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게 생겼네요."

"야 쟤 좀 봐. ㅋㅋㅋㅋㅋ"

"뛰지마, 땅 꺼져."

"택시랑 쟤랑 부딪히면 택시가 다치지."

"돼지엄마다, 돼지엄마! ㅋㅋㅋㅋ"

들어보셨나요?

뚱뚱한 여성으로 살며 장소 불문하고 듣게 되는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경험상이지만 여기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자(특히 애인)와 함께 있을 때나 풀메이크업 & 킬힐 등 '센 언니'로 보일 때,

그리고 여자들에게서는 저런 혐오발언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성으로, 뚱뚱한 여성으로 사는 것.

언제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듣게 될지 모릅니다.

항상 혐오에 노출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경멸의 시선, 표정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클럽에서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을 때,

술 한 잔 하며 고민상담을 할 때, 친구와 길을 걷고 있을 때, 횡단보도에서 등등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공공연하게 들어오는 혐오발언, 조롱들.

여성주의를 알기 전에는 지나가면서 듣는 혐오발언에 물론 화도 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뚱뚱한 탓이라고,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같이 있던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하기도 했죠. '나만 없었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내가 뚱뚱해서 저 사람들이 욕을 하는 것이고, 거기엔 내 잘못이 크다.'

이런 바보 같은 생각도 했고 내가 살을 빼면, 내가 날씬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요.

진짜 바보 같은 생각이었어요!

뚱뚱하건 뚱뚱하지 않건,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거든요!

마르면 말랐다고, 못 생기면 못 생겼다고, 키가 크면 크다고, 작으면 작다고,

심지어 예쁘면 예쁘다고(인물 값한다고) 말이죠.

제가 아직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대처법이란 건 딱히 없었어요.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뭐 보태준 거 있냐고 받아치기도 하고, 같이 있던 친구들이

대신 욕해주고 싸워주고 했지만, 그런 말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말을 해도 못 알아들을 확률이 매우 높거든요.

제가 뭐 본인들 밥을 훔쳐 먹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일단 저는 평소에 자뻑모드로 있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난 예뻐. 살이 쪘지만 허리는 들어갔어. 다리는 좀 긴 것 같아. << ㅋㅋㅋㅋㅋㅋㅋㅋ

주변사람들이 해준 이야기(주로 외모에 대한 칭찬)를 고이 간직하며 내 몸, 내 외모의

장점을 찾아보고 스스로 칭찬하는 것 처럼요.

아직 '그래서 뭐 어쩌라고?'의 단계까지 오르진 못했어요. 어쩌면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전보다 살이 더 많이 쪄서 몸도 아프고 외출하기가 꺼려졌어요.

민우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외출도 잦아지고 혐오발언과 조롱을 당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근래에는 좀 많이 힘들더라고요.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성주의 바톤터치]의 바톤을 넘겨받았을 때 너무 막막했어요.

'내가 실천하는 여성주의'라는 주제가 엄청 거대하게만 다가왔죠.

특별히 실천하고 있는 게 없는데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됐어요.

뚱뚱한 것, 못 생긴 것, 예쁜 것, 마른 것, 키가 큰 것, 작은 것 등등 우리 모두는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들인데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는 것처럼 모두가 그 사실을 알아야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굳이 가서 알려주며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딱 그만큼의 인생을 사는 거예요. 

물론 딱히 이어가지 않아도 될 인연이라면 말예요. :-)

쓰고 보니 또 횡설수설이 되어버렸지만 다들 알고 계시죠?!

나는 언제나 아름답다!

철옹성 같은 내 미(美)의 영역을 

침범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피쓰!......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