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북아여성평화회의
-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여성들의 만남

정경란(동북아여성평화회의 코디네이터)

“평화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We believe peace is coming!)”
-  10월 7일 임진각에서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참가자들이 외친 말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한 지 60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한반도 정전체제하에서 지속가능한 평화는 없다. 남북정부의 대립과 북한과 미국의 대립에 따라 군사적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태이후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동북아시아에서 긴장이 높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추진위원회는 한반도가 직면한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며 2010년 10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과 비무장지대 근처에서 ‘2010 동북아여성평화회의-한반도평화체제 형성과 여성의 역할’을 개최하였다.

2010 동북아여성평화회의 목표는 4가지이다. ① 6자회담 참가국 -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북한- 여성을 초청해 여성 사이에 신뢰와 협력을 쌓고 ② 평화형성과정에서 여성 참여를 강조한 1995년 베이징 행동강령과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 이행을 촉구하며 ③ 여성의 입장에서 한반도평화와 여성발전문제를 논의하며 여성 공동의 제안을 모색하고 ④ 합의된 제안서를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회의는 ① 공개 심포지엄 ② 전략회의-한반도 평화체제 형성과 여성의 역할 모색 ③ 동북아시아 여성 교류 및 네트워크 강화 ④ 국회 및 미국 대사관 방문  ⑤ 남북 분단의 현장 DMZ 방문으로 구성되었다.

행사의 부분마다 각기 의미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6자회담 참가국에 드리는 제안서 작성과 DMZ 방문이었다.

참가자들은 6자회담 참가국에게 첫째, 군사훈련과 대립을 통해 한반도 평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나서 대화하고 협상할 것을  둘째,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셋째, 평화와 안보의 유지, 촉진을 위한 모든 노력에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할 것을 담은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 이행을 넷째, 6자회담을 위한 여성협의회를 추진하고 다섯째, 북한 지원 프로그램에 여성을 적극적으로 참가시킬 것을 요청하였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만난 적도 별로 없는 동북아 각국 여성들이 모여 협의하고 공동의 제안서를 만들어 정부에게 로비하는 일은 소중한 경험이다. 동북아지역은 식민지, 냉전, 체제 대립 속에서 여성들 사이에 상호 신뢰가 낮고 교류가 제한되어 있다. 또한 이 지역 여성단체들 중에서 평화를 다루는 단체가 별로 없고, 이 주제에 대한 전문가와 정책결정자 들 중에서 여성도 적다. 이런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각국의 관점이 아니라 동북아시아라는 지역적 관점(Regional view)을 가지고 공동으로 행동을 모색한 경험은 값지다. 향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성 리더십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오두산 전망대, 도라산역 방문, 대인지뢰 피해자와 간담회 등은 참가자 모두에게 한반도 분단의 무게와 평화에 대한 열망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임진각에서 6자회담 참가국에 드리는 제안서를 낭독할 때 낭독자들의 목소리는 긴장되었으며 결의에 차있었다. DMZ의 철사가 우리의 몸을 감고 있는 듯 이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 우리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한국의 현실을 볼 때, 평화와 안보 영역에서 여성의 지위는 지극히 낮다. 10월 12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0년도 성 격차 지수(GGI)’는 한국 여성의 지위를 잘 보여 준다. 세계 134개국에서 104위를 기록하였다. 정치 분야에서 순위는 86위이다. 다음달에 G20 정상회담을 주최하겠다고 하는 국가의 남녀 격차 실태는 우리를 아주 실망시켰다.

평화와 안보분야에서 여성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국제적으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325 이행을 추진하고 있다. 유엔 차원에서 유엔 조직과 각국 정부가 1325를 이행하는 것을 평가하기 위해 주요 지표를 작성하였다. 이 지표는 분쟁지역에서 국제여성평화운동이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 주고 있다. 평화과정에서 여성 참여(Participation), 분쟁지역에서 여성인권 보호(Protection), 분쟁 예방(Prevention), 분쟁 과정과 분쟁 후 과정에서 지원과 회복(Relief & Recovery)이라는 4가지 주제를 토대로 구체적인 지표를 설정했다. 

또한 필리핀을 포함해 23개국 정부가 1325 이행을 위한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을 작성해서 이행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2000년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를 지지하는 그룹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재 1325 이행을 위한 활동은 거의 없다. 한반도와 같은 분쟁지역에서 평화과정에서 여성참여는 지극히 중요하다. 분쟁이 남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고, 평화과정에 여성들이 어떻게 참여하느냐에 따라 분쟁 후 여성의 지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회가 움직이도록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북한여성이 참여하지 않은 미완의 여성6자회담이다. 북한의 부재는 현재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이 뚜렷한 목표와 큰 꿈을 가지고, 지금은 작지만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상황은 개선될 것이다.

“평화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We believe peace is coming!)”라고 외쳤던 행사 참가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미래를 희망하는 모습, 그것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