 자연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본다.

더 미묘한 것은 연예인들이 일부러 사생활을 공개함으로써 대중에게 더 친숙해지는 전략을 구사할 때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사생활을 판다.’ 나는 이것을 ‘사생활 마케팅’이라 부르고 싶다. 연예인들은 각종 토크 쇼와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자신의 사생활을 이야기한다. 심지어 TV 카메라가 자신의 안방까지 들어와 자신의 생활과 가족을 찍는 것을 환영한다. 실제로 이러한 사생활 마케팅은 대중적 관심을 높이는 데 많은 효과가 있고, 그것은 인기와 수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늘과 같은 사회적 조건에서 우리가 한 사람의 연애, 결혼, 이혼, 가족관계, 친구관계, 취미, 가정생활 등을 일일이 아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연예인들만은 예외다. 그 결과 우리는 연예인들을 친구나 가족 이상으로 가깝게 느끼게 된다. 그 결과 시민들은 처음 본 연예인을 마치 오랜 지인처럼 반가워하게 된다. 심지어 절친한 친구를 대하듯 사생활과 관련된 안부를 묻기도 한다. 이렇듯 공개된 사생활은 대중의 친근감을 만들어낸다. 

알려진 사생활은 그 자체로 끊임없이 뉴스를 재생산해낸다. 사생활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마련인데, 그것이 새로운 뉴스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생활이 많이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뉴스에 더욱 자주 등장하게 된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좀처럼 밀려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먹고 직업의 특성상 연예인이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런데 알려진 사생활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을 끊임없이 연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연예인의 행동이나 말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알려지거나, 알리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폭로되는 경우이다. 연예인들은 이런 경우를 당하면 너무 억울한 나머지,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가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확대되고 재생산되어 왔음을 잊는다. 그리고 미디어를 자신의 자유를 파괴하는 괴물쯤으로만 인식하게 된다. 연예인에게 미디어는, 말하자면 양날의 칼이다. 미디어를 잘만 이용하면 자기 존재를 알리고, 인기를 얻고,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수혜자가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황색저널리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연예인이 공인인가 사인인가 하는 논란이 생겨나는 것은 연예인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반증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런 논란 자체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연예인의 사회적 영향력이 이렇게 커진 것은 바로 문화산업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높은 사회적 영향력과 그에 따른 공적인 역할을 염두해두고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짐에 따라 스타들은 자연스럽게 높은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된다.

우리는 연예인을 공적인 일을 하라고 뽑아준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은 사인이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행동과 말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그들은 공인이다. 특히 문화 산업의 주요 타겟인 청소년에게 스타들의 말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연예인들의 공적인 것으로의 지위 변화는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다. 연예인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지, 공적인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산업의 발달과 엄청난 경제규모가 그들을 공적인 존재로 밀어가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그 압도적인 규모 때문에 공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이러한 모순은 사실 자본주의 사회 전반에 뿌리 내려 있다. 의료, 교육, 언론 분야도 그렇다. 이들 분야는 모두 사회적으로 공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오늘날에는 모두 현금 가치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한다. 현대 사회의 실질적인 권력인 대자본과 기업 역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 압도적인 규모로 인해 사회에서는 사실상 공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지금처럼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각국 정부는 각종 경기 부양책을 쓰게 되는데, 대자본과 대기업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 구조 속에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그들에게 유리하게 세워지게 된다. 대자본과 대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다시 살아난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어주는 경기 부양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 하고, 기껏해야 임시방편의 노릇을 할 뿐 아니라, 나아가 경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꼴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것을 시장화, 상품화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적인 기능을 해야 할 기관들조차도 모두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전락한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발흥한 이후 이러한 양상은 더욱 극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공적 기능이 시장화된 기관에 전유될 때 사적인 것이 곧 공적인 것이고, 공적인 것이 곧 사적인 것이라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것은 사실상 공적 기능의 거대한 공백을 의미한다.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익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익과는 다르다. 그런데 시장화는 사익의 논리이다.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공적 분야가 제대로 기능하게 하려면 시장의 논리로부터 탈피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박민영님은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인문학 강의, 글쓰기 강의를 하고 계시며, 민우회에서 '한뼘 인문학'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