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관해 몇 가지 궁금한 것들

따우(한국여성민우회 회원)

최저임금에 관해 한 번 써 보려고 앉아 있노라니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해마다, 액수만 다를 뿐 똑같아도 너무 똑같은 얘기들이 오가는지라 굳이 뉴스를 챙겨 보지 않아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무슨 얘기들이 오갔는지 알고도 남음이다. 그래서 결국,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뉴스를 봐도 알 수 없는 것들을 공개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중소기업 힘드니까 동결하자면서 왜 ‘고통분담’은 외면하지?

사용자 측이 해마다 최저임금 최소한의 인상 내지 동결 내지 삭감을 주장하는 첫 번째 이유는 늘 ‘중소기업 경영난’이다. 중소기업은 최저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고, 이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범법자’만 양산하게 될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기네 대기업 이익을 깎아 최저임금을 보전하겠다는 얘기는 않는다. 직접적으로 보전할 필요도 없다. 대기업이랑 거래하는 중소기업 납품단가만 ‘후려치지’ 않아도 시간당 최저임금 1,000원 올리는 건 문제도 아닐 텐데, 왜 비겁하게 계속 남 핑계만 대시는지?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이자 일자리 창출 수단이라는, 평소 좋아하시는 미국 연구결과는 왜 본 척도 안 하시는지?

5,180원, ‘현실’인가, ‘구호’인가?

26개 단체로 이루어진 최저임금연대가 애초 내년 최저임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5,180원. 올해 4,110원에서 1,070원이 오른 금액이다. 결정된 금액은 그렇다 치더라도 요구안조차 십 원 단위까지 명기되는 이유가 늘 궁금했는데 2009년 노동자 월평균 정액급여 2,166,477원의 절반을 시급으로 환산한 금액이란다. 오호. 그래, 이 정도는 있어야 최소한도로 먹고 살 수는 있겠다. 그런데 이 액수에도 궁금한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매년 최저임금연대가 ‘실질적인/최소한의 생활 임금’을 주장하며 내 놓는 시급은 ‘저게 과연 통과 될까’ 싶은 수준이다. 그리고 이 숫자는 늘 위원회에서 깎이고, 깎이고, 또 깎여 최종 확정안은 오히려 사용자 측 주장 액수에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이건 해마다 반복되는 패턴. 그런데 너무 몰라 부끄럽지만 솔직히 궁금하다. 5,180원, “진짜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내놓은 안인가? 아니면 해마다 ‘운동 차원’에서 주장하는 액수인가? 짧은 머리로 셈해 보건대 암만해도 후자이지 싶다. 단체들이 이처럼 ‘실현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데는 그 이유가 있을 터. 그렇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절실하게 그 ‘필요’를 주장하는 활동을 펼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숫자놀이,’ 지겹지 않은가?

해마다 이 난리가 벌어지는 근원을 찾아 들어가 보면 최저임금법이 있다. 1986년 제정되어 1988년부터 시행된 최저임금법은 지금까지 거의 수정 없이 유지되어 왔다. 매년 3월 31일 노동부장관(미얀~ '고용노동부'는 입에 안 붙어요~)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요청을 하면 전원회의에서 심의요청서를 접수하고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 6월 29일까지 최저임금안을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는 이 안을 고시하고 이의신청이 없으면 다음 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확정된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또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 민망하지만, 왜 이 힘든 싸움을 ‘해마다’ 해야 하는지 솔직히 궁금하다.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임금상승률 등등과 연동을 시키든, 노동자 평균 임금의 정률과 연동하든, 액수 대신 비율을 정해버리면 매년 벌어지는 이 소모적인 싸움을 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봄~여름 간의 ‘반짝’ 이슈 대신, 최저임금법 개악 저지를 넘어, 아예 그 흐름을 바꿔 최저임금법 개정 운동을 바라는 건 나의 욕심일까, 무식일까?

하지만 진짜 궁금한 건...

올해 사용자 측 어느 인사는 최저임금으로도 먹고 자고 입고 하는 것은 물론 저축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그 말은 사실일지 모른다. 나부터도 최저임금으로도 근근이 먹고 살 수는 있을 것 같다(물론 이건 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부양가족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건 아는지? 2007년 최저임금 당사자 증언대에 나온 한 여성 노동자는 ‘밥 못 먹어 굶어 죽겠다’고도, ‘새 옷 사 입고 싶다’고도, ‘저축하고 싶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 노동자는 “너무 너무 분해요”라고 말했다. 기사를 읽는데 서글픔을 넘어선 그 분노가 와 닿아 왈칵 눈물이 난다. 현행 최저임금으로도 먹고 사는 데 아무 문제 없다고 한 당신, 그 ‘분함’을 알고나 있는가? 그 마음까지 안고서도 최저임금으로 먹고 살 수 있겠는가? 정말?

무릇 ‘노동’이라고 하는 것은 그 과정과 결과,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에서 모두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자존감은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월급날, 기쁘고 설레는 대신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게 하는 사회가 대체............(욕설이라 자체검열)............ ‘저임금 해소로 임금 격차가 완화되고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하며, 근로자에게 일정한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해 줌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근로자의 사기를 올려주어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는 최저임금제. 부디 내년부터는 이 ‘목적’에 걸맞은 모습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본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헌법’에서 ‘국민’의 ‘노동의 의무’를 이야기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