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이 필요한 때

황 미 선(풍납초 교사, 전교조 서울지부 강동지회장)

트리나 포울러스가 쓴 우화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요즘 이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추할 수 있다. 이 나라에 태어나서 부모로부터 가정교육을 받고 학교에 들어가서 개인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16년 정도의 시간을 대부분 소위 공부하는데 소요한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 공부와 이런저런 사교육을 받으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깨닫는 것이 아니라 동급생들과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친구들을 이기고 일어서야하는 치열함 속에 놓이게 된다.

이런 현실은 위에 소개된 책에 나온 내용 중 '애벌레들의 기둥 올라가기' 장면과 겹쳐진다.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기둥 위로 올라가기 위해 같은 처지의 애벌레들을 밟고 밀치며 심지어는 기둥에서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그 안에서 친구란 없으며 같은 기둥을 올라가는 애벌레들은 오로지 경쟁의 대상이고 위로 올라가는데 장애물로 여겨질 뿐이다. 그렇다면 이 애벌레들의 모습과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과연 다른가? 온갖 시험 속에서 자신의 등수가 매겨지고 평가 당하며 그 과정에서 친구란 나의 경쟁자이며 밟고 올라서야 할 대상자이고 위로 올라가는데 장애물로 여기지 않는가?

이 과정을 제법 몸에 익히는 아이는 그 속에서 성취감을 만끽하고 일련의 성과를 얻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아이는 좌절감과 자괴감 속에서 괴로워하거나 심하게는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도 한다. 청소년 자살률 세계1위인 통계가 이런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현실을 너무나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의 목표를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행복'이라고 할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가? 남을 밝고 올라가 그들 위에 올라섰을 때? 아님 일단 올라가기만 하면 그 꼭대기에는 남들이 감히 가져보지 못한 가치 있는 어떤 것이 있고 그것을 가질 때가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어른들은 이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강변하고, 이 사회의 체계가 그렇기 때문에 경쟁은 피할 수 없다며 아이들에게 이를 강요한다. 그러다보니 고층 아파트가 하나의 자살도구가 되는 현실을 피할 수 없고 아닌 척 이 현실을 외면해 버린다. 그렇다면 한번 되돌아보자. 발상의 전환을 가져보자. 이런 악순환은 과연 끊을 수 없는 것인가?    

  나는 올해 2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 담임을 맡을 때부터 초롱초롱한 눈빛과 아이들의 고운 낯빛, 높은 기대감을 반영한 표정 등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받아쓰기 시험을 볼 때나 이런 저런 시험지를 통한 평가를 받을 때, 또는 상장의 수여자와 아닌 자로 나뉠 때,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온데 간데없이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능력을 결과론적으로 수용하는 힘없는 모습을 보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00점 이하면 ##한테 난 죽었어.', 이번에도 상장을 받지 못하면 00가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는데....'라는 말을 내뱉는다.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이미 자신의 수준을 가늠하고 단정 지어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내부에 어떤 잠재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꿈 많을 아이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마치 자신이 나비가 될 것을 모르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애벌레처럼....

우리나라의 학부모처럼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들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교육의 힘으로 이 나라의 성장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소년의 자살률과 함께 지금도 세계 제1의 사교육비를 자랑(?)한다. 두 가지의 상반된 내용의 최고등위를 보고 우리는 생각해보아야한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꿈꾸게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를. 그리고 지금의 교육체계가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인지를.

그것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그 틀을 깨는데 앞장서야한다. 일제고사니 국제중이나 외고, 일류대의 입학을 꿈꾸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가진 희망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내부에 있는 잠재력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이 사회의, 또 교육의 체계를 만들어 주어야한다. 그래서 꽃처럼 피어날 아이들의 눈망울이 빛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한다. 그것은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