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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상/담]
그건 다 옛날 얘기잖아....???
2002년 상반기 여성노동센터 상담활동
이임혜경: 여성노동센터 상담실장
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는 2002년 1월부터 6월 20일까지 전화, 온라인, 방문 등의 방법으로 총 274건의 상담이 있었다.
상담 내용상으로 직장내 성폭력(성희롱, 폭언·폭행)이 전체 상담의 40.5%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났고, 성희롱이 88건, 폭언·폭행 23건 이였다.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 내 직장내 성희롱 예방 조항 신설 이후 문제제기의 가능성과 인식의 변화로 인해 직장내 성희롱 상담이 증가하였고, 2002년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상담이 오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이나 담배 심부름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많은 사람들의 첫 반응은 "에이, 그거 옛날 얘기아냐? 지금 그런 사람이 어딨어"이다. 하지만 지금도 '성희롱 하면 신고 당한다'는 얘기를 농담처럼 하면서 성희롱을 하고, 술에 취한 척하며 성희롱을 하는 사람이 있다. '미스 김'에게 '커피 한 잔'을 요구하거나 담배심부름을 시키는 상사도 있고 회식자리에서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
직장내 성희롱 예방 교육, 인터넷,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된 문서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직장내 성희롱'이라는 단어와 법 조항을 알고 있지만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성희롱에 대한 심각성이나 직장문화, 의식에 대한 점검과 변화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기에 많은 여성들이 민우회로 상담을 해 오고 있다.
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 및 직장과 가정의 양립지원 관련 상담은 8.4%로, 여성노동법 개정 투쟁이 있었던 작년(2001년 상반기 12%)에 비해 감소했다. 또한 결혼·임신으로 인해 해고, 사내부부 해고 등과 같은 성차별적 해고는 총 44건으로 전체 상담의 16%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알리안츠 제일생명과 농협중앙회의 사내부부 우선 해고의 법원 판결 전후로 사내부부 우선 해고자들이 판결에 관한 문의와 지금이라도 소송이 가능한지에 대한, 그 당시의 억울함에 대한 상담 전화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내부부 중 여성이 낸 사직서에 대해 이것이 성차별이냐 아니냐라는 근본적인 논의는 등한시한 채, 본인의 의사였나 아니면 강요였나만을, 따지나 마나한 문제로 오랫동안 끌다가 결국엔 엇갈린 판결을 내린 '대한민국' 법원의 행태. 의식은 꽝이고 우리가 할 일은 많다.
또한 모집·고용상의 성차별 가운데 가장 많이 들어온 상담은 승진차별(10건)이었다. 내담자 대부분은 근속년수가 10년 이상 되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동료·후배 남성직원이 승진을 하는 동안에도 승진에서 계속 누락 되고 있었다. 또한 사규에는 뻔히 근속년수 2년이 되면 승진이 된다고 나와 있으나 그건 남성만을 위한 규정이고 여성 대부분은 4년 이상이 되어야 겨우 승진대상자가 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승진차별의 문제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건 '인사고과'이다. 실적이나 평가로 고과를 매기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이자 결과라고 회사측에서는 주장한다. 승진시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고 실적이 좋아도 '자주성'이라는 혹은 '책임성'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여성들. 그래서 그들의 인사고과는 터무니없게 낮다. 수치로 나와 있다는 이유로 인사고과의 결과가 '객관적'이라니 도대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최근의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느끼게 했던 건 몇 명 남성의 상담전화이다. 같은 부서의 여성동료가 산전후휴가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회사에서 그것을 이유로 사직서를 강요하고 있다며 같이 어떻게 싸울 수 있냐는 한 남성의 상담전화가 왔었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치에서, 임금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은 입사동기의 문제로, 성희롱의 문제로 남성동료가 상담을 해왔다. 당연히 차별이고 가해자의 잘못이고 말도 안 되는 문제라고 얘기하는 그들을 통해 심각한 문제로 상담을 하면서도 조금은 신이 난다. '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여 함께 변화시키고자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기쁨인 듯 하다.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신나는 물결에 한 몫하기 위해 오늘은 관공서에 갔다가 여성직원을 '미스 리'라 부르는 어떤 직원에게 점잖게 한마디하고 왔다. "아직도 그렇게 부르시는 분이 있네요. 성함을 끝까지 다 부르시면 좋지요. 이00씨라구요". 민우회 회원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꼭 해야만 하는 실천! 하루에 한 건씩의 '나의 실천'은 평등세상으로 가는 디딤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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