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 당신의 여름

김보년(한국여성민우회 회원)

1.

여름은 매우 덥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올 해 여름은 특별히 더운 것 같다. 나는 군 생활을 포함해 대구에서 25년을 살았다. 그래서 서울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년 여름 까지만 해도 별 문제없었다. 그런데 올 해부터 이상하게 더위를 타기 시작했다. 대구 더위, 서울 더위가 따로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됐다. 더워서 짜증이 조큼 날 정도이다. 그런데 더 짜증나는 건,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더 더워질 것 같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건 모두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남극의 얼음이 녹아서 펭귄이 익사하고, 아기 북극곰이 길을 잃는 그 지구 온난화 말이다. 2008년의 대한민국 서울에서 살고 있는 내가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느끼는 이 짜증이 전 지구적인 문제라니, 내가 흘리는 땀이 지구가 흘리는 땀이라니. 숭고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2.

더위 때문에 짜증이 나는데 또 하나 짜증이 나는 게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 정치다. 뉴스를 보면서 요즘만큼 열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짜증이 는다. 옛날엔 까면 짜증이 사그라졌는데 요즘은 까도 끄떡없어서 더 열 받는다. 원래 싫었는데 대통령이 되고나서 더 화끈하게 돌+아이 행동을 하고 다녀서 더 열 받는다. 인간으로서 돌+아이 행동을 할 수는 있는데 반성을 하지 않아서 더 열 받는다. 꿋꿋한 의지로 자기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다녀서 열 받는다. 게다가 이명박 옆에 붙어 있는 사람들도 미쳐 날뛰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소한의 자정능력도 상실한 듯이 행동하고, 뉴라이트는 자기네 회식자리에서 할 얘기를 언론에 대고 얘기하고, ‘어떤’ 교회 다니시는 ‘일부’ 신자 분들은 제정을 다시 통합하고 싶어 한다. 짜증이 나다 못해 기분이 우울해질 정도이다.

3.

상황이 이럴 땐 영화를 보면서 다시 위로도 받고 희망도 얻어야 하는데, 영화 쪽도 답답하다. 멋진 한국 영화가 나오지를 않는다. 와이드 릴리즈로 개봉하는 한국영화에는 딱 한 가지 욕망만 있는 것 같다 - ‘무난하고 말끔하게 잘 만들어서 돈을 많이 벌어야지. 되도록 제작비를 많이 쓰는 게 좋아’ 물론 말끔한 영화가 싫은 건 아니지만, 모든 메이저 영화가 (이를테면) <놈놈놈> 같아지고 싶어 하면 좀 곤란하다. 자꾸만 안을 비워내고 겉에 무언가를 덕지덕지 바른다. 나는 <3FTM> 같이 진지한 고민거리를 주는 영화나, <밤과 낮> 같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영화, 혹은 <은하해방전선> 처럼 반짝이는 유머 감각을 가진 영화를 극장에서 좀 더 자주, 많이 보고 싶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저 그런 영화를 보고 나오면 날씨도 더 덥게 느껴지고, 이명박 욕도 더 심하게 하게 된다. 힘들고 짜증난다.

4.

하나만 더 보태자면, 물가가 너무 비싸다. 큰 컵라면 하나에 삼각 김밥 하나 사면 1,500원이 넘는다. 좀 가볍게 먹어볼까 하고 우유에 빵 하나 집어 들면 1,200원이다. 1,000원 짜리 한 장으로 해결이 안 된다. 허허, 이건 뭐 답이 없다.

이와 같은 열 받고 짜증나는 상황들 속에서 지금 내게 떠오르는 해결책은 두 가지다.

①  아무리 덥고 열이 받아도,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듯이 상황은 다시 좋아질 것이다. 여름이 더운 만큼 겨울은 덜 추울 것이고, 이명박은 4년 반 뒤에 퇴임할 것이고, 한국 영화는 뭐, 그냥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다 보면 물가도 저절로 내려가겠지. 나는 그 날을 기다리며 내 맡은 자리에서 꿋꿋이 열심히 할 일 하면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②  아, 몰라. 그냥 샤워하고 다운 받은 영화 보고 잠이나 자야지.

뭘 선택해야 좋을까.

+혹시 다른 결론이 있다면 아래에 써주세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