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아가씨¹⁾ 폴의 “우당탕탕, 괴짜 활동기: 라기보다는 요즘 일상사”

폴(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한껏 피곤으로 절여진, 피곤절임 신세

‘네, 민우회입니다.’ ‘네, 여기는 민우횐데요’ … 2개월 만에 입에 붙은 두 마디이다. 민우회 들어온 지 벌써 2달이 지났다니, 무서우리만큼 시간 빨리 간다. 그리고 점점 신입이라는 느낌으로부터 멀어진다. 나는 여전히 신입인 것 같은 기분인데 담당해야 할 기본 업무는 물론 맡겨지고 분담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침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뭐였지? 이러며 베개에서 머리를 뗀다.

그래서인지 나는 요즘 사춘기를 다시 겪고 있다. 어떤 날은 하루살이라는 기분으로 일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괜히 기분 싱싱하게 일하기도 한다. 그리고 평소 내가 하고 싶었던 장래희망(이었던 것)들도 꼭 해보려고 마음먹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화를 만든다던가, 갑자기 캔버스를 들고 그림을 그린다던가. 이렇게 좋은 날에 기억해둔, 하고 싶은 일 - 위시 리스트를 하나씩 해볼까 하다가도 그만 잠이 우선이 된다. 마냥 티비 앞에 누워버린다. 뭐가 그리 피곤한지, 피곤과 귀차니즘이 호환마마보다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약 3달 전부터 거의 최근까지 홀릭하게 된 노래 하나가 나를 살리고 있다. 내 옆자리 바람 미니홈피에 들렀다가 듣게 된 노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럼의 “절룩거리네” 왠지 가수[인지 그룹인지] 이름이 희한하다 못해 너무나 인디적이다 싶었다. 노래는 다소 통키타와 어울리는 리듬에다 다소 거친 표현들, 이십대 초반에 들었더라면 만취하고 고래고래 소리 내어 불렀을 것 같은 노래 가사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정말 ‘패배자’ 같은 느낌의 가사들, 내가 좋아하는 구절은 그나마 착한 편이다.

♪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 뿐인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 깨달은 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노래 가사처럼 사실 하나도 안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가슴 먹먹한 걸로 보면, 나루 건립 기념 콘서트 날 처음부터 끝 순서까지 은근은근 긴장하다가 민우회 사람들과 웃으며 술 한 잔 했을 때도 왠지 모를 먹먹함이 있었고.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서서 함께 할 때도 먹먹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예상 못한 약간의 큰돈을 후원받을 때도 그렇다. 이런 걸 보면 이게 내 팔자일지도 모른다. 사람 때문에 힘들고 도로 사람 때문에 흥하게 되는 것, 아주 가끔씩 절룩거렸고 절룩거리기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아주 가끔이길 바라며 절룩거릴테지만ㅡ

누가 뭐래도 아직은 5개월 차이고, 적응하는 중이니까. 사람을 하나 사귀더라도 5개월로는 부족하지 않은가. 심지어 우리 활동가들 그리고 민우회 회원들, 본부 회원만도 1300여 분이다. 1년이 365일이니 최소 3년은 걸릴 일이다. 조급하지 않게 마음을 먹고, 오늘 밤을 알뜰하게 보내고 내일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내일 민우 첫 마실 홍보 차 전화드릴 신입회원 분들에게 오늘보다 더 발랄 상콤하게 인사해야겠다. "안녕하세요? 민우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