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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걸/렸/어]
난 언제까지 아이인가?
이임혜경: 여성노동센터 상담실장
작은 아버지의 아들이자 친가에서는 막내인 사촌 동생이 며칠 전 결혼을 했다. 오늘은 이바지 음식이 도착하는 날이라서 오빠들과 올케언니, 나는 작은 아버지 댁엘 갔다. 결혼과 엮인 이 복잡한 과정 중의 하나인 이바지 음식을 함께 받고 먹기 위해서.
이바지 음식으로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서 안방에 정사각형 상 2개를 붙여서 폈다. 가로로 8명, 양끝에 2명, 총 10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다. 나에게 '자리'는 무지 민감한 사안이다.
작년에 무슨 행사 땜에 친척들과 같이 모였는데, 작은아버지께서 한 말씀하셨다. "자리가 모자르니 어른은 방에서, 애들은 거실에서 먹자". 여자만 거실에 남아서 먹는 열 받는 상황이 연출될까봐, 그리고 재빨리 둘러보니 사촌들 중에는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은 것 같아 새 언니에게 방에서 먹자고 했다. 갑자기 뒷통수 때리는 누군가의 한마디. "결혼 안 하면 애잖아. 거실에서 먹어야겠네". 결국 결혼한 29살의 사촌동생은 방에서, 서른 셋이라도 비혼이라 '애'일 수밖에 없는 나는 거실에서 먹었고, 그 일로 열 받은 난 '자리'에 목숨건다.
그리고 오늘, 방으로 들어갔다. 총 8명이 앉았는데 다들 가로로 앉아 있다. 결혼한 사람들은 쌍쌍이, 그리고 우리 막내오빠와 사돈 이모님까지 딱 맞게 앉았다. 체. 오늘도 내 자리는 물주나 주인공이 앉으면 상석, 그도 저도 아니면 따 당하는 기분 드는 양끝의 한 부분이다. 더 열 받는 건, 다들 방석을 깔고 앉았는데 내 자리에만 방석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방석을 갖고 온 사람은 인원과 상관없이 보이는 대로 들고 온 것이고, 상의 양쪽 끝엔 사람이 안 앉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방석도 없는 자리니 방석 있는 자리에 어른이 먼저 앉을 것이고, 자리가 없으면 방석 없이도 누군가 그냥 앉을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고..하여튼 난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얼굴이 고무 다라이처럼 빨갛게 됐다.
그리곤 만만한 막내오빠에게 뻘건 얼굴로 한마디 던졌다. "여긴 방석도 없네." 막내오빠, 만만한 나에게 대꾸했다. "방석 없어도 되잖아." 그렇긴 하다. 난 꼭 방석이 필요한 건 아니다. 방석을 깔아놓은 가로의 그 자리가 내 자리일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알아주길 바라는거다. 에잇, 오늘도 참패다. 사실 돈 없어도, 나이 많은 여자라도, 미모가 없어도, 학벌이네 인맥이네 하나 없어도 꿀릴 거 없던 내가 단지 결혼 안 했다고, 돈 많이 받는 직장 안 다닌다고 이렇게 무시당하다니. 비혼이면 비혼이어서, 기혼이면 기혼이어서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여성들! 내가 이러니 여성운동을 안 하고 배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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