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재범이를 위한 찬가

두시봉(한국여성민우회)

새로운 아이돌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2pm에서 '재범'이가 '강퇴' 당한지 2달이 지나간다.
재범이의 복귀를 기다리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뒤로 하고, 2PM은 7명이 아닌 6명으로 첫 정규앨범을 발표하였다.

1년이라는 안식년을 지내고 한국에 돌아오니, 그동안 가장 많이 변한 건 티브이에 자주 나오는 연예인들의 면면이었다. 사무실에 정식 출근하기 전, 카페출발을 기뻐하며 사무실 친구들이 함께 모여 축하하고 있는 뒤풀이 자리에 갔더랬다. 술집에서 나오는 경쾌한 댄스곡들을 모두가 한목소리가 되어 따라 부르는데, 눈만 땡글땡글 굴리며, '대체 머라고 따라 부르는 거야?'라며 촌스럽게 물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아이돈케어'와 '니가밉다'였던 듯.)

새로운 아이돌 그룹들을 전혀 모르면 트렌드를 따라갈 수가 없고, 대화에 일정하게 배제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다음날부터 공부에 들어갔다.
각종 아이돌그룹들의 공연동영상을 다운받아 하루종일 틀어대며 똑같아 보이는 애들 구별하는 법부터 배웠다. 그 와중에 이미 사무실에 팬층이 형성되어 있는 '2PM'을 만나게 되었다.
재범이 사태 이후였다.

아이돌에 전혀 관심 없는 나였지만, '나는 한국인이 싫다'라는 일기장에 쓴 문장 하나로 자기가 있던 땅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사건으로 주목하게 되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사건기사들을 검색하고 이리저리 주워 듣게 된 사태의 전말.
정말 머 이런 경우가 다 있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투피엠이 누군지도, 재범이라는 친구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던 때였지만, '대한민국 욕하면 다 매국노'라는 -'초딩같은'이라는 수식어도 아까운 - '천박하고 천박한' 수사에 온 나라가 휩쓸렸다. 
이건 거의 지금 '나 싫어하면, 다 빨갱이'라는 명박이의 그것과 비슷하다.

다행히, MB집권 전에 다양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던 민주주의학습이 그 효과를 발휘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애국주의' 담론은 곧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요, 비판과 성찰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양분임을 안 현명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를 그렇게 몰아붙인 것을 후회하고, 일기장을 파내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퍼뜨리는 인권침해행위를 묵인하고 방조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부추긴 것에 대해 반성하며, 그가 돌아옴으로써 집단적 인권침해행위를 용서받을 수 있음을 알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재범'이라는 한 특급 아이돌의 탈퇴와 복귀 과정에서 발견한 또 다른 흥미로운 일들.
2pm의 팬들의 조직적이면서도 정돈된 그리고 개념 있는 대응과정이 그것이다.
한 아이돌이 사회적 '피해자'가 되자, 아이돌 팬들은 '피해자 지지모임'이 된 듯한 형상이다.
장외투쟁, 국제적인 동시다발 플래시몹, 보이콧과 같은 소비자운동 등의 조직적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이다. 그리고 자신의 스타를 지키기 위한 이런 다양한 행동들은 일사분란하면서도 조심스럽고, 동시에 사회적 영향력과 설득력을 예측하며 적절한 수준을 지켜내고 있다.

수만명이 움직이는 대규모 행동들을 합리적이면서도 영향력 있게 해내는 과정은 참여한 모두에게 큰 경험이, 공부가 될 것 같다. 그것은 다른 어떤 사회적 이슈가 터졌을 때, 혹은 자신의 어떤 피해가 벌어졌을 때 지금의 조직적 행동을 기획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과정들은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물론 지금 이들의 대응행동양식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경험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은 대규모가 소통하는 팬 카페 게시판을 통해 민주주의를 몸소 체험하고 실험하고 있다. 6명의 2pm앨범 및 활동에 대한 보이콧지지와 철회를 둘러싼 논쟁과 결정에서 '건네준 적 없는 권한을 무소불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저항, 쌍방향 의사소통 구조에 대한 요구, 결정과정의 민주성과 절차적 정당성 등에 토론하면서, 민주주의 실제를 경험하고 습득해가고 있다.

민주주의란 참으로 다양한 공간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여성적'인 얼굴에 '남성적'인 몸, 한국계 미국인, 수평적 인간관계추구와 수직적 조직논리 포용, 반항과 책임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떠올려지는 그야말로 '경계'에 존재함으로써 아름다운 생물체, 재범이 돌아와 이 사회에 존재자체로 깨달음을 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덧붙여, '2pm'의 존재로부터 우리 사회가 배워가길 바라는 것이 하나 더 있다면, 소위 ‘동남아시아권’ 국가 출신인 ‘닉쿤’에 대한 사유로부터 우리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돌아보는 것이다. 한국 어쩌고 하는 발언에 그렇게 흥분하면서, 태국어를 우스갯거리로 다루거나 불법체류자 운운하며 비하하는 건 이중적이지 않은가. 버라이어티쇼에서 종종 그런 진행을 볼 때마다 참 부끄럽다.
한국의 문화가 존중되길 바란다면, 타국의 문화도 동시에 존중해주어야 한다. 

다양한 민족적, 국가적 정체성을 가진 아이돌 그룹을 통해 한국문화의 세계화(외화 벌어들이기)를 원한다면,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모습 정도는 준비되어 있어야지 싶다.